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494)... 蔘鷄湯 파티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계삼탕(鷄蔘湯) 삼계탕(蔘鷄湯)
최근 중국 난징(南京)에 본사를 둔 건강식품 업체인 중마이(中脈)그룹 임직원 4000명이 지난 5월 6일 오후 6시 30분경 서울 반포한강시민공원 달빛광장에서 우리나라 삼계탕(蔘鷄湯, Ginseng Chicken Soup)으로 저녁 식사를 하였다. 또한 추가로 한국을 방문하는 4000명이 오늘(5월 10일) 축구장 3개 면적인 2만㎡ 달빛광장에서 테이블 400개에 10명씩 앉아 삼계탕, 캔맥주, 홍삼드링크 등으로 삼계탕 파티를 갖는다.
중마이 그룹 임직원들은 5월 6일 저녁 식사를 마친 후 송중기(1985년生)ㆍ송혜교(1982년生)가 주연한 드라마 태후(태양의 후예)의 OST(드라마음악) 콘서트를 즐기고 밤 10시쯤 호텔로 흩어졌다. ‘태양의 후예’ 드라마에서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가 여자친구 강모연 외과의사(송혜교 분)에게 기력보강(氣力補强)을 위해 끓여줬던 삼계탕을 중마이 그룹 임직원들은 서울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육계(肉鷄)협회가 중국 수출을 앞둔 삼계탕을 홍보하기 위해 무료로 제공한 것을 맛있게 먹었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삼계탕 수출을 요청한 것은 지난 2006년이므로 10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되는 셈이다. 즉, 한ㆍ중 양국이 지난달 검역절차 등 제반 쟁점사항에 합의했기 때문에 오는 6월부터 삼계탕이 중국에 수출될 전망이다. 이에 중국이 조만간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최대 삼계탕 수입국으로 떠오를 것이며, 삼계탕이 음식한류(K-Food)의 선봉에 서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한 식품회사는 동남아시아에 진출하여 삼계탕 전문음식점을 운영하고 또한 수출도 많이 하고 있다.
삼계탕은 조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레토르트(retort) 형태로 포장하여 판매하고 있다. 레토르트는 고온살균(高溫殺菌)시 사용하는 고압 살균 솥을 의미하며, 레토르트 식품은 금속용기를 사용하는 통조림과 달리 내열성 플라스틱 필름 단독 혹은 금속박을 여러 층으로 접착하여 만든 재료로 봉지를 만들어 식품을 넣은 후 밀봉하여 살균한 제품이므로 상온에서 1년 이상 저장 유통이 가능하다. 단점은 플라스틱 파우치로 되어 있어 유통 중 예리한 물건으로 파손될 수 있다.
중국인들은 닭고기를 좋아하고 보양식(補陽食)을 즐겨먹기 때문에 인삼, 찹쌀, 밤, 대추, 감초 등 건강에 좋은 식재료가 듬뿍 들어간 삼계탕을 좋아한다. 따라서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유커, 遊客)의 필수 방문코스가 삼계탕집이다. 지난해 한 설문조사에서도 방한한 유커의 음식점 검색 순위 1위가 삼계탕 전문점이었으며, 지난해 한ㆍ중ㆍ일 3국 정상회담에 참석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삼계탕을 극찬했다고 한다.
‘태양의 후예’가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 방영되면서 유시진의 매력이 아시아를 사로잡아 ‘아시아 프린스’로 등극했다. 특히 중국에서는 송중기를 부르는 신조어 ‘취안민 라오궁(全民老公; 국민남편)’이 탄생하기도 했다. 송중기는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하였으므로 데뷔 9년 차의 배우다. ‘태후’는 비현실적인 부분이 많았으나, 송중기와 송혜교의 멜로 연기는 아름다웠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중국의 노동절 연휴(4월 30일-5월 2일)가 포함된 4월 30일부터 5월 5일까지 6일 동안 한국을 찾은 중화권(중국ㆍ대만ㆍ홍콩) 입국자 수는 14만7000여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 관광객(遊客) 수는 일본 최대 연휴인 ‘골든위크’(4월 29일-5월 8일)를 한국에서 보내려고 입국한 일본인(4만3000명)의 3.5배에 달했다.
서울시의 ‘2015 서울시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중국인 관광객 1인당 지출액은 331만원으로 2011년보다 70만원이 늘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일본 관광객 지출액은 1인당 190만원에서 107만원으로 오히려 80만원이 줄었다. 금번 중마이(中脈)그룹의 한국 단체관광으로 직간접적으로 발생하는 경제 효과는 495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중국 유커들이 한국을 재방문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부자(富者)음식으로 여겼던 삼계탕이 대중화된 것은 1970년대 양계(養鷄)산업과 인삼(人蔘)농사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이 무렵에 일본, 동남아 등에 삼계탕이 수출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 일본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TV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로 음식한류가 본격화되면서 삼계탕이 명성을 떨쳤다. 미식가로 알려진 일본 소설가 겸 영화감독 무라카미 류(村上龍)는 자신의 소설에서 삼계탕을 한국의 최고 요리라고 칭찬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여름철 복날에 즐겨 먹었던 음식 중 대표적인 것은 개(犬)를 잡아 통째로 삶아 파를 넣고 푹 끊인 ‘개장국’이다. 복날에 개장국을 먹고 땀을 흘리면 더위를 잊게 하고, 영양을 보충하여 병을 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편 개장국 대신에 ‘계삼탕(鷄蔘湯)’을 즐겨 먹기도 했으며, 이것이 오늘날의 삼계탕(蔘鷄湯)이다.
즉, 우리 선조들은 여름철 더위가 오면 보신(補身)을 위하여 알 낳기 전의 어린 암탉인 연계(軟鷄, 생후 6개월까지의 닭) 뱃속에 찹쌀, 밤, 대추, 마늘 등을 넣고 푹 끓여 먹는 것이 연계백숙(軟鷄白熟)이며, 연계백숙에 인삼을 더하면 계삼탕(鷄蔘湯)이 된다. ‘서울잡학사전’에 계삼탕이 삼계탕(蔘鷄湯)이 된 이유를 인삼이 대중화되고 외국인들이 인삼의 가치를 인정하게 되자, 삼(蔘)을 위로 놓아 명칭을 다시 붙인 것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삼계탕을 끓일 때는 한 사람이 먹기에 알맞은 크기인 400g을 넘지 않는 어린 닭인 약계(藥鷄), 약(藥)병아리를 사용한다. 닭의 배를 조금만 갈라 내장을 빼내고 안에다 불린 찹쌀과 인삼(수삼), 대추, 마늘 등을 넣고 실로 묶고 물에 넣어 서서히 끓인다. 삼계탕은 먼저 젓가락으로 배를 반 갈라 살코기를 발라 먹고 배 속의 찰밥을 풀어 국물과 함께 떠먹는다. 한의학에서 찹쌀을 더운 성질의 곡류로 분류하므로 삼계탕에 찹쌀을 넣어야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삼계탕 맛의 비결은 재료도 중요하지만 뚝배기에 뜨겁게 끓여 내는 것이다.
조선말기 문신 학자인 개화파 김윤식(金允植, 1835-1922)의 저서 ‘속음청사(續陰晴史)’에 닭에 인삼을 넣고 푹 고은 삼계고(蔘鷄膏)란 이름이 등장한다. 1910년 ‘조선요리제법’에는 닭국이란 이름으로, 1924년 발간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계탕(鷄湯)이라고 적었다.
19세기 말에 쓰여 진 ‘시의전서’에는 연계탕 조리방법을 좋은 연계를 백숙하여 건져서 뼈를 다 바르고 살은 뜯어 육개장 하듯 한다고 기록돼 있다. 연계탕은 육개장과 마찬가지로 개장국(狗醬)이 식성에 맞지 않는 사람을 위하여 복날의 대체식품이며, 또한 연계탕은 개장국보다 더 여유가 있는 집안의 여름철 시식이다.
한의학에서는 땀을 흘린다는 자체를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으로 본다. 이때 빠져나간 기운을 살리기 위해 뜨거운 보양식인 삼계탕을 챙겨 먹는다. 즉 자연에 열기가 많고 몸도 더워서 땀이 날 때 뜨거운 기운을 가진 삼계탕을 먹으면 더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열로써 열을 다스린다는 동양의학 사상인 이열치열(以熱治熱)에 의거한 것이다.
삼계탕의 주재료인 닭고기는 성질이 따뜻한 식품이며, 인삼(人蔘) 역시 열이 많은 약재이므로 이들을 함께 넣고 끓여 먹으면 몸을 보호해주는 음식이 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황색의 암탉은 성평(性平)하고 소갈(消渴)을 다스리며, 오장을 보익하고 정(精)을 보할 뿐만 아니라 양기를 돕고 소장을 따뜻하게 한다.”, “인삼은 성온(性溫)하고 오장의 부족을 주치하며 정신과 혼백을 안정시키고 허손(虛損)을 보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육축(六畜) 중의 하나인 닭을 귀물로 여겨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는다”는 말이 있다. 육축이란 집에서 기르는 대표적인 여섯 가지 가축으로 소ㆍ말ㆍ양ㆍ돼지ㆍ개ㆍ닭을 말한다. 닭고기는 섬유질이 가늘고 연한 것이 특징이며, 쇠고기처럼 지방이 근육 속에 섞여있지 않기 때문에 맛이 담백하고 소화흡수가 잘되는 산성식품이다.
닭고기는 쇠고기ㆍ돼지고기ㆍ개고기 보다 단백가(蛋白價)와 아미노산가(價)가 높다. 메티오닌을 비롯한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으며, 소화흡수율이 높은 우수식품이다. 생후 백일 전후는 수탉이 고기 맛이 좋으나, 성장하면 암탉의 고기 맛이 더 좋다. 닭고기는 육류 중에서 조직이 연하고, 자극성이 적어 노인이나 어린이, 그리고 환자를 위한 식품으로 적당하다.
서양에서는 닭고기를 치킨(chicken)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알을 낳기 전의 병아리를 뜻한다. 어린 닭은 껍질이 연하고 맛이 좋다. 닭고기는 육식을 즐기는 서양인들이 많이 소비하고 있으며, 이는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을수록 담백한 맛을 찾기 때문이다. 닭고기만큼 요리법이 다양한 육류는 드물다. 예를 들면, 삶은 닭고기를 차게 식힌 다음 마요네즈 소스를 듬뿍 친 채소 샐러드에 곁들여 먹는 것이 콜드 치킨이다. 이것은 닭고기를 실처럼 찢어서 샐러드에 이용하기도 하는 한국식 닭고기 냉채와 유사하다.
닭은 기원전 3천 년경부터 가금(家禽)으로 길들여지기 시작하였으며, 한때 신(神)으로 까지 취급되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닭은 이집트와 페르시아를 거쳐 기원전 500년경에 그리스에 전파되었다. 로마인들이 처음으로 닭의 품종개량을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의 건국신화(建國神話)에 닭이 나온다. 신라의 계림신화를 살펴보면, 옛날 우리나라는 닭을 신성시하여, 서계(瑞鷄)로 여겼다. 우리나라 토종닭은 서양닭 보다 영리하고 시간을 정확히 맞추기 때문에 시간을 알리는 보신용(報晨用)으로 사용되었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약용에는 조선닭이 좋아 중국인들이 조선에 가서 닭을 구해 온다”고 기록되어 있다.
인삼(人蔘)은 오가과(五加科)에 속하는 다년초(多年草)이다. 인삼을 조제에 따라 밭에서 채취한 생것을 수삼(水蔘, Fresh ginseng), 수삼의 잔뿌리와 껍질을 벗겨서 말린 것을 백삼(白蔘, White ginseng)이라 한다. 홍삼(紅蔘, Red ginseng)은 6년근 수삼을 엄선하여 껍질 채 증기로 쪄서 건조시킨 담황갈색 또는 담적갈색을 띠는 인삼이다. 삼계탕에 넣는 인삼은 수삼을 사용한다.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는 인삼의 약효로 오장을 보하며, 정신을 안정시키고, 오래 복용하면 몸을 가볍게 하여 수명이 길어진다 등으로 기술되어 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인삼의 약효에는 항암(抗癌), 궤양, 심부전, 스트레스, 피로, 우울증, 고혈압, 동맥경화증, 빈혈증, 당뇨병 등에 유효하다. 인삼의 신비한 약효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다. 약용과 건강식품으로 가장 우수한 인삼은 우리나라 고려인삼(高麗人蔘)이다.
삼계탕은 예로부터 땀을 많이 흘리는 무더운 여름철 보양식으로 먹었으나, 요즘은 계절 상관없이 즐겨 먹는 별미 음식이 되었다. 조상 대대로 전해 오는 전통(傳統)삼계탕부터 맛에 다양한 변화를 준 해물삼계탕, 누룽지삼계탕, 들깨삼계탕, 감자삼계탕, 된장삼계탕 등 퓨전 삼계탕까지 다양한 삼계탕을 맛 볼 수 있다. ‘된장삼계탕’은 된장을 푼 국물에 삼계탕을 끓이면 된장이 닭의 잡냄새를 잡아주고 구수하면서 감칠맛이 뛰어난 요리가 된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494). 2016.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