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이 신종 코로나(COVID 19) '오미크론' 변이 확산 우려로 완전히 취소됐다. 이 대회는 당초 9~12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회 조직위가 당국의 '오미크론' 방역 조치를 이유로 '그랑프리 파이널' 개최를 포기했고, 러시아가 대신 대회를 치르겠다고 나섰지만, ISU는 17일 최종적으로 대회의 '연기'보다는 '취소'를 선택하고, 2021~2022 피겨스케이팅 시즌을 끝냈다.
ISU, 이번 시즌 피겨스케이팅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취소 확정/얀덱스 캡처
'그랑프리 파이널'은 매 시즌 6차례 그랑프리 시리즈를 거쳐 종합 성적 상위 6위 안에 드는 선수들만 출전하는 '왕중왕전'으로 불린다. 선수들은 6개 대회 중 최대 2개 대회에 출전해 얻은 랭킹 포인트(우승 15점, 준우승 13점 등)를 합산해 상위 6위 안에 들어야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할 수 있다.
이번 시즌 남자 싱글에는 가기야마 유마, 우노 쇼마(이상 일본), 빈센트 저우, 네이선 첸(이상 미국) 등이, 여자 싱글에서는 카밀라 발리예바와 안나 셰르바코바, 알료나 코르토르나야,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 마야 크로미크 러시아 선수 5명과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가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 자격을 얻었다.
ISU측은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를 개최하지 못하게 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ISU 회원국들의 노고와 협조에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러시아 피겨스케이팅계에서는 ISU의 무능과 안이함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마저 대회가 취소된데 대한 근본적인 불만이다.
게다가 러시아는 오사카 대회를 대신 개최할 의사를 표명했고, 대회 출전 자격을 갖춘 러시아 선수가 무려 10명(남자 싱글 1명, 여자 싱글 5명, 페어 4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세계정상급 선수들을 보유한 러시아로서는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 금메달 리허설'을 가질 기회를 놓친 셈이다. 러시아는 조만간 올림픽 출전 국가대표 선수 3명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그랑프리 대회 출전중 부상을 당한 우사체바 선수가 휠체어를 타고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했다/사진출처:@우사체바 인스타그램
그러나 러시아 피겨스케이팅계는 이미 여성 싱글 부문에서 무리한 쿼드러플(4회전)점프 훈련중 부상을 당하는 선수들로 시름이 깊어진 상태다. 러시아 '여성 피겨 3인방'에 속하는 알료나 코스토르나야도 최근 손가락 부상으로 베이징동계올림픽 출전을 사실상 포기했다고 한다. 그녀는 오른손 검지 손가락과 가운데 중지 손가락이 골절되는 부상으로 전치 6~8주 진단을 받고 훈련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러시아 올림픽 출전 선수는 '천재소녀' 카밀라 발리예바와 '피겨 3인방'중 나머지 2명인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안나 셰르바코바, '악셀의 여왕'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 신세대 마야 크로미크 등 5명 중에서 3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천재소녀 발리예바/사진출처:ISU홈페이지
올림픽 최종 선발전에서 빠진 코스토르나야는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에서 '불운의 아이콘'으로 여겨질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여자 싱글 무대를 완전히 장악했으나, 코로나로 2020년 세계선수권대회가 취소된 게 첫번째 불운. 그후 오래 호흡을 맞춰온 투트베리제 코치와의 결별, 부상, 코로나 확진 등 나쁜 일들이 잇따랐다.
긴 방황 끝에 출전한 이번 시즌 그랑프리 대회에서는 또 '무서운 후배' 발리예바와 맞딱뜨렸다. 단 한차례도 그랑프리 정상에 오르지 못한 그녀가 부상으로 베이징올림픽 출전의 꿈마저 접어야 했다.
투트베리제 코치와 함께 있는 '불운의 아이콘' 코스토르나야(왼쪽)/사진출처:@투트베리제 인스타그램
그러나 그녀는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출전한 5개의 국제대회에서 모두 우승했고, 이번에 대회가 취소된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금메달을 따 현직 챔피언 자격을 갖고 있다. 또 이듬해 1월에 열린 유럽선수권대회마저 석권하면서 그해 ISU 신인상을 받았다.
코스토르나야는 베이징 올림픽 출전은 포기했지만, 4년 뒤 2026년 밀라노올림픽에 재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나이가 20대로 넘어가면서 전성기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전문가도 없지 않다. 한때 세계 최고의 피겨스케이팅 선수로 꼽혔던 코스토르나야의 불운이 은퇴하기까지 계속되지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