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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설날과 묵은세배
새해를 맞이하여 설날에 웃어른께 드리는 세배는 다들 알고 있지만 묵은세배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묵은 세배는 설날 하루 전날인 섣달 그믐날에 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그해를 잘 보낸 것에 대해서 웃어른들께 감사의 인사(절)를 드리는 것이다.
설날 하루전날을 50대 이하의 사람들은 대부분 까치설날로 알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까치설날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인쇄업자들이 연하장에다가 까치를 그려 넣어서 사람의 설날과 까치의 설날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반달, 따오기 등을 작곡한 동요작곡의 선구자 윤극영 선생님이 지은 설날이란 동요에는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라는 가사가 나온다. 여기서 “까치 까치 설날은”이라고 표현한 것은 음률을 맞추기 위해서 한 것인데 이 가사를 듣는 사람들은 까치라는 말이 나오니까 설 전날은 까치들의 설날이고, 설날은 우리들의(사람)의 설날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까치설날의 유래는 의복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다수설이다. 알록달록한 색상의 색동저고리를 까치옷이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옛날의 설빔이 알록달록한 색동옷이 대부분이라는 데서 연유한다고 할 수 있다. 요즘에 일부사람들이 알록달록한 색동 한복을 깨끼라고 하는데 이 깨끼라는 말도 까치라는 말이 변해서 된 것이다. 설 전날에는 설빔을 미리 입어보고, 자랑도 하였는데 예쁜 까치옷을 입는 날이라는 의미에서 까치설날이라고 하였다. 서양식 표현으로는 설이브날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릴 때에는 설날 보다 까치설날이 더 들뜨고 행복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부모님이 새로 사준 검정고무신을 신어보고 때때옷을 처음 입어보는 날이기에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날이었다. 설날에 먹는 쌀밥과 고깃국은 당일 하루의 행복에 그치지만 설빔과 신발은 최소 한 달은 행복하게 해주었기에 까치설날이 설날 보다 훨씬 행복했었다.
요즘이야 신발이나 옷이 너무 흔해서 사고 싶으면 언제든지 살 수 있는 물건이지만, 1970년대 만해도 대부분의 농어촌에서 옷은 특별한 날에나 겨우 사서 입을 수 있었기에 어린아이들에게 설날이 주는 의미는 정말 특별했었다. 전년에 흉년이라도 들면 새해 설날에는 장리쌀을 얻어서 겨우 쌀밥으로 제사상 차리기에 급급했던 부모님들이기에 자식들의 때때옷이나 신발을 사준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정을 모르는 어린 자식들의 마음은 그 해의 설날이 그저 악몽으로 기억되었고, 나 또한 몇날 며칠을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던 기억이 난다.
설을 지낸 후에 음식이며 과자는 주로 다락방에 두고 조금씩 꺼내서 온 가족이 먹었는데 그게 너무 먹고 싶어서 어느 날은 다락방에 몰래 올라갔다가 어머니에게 들켜서 야단맞았던 기억도 새삼 떠오른다.
이제 며칠 후면 수천 년 내려 온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이다. 올해는 섣달 그믐날이 없어서 스무아흐렛날이 섣달그믐인 셈이다. 비록 예전 같은 설렘은 없더라도 모처럼 일가친척이 함께하는 날이니 만큼 즐겁고 기쁜 날이 되시기 바랍니다. 건강한 설 행복한 설 사랑이 넘치는 그런 설이 모두모두 되시기 바랍니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1월22일)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1월23일)이래요
2012년 1월 17일 청너울 지선환의 넋두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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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정보~~
코뿔소님 감사합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 되십시오.
좋은글에 감사드려요
고맙습니다 ^^*
예전에는 동요을 참 많이도 불렀는데 스쳐가네요
머물러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 되십시오....
옛생각이 납니다.
산골에서 보냈던 설은 어린 마음을 설레게했고 서로들 새뱃돈을 보여가며 행복에 젖어 있었는데
지금의 설은 어찌보면 차라리 있느니만 못하단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
수현님 찾아주심에 감사합니다.
]옛 추억이 생각나시지요
저역시 고향이 요즘말로 깡촌이었지요.
솜 바지 저고리 입고 이웃 어른들께 세배 다니던 생각...그립답니다.
지금은 세배 받는 처지...인생 무상입니다.
철부지님 감사합니다 옛추억 다락방
전남에서는 벽장이라하지요 벽장에서 꺼내먹었지요
울 고향 충남 당진에서도 다랃을 벽장이라고 했지요.
잘 못 관리하면 쥐 밥이 되기도 했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