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장. 신천지 사로국.
1. 알지(閼智)의 유래
한편,
가마우지와 일황은 연락병을 호위하여 대릉하 금주 錦州에 도착하였다.
기동성 좋은 연락단 세 명은 이주 기간이 반년이나 걸린 원거리를 이틀하고,
다음 날 오전 午前에 주파 走破하였다.
불과, 이틀 반 만에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다.
연락단원들은 각자 여분 餘分의 말 세 필을 별도로 데리고 다니며,
타고 달리는 말이 지쳐 보이면, 즉시 다른 말로 갈아탄다.
사정 수련원 출신들은 목적지의 지리 地理를 모르니 연락단장의 호위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오가는 통행로 通行路만 제대로 감지 感知하고 임무를 수행할 능력이 입증되면,
곧바로 호위병을 거느리는 연락단장 역할을 맡을 것이다.
금주에는 주워들은 소문과는 다르게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중 토박이도 있고 일부의 이주민들도 있었다.
금성부의 건물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는데, 현판 懸板이 없다.
지휘부는 소릉하 서쪽으로 이동하고, 일반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고구려군이 압록수(현재의 요하)를 점거하여, 척후병이 대릉하 동편까지도 가끔 출몰 出沒하기도하여,
지레 두려움을 느껴 옮겼다고 한다.
고구려군은 대릉하의 백성들이 모두 동이족 부여의 예, 맥족으로 여기고 있어,
적극적인 무력 행사는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만약 萬若, 금성부가 신나라의 왕망과 관련된 무리라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장담할 수가 없다.
상상만 해도 끔찍스럽다.
그래서 서로 부딪치지 않기 위하여 조금이라도 더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주한 것이다.
담비 일행은 강을 건너 금성부로 들어갔다.
소릉하의 금성부도 아예 현판 자체가 보이질 않았다.
장안이나 왕망 그리고 대륙의 신 新나라와 관련된 모든 것을 사그리 없애버린 것이다.
한편,
사로국의 이진이 대릉하로 떠나기 전,
금성부에서는 박달거세와 십칠선생, 이진 등과 사로국 입국 절차에 관하여 진지하게 의논하였다.
무작정 대규모의 인원이 사로국으로 진입하게 되면 먼저, 토착민들과 충돌할 위험성이 염려되며,
또, 이주민들이 타향의 낯 선 땅에서 자리 잡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소요될 것인데,
그동안 전반적으로 사기가 저하 低下 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사로국에 자신들이 등장하는 과정에 있어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길 원했다.
토착민들의 시선과 호기심을 끌되, 두려움이나 경계심은 갖지 않게끔
특이한 모양새를 갖추어 등장할 방법을 구상하였다.
도피자의 처지에서는 현지에서 말썽이 일어나면 곤란하다.
자신들의 신분이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
조용히, 솜에 물이 스며들 듯이 토착민들 속으로 흡수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존심을 버리지 않고, 기득권층에 당당하게 합류하기가 예나 지금이나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토착인들과 이주민들 간의 화합 和合에 적합한 사건을 연출하기로 하였다.
경비로 사용할 금은보화 金銀寶貨와 동원 動員시킬 인적자원 人的資源 등 지원물자 支援物資는 넉넉하다.
그래서 흉노족의 통솔자인 김성한의 장자 長子를 사로국의 중심지 中心地인 시림 始林에서 태어난 것처럼 연출 演出하기로 하였다.
김성한은 맏아들에게 며칠 동안 자신들의 조상인 조선의 단군왕검에서부터 전래된 흉노의 시원 始原과 전통,
투후 김일제 할아버지의 활약 등과 동이족과의 관계 등 집안 내력에 대해 재차 상세히 설명한다.
흉노의 시조는 배달국에서 일찍이 치우(자오지)천황 시기에 분가 分家되어 나왔으나 이후,
단군 조선 시기에도 기질이 활달한 상당한 무리가 꾸준히 초원으로 이주 합류하였다.
그러나, 문자가 없던 시대라 구전 口傳으로 전해 내려온 내력 來歷이 오랜 세월이 흘러 많은 세대가 지나니,
오래된 역사는 근래 사 近來 史와 희석 稀釋 되어 버렸다.
그러니, 배달과 환국은 퇴색 退色되어버리고, 근대사 近代史인 단군조선만이 부각 浮刻되어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는 상황이다.
단군 조선은 우주가 천지인 삼계 三界로 구성되었다고 보는 신교 神敎의 우주론에 토대를 둔 것으로,
신교 문화의 삼신 三神 사상이 국가 통치원리, 국가 경영원리로 제도화된 것이다.
삼신 사상에 기초한 삼한 관경제는 고조선사 이해의 관건이 된다.
동방 신교 東方 神敎의 종교 철학적 원리인 삼신사상에 바탕을 두었으며,
그 기본 구조는 하늘[天一]과 땅[地一]과 인간[太一]이다.
단군 조선 때에는 삼신의 우주관인 천지인 삼계 三界의 ‘천일 天一, 지일 地一, 태일 太一’의 삼신 三神 정신에 따라,
고조선 전 영역을 삼한 三韓 즉 진한· 번한· 마한으로 나누어 다스렸다.
단군 천왕이 태일 太一 자리를 맡아 인간세계를 다스렸고
번한과 마한에는 부 단군 副 檀君을 두어 다스렸다.
흉노도 단군조선과 같다.
삼신 사상을 바탕으로 관할구역을 삼등분하여,
탱리고도 선우 撐犁孤塗 單于 아래, 좌현왕과 우현왕을 두어 영역을 관할하고 있었다.
같은 동이 배달족에서 갈라져 나왔으니, 정치제도나 지도체제가 같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름도 새로이 지어준다.
알지 閼智, 김알지다.
알지 閼智.
흉노족의 왕비 王妃를 지칭 指稱하는 고유명사 固有名詞다.
흉노인 자신들 왕국에서 가장 존경하고, 우러러 받들고 모시는 귀하디 귀하신 분,
왕비님을 표현하는 용어 用語다.
흉노의 왕비 王妃,
함부로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이쁘다고,
총명 聰明하다고,
알지 閼智가 되는 것이 아니다.
출신가문 出身家門이 별도로 이미 정해져 있었다.
자타 自他가 공인 公認하는 소위 所謂 일컫는 ‘금수저 가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무제 漢武帝에게 침범당하기 전, 하서회랑의 중간 지점인
기련산 祁連山에 한 무리의 흉노족이 웅거 雄據하고 있었다.
흉노족의 호연씨 부족이다.
그 기련산 흉노족 호연씨 가문에서만 흉노의 알지(왕비)가 배출되게 되어있었다.
철저한 골품제 骨品制다.
흉노의 골품제도를 좀 더 깊이 분석해보면,
탱리고도 선우 撐犁孤塗 單于 아래 좌현왕과 우현왕이 있다.
좌현왕의 신분 조건은 일반적으로는 선우의 맏아들 그러니까 차기 次期 선우. 즉, 태자 太子가 맡고 있으며,
우현왕은 연지(알지, 閼智)의 친정 親庭 부족의 왕이 맡고 있었다.
흉노의 호연씨 부족은 연지의 친정 즉, 선우의 처가 妻家 부족이다.
그러니까 선우와 그 아래 두 왕들은 혈연 血緣과 혼인 婚姻으로 연결된 친. 인척 親 姻戚 관계인 것이다.
통상적 通常的으로 좌현왕과 우현왕의 관계는 한쪽은 외사촌이 되고,
다른 쪽은 고종사촌 姑從四寸이 되는 가까운 사이다.
좌현왕 쪽에서 보면, 우현왕은 자신의 어머니 남자 형제
즉, 외삼촌 外三寸의 아들인 외사촌 外四寸이 되는 인척관계이고,
우현왕 편에서 볼 때는 좌현왕은 아버지의 누이 즉, 고모 姑母의 아들인 고종사촌이라는 것이다.
쌍방 雙方 간 서로가 혼인으로 뼈와 피가 뒤섞여있는 가까운 인척 姻戚이며, 아주 친밀한 관계다.
그러니, 양 부족 兩 部族 모두 왕의 품격 品格을 갖춘 뼈대 있는 집안인 것이다.
그러니까, 골품제 骨品制라고 말한다.
골품제는 흉노족의 독특한 지배구조이다.
김씨의 시조,
김일제의 아버지인 우현왕 즉, 휴도왕 休屠王이 기련산의 호연씨 부족 출신이란 것이다.
호연씨 부족장이 흉노의 우현왕이 되는 것이다.
호연씨 부족은
알지(閼智, 왕비)를 배출할 수 있는 유일한 특권을 지닌 특수한 부족이다.
그러니, 고향 산천과 동떨어진 이역만리 異域萬里,
머나먼 곳의 신천지 新天地를 찾아가는 맏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자신들의 출신(기련산의 흉노, 호연씨 부족)을 잊지 말라는 뜻으로 아예, 이름으로 지어준 것이다.
즉, 아버지와 어머니를 성과 이름으로 작명 호칭 作名 呼稱한 것이다.
이는 선조 先祖의 양가 兩家 집안 모두가 흉노의 왕족 출신임을 절대로 잊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니 성과 이름 자체가 출신성분을 함축 含蓄하고 있다.
자신들의 출신 부족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이다.
흉노족들은 전통적으로 모계 母系를 매우 중요시 한다.
당시에도 남여평등 男女平等의 사회다.
유교가 도입되기 전에는 남녀의 지위(가족간, 사회적)에 큰 차이가 없었다.
게르안에서 가족회의를 할 때도 남녀노소 가리지 아니하고 모두 동등한 발언권이 있다.
민주주의에 가까운 방식이다.
부족회의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원거리에 있는 타 부족장의 부인들까지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아니나,
회의를 주도하는 부족장의 그 어머니나 부인은 회의에 참여하며,
엄연히 발언권 發言權도 가지고 있었다.
- 112.
첫댓글 아하, 알에서 나왔다고 알지라고 들은 것 같은데,
이런 뜻이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알지란 단순한 이름이 아니었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