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AI(인공지능)개발에 필수 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인 HBM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통제한다고 합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에 따르면 이번 수출통제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적용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수출 통제를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반도체의 종주국인 미국이 민주주의를 강제로 배달당하기 싫으면 중국에 반도체 부품을 팔지 말라고 이야기한 것이죠.
아무리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날고 긴다고 하더라도, 결국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원천 기술에 크게 의존합니다.
이에 현재 HBM시장을 사실상 점령하고 있는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역시 수출통제에 적용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실적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경우 HBM 전량을 미국에 공급하고 있으며, 미국 내 수요가 미친듯이 폭발하고 있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 역시 생산량에 비해 미국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당장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미국 상무부가 첨단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제조 장비(SME) 24종과 소프트웨어 도구 3종에 대한 신규 수출 통제한 것은 꽤나 뼈아픈 일입니다.
그리고 상무부는 또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특정 반도체 장비와 관련 부품에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 만드는 일부 반도체 장비와 부품의 중국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미국 상무부가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수출통제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해당 국가 기업이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수출할 때 상무부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도록 예외절차를 마련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요 반도체 장비 수출국인 일본과 네덜란드를 포함한 총 33개 국가가 해당되지만, 한국은 명단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도 주요 반도체 장비 수출국인데... 왜 우리한테만 억까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 때문에 다른 국가의 기업들에 비해 국내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경쟁할 때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