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2017-02-07. 조아현 기자
추운 날씨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경로당에 침입해 쌀과 김치를 훔쳐 먹은 30대 남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새 일자리를 얻고 자립하게 됐다.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담당 형사로부터 밥값 3만원을 건네받은 이 남성은 한 달 뒤 다시 찾아와 자신이 땀 흘려 번 돈으로 되갚으면서 가슴 따뜻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7일 경찰에 따르면 A씨(36)는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10시 35분께 부산 사하구에 있는 한 경로당에 몰래 들어가 쌀로 밥을 짓고 김치를 꺼내 훔쳐 먹은 혐의로 입건됐다.
그는 부산교도소에서 절도사건으로 복역을 하고 나와 찜질방을 전전했으나, 곧 생활비가 다 떨어지자 거리를 배회했다. 마땅히 지낼 곳이 없어 배회하던 A씨는 마침 경로당 부근을 지나다 부엌 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A씨는 약 한달 동안 같은 방법으로 13차례에 걸쳐 경로당에 들어가 전기장판을 켜놓은 채 몸을 녹이고 쌀로 밥을 지어 냉장고 안에 있던 김치를 꺼내 함께 퍼먹었다.
A씨는 밥을 먹은 이후에 항상 설거지와 경로당 청소를 해놓고 다음날 새벽에 나갔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어렸을 적 부모님을 여의고 친척도 없이 지내다 남아있는 친형마저 3년 전 질병으로 인해 세상을 떠나면서 혈혈단신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로는 제대로 된 교육조차 받지 못했는데, 한글을 정확히 쓰거나 읽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는 경찰에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어깨부위를 다쳐 힘든 일을 잘 하지 못했다”면서 “다시는 남의 물건을 훔치기 싫었는데, 너무 춥고 배가 고파 쌀과 김치를 꺼내 먹었다”고 진술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박영도 경위는 A씨가 경찰서를 나서면 또다시 거처할 곳이 없어 부득이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밥값으로 3만원을 건넸다.
또 A씨를 데리고 사하구 하단동에 있는 부산법무보호복지공단에 찾아가 숙식과 일자리를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약 한 달이 흐른 지난 1월 12일께 A씨는 근무 중이던 박 경위를 다시 찾아왔다.
그는 “청과물시장에서 일자리를 얻어 하루 5만원을 받고 일하게 됐다”며 자신에게 밥값을 건네주었던 박 경위의 손에 3만원을 다시 쥐어 주었다.
담당 형사였던 박 경위는 기분이 좋아 연신 박수를 치며 A씨의 자립에 축하를 보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경로당에서는 쌀과 김치 말고는 다른 피해가 없다며 A씨에 대한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또 A씨가 벌금에 보탤 수 있도록 십시일반으로 조금씩 돈을 걷어 모금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