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고마워 진짜 고마워
로고스서원의 희망의 인문학 이야기 136
일시 : 2020년 7월 17일
장소 : 예람센터
1.
오늘은 센터장님이 삼계탕을 먹으로 가자하신다. 화명동 근처에 수십년 동안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맛집에 가서 먹었다. 센터장님 왈, “아이들은 밥 먹을 때만 이뻐요.” 그렇다. 참 잘 먹는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도 어찌 그리 이쁜지. 잘 먹어주어서 고맙다.
2.
아이들이 책을 못 읽고 글을 못 썼단다.
이럴 때는 동화책 읽어주기!
오사다 히로시의 <첫번째 질문>을 들고 갔다.
3.
한 페이지 당 한 두 질문이 있는데 그걸 읽고 어느 것은 가볍게 넘어가고, 어느 것은 좀 더 대화를 나누었다.
4.
내게 좋은 하루란 어떤 하루인가, 라는 질문과 ‘고마워’라고 말한 적이 있는가라는 두 질문에 대한 자기 생각을 공책에 써도록 했다.
한 녀석이 이렇게 썼다.
“하루 동안 안 울기. 가족보기”
아이고, 이 녀석 사연이 많구나.
그래서 물었다. 가족 중 누구 보고 싶어?
친아빠요.
흠, 친아빠라.... 그냥 아빠라고 해야 하는데 친아빠라?
물어도 되니? 왜 ‘친’아빠라고 했어?
벌써 울상이다. 지금까지 2번 본 기억이 있단다.
왜?
7살 때 돌아가셨어요.
울지도 못하고, 그냥 ‘그래, 그랬구나’라고 힘겹게 리액션하고 넘어간다.
나중에 센터장님 통해 들으니 기가 막힌 사연이다. 아이고 아이고 이를 어쩌냐.
5.
‘신소’가 센터 아이들 모두의 이름을 부르며 고마워라고 말한다.
좋다, 이거다 싶어
다시 공책에 내가 고맙다고 말하고픈 사람 5명에게 ‘신소’처럼 써보라고 했다.
시시껄렁한 것들, 가슴 아픈 것들, 웃긴 것들 투성이다. 착한 것들.
1) 엄마, 나를 끝까지 옆에 있어주고 버리지 않아서 고맙습니다.
2) 아빠, 철 없고 자기 멋대로인 딸 때문에 너무 미안했어. 내가 그 상처를 아물게 할 순 없지만 쉼터에서 철들고 나가서는 꼭 어디에 가서라도 자랑할 수 있는 멋진 딸이 될게.
6.
아이들이 많이 늘었다. 코로나 사태가 한참일 때는 2명, 3명이었는데, 지금은 11명이다. 와우, 라고 해야 하나, 아이고라고 해야 하나.
서로 복닥거리다보면 불편해 질 수 있겠다 싶어서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운 것을 쓰라고 해더니 진지하게 쓴다.
그러면서 두 녀석은 훌쩍 거린다. 감성 쩌는 녀석들.
7.
내 몸은 삼계탕으로 든든하고,
내 맘은 너희들로 인해 고마움이 넘쳐나고. 고마워 고마워 진짜 고마워
담 주에는 영화 보러 가자. GO GO!
첫댓글 감사감사합니다! 그림책으로도 소통하시는군요!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변화되는 모습들이 감사합니다!
문득 한편으로 저렇게 아이들은 성장했는데 성장하지 못한 부모가 다시 상처를 주지 않을까 노파심이 드네요! ;;;;;
네, 대개는 아이들이 책을 읽고 글을 쓴 것으로 대화와 토론을 하고요. 이렇게 아이들이 글을 못 쓴 날은 그림책을 들고 가서 읽어주고 그 자리에서 글을 쓰게 하고, 그것으로 대화를 나눕니다. 감사합니다
귀하신 목사님!
어찌면 가족에게서도 온전한 사랑
못받았을 것 같은 아이들을
따듯하게 돌봐주시는 걸 느껴요~^^
희한하게도 이 아이들을 만나면 제 마음이 편하고 짠하고 애틋해지네요. 감사합니다. 권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