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비정형 심장발작(atypical heart attacks) 많은 여성들과 의사들이 'CVD는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첫 번째 요인'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예방 및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남녀의 사망률 차이(미국: 1979~2010) 출처: National Center for Health Statistics and National Heart, Lung, and Blood Institute(http://www.heart.org/idc/groups/heart-public/@wcm/@adv/documents/downloadable/ucm_462778.pdf에서 재인용).
▶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심장발작에 관한 지식을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얻는 경우가 많다. 의료계에서는 그것을 '헐리우드 심장발작(the Hollywood heart attack)'이라고 부른다 (http://www.dailymail.co.uk/health/article-1041299/The-Hollywood-heart-attack-myth-Misleading-scenes-lives-risk.html):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심장발작 환자들이 극심한 고통으로 얼굴을 찡그리고, 가슴을 움켜쥐며,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등 온갖 쇼(?)가 난무하기 때문이다.
내 전남편 해롤드 리어도 그랬다. 의사였던 그는 졸지에 환자로 돌변했다. 건강에 이상을 느껴 5년 동안 진료를 받다가 처음 심장발작이 왔는데, 두 번의 심장위기(cardiac crisis)를 겪더니 마침내 심장이 완전히 멎어버렸다. 그 후 수년 동안, 내 마음 속에 '헐리우드 심장발작'은 하나의 패러다임 또는 규범, 즉 심장발작이 일어나는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2년 전 내 자신이 심장발작을 겪고 나서, 이 패러다임은 무너졌다. 나의 경우 심장발작은 다음과 같이 찾아왔다: ① 완전히 멀쩡한 상태에서 약간 몸이 안 좋은 느낌이 든다. → ② 흉골 부분에서 퍼덕거리는 느낌이 나다가, 목구멍으로 올라온다. → ③ 가슴이 약간 답답하다. → ④ 그러다가 한기(寒氣)가 몰려오며 갑자기 구역질, 구토, 약간의 설사가 난다.
이상과 같은 과정에서 영화와 같은 긴박한 상황은 전혀 없었다. 딱히 뭐라고 이름붙이기 어려운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했다. 처음에는 '독감이 걸렸나?', '독 있는 홍합을 잘못 먹었나?', '와인을 너무 많이 마셨나?'와 같이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러나 가슴이 답답해지자, 나는 두 번째 남편에게 "혹시 심장발작인가?"라고 물었고,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위장병일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나 흉부 압박감(가슴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고 나를 괴롭혔다. 안되겠다 싶어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증상을 설명했더니, 설사 때문에 판단이 흐려졌던지(설사는 심장발작의 주요 증상이 아니다)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심장 문제는 아닌 것 같네요. 심장발작이 아니라고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 정도 증상으로 응급실에 달려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잘 지켜보다가, 내일 아침에 심전도 검사를 해 보죠."
흉부 압박감은 나중에 사라졌고, 나는 잠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일어났을 때, 나는 여전히 기분이 안 좋았다. 결국 나는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갔다. (사실 내가 병원에 간 건 전날 밤 의사와의 약속 때문일 뿐, 특별한 질병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심전도와 심장초음파 검사를 해 보니, 상상외의 결과가 나왔다. "심장발작이 분명합니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경미하지도 않습니다." 놀란 건 나나 의사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본의 아니게 영화의 속편(續編)과 같은 삶을 살게 되었다. 전남편이 일하다 사망한 병원의 똑같은 병동에서, 똑같은 의료진의 치료를 받는 등, 모든 것이 전편과 같았다. 다른 게 하나 있다면, 전편에서는 내가 '전남편'을 휠체어에 태워 줬지만, 속편에서는 '현재의 남편'이 나를 휠체어에 태워 밀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병원 곳곳에 전남편과의 추억이 어려 있었다.
▶ 막힌 동맥에 스텐트를 이식하고, 나는 빠르게 회복하여 4일 만에 퇴원할 수 있을 정도로 완쾌됐다. 그러나 병원에서 얻은 몹쓸 감염증 때문에 4주 동안 더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덕분에 나는 여성의 심장질환에 대해 원 없이 공부할 수 있었다.
내가 병원에 머무르면서 깨친 놀라운 사실들은 다음과 같다:
<놀라운 사실 1>
미국 여성의 생명을 앗아가는 첫 번째 질병은 - 많은 이들의 생각과는 달리 - 유방암이 아니라, 심장질환이다. 물론 이건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미국 심장협회(AHA)는 여성의 심장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야기해 왔지만, 우리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을 뿐이다. 그건 아마도 우리가 암을 너무 무서워한 나머지, 심장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가슴을 졸이며, 제발 유방암에 걸리지 말게 해달라고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심장질환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여성의 수는 모든 종류의 암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여성의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
<놀라운 사실 2>
나와 전남편의 심장발작 사례는 '남녀의 심장발작이 어떻게 다른지'를 생생하게 설명해 주는 교과서였다. 구체적으로, 여성의 심장발작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남성과 다르다.
① 남성의 심장발작은 전형적으로 '심장이 으스러지는 듯한' 통증을 유발하지만, 여성의 전형적인 심장발작 증상은 구역질이다. ② 여성의 심장발작에는 전에 없던 피로나 불면증과 같은 경계징후(warning signs)가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에 없던'이라는 수식어다.) ③ 여성 심장발작 환자는 남성 심장발작 환자보다 1년 이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다. (이 '1년'이라는 기간 때문에, 겁에 질린 나는 몇 달 동안 달력을 끼고 살았다.) ④ 여성의 심장발작 증상은 매우 다양하고 뉘앙스가 달라, 걱정을 하거나 의사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남성 환자보다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다. 심장발작 발생률은 남성이 더 높지만, 그로 인한 사망률은 여성이 높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
나는 이상과 같은 성차(性差)가 너무 신기했다. 그래서 - 전남편이 입원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 의사와 간호사들에게 매달려 꼬치꼬치 묻고, 그들의 답변 내용을 노트에 깨알 같이 적었다. 내 병상을 지키고 있던 -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발키리(主神을 지키는 여전사)를 연상시키는 - 듬직한 간호사가 그림을 곁들여 가며 상세히 설명해 줬다.
- 간호사: "여성의 심장발작 증상은 때에 따라 달라요. 턱, 목, 목구멍, 허리, 어깨, 가슴, 팔, 횡격막, 복부 등에서 별의 별 증상이 다 나타날 수 있죠." - 나: "끔찍하군요." - 간호사: "그건 단지 정보일 뿐이에요. 그러니 무서워하지 말고 그냥 기억해 두는 게 좋아요." - 나: "남자와 여자가 다른 이유는 뭐죠?" - 간호사: "확실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 물론 이론(理論)은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여성은 남성에 비해 동맥이 좁다거나, 미세혈관계 기능이 원활하지 않다거나, 심장박동이 빠르다거나, 수축한 심장이 이완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다거나... 그러나 설사 그 원인이 해명된다고 해도, 여성의 심장발작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왜냐고? 그건 바로 심장발작의 남녀별 차이(gender bias) 때문이다.
놀랍게도, 최근까지 여성의 심장발작은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의료계에는 '여성은 심장발작을 겪지 않는다'는 잘못된 믿음이 만연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심장협회(AHA)가 1950년대에 현명한 식단(Prudent Diet)을 소개했을 때, 그 팸플릿의 제목은 「남성의 심장이 가야 할 길」이었다.
지금껏 의학자들은 죄다 남성만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검사에서 똑같은 비정상 수치가 나오더라도, 의사들은 남성을 더 적극적으로 치료했다. 남성과 똑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여성들은 - 어이없게도 - 정신신경계 질환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많았다. 1996년에 의사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3가 '심장발작의 증상과 경계징후에는 남녀별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미국 의학원(IOM: Institute of Medicine)이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하여, 의학 전반에 걸친 남녀별 차이를 확인하고 개혁을 촉구할 때까지, 의료계는 명확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늘날에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심장관련 연구에 참여하는 여성의 비율은 24%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며칠 전 미 국립보건원(NIH)은 "임상시험에 여성을 더 많이 참여시키는 연구자들에게 1억 10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을까.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매년 50만 명의 여성들이 심장질환에 걸리며, 그녀들은 시급한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여성의 심장발작 증상은 목, 어깨, 허리, 복부 등에 통증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문제는 '여성의 요통이 단순 통증인지 심장발작의 경계징후인지 알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요통은 미국 여성들의 고질적인 증상이다.)
내 주치의의 조언은 이렇다: "신중을 기하라. 모든 통증을 시시콜콜히 보고할 필요는 없다. 단, 평소에 겪던 통증이 아니라면,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확인을 해라."
나는 발키리를 닮은 간호사의 말을 기억한다: "정보가 풍부한 것은 좋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심장발작 증상은 십자수 도안에 새겨진 X자나 +자 표시와 같다." 십자수 도안에는 무수한 X자나 +자 표시가 있지만, 그것은 내 침대 옆 벽에, 얌전히 안전하게 걸려 있다.
※ 출처: 뉴욕타임즈(http://www.nytimes.com/2014/09/28/opinion/sunday/womens-atypical-heart-attacks.html)
【참고】 FACTS: 심혈관질환(CVD):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첫 번째 요인
심장질환, 뇌졸중, 기타 CVD는 미국 여성의 사망을 초래하는 첫 번째 요인으로, 매년 40만 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다. 쉽게 말해서, 1분당 한 명의 여성이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하는 셈이다. CVD로 인한 사망자 수는 (2~4위를 차지한) 3가지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거의 비슷하다. 2010년, 30명의 여성 사망자 중 한 명이 유방암으로 사망했지만, CVD로 사망한 여성은 세 명 중 한 명꼴이다. 불행하게도, 절은 여성들의 심장질환 예방 실적은 후퇴하고 있다. 1997~2002년에 35~44세 여성의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실제로 증가했다. 45세 이상의 여성들이 첫 번째 심장발작에서 생존할 확률은 74%로, 같은 연령대의 남성들(81%)보다 낮다. 여성의 경우, 심장질환은 남성보다 더 무서운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다. 심장질환으로 갑자기 사망한 여성 중 약 2/3는 과거에 증상을 겪은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CVD는 대체로 예방 가능하다. 한 연구에 의하면, 여성이 식이요법, 운동, 금연을 실천할 경우, 심장발작의 83%를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여성들과 의사들이 'CVD는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는 첫 번째 요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고 있어, 예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CVD의 성차(gender differences)
연구자들에 의하면, CVD의 예방, 진단, 치료에 있어서 성차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은 심장발작의 증상이 다르며, 여성은 심장약에 대해 남성과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① 남성과 여성에게 공히 가장 흔한 심장발작의 경계징후는 흉통(chest pain)이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흉통을 호소하는 빈도가 낮은 데다 다른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오진과 치료지연을 초래하곤 한다. ② 여성은 남성보다 늦은 나이에 CVD를 경험하는 경향이 있어, 예후가 불량한 경우가 많다. ③ 여성 흡연자들은 남성 흡연자들보다 이른 나이에 심장발작으로 사망한다. 여성 흡연자들은 심장돌연사(sudden cardiac death)로 사망할 가능성이 비흡연 여성의 2배다. ④ 급성 관동맥증후군(acute coronary syndrome)에 걸린 여성은 - 연령차를 보정하더라도 - 사망, 심장발작, 뇌졸중, 재입원 등의 부정적 결과를 경험할 확률이 남성보다 높다. ⑤ 선행연구와 임상시험에서는 여성 참가자 수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아, 그 결과를 여성에게 일반화할 수 없다. 임상시험 참가자의 34%가 여성이며, 시험결과를 성별로 구분하여 보고한 것은 그중 31%에 불과하여, 특정 치료법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결론을 도출할 수 없었다. ⑥ 연구자들에 의하면, 심장약에 대한 반응에서도 성차가 발견됐다고 한다. 심지어 남성에게 유익한 약물이 여성에게는 해로울 수 있다고 한다. 예컨대 심부전 치료에 사용되는 디곡신(digoxin)은 여성의 사망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출처: 미국 심장협회 (http://www.heart.org/idc/groups/heart-public/@wcm/@adv/documents/downloadable/ucm_462778.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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