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겠다'는 기존 세입자 약속을 믿고 집주인이 아파트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가 '더 살겠다'며 세입자가 말을 바꾼 상황과 관련해 대법원은 "기존 집주인은 처음 약속한 대로 임대차 계약을 끝낼 의무를 가진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전세 세입자의 변심에 따른 책임을 집주인에게 지운 판례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아파트 매수인 A씨가 매도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판결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21년 1월 B씨가 소유한 인천의 한 아파트를 11억원에 사는 계약을 체결했다. 부동산 인도일 및 잔금 지급일은 2021년 4월까지로 하고 아파트를 넘겨받는 명도일은 2021년 12월6일까지로 정했다. 이를 계약서에 특약으로도 명시했다.
문제의 발단은 같은해 10월까지 거주하기로 한 세입자 C씨가 마음을 바꿔 '2년 더 거주하겠다'고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잔금 1억9000만원 지급을 거절하고 B씨는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계약 해제를 통보하며 소송으로 불이 번졌다.
하급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거주할 수 있는 상태로 아파트를 인도하는 것이 'B씨의 의무'라며 A씨 손을 들어줬다. 잔금 미지급을 계약 해제 사유로 볼 수 없고 A씨가 잔금을 지급하고 B씨에게는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B씨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세입자의 갱신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고 A씨가 실거주 가능한 상태로 아파트를 넘길 의무까지는 없다고 봤다.
판결은 대법원에서 또 뒤집혔다. 대법은 집주인 B씨에게 임대차 계약을 종료시킬 의무가 있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가 잔금을 주지 않은 건 정당한 행동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은 2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갱신 요구권을 행사하면서 아파트 인도 계약 이행이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며 "A씨의 입장에선 잔금을 주지 않을 정당한 이유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의 잔금지급 의무이행 거절이 정당한 것은 아닌지 그 결과 A씨의 계약해제권 행사에 문제는 없는지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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