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있는 곳을
나는 아네.
그러게 이래 정신없이
몸 흔드는 게 아닌가
- 강은교, ‘낙동강의 바람’ 중에서
K兄,
폭염에 강녕하신가요?
오늘은 옛 생각이 나 옛 어투로 편지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바람’이라는 노래가 옛 생각을 불러 일으켰지요.
‘가난하게 사랑받고만 싶어
깊은 마음에 기뻐하게
가난하게 사랑을 받고만 싶어
나는’
가난하다는 것은 넘치는 마음보다 부족한 현실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가난함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부족한 현실’을 풍성하게 채웁니다.
兄도 아시겠지만 현실적인 필요를 채워준다는 뜻은 당연히 아니겠지요.
가난함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은
현실의 어려움을 잊게 할 뿐 아니라,
나아가 그 어려움을 뛰어넘어
온 몸에 사무치는 현실의 각박함조차
감싸안으며 마치 그것이 사소한 일인양 마음을 돌보게 됩니다.
물론 세상에 살고 있는 모두가
그렇게 하지는 못합니다.
그들은 현실을 발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는 ‘깊은 사랑’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내게도, 그들에게도 선택의 기회가 있었지만,
나도 그들도, K兄이 했듯이 사랑을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아직껏 ‘깊은 사랑’의 의미를
몸으로 알지 못하는 저는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서히 연락이 끊겼습니다.
나는 兄을 이해하지 못했고,
兄은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이해시키려 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 보니,
내가 ‘사랑에 목이 말라’ 있음을 알겠습니다.
항상 더 큰 만족을 요구하는 현실을 이고서,
‘놓여버린 말들에만 무게를 두고’
살아왔다는 자각이 들곤 합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온 몸을 감싸고도는 갈증은
아마 그래서일지도 모릅니다.
‘아픈 말 다 잊을 땐 날 찾아와’
가사는 이렇게 끝맺습니다.
K兄,
내가 언젠가 형을
다시 찾아갈 날이 있을까요?
나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형을 생각하고,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놓여버린 아픈 말’들을
다 떠나보낼 수 있지 않을까
이유없는 확신이 생기곤 합니다.
편안하십시오,
곧 뵐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2024. 8.
최유리님, ‘바람’을 들으며
'까만 물고기'가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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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을래 슬퍼지지 않게
더는 아픈 말 없게 나 이제
사랑한단 맘으로만 가득하게
난 한 치 앞을 봐 우리는 왜 대체
놓여버린 아픔에만 무게를 두려는지
나와는 다른 마음일런지
가난하게 사랑받고만 싶어
깊은 마음에 기뻐하게
가난하게 사랑을 받고만 싶어
나는
난 한 치 앞을 봐 이미 우리는 다
놓여버린 말들에만 무게를 두었기에
아쉬움만 보인 거지
가난하게 사랑받고만 싶어
깊은 마음에 기뻐하게
가난하게 사랑을 받고만 싶어
이게 따분해질 일인가요
내가 그래 너를 바라다볼 때
난 사랑에 목이 말라 있어
아픈 말 다 잊을 땐 날 찾아와
- 바람 -
첫댓글 필력이 엄청나셔서 저도 모르게 몰입해서 읽게 되어요,, 좋은 글 잘 보고 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