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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이 밝아왔다. 소소 때문에 마음이 속상한 윤진은 윤상과 함께 술 마시고, 집으로 들어온 날 문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소소랑 이야기한 것까지 기억이 난다. 그 뒤로는 술 기운에 뭐라고 한 것 같기도 하고, 안한 것 같기도 했다. 일어나려던 윤진은 머리가 아파 침대에 걸터앉으며 이마를 짚었다.
"어제 얼마나 마신 거지?"
아직도 두통이 가시지 않은지 윤진은 얼굴을 찌푸렸다. 어느 정도 두통이 가시자 속이 매쓰껍고 쓰라리는 불쾌한 기분을 느끼며 윤진은 부엌으로 갔다. "일어난 거야?"소소는 어느 때보다 밝은 목소리로 윤진에게 물었다. 어떨결에 "응"이라고 대답하며 윤진은 냉장고 문을 열어 물통을 꺼내 컵에 따라 마셨다. 물을 마시니 식도에서 장까지 차가움이 느껴졌다.
"조금만 기다려. 금방 국과 밥도 다 되었으니깐."
윤진은 소소에게 다가가 뒤에서 안자, 국을 젓던 소소의 손이 멈추었다. 윤진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어제 네가 말했던 린샹과 너와의 관계가 친구사이라는 걸 믿을게. 아니 그렇게 알고 있을게. 단,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고민이 무엇인지 그가 아닌 제일 먼저 나한테 털어놨음 좋겠어. 그렇게 해줄 수 있지?"
"응. 그럴게."
"우리 얼른 밥먹고 어디 놀러 갈까? 아니면 너희 어머니께 인사드리러 갈까?"
소소는 어머니께는 나중에 인사드리러 가자고 말하며, 영화나 궁궐 데이트를 하고 싶다고 했다. 윤진은 소소의 말대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아침식사를 해결한 후, 소소랑 함께 팝콘과 콜라를 하나씩 들고, 달달함이 느껴지는 멜로 영화를 봤다. 그리고 쇼핑을 하며 소소에게 잘 어울리는 핸드백과 옷을 사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자금성으로 향했다. 정말 오랜만에 궁궐 데이트를 해보는 것 같다. 가족끼리 오는 사람, 우리처럼 연인과 함께 온 사람, 친구랑 함께 자금성에 오는 사람도 있었다. 윤진과 소소는 손을 잡고 천천히 궁궐 구경을 하며 행복한 추억들을 만들었다.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여행이 되는 것도 모른체….
고3때 베이징 대학 세무과에 지원하고 싶었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해 원하는 과에 당당히 입학해 들뜬 마음으로 강의실에 들어갔다. 거기서 심혜링, 황제, 대학 후배인 왕링과의 인연도 시작되었다. 먼저, 커피숍에 도착한 나는 심혜링과의 즐거운 추억들을 떠올리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창가를 바라보며 마셨다. 창밖에 비줘진 모습은 다양한 사람들이 지나갔다. 음악을 들으며 헤드폰을 끼고 있는 남자, 긴 생머리의 여자를 반가워 하는 그녀의 친구들, 귀여운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뱃살이 나오는 아줌마, 두손을 꼭 잡고 웃으며 지나가는 노부부까지 나는 사람들을 관찰하다 시계를 쳐다봤다. 시계바늘은 PM 2: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시간에 딱 맞춰 혜링이가 커피숍 안으로 들어와 땀을 뻘뻘 흘리며 나에게로 다가왔다.
"미...미안해..나 늦잠을...자는 바람에..."
숨이 찬지 헉헉-거리며 말하는 그녀에게 땀을 닦으라며 냅킨을 건네주었다. 혜링은 냅킨을 받아들며 맞은편에 앉아 땀을 닦아냈다. 더운지 부채를 꺼내 부채질을 한다.
"나 늦은거 아니지?"
"시간 맞춰서 왔으니 걱정마. 어제 잠을 늦게 잤나봐?"
"응. 내딸이 아파서 간호하느라 잠을 설쳐 버렸어."
"너 결혼했니?"
"지금 일하는 직장내에서 남편을 만나 2년 전에 결혼했거든. 딸이 여름감기에 걸리긴 했지만, 밤새 간호를 했더니 이제서야 열이 내린거 있지? 남편한테 잠시 맡기고 뛰어오는 길이야."
"늦었지만 결혼 축하해!"
"고마워. 너 점심 먹었니?"
"아직 안 먹었어."
"그럼 밖으로 나가자. 내가 점심 맛있는 곳에서 살게."
"그러자."
우리는 장소를 옮겨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해결하며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들을 했다.
"너 왕링 알지?"
왕링이라는 말에 잊고 있었던 황제와 싸우는 장면이 생각났다. 거기서 교통사고로 인해 전광판에 부딪혀 나는 강한 전기 충격으로 과거 청나라에 떨어져 옹정제인 윤진과 소중한 친구와 언니를 만나게 된 것까지 전부다 떠올랐다.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포크로 가볍게 내려쳤다. 나의 반응을 살피다 왕링에 대해 말을 잇는 혜링이다.
"결국, 왕링과 황제가 1년 전 겨울에 결혼 했어. 애가 쌍둥이라고 하더라고. 웃기지 않냐? 너와 황제가 사귄지 3년이나 되었는데 말이야."
"음. 그랬니?"
"어머, 너 반응이 그게 뭐야. 욕이라도 퍼부어 줄 판국에."
"아니야. 난 괜찮아."
황제랑 사귄지 3년이라는 시간은 맞지만, 우리는 참 싸우기도 많이 하고 좋아하는 것도 달랐다. 예를 들어, 나는 영화보는 걸 좋아하지만, 황제는 연극을 더 선호했다. 나는 음식 안 가리고 골고루 먹었지만, 그는 가린게 많았다. 생각지도 못한 황제와 왕링의 소식에 나의 기분은 묘했다. 기쁘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은 애매한 그런 감정들이 들었다. 먹다 남은 초코케잌을 수저로 떠 입안에 넣었다. 달콤한 맛이 난다.
"내가 괜히 꺼냈나봐.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너에 관한 이야기 좀 해봐. 요즘 뭐하면서 보냈는지 말이야."
초롱초롱한 눈으로 물어보는 혜링에게 세무사에서 관두고, 잠시 아르바이트로 며칠 전에 린도 화장품 CF모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혜링은 티비에 나오는 거냐고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확실한 거는 아니라고 말했다. 혜링은 나중에 티비광고에 나와 유명해지기지 전에 미리 싸인을 받아둬야 되는 거 아니냐며 진심으로 내 일에 대해 기뻐해줬다. 그녀와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혜링은 집에서 전화와 이만 가봐야 겠다며 "나중에 또 보자."는 말과 함께 헤어졌다.
저번에 녹무한테서 최상급으로 녹차로 대접한 윤상은 이번 주말에 녹무에게 여름 보양식 훠궈(중국식 샤브샤브)를 해주기로 했다. 녹무와 같이 일하는 민민은 맛은 보장하는 거냐며 물었고, 윤상은 웃으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어제 퇴근하면서 장 봐온 것들을 들고 녹무가 일하는 찻집으로 향했다. 귀찮아서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윤상이었지만, 가끔 만들어 먹고 싶을 때는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민민은 오늘은 일찍 영업을 쉰다는 팻말을 현관에 걸어두고, 불을 껐다. 응접실로 간 녹무와 민민은 커다란 탁자를 닦고, 주변에 있던 의자 세개를 놓았다. 윤상은 채소를 다듬고 훠궈를 끓일수 있게 준비를 마친 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편의점에서 사온 햇반을 전자렌지에 돌린 후 탁자 위에 놔두었다. 마지막으로 민민은 깨끗이 씻어 젓가락 여섯개를 놓고 앉았다.
맛있는 냄새를 풍겨대며 보글보글 거리는 훠궈를 윤상은 녹무보고 먼저 시식을 해보라고 했다. 녹무는 젓가락을 들어 육수와 양고기를 작은 접시에 덜어 입안에 가져갔다. 꼭꼭 싶어먹는 녹무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윤상은 녹무가 뭐라고 할지 긴장했고, 과연 훠궈가 정말 맛있을까? 의문을 품으며 궁금해하는 민민은 그녀를 쳐다본다. 그녀는 따라놓은 물을 한모금 마셨다.
"윤상씨 정말 맛있어요. 음식점을 차려도 되겠네요."
"언니, 정말 그렇게 맛있어요? 저도 한 번 먹어볼래요."
민민도 녹무처럼 작은 접시에 담아 입안에 가져갔다. 그리고 민민도 맛있다며 윤상의 음식 솜씨를 칭찬해 줬다. 두 여자의 칭찬을 받은 윤상은 하하!! 거리며 웃었다.
"다음에도 또 부탁 할게요. 다음에는 서양식 파스타로요."
"이런, 서양 음식은 어떻게 하는 줄 모르는데, 이참에 배워봐야 겠군요."
민민의 말에 맞장구를 친 윤상 말에 두 여자는 웃음을 지었다.
"윤상씨, 오늘 맛있는 저녘식사 였어요."
"맛있다고 해주시니 정말 기분 좋은데요? 저번에 녹무씨가 따라준 녹차도 일품이었어요."
윤상의 칭찬에 녹무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민민은 빨간 토마토 같다며 녹무를 놀려댔다. 화기애애한 이야기를 끝으로 역에서 민민과 녹무와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