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하디 – 테스
《테스》와 토마스 하디의 문학적 배경을 알려면 《테스》가 발표되었던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시대는 사가(史家)들의 말처럼 ‘증기(蒸氣)와 위선적 언사(言辭)의 시대’라고 일컬어질 만큼 혼돈의 상태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것은 바꾸어 말하자면 당시 두 줄기의 주조(主潮)를 이루던 민주적 경향과 과학정신으로 조성된 물질문명의 번영 속에서 이른바 속물근성과 체면주의가 팽배해 있던 시대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윤리관 내지 도덕관은 편협해지기 마련이어서 문학작품 속에 묘사되는 연애는 육체를 가지지 않는 남녀간의 사랑이어야 했다. 육체적 애무나 갈등, 그런데서 비롯되는 성적 묘사는 아예 근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한편 진리를 존중하는 과학정신이 기존 종교면에 작용함으로써 재래의 전통적 신앙에 대한 깊은 회의와 새로운 신앙의식에의 모색으로 당대의 지식인들은 고민 속에서 우왕좌왕하던 시대이기도 했다. 그러한 시대 배경 속에서 하디는 과감히 《테스》를 독자의 머릿속에 집어던졌다.
남자에게 정조를 빼앗기고 그 남자를 죽일뿐만 아니라 성직자들을 규탄하는 듯한 내용의 《테스》가 발표되자 문단을 비롯해서 사회는 크나큰 충격의 회오리 속에 말려들었다.
《테스》가 발표되었던 당시, 엔젤과 같은 과거를 가진 남편들로부터, 그리고 테스와 같은 과거를 지닌 아내들로부터 하디에게 많은 편지가 날아들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당시의 충격파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어느 공작부인은 자기의 친구들에게 “테스를 지지하느냐? 않느냐?”라는 질문을 던지고, 지지하는 파와 비난하는 파를 구분 짓고, 자신은 지지하는 파와 어울렸다고도 한다.
하디는 인간에 대하여 성실하려고 노력하였고, 자기가 체험해온 일체를 성실하게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그러한 작가적 노력은 마침내 당시 어느 작가도 쓸 수 없었던 《테스》와 같은 작품을 용감하게 쓸 수 있었던 것이다.
테스는 야만적 인간의 표본처럼 보이는 알렉에게 유혹되어 첫정조를 빼앗긴 데다가, 단두대에 서기 전의 며칠 동안 또 한 사람의 남자 엔젤과 몰아적 사랑을 즐긴 간부(姦婦)인 동시에 알렉을 살해한 살인자인데도 불구하고, 하디는 이런 소재를 대담하게 작품의 제재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테스를 여주인공으로 삼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그녀를 가리켜 ‘순결의 여인’이라 일컬었다.
이러한 ‘순결의 여인’의 ‘순결’의 개념은 당시의 영국 사회에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우리는 이러한 하디의 문학적 태도 속에 그의 여성 옹호에 대한 집요한 노력과 새로운 정조관을 엿볼 수 있다. 즉 육체적 순결성보다 정신적 순결성을 우위에 세우려는 하디의 일련의 목적의식은 “육체의 정조만이 아니라 정신적 정조도 존재한다”는 슈바이처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테스》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타임》지의 비평자는 《테스》를 하디의 최고 작품이라고 말하는 동시에 “인습적 관념을 다루는 데 대담하고, 애틋한 비애감이 서린 동시 지극히 감동적인 비극감을 자아냈다”고 말했다. 또한 시인 윌리엄 와트슨은 “테스를 읽으면 인간의 지적(知的) 내지 정서적인 경험의 폭이 넓어진다”고 했으며, 웨스터민스터의 평자는 “조지 엘리엇이 별세한 뒤 영국이 낳은 최고의 작품”이라 찬사를 하였다. 한마디로 《테스》야말로 비극의 아름다움이 모여 만든 감동 깊은 정편 대서사시임에는 틀림없다.
(이종구)
토마스 하디(Thomas Hardy, 1840~1928)
영국 도싯 주 어퍼보캠프턴에서 태어났다. 한때 건축가의 꿈을 키웠으나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하여 다수의 시와 소설 작품을 썼다. 페시미즘에 가까운 인생관 위에 능란한 필법으로 매력있는 독자적 우울미를 창조했으며, 19세기 영국 사회의 인습과 편협한 종교인의 태도를 과감하게 공격하고, 남녀 간의 사랑을 성적 측면에서도 대담하게 폭로했다. 그 때문에 당시의 도덕가들에게 맹렬한 비난을 받자 《미천한 사람 주드(Jude the Obscure)》를 끝으로 장편소설 집필을 단념하기도 했지만, 장편 대서사시극 《패왕(The Dynasts)》을 발표하는 등 그의 창작 활동은 그칠 줄 몰랐다. 1910년 메리크 훈장을 받았으며, 만년은 영국 문단의 원로로서 자타가 공인하는 존재가 되었다.
대표작으로 《테스》를 비롯해, 《귀향(The Retum of the Native)》, 《케스터브리지의 시장(The Mayou of Casterbridge)》 등이 있다.
첫댓글 정선생님!
요즘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에서 2,30년을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을 쓴다면 어떻게 쓸까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테스를 쉽게 풀이하셨네요. 좋은 자료입니다.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