사랑의교회 건축에 대해 드리는 글
"그러나 지극히 높으신 이는 손으로 지은 곳에 계시지 아니하시나니 선지자가 말한 바 주께서 이르시되 하늘은 나의 보좌요 땅은 나의 발등상이니 너희가 나를 위하여 무슨 집을 짓겠으며 나의 안식할 처소가 어디냐" (행7:48, 49)
2010년 한국에서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우리는, 서초동 대법원 맞은편에 거대한 교회건물을 짓기로 한 사랑의교회의 결정을 접하며 느낀 고통스런 심경을 아래와 같이 전하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는 사랑의교회가 지난 85년 현 교회당 건축이래 급속도로 늘어난 교인으로 인해 공간문제, 주차장 문제 등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불편을 감수하면서 제자훈련과 교회갱신 등 성경적 사명과 사회적 책임을 감당해 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초대형 교회건물 건축 결정과 진행 과정을 보며 많은 당혹감과 실망을 느낍니다. 우리는 사랑의교회가 목표로 설정했고 한국교회가 기대해 왔던 제자도와 선교사명을 스스로 배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둘째, 우리는 이번 건축 결정이 ‘하나님의 영광이 머물 성전을 지어서 하나님께 영광 돌린다’는 통속적 주장을 한국교회 안팎에 유포시키는 데 악용될까 심히 걱정합니다. 지금은 돌로된 ‘성전’을 지어 하나님께 영광 돌린다는 오도된 신앙으로 퇴행하기보다는 하나님의 백성이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는 참 성전이라고 가르치는 참 ‘성전신앙’(고전3:16; 엡2:21, 22)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한국교회는 거룩하신 하나님의 영이 거하실 수 있는 진리와 봉사의 공동체를 건축하는 데 전력투구하여야 할 때입니다. 강남에 들어서는 초대형 교회건물은 하나님의 영광을 높이기는커녕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며, 쇠락하는 개신교의 표상이 될까 두렵습니다. 개신교의 성장이 꺾인 이유가 대형교회의 부재 때문이거나 전도 열기가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성도들과 목회자의 말과 행동이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실을 뼈아프게 받아들이지 않는 한 한국교회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셋째, 사랑의교회는 자신의 초대형 교회건물 건축이 한국 교회와 사회 전체에 미칠 파장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교회의 본질은 건물이 아니며, 훈련된 그리스도의 제자들”이라는 소중한 일깨움을 한국교회에 전해주었던 바로 그 ‘사랑의교회’가 초대형 교회건물을 건축함으로, 그 동안 사랑의교회를 좋은 모델로 여기며 자제해왔던 많은 교회들이 거리낌 없이 건축 경쟁에 나서게 될 것입니다. 이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전도의 문”을 막는 결정적인 사태가 될 것입니다.
넷째, 초대교회는 자신들의 재산을 내어놓고, 고아와 과부가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돌보았으며, 도움을 청하는 이들을 거절하지 않음으로 세간의 칭찬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신도 수가 3천이나 더했지만 거기에 상응하는 교회건물을 세웠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사회에는 아직도 한 칸짜리 전월세조차 얻을 돈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며, 용산참사에서 보았듯이 무자비한 재개발로 삶의 터전을 잃은 가난한 이웃들이 많이 있습니다. 사랑의교회가 예배환경 개선과 거대한 인프라 구축을 목적으로 바칠 헌금을 이 땅에 넘치는 탄식과 아우성, 눈물과 한숨을 보듬는데 사용하게 된다면 하나님을 향한 감사와 찬양이 더 확산되지 않겠습니까?(마5:16) 보수와 진보의 주요 언론들이 이구동성으로 이번 건축 결정과 과정에 비판적 논평이나 기사를 내보낸 것은 대형교회 세습 사태 이후 거듭 한국교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사랑의교회가 한국사회와 교회를 위해 어렵겠지만 불편을 감수하고 다른 대안을 모색해 주시기를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합니다. 주 예수 그리스도의 우주적 교회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사랑의교회가 무한한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인 제자훈련에 더욱 집중하는 교회, 강남중심의 대형교회를 넘어 한반도 전체를 교구로 삼아 영적 동력을 공급하는 흩어지는 교회, 그리고 초대형 예배당으로 지탱되는 조직체로서의 교회를 넘어, 이 땅의 가장 낮은 곳으로 스며드는 생명수같은 교회로 성숙해가기를 간절히 빕니다.
사랑의교회는 돌로된 교회건물이 아닌, 진정한 사귐과 나눔이 있는 공동체로서의 ‘성전’을 세워가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 주실 것을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우리에겐 건축을 강제로 멈추게 할 능력이 없습니다. 사랑의교회에게 드리는 이 비판과 요청의 글 또한 실상은 저희들을 향한 채찍이요 한국교회를 위한 눈물임을 고백합니다. 2010년 한국교회 내에서 벌어진 초대형 교회건물 건축 논란에 대한 역사의 평가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우리는 마땅히 자기 십자가를 지고 제자도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성경(막8:33~34)의 가르침을 끊임없이 되새길 것을 다짐합니다.
한국교회의 장래를 걱정하는 그리스도인 일동
2010.05.25.
발기인대표: 이만열
발기인: 고상환 구교형 김근주 김동춘 김애희 김형국 김형원 김홍섭, 김회권 남기업 남오성 민 걸 박종운 박철수 방인성 박득훈 송인수 신동식 안기홍 양희송 윤환철 이광하 이문식 이장규 이진오 정운형 정성규 최갑주 황병구 황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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