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골 시낭송 예술단과 함께 하는 <한국문인협회부천지부 시인들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시낭송 행사가 2018년 9월14일 6시(금) 소사 어울마당 지하1층 생활문화센터에서 진행되었다.
부천은 2017년 10월 유네스코 문학창의 도시로 지정되었다. 창의도시는 문화를 근간으로 시민의 참여를 통한 도시의 발전과 시민의 삶 개선을 추구하고자 하여 주목받았다.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도시 에든버러, 아라비안나이트의 도시 바그다드, 그 외 더블린, 프라하와 같은 세계 유수의 문학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지 1년여가 지났다. 시인이 있어서 영혼을 일깨우고 문화를 아름답게 꽃피우는 중심 지주로서 멘탈을 지탱하는 역할을 다할 수 있다.
문학도시 부천의 근간을 다져주는 <부천문인협회>의 시인들의 시를 낭송한 <복사골 시낭송 예술단>이 함께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태극기를 흔들며 문인과 문학의 의미를 일깨워준 난초 향기같은 행사였다. 전체를 4부로 나누어 시낭송가 정나래와 복사골 예술단 단장 이현주 낭송가가 진행하였다.
1부- ‘까마귀와 나의 인생여정’
<소주>를 쓴 이봉영 시인은 현직 소방서장으로 일산소방서에 근무하고 있다. 이 시를 발표하고 소주회사에서 소주를 선물 받았는데 이날 싱어송라이터인 이수정 가수가 곡을 붙여 기타연주와 함께 맑은 방울 굴러가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이수정 싱어송라이터 가수가 '소주'를 부르고 있다.
소주
<이봉영>
나 너 기다릴 때 설레던 것처럼
너 나 만날 때 수줍던 것처럼
너 나 탐낼 때 흥분했던 것처럼
나 너 원할 때 냉정했던 것처럼
나 너 맞을 때 신중했던 것처럼
너 나 느낄 때 뜨거웠던 것처럼
너는 나의 존재의 이유가 되고,
나는 너의 삶의 의미가 되리!
(부적절한 관계의 우리, 그래도 물은 언제나 제자리에 뿌렸다, 처음처럼)
두 번째로 낭송한 <술과 친구와 까마귀와 나>를 쓴 박희주 시인은 현재 부천문인협회 회장으로 시인이며 소설가다. 시낭송 행사 중에 해프닝으로 불려나와 ‘두만강 푸른물에 노젓는 뱃사공 흘러간 그 옛날의 내님을 싣고~' 구성진 노래로 흥을 돋구기도 했다.
퍼포먼스 중간에 박희주 작가가 노래하고 있다.
“소설가가 소설을 쓰고 책을 출간해서 독자가 읽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처럼 시도 시인이 시를 쓰고 독자가 읽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고 의미 있는 시낭송 축사를 하였다. 박희주 작가의 문학을 향한 열정은 활활 타오르는 숯불처럼 언제나 뜨겁다. 현정희 낭송가는 까마귀를 연상하게 하는 검정생 드레스를 입고 감정을 몰입하여 시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켰고 비장한 시의 결을 물씬하게 느낄 수 있는 감동의 시간을 선사했다.
현정희 시 낭송가가 '술과 친구와 까마귀와 나'를 진지하게 낭송하고 있다.
술과 친구와 까마귀와 나
<박희주>
굴욕과 증오와 절망이란 단어들이
차라리 사치스러웠다
늦어도 한참 늦었으니
태양도 폭풍우도 의미가 사라져
까마귀도 떠나가고
실존의 부패가 전개되는 그 자리에
하얀 뼈다귀와 휑한 해골
그나마도 바람에 부서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중략~~
<무렵이라는 말>을 쓴 조경숙 시인은 시적인 섬세한 표정이 살아있는 시인이다. 로맨틱한 감성이 묻어오는 여류의 시심이 물들어있어 곳곳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소녀의 울림을 주는 시는 낭송하는 분위기에도 관객들에게도 설레임을 전해주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박병기 낭송가가 '무렵이란 말'을 소녀같은 표정으로 낭송하고 있다.
무렵이라는 말
<조경숙>
어슴푸레한 말
철들 무렵, 동틀 무렵, 해질 무렵
굳이 무엇으로 완성되었다는
그런 단단한 언어가 아니다
아침 점심 저녁 사이
살짝 새참거리 같은
잠깐의 쓸쓸한 마음 같은
한 그루 나무가 서있는 풍경
그 어딘가의 언저리 같은
해를 바라보며 노을을 바라보며
누군가를 허기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암시 같은
중략~~
<인동꽃 속으로>는 부천문인협회의 부지부장이며 뼛속까지 시인인 김성배 시인의 시다. 생활이 곧 문학이 된 낭만의 시인이기도 하다. 해양문학상 금상, 등대문학상 우수상, 거제 문학상 대상 등 큼직한 문학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시를 암기하여 어휘 하나하나를 소중히 살려가며 하는 <인동꽃속으로> 낭송은 시의 향기를 물씬 풍기게 했다.
이홍우 낭송가의 '인동꽃 속으로' - 시의 향기가 물씬했다.
인동꽃 속으로
<김성배>
반쯤 핀 꽃과
아직 피지 않은 꽃 사이,
다 핀 꽃과
일찍 저버린 꽃 사이
그녀의 지지 않은 눈빛이 놓여있다
그 눈빛이 남긴 한마디 말이
혹시라도 질까 봐
오늘도 하루해 다 가도록 지켜보고 있다
반지하 단칸셋방,
폐렴에 취한 신혼의 꿈같은
붉은 인동꽃의 목숨을 마중하고 배웅하는 게
이 한 철 내가 할 일인가
인동꽃 오고 가는 행간 속에서
너무 빨리 저버린 그녀를
일생동안 배웅만 할 뿐이다.
2부- 내마음의 풍금소리
열어놓은 창문밖으로 풍금소리를 들으며 타임머신을 타고 ‘하나, 둘, 셋’을 외치며 시간여행을 떠나듯이 2부를 시작했다.
시 퍼포먼스와 함께 '산바람 강바람' 노래를 부르고 있다.
<풍금소리>를 쓴 정무현 시인은 부천문인협회 사무국장으로 유네스코 문학창의 도시로 지정된 중요한 시기에 부천문협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 벌써 여러 편의 시에 곡을 붙여 시노래를 제작하여 발표하였다. 시인의 맑은 시심이 시의 향기이다. 성의를 듬뿍 담은 깊이 있는 시낭송은 <풍금소리>에서 울려오는 아련한 유년의 정서를 일깨우며 시와 시인의 격을 느끼게 하였다.
정성을 듬뿍 담은 시낭송은 문학의 향기와 즐거움이 가득했다.
풍금소리
<정무현>
멀리서 바람을 타고 오는
풍금소리는 교정의 웃음이었다.
태양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머물기도 했고
구름은 검은 보자기를 펴고서 바쁘게 지나갔다.
온통 교정이 적막으로 잠길 때에는
기어이 참지 못하고 세찬 물세례를 퍼부었다.
풍금소리는 시인을 만들고,
음악가를 만들고, 건축가를 만들고,
마침내 도시의 꿈을 만들었다.
초등학교 5학년 음악교과서에 실린 동요 "새싹" 저자이며 가곡 35곡, 동요 73곡과 제54회, 57회 4.19혁명 기념식 행사곡 "그 날"과 제60회 현충일 추념식 추모곡 "영웅의 노래"를 작사하기도 한 김명숙 시인의 시 <가지를 익히며>는 생활속의 소재를 시로 재치있게 표현한 감각이 돋보였는데 성숙한 여인의 감성을 담은 부드러운 낭송으로 시를 더욱 푸근하게 느낄 수 있었다.
송순례, 한옥례 낭송가가 '가지를 익히며'를 낭송하고 있다.
가지를 익히며
<김명숙>
가지를 삶으려고 가운데를 잘랐다
갈라진 가지 속,
꼬부라지고 쇠진 가지의 까만 씨가 빼곡하다
수돗물로 떨어내려 해도 잘 떨어지질 않는다
가지 살 속에 꽉꽉 박혀 떼어지지 않는 씨를 보며
내가 살아 온 길을 들여다본다
살아오는 동안
알게 모르게 저질렀던 내 잘못도
누구에겐가 저렇게 까만 씨 한 점으로 박혔으리.
중략~~
소설 ‘별들의 고향’을 쓴 천재작가 고 최인호는 사랑은 문학의 영원한 주제라고 하였다. 밤새 고뇌하면서 사랑을 주제로 다룰 수 있는 시인은 아름다운 사람이다. <인연>을 쓴 안선희 시인은 여류의 감성을 시로 꽃피웠다. 합송으로 낭송한 남성 여성의 목소리와 음악과 시가 화음을 이룬 가을 저녁은 그 자체로도 벌써 예술이었다.
오경복, 한옥례 낭송가가 '인연'을 아름답게 합송 하고 있다.
인연
<안선희>
짧은 만남으로 내 곁에 머물렀기에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몰랐습니다
이 작은 세상 어디서든
다시 만날 인연인 줄 알았어요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고
언제부턴가
당신이 생각나면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중략~~
좋은 사람
당신이 또다시
나를 울게 합니다
3부- 가을에는 편지를 써요
‘이맘때만 되면 연애하고 싶어진다’ 하늘이 높고 단풍이 물들어가는 시월을 이렇게 한마디로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박미현 시인은 들꽃 수목원처럼 풋풋한 시심이 가득 꽃피어 있는 시인이다. 가을을 가득 담아 낭송한 <시월>의 시간은 맑은 울림으로 가득했다.
최승희 낭송가가 '시월'을 낭송하고 있다.
시월
<박미현>
이맘때가 되면 연애하고 싶어진다누구라도 연인이 되어 사랑하고 싶어진다
떠난 사람도 곁에 있는 사람도모두 불러내어 연애하고 싶어진다
상처도 사랑이 되고미움도 사랑이 되어서로를 끌어안고 싶어진다
중략~~
부천시는 전국의 문인들의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문학의 르네상스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부천문협 전임 회장인 고경숙 시인은 재임하는 동안 많은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현재 부천예총 부회장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지정에 누구보다도 공로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자랑스러운 부천의 시인 고경숙의 시를 이흥우, 김옥화의 합송으로 입체감을 주어 대화를 하듯이 낭송하며 ‘그대 마음속 2번 출구’를 강조하여 돋보였다.
이홍우 김옥화 낭송가가 합송하고 있다.
그대 마음속 2번 출구
<고경숙>
어디냐고 묻는 내 질문에
전화속 그댄 말하네
그대 마음속 2번 출구
2월의 바람이 허황한 그곳엔
눈발이 희끗희끗 날리고
도시를 떠돌다 온 사람들이
무수히 밟고 지나간 계단
마른 기침을 하며 내가 서성이던 곳
우주로 가는 열차를 타러
별빛 쓸리는 자리
중략~~
문학을 향해 열정을 불태우는 박희주 시인의 시는 글을 아끼는 문인의 정서에 잠시 넋을 잃고 문학에 취하게 했다. 정나래 낭송가가 <월화수목금토일>을 열정을 담아 낭송하여 모두에게 감동의 큰 울림을 주었다.
정나래 낭송가가 '월화수목금토일'을 낭송하고 있다.
월화수목금토일
<박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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