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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계획에 따라 '연화사 → 연엽골재 → 연엽산 → 새목현(임도 진행) → 사곡현(강원대약학대 팻말) 능선 진입 → 구절산 → 암봉 → 방울고개 → 좌측 하산 → 행운캠핑장 → 생태공원길 → 자연환경연구공원 주차장'의 12km 구간을 6시간 30분 동안 달릴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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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엽산(蓮曄山)
높이: 850m
위치: 강원 춘천 동산 봉명리, 홍천 북방 북방리
대룡산(大龍山 899.3m)을 모산으로 한다. 춘천에서 홍천으로 나가는 국도를 따라 첫 번째 고개인 원창고개를 막 넘어서면 버스정류장인 원창교 앞이다. 여기서 약 5km 더 간 곳에 있다. 연릉이 길고 골이 깊은 규모가 큰 산으로 정상에서 서쪽으로 펼쳐지는 계곡은 암벽과 수림이 조화를 이루어 비경을 이루고 있다. 70~80년대에는 동산면 원창리 쉰동골에서 오르내리는 코스가 많이 이용됐다. 그러나 80년대 이후로는 이 일대가 강원대학 연습림으로 묶이면서 일반인 출입을 엄격하게 금지해 오고 있다. 그래서 산 남서쪽 구절산 들목인 봉명리에서 오르내리는 코스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
북방리는 북방면 소재지인 상화계리에서 북쪽 성동천 최상류에 있는 마을이다. 상화계리에서 성동천을 거슬러 버스 종점인 사랑말까지는 약 16km다. 사랑말 못미처 약 2km 거리에 이르면 서쪽으로 움푹 패어든 연엽골이 보인다. 골 사이로 보이는 뾰족한 봉우리가 연엽산이다. 연엽골 입구 극락교를 건너 약 300m 들어가면 두 눈이 확 뜨이는 풍광이 펼쳐진다.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대불과 마주치기 때문이다. 건물로 치면 10층 높이는 됨직한 이 대불이 있는 절은 연화사다. 대불을 지나 왼쪽으로 철다리를 건너 오른쪽 계류 쪽으로 다가가면 계곡 길로 이어진다.
계곡 안으로 발길을 옮겨 3~4분 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계류를 건너면서 길은 급사면으로 이어진다. 급사면으로 불과 1분 오르면 임도로 올라선다. 임도에서 왼쪽 계곡 방면으로 4~5분 가면 임도는 왼쪽 계류를 건너 ∩자형으로 굽돌아 이어진다. 계류를 건너자마자 오른쪽 계곡 안으로 들어서면 다시 연엽골 계곡 길이 이어진다. 마을 주민들만 은밀하게 다니는 곳 이어서 천혜의 자연미가 그대로 살아있다. 계곡물은 그냥 식수로 마셔도 될 정도로 깨끗하다. 맑고 청정하기 이를 데 없는 계류를 거슬러 10분 들어가면 쓰러져 길을 막고 있는 아름드리 고목을 지나 5분 거리에서 높이 2m의 작은 폭포를 지나 2~3분 더 들어가면 합수점 휴식 장소에 닿는다.
합수점 오른쪽 길은 연엽산 북릉 730m봉으로 가는 길이고, 왼쪽 길은 남릉 새목현으로 가는 길이다. 왼쪽 계곡으로 들어가 약 18분가량 올라가면 두 아름이나 되는 쓰러진 고목을 타고 넘는다. 이후 갑자기 길 흔적이 사라졌다가 왼쪽으로 계류를 건너 숲속을 뚫고 들어가면 흐릿한 길이 나타난다. 흐릿한 길로 25분가량 올라가면 벌목지대로 들어선다. 벌목 지대는 올려다보이는 남릉까지 이어진다. 가파른 벌목 지대 사이로 흐릿하게 이어지는 산길로 20분가량 올라가면 수백 평 공터로 변한 새목재에 닿는다. 새목재를 뒤로하고 남릉을 따라 30분가량 오르면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삼거리에 닿는다.
산불 감시초소를 지나 3분 거리에 이르면 삼각점(내평 316)이 있는 정상이다. 정상에서 조망은 막힘이 없다. 북서쪽으로는 면내골 건너 수리봉 오른쪽 V자로 패인 새골고개 너머로 봉의산이 솟은 춘천 시내가 조망된다. 북으로는 응봉 위로 녹두봉과 대룡산이 하늘금을 이룬다. 북동으로는 성동천 협곡 건너로 가리산, 동으로는 응봉산과 아미산이 시야에 와닿는다. 남동으로는 새모현과 구절산이 멀리 공작산과 함께 보인다. 남서쪽으로는 금학산과 쇠뿔봉 뒤로 멀리 용문산이 가물거린다. 서쪽으로는 금병산 줄기 뒤로 북한강과 삼악산 봉화산 검봉 등이 너울거린다.
하산은 다시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삼거리로 나온 후 북릉을 탄다. 북릉 초입 내리막은 경사가 70도여서 매우 조심해야 한다. 약 100m 길이로 이어진 급경사를 내려서면 이후로는 완만해진다. 이 능선길로 약 1시간 거리에 이르면 730봉 삼거리에 닿는다. 계속 북릉을 타고 7~8분 거리인 응봉을 지나 20분 거리인 박달재에 이른 다음, 동쪽 계곡을 거쳐 버스 종점인 사랑말로 나오면 된다. 북릉 730m 봉에서 동릉을 타고 35분 거리인 690m 봉에 이른 다음, 남쪽 지능선을 타고 연엽골로 내려가도 된다. 지능선으로 35분 내려서면 새목현 갈림길이 있는 합수점에 이르고, 이어 연엽골 계류를 따라 30분 나오면 연화사에 닿는다.
• 연화사 입구→극락교→연화사→합수점→새목재→정상→북릉→730봉→응봉→박달재→사랑말 종점(9km, 약 3시간 30분)
※ 주의 사항: 연엽산 산행 때 최소 7일 이전 관리사무소와 협의를 해야 함. 전화 :033-261-6861 - K.San
구절산(九節山)
높이: 750.2m
위치: 강원 춘천 동산 봉명리
강원대학교 연습림 지역으로 일반인의 절대 출입 금지구역이다. 기록상으로만 글을 올린다. 산행 들머리는 강원대학교 산림과학대학 연습림 봉명관리소다. 관리소 정문 조금 못 미친 마지막 농가 옆으로 무덤이 있고, 무덤 뒤로 능선길이 뚜렷이 이어진다. 약 30분을 오르면 산림 도로와 만나게 되고 길 건너 다시 등산로를 이으면 왼쪽으로 연엽산이 등긋이 떠오르는 능선길이다. 30분쯤 오르면 길을 가로막는 암벽을 만나게 되나 왼쪽으로 도는 길이 있다. 산행 시작, 한 시간 남짓이면 정상이다. 삼각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약 1m의 금속 팻말에 '구절산 760m'라고 새겨져 있다. 대부분 이곳에서 되돌아서지만 구절산의 참모습은 동남쪽의 절벽 지대이니 아홉 폭 병풍 지대를 반드시 다녀오도록 한다.
정상으로 되돌아와서 올라온 길로 조금 내려가 북쪽 능선을 따른다. 멀리 보이는 연엽산 정상을 기준으로 해발 약 200m를 내려가면 30분 만에 임도를 만나고, 우측으로 조금 더 가서 '강원대학 약학대학 약초원'이라는 팻말 건너편이나, 조금 더 올라간 지점에서 계곡 길을 내려가면 잣나무 조림지와 봉명계곡, 수도사를 지나 관리사무소까지 약 1시간 걸린다. 내친김에 연엽산 산행을 원하는 이는 임도 따라 계속 가서 첫 삼거리에서 왼쪽 길을 따르고, 다시 더 올라간 삼거리에서는 오른쪽 임도를 따른다. 임도가 끝난 지점에서 연엽산 정상까지는 20분 남짓 걸린다. 연엽산 정상에 서면 주변 조망이 일품이다. - K.San
2024년 12월 두 번째 목요일인 12일에는 대기업 안내 산악회 목요 오지팀이 진행하는 춘천과 홍천의 연엽산과 구절산 연계 산행에 함께 하기로 했다. 공식 발표 4,440개의 산이 있는 한반도 남쪽이라, 동명이산이 많은데, 연엽산, 구절산 또한 그렇다. 고로 익숙한 이름의 산이나, 춘천과 홍천에 있는 두 산은 초면이다. 정확하게는 안내산악회의 산행 계획을 보고 알게 된 산이다. 해서 여기저기 뒤적이며 산에 관해 알아봤으나, 찾지 못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과거 아주 드물게 정보를 얻었던 K.San에서 두 산의 소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소개라기보다는 코스 설명이라는 게 더 합당하지만! K.San은 진작에 알고 있었고, 가끔 정보도 얻고 있었으나, 편리성에서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한국의 산하'만 못해, 한동안 찾지 않아, 기억에서 지워진 사이트다. 그러다 이번에 다시 발견해, 반갑기 그지없었다. 해서 편리성이나, 정보의 질이 더 뛰어난 다른 사이트를 발견하기 전까지 주 자료원이 될 예정이다. 그 K.San의 두 산 소개에서 특히 관심을 끈 건 암릉과 기암절벽에 관한 부분으로 만사를 제치고 산행을 신청했다.
와중에 홍천의 산은 대중교통 반경 안이라, 대중교통으로도 갈 수 있는지도 찾아봤다. 그리고 홍천 현지 버스 시간만 잘 맞추면, 갈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 구체적인 계획까지 세웠다. 이후 산악회와 함께할지, 갈만한 산이 없을 때를 위해 뒤로 미뤄야 할지 고민하다, 암릉 부분에 관한 언급이 많은 게 아무래도 혼자 가는 건 위험해 보여, 산악회와 함께 하기로 했다. 그런데 소개에서 계속 언급하고 있는 '일반인 출입 금지구역'이고, 두 산 모두 '산림청 2024년 가을철 등산로 통제구간'에 해당하는데, 정상적으로 산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지 전문 안내산악회와 2023년 5월 다녀와[산행기], 2024년 11년 21일 목요방 정선 고양산행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그 산행이 위의 산방 통제에 걸려, 결국 고양산을 포기하고, 그 옆의 반륜산에 오른 전과가 있는데, 이번 연엽산행도 그렇게 되지 않을지 약간 걱정되기도 한다. 그 덕에 목요방 12월 26일 진행하는 반륜산행에 애초 계획에는 없던, B 코스 고양산행이 추가됐다. 혹시 그래서 Plan B로 2025년 1월 23일 횡성 병무산을 급조한 건가? 어쨌든 그 이유로 연엽산이 아니라, 근처의 다른 산에 가게 된다면, 이 두 산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산방이 끝나는 5월 다녀올 생각이다.
처음 홍천의 연엽산과 구절산 연계 산행이 일정 게시판에 공지됐을 때만 해도, 신청자가 몰려, 대기자도 있었는데, 출발 사흘 전인 월요일 현재는 많은 사람이 취소해 28인승 버스에 다섯 자리가 비었다. 비나 눈 소식은 없으니, 날씨 때문은 아닌 듯하고, 혹시 시절이 하 수상해 취소한 건가? 어쨌든 연엽산과 가까운 팔봉산의 기상청 산악날씨에 따르면, 종일 맑고 기온은 2℃~5℃ 사이, 바람은 1㎧~2㎧의 약하게 불어, 0℃~4℃ 체감 온도라 약간 추울 거라는 예보다. 해서 거기에 맞춰 산행 준비를 한다. 다만, 보온병이 없어, 뜨거운 물을 준비하지 못하는 게 약간 걸리기는 하나, 어쩔 수 없다. 물론 체력 유지를 위해 사당역표 김밥을 준비하고, 산행 후 인솔 대장이 선정한 식당에서 하산주를 반주로 늦은 점심을 먹을 예정이다.
2 – 1
평소 목요일 산행 일과 같이 기상해, 아지트로 나와 의식을 치르며, 밤새 변화가 있는지 확인했다. 출발 하루 전 갑자기 신청자가 늘기 시작하더니, 28인승 버스에 최종 한자리만 빈, 어제저녁과 달라진 건 없다. 와중에 선두 조 산꾼 선배가 갑자기 일이 생겼는지, 하루 전 취소해, 내가 그 자리로 옮겼다. 그리고 산행 일인 오늘 연엽산 기상청 ‘일일예보’에 의하면, 산행 시간 내내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기온은 -2℃~5℃ 사이, 1㎧~2㎧의 약한 바람이라, 체감온도는 -2℃~4℃ 사이, 레이더 영상을 확인한바 산행 중 갑자기 눈이나 비를 만날 일은 없을 듯하다. 그리고 초미세먼지는 '보통', 미세먼지는 '좋음'이라 전망대가 있다면 조망은 기대할 만하다. 이후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먹고, 늘 그렇듯이 5시 45분경 준비해 둔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 구산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5시 58분 열차를 타고 사당으로 가다, 갑자기 배낭에 슬리퍼, 스패츠 등이 든 보조 가방을 넣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산에 눈이 없으니, 스패츠야 없어도 될 듯한데, 슬리퍼가 없으면 이동 중 꽤 불편한데, 왜 그걸 생각 못 했을까?
5시 43분경 사당역에 도착해, 김밥 한 줄 사 바람막이 주머니에 넣고, 화장실에 들러 일을 본 후, 1번 출구로 나가 공영주차장으로 갔다. 그리고 주차장 오른쪽 사각지대에 있는 산악회 버스 주차 구역으로 가자, 처음 눈에 띈 두 대는 연엽산행이 아니라, 그 두 대 뒤에 대기 중인 다른 두 대를 살펴봤다. 왼쪽이 연엽산행이다. 그 버스로 가, 배낭을 멘 채 차에 타, 친숙한 산꾼들과 인사를 나누며 자리로 가던 중, 왼쪽 귀에 꽂혀 있던 블루투스 이어폰이 빠져나갔다. 해서 급하게 주변을 찾아봤는데, 없다. 다만,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못 들었으니, 두껍게 껴입은 옷 속에 있을 확률이 높아 바닥에서 찾는 걸 포기하고, 자리로 갔다. 그리고 선반에 배낭을 놓으려고 보니, 스피커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내 자리 위가 아니라, 하나 앞자리 위 선반에 배낭을 놓고, 바람막이, 패딩 등에서 이어폰을 찾아봤으나, 역시 없어 찾기를 포기했다. 이후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아 계속 책을 읽었다. 물론 슬리퍼가 없으니, 등산화를 벗는 호사는 누리지 못했다. 이후 사당에서 탈 예정인 모든 승객이 도착해, 예정보다 2분 이른 6시 58분경 주차장을 떠난, 버스는 양재와 복정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웠다. 그런데, 복정에서 탄 인솔 대장이 어떻게 된 건지, 승객을 한 명 더 추가해, 졸지에 만석을 채웠다.
목적지인 홍천 연화사를 향해 달린 버스는 8시 15분 가평휴게소로 들어가, 아침을 먹겠다는 승객을 위해 25분의 휴식 시간을 주었다.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한다. 인적이 드문, 즉 길을 찾기 쉽지 않은 산이라, 절대 혼자 행동하는 일 없이, 서넛이 뭉쳐서 다니라고 신신당부다. 그리고 선두의 뒤를 따라가고, 위험 구간에서 사용하기 위해 슬링을 가져왔으니, 통과할 자신이 없으면, 후미에서 따라오는 자신을 기다리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있으려니, 인솔 대장이 과장하는 게 아니라면, 생각보다 위험한 산이라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혼자 산행을 시도했다면, 큰 낭패를 볼 뻔했다. 그나마 선두 조가 서로의 지식을 공유했기에 길을 찾을 수 있었던 산행이다. 그렇게 대장의 설명이 끝나고 다시 취침 상태로 들어가, 잠을 청해 자고 있는데, 앞자리에 앉은 산꾼으로 참여한 친한 인솔 대장이 다 왔다고 깨워서 기상했다. 이후 등산화 끈을 조이고, 선반에서 배낭을 내려, 산행에 필요 없는 걸 꺼내 자리에 두는 거로 산행 준비를 마치고, 조금 지난 예정보다 30분 이른 9시 20분경 산악회 버스가 연화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2 – 2
배낭을 둘러메고 버스에서 내려, 등산 앱의 '기록 시작'을 누른 후 이 지역의 날씨를 확인했다. 이후 연화사의 일주문을 기록으로 남고, 두 등산 앱의 지도로 현 위치의 고도도 확인했다. 232.3m~257m로 생각보다 낮다. 이번 산행 최고봉인 연엽산의 높이가 850m니, 고도차는 593m~617.7로 꽤 차이가 난다. 이후 아무도 없는 버스에 타, 귀에서 빠져 바닥에 떨어진 블루투스 이어폰을 찾아봤으나, 어디에도 없다.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못 들었으니, 두껍게 껴입은 옷 속을 있을 거로 생각해, 찾아봤으나 역시 없었다. 그나마 이건 한 3년 사용했으니, 오래 썼다! 이어폰 찾는 건 포기하고 버스에서 다시 내려, 포장도로를 따라 저만큼 앞서가는 선두의 뒤를 따라, 산행을 시작해, 3분가량 가자, 앞에 황금색으로 빛나는 부처가 보이기 시작한다. 동양 최대라는 아미타 대불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한글로 '큰 법당'이라 쓴 현판이 걸린 건물이 있다. 과거 산행 중 연화사와 같이 한문이 아니라, 한글로 쓴 현판이 걸린 절을 어디서 본 듯한 데, 기억이 안 난다. 해서 이 글을 쓰며 과거 산행기를 찾아봤다. 수락산에 있는 ‘석림사’로, 일주문까지 '수락산 석림사'라고 쓴 한글 현판이 걸려있다[산행기].
대불과 법당을 기록으로 남기고 작은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자, 저 앞에 '용왕단'이라는 작은 인공 굴이 보인다. 이름으로 봐서, 연화사의 감로수가 있는 곳이라, 당연히, 그 안으로 들어갔다. 예상대로다! 바닥에서 솟아나는 감로수 맛을 보고 돌아 나오다, 용왕에게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용왕단에서 나와 100여 미터를 가자, 등산로 갈림길이다. 선두가 바닥에 방향 지시를 깐 등산로는 오른쪽 계곡을 따라가고 왼쪽 임도는 요사채로 향하는 듯했다. 선두의 방향 지시에 따라, 왼쪽으로 들어서 다시 100여 미터를 가자, 원래 명단에 없이 복정에서 탄 여성과 선배 산꾼 둘이 가던 길을 멈추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들을 추월하는 순간 그 여성은 걸음을 돌려, 주차장 방향으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등산로 상태와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는 사방댐을 건너는 일행을 보고, 겁을 먹은 듯했다. 그런데, 징검다리를 건너듯 건너야 하는 사방댐의 간격이 넓고 와중에 그 위에는 눈까지 쌓여 있어, 내가 봐도 위험해 보였다. 해서 건너지 못하고 망설이는 일행도 있어, 선두 대장이 다른 길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해, 사방댐 아래를 보니, 계곡으로 들어가는 계단이 있다.
그 계단으로 계곡을 건너, 반대편으로 올라간 후 뒤를 돌아보니, 사방댐에서 건너지 못해 병목을 일으켰던, 여성 산꾼이 다른 산꾼의 도움으로 건넌 후라 다들 잘 건너고 있어, 쓸데없는 짓을 한 꼴이 됐다. 와중에 계곡에 빠질 뻔했는데! 어쨌든 계곡을 건너, 우거진 잡목을 뚫고 위로 가자, 생각지도 못한 임도다! 아니, 그럼 애초 임도를 따라왔으면 될 걸 왜 이 고생을 한 거야? 그리고 그 임도로 위로 가자, 저 앞에 다시 사방댐이다. 저것도 건너야 하나, 고민하며 댐에 도착해 보니, 댐 직전에 임도 갈림길이다. 정확하게는 사거리다. 해서 선두 대장은 자료실에서 내려 받은 앞선 산꾼의 트랙을 확인하고, 나는 두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하지만 두 등산 앱 모두 등산로가 없어, 지도상의 연엽산의 위치를 보고, 길을 선택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연엽산과 구절산의 위치를 반대로 착각하고 있어, 좌회전하는 임도를 따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무시당했다. 그래도 오른쪽 임도는 아니라, 계곡으로 난 길로 갔다. 그 길 역시 과거 임도지만. 그렇게 300여 미터를 가며 뒤를 보니, 따라오는 일행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오른쪽 위로 임도를 따라가는 일행이 다시 보인다. 내가 가는 길이 맞다고 해도 혼자 가봐야 의미가 없어, 계곡을 건너, 미끄러운 급경사로, 임도로 올라섰다.
그리고 앞을 보니, 선두가 임도에서 내가 가고 있던 계곡으로 내려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선배 산꾼 몇이 '뭐, 하러 올라왔냐?'라며 놀린다. 해서 허탈하게 웃어주고 다시 계곡으로 내려가며 보니, 조금 전까지 보이지 않던 초면의 두 산꾼이 계곡 길로 올라오는 게 보인다. 와중에 날 따라온 산꾼도 둘이나 있었다는 거다. 어쨌든 그 길을 따라 위로 가, 계곡 합류점에서 능선을 향해 올라갔다. 물론 희미하게 인적이 있기는 하나, 산꾼도 거의 찾지 않는 코스라, 중간중간 인적이 사라진다. 그런데, 경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에, 낙엽까지 쌓여, 아차 하며 미끄러지는 등산로다. 해서 가던 길을 멈추고, 배낭에서 등산지팡이를 꺼내 거기에 의지해 위로 갔다. 와중에 왼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연엽산을 보자, 내가 가자고 했던 길로 갔으면, 왕복하지 않아도 될 산을, 이 길을 택한 선두 대장 덕분에 왕복해야 한다는 것에 짜증이 났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왕복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대략의 거리를 파악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 앱의 지도를 봤다. 그리고 내가 큰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춘천지맥 위에 있는 연엽산의 북이 아니라, 남에 구절산이 있어 연엽산을 왕복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내가 산경표 지도를 캡처해 만든 등산 안내도 대로 가는 중이다. 괜히 고집을 부렸으면 두고두고 놀림감이 될 뻔했다! 어쨌든 낙엽 쌓인 급경사를 오르니, 거의 영하의 기온임에도 땀이 나, 다시 가던 길을 멈추고, 바람막이 안에 입고 있던 패딩을 벗어 배낭에 넣었다. 이후 다시 길을 재촉해, 중간에 길을 막고 있는 바위를 우회하거나, 넘기도 하며 가다, 수시로 앱의 지도로 춘천지맥까지 남은 거리를 확인했다. 지금은 이정표는 고사하고 산악회 리본도 없고, 앱의 지도에도 없는 등산로로 가지만, 지맥에 올라서면, 상황이 바뀔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리고 10시 43분 확인한 지도에 의하면 춘천지맥까지 남은 거리가 50m 정도라 기록을 위해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0시 46분 지맥에 올라섰다. 고로 2분 39초짜리 영상으로 50m 거리가 아니다! 등고선을 이은 지도라, 확실히 정확성은 떨어진다. 어쨌든 지맥을 따라, 앞에 보이는 연엽산으로 향해, 11시 2분 연엽산 바로 아래에 도착했다.
인솔 대장의 말 대로 거의 직벽 수준이나, 기어 올라가면 갈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다들 우회로로 가는 분위기에, 인솔 대장이 단독행동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까지 해, 선두의 뒤를 따라 우회로로 갔다. 와중에 동영상을 촬영하며 직벽보다 더 위험해 보이는 우회로로 오르다, 11시 10분경 가쁜 숨을 고르는 동안, 정상까지 남은 거리를 확인하기 위해 앱의 지도를 확인했다. 두 앱 모두 코 앞이다. 그런데, 그 지점에서 선두는 좌·우로 나뉘어 올라가, 어디로 가야 하나, 아래에서 지켜보다, 모두가 선택한 오른쪽이 아니라, 선두 대장이 간 왼쪽으로 위로 올라, 11시 14분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그런데, 인솔 대장이 코스 설명 때 정상석 있다고 한 게 기억나, 여기저기 둘러보며 그걸 찾았으나, 안 보인다. 해서 정상석은 포기하고, 정상 바위에 올라, 주변을 조망하고 기록으로도 남겼다. 그리고 선두 대장의 도움으로 인증을 남긴 후, 저 멀리 보이는 구절산을 향해 출발하려는 데, 정상석이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며 그곳으로 가는 일행을 따라 다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1시 18분, 자연석과 대리석의 두 정상석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정상석이 있는 곳에 도착해 보니, 다들 자연석 정상석이 있는 곳에서 인증을 남기고 있고, 대리석 정상석에는 한 명의 산꾼만 있을 뿐이라, 먼저 정상석을 기록으로 남긴 후 그와 그걸 배경으로 서로의 인증을 찍어줬다. 이후 둘이 같이 자연석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가, 역시 먼저 정상석만 기록으로 남긴 후, 대리석 정상석 인증과 같이 둘이 서로의 인증을 남겼다. 와중에 대리석 정상석이 있는지 몰랐던 선두 대장이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다, 그걸 발견하고 단체 인증을 찍자고 불러, 재빨리 뛰어가 선두 조 단체 인증도 남겼다. 그리고 산불 감시초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막 도착한 후미와 몇 마디 얘기를 나누고, 구절산을 향해 가려고 보니, 어디에도 인적이 없다. 산세로 봐서는 정상석이 있던 곳에서 왼쪽 아래로 뻗어가는 능선을 타고 가는 게 맞아 보여, 지도도 확인했다. 맞다! 하지만, 선두 대장이 참고하는 앞선 산꾼의 트랙은 그 반대쪽, 즉 산불 감시초소 바로 아래로 있다는 거다. 해서 산불 감시초소 아래로 가, 아무리 찾아봐도 인적이 없는 게, 벌목 과정에서 흔적이 사라진 듯했다. 그럼, 선택은 능선이라, 일단 우회전해 9부 능선으로 100여 미터를 가니, 왼쪽 아래로 인적, 아니, 벌목 장비의 흔적이 있다. 당연히 그걸 따라 좌회전해 내려가, 앞선 산꾼의 트랙과 만났다.
급경사 벌목 지대를 장비의 흔적을 따라 내려가는데, 선두 대장이 쉬었다 가자고 해, 넓적한 바위가 널린 완만한 경사의 평지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각자 준비한 점심을 먹은 후 다시 길을 재촉했으나, 벌목의 흔적도 사라졌다. 해서 선두 조는 대장과 함께 앞선 산꾼의 트랙을 따라가고, 아무리 생각해도 능선을 따라가는 게 맞아 보여 혼자 능선을 따라가다, 산악회 리본도 발견했다. 그리고 헤어진 지 채 2분도 되지 않아, 벌목 장비의 흔적에서 선두 대장 일행과 다시 만났다. 그리고 그 흔적을 따라가, 11시 54분 '연엽산 산악기상 관측 장비'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구절산 직전까지는 임도로 가면 된다. 정확히는 강원대학교 학습림(學習林)의 임도다. 우리가 점심을 먹을 때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정상에 막 도착한 후미에게 강원대 ‘학습림’이니, 빨리 하산하라는 경고 방송을 하는 걸 보면, 감시초소에 CCTV가 있다. 산행 전 우려한 대로 와서는 안 될 산을 달리는 중이다. 하지만, 이왕 들어온 거 빨리 하산하는 건 빨리 구절산에 오르는 거라, 임도로 구절산을 향해 가며, 왼쪽 위로 보이는 능선에 등산로가 있을 듯해 수시로 살폈다.
그러다, 고개를 돌자, 위에서 내려온 얇은 밧줄이 보이고, 그 밧줄을 따라 인적이 있다. 해서 이건 뭐지 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목요 오지팀 최고의 산꾼으로 꼽히는 여성이 지도를 확인하더니, 그 밧줄을 잡고 위로 오른다. 연엽산 정상에서 구절산 방향을 보다, 한 봉우리를 가리키며 ‘연화봉’이라고 했는데, 그 연화봉으로 오르는 길이다. 그런데, 같이 가던 다섯 중 셋이 그의 뒤를 따라, 연화봉을 향해 간다. 사실 가고 싶지는 않았으나, 남는 게 시간이고, 앞서간 여성 산꾼의 말마따나 다시 여기 올 일도 없어, 나도 그 뒤를 따랐다. 그러자, 후미를 위해 바닥에 방향 지시를 깔아야 할 선두 조 선배도 따라온다. 이 지점에서 우리 다섯은 선두에서 떨어져, 날머리까지 함께 했다. 덕분에 하산 중 선두의 흔적을 찾기 위해 고생을 많이 했다. 어쨌든 낙엽 쌓인 급경사를 오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 뒤에서 따라가며 선두 조 선배와 '아니, 이럴 거면 임도로 오는 동안 만난, 능선 시작점에서 오를 거지, 중간에서 시작할 게 뭐냐?'라고 투덜거리며 갔다. 그러다, 연화봉 주 능선에 오른 후 능선이 향하는 방향을 보고, 길목에 배낭을 내려놓고 정상으로 향했다.
이후, 정상을 코앞에 두고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12시 16분 '연화봉 730.8m' 명패가 달린 다섯 그루의 나무가 둘러싸고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그 다섯 개의 명패를 기록으로 남기는 동안, 선두 조 선배가 바닥에 떨어진 명패 하나 더 발견해, 다섯이 아니라, 여섯 개의 명패다. 그 바닥에 떨어진 명패를 들고 인증을 남고, 그걸 나뭇가지에 매단 후, 구절산으로 향했다. 그런데,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 인증을 남기고, 떠난 두 여성 산꾼이 밧줄을 잡고 올라왔던 임도 방향으로 가는 걸 보고, 소리쳐 그 자리에 세우고, 등산지팡이로 능선 방향을 가리켰다. 시작 지점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능선을 타고 가는 게 더 빠르다는 걸 알려준 거다. 당연히 능숙한 산꾼이라 그 의미를 파악하고, 방향을 바꿔 능선을 따라 내려간다. 그런데, 능선을 따라가며 보니, 임도 직전 철책이다. 그럼, 저걸 넘어야 하는데, 등산객을 위해서가 아니라, 강원대 학생의 출입을 위한 문이 있을 거라, 철책에 접근하며 자세히 살펴보니, 예상대로 중간에 문이 있다. 그리고 자물쇠는 없어, 철책 사이로 손을 넣어 문을 열고 임도로 내려갔다. 물론 마지막으로 내려온 산꾼이 문은 원위치했다.
문을 통과해 임도에 도착해 보니, 이정표가 있는 임도 갈림길이다. 만약 우리가 연화봉으로 가지 않고, 그대로 임도를 따라와 직진해 5.3km를 가면, 날머리인 '자연환경연구공원'이다. 그리고 좌회전 방향에는 어떠한 정보도 없다. 문제는 임도를 따라오지 않고, 연화봉에서 내려와, 순간 방향감각을 상실했다. 분명 임도를 따라오며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안 된다는 게 머리에 박혀 있어, 연화봉에서 내려오면 구절산 방향이 직진이라, 공원 방향으로 좌회전해야 하는 걸로 착각했다. 그나마 여성 산꾼이 중심을 잡고 있어, 실수 없이, 직진해 구절산 방향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렇게 임도를 따라 구절산 방향으로 가다, 중간 그룹을 만나 함께 갔다. 그리고 임도 길목에서 '강원대학교 약학대학 약초원' 안내문을 보고, 일행과 ‘아니, 약대도 학습림에 지분이 있나?’ 얘기하고 있는데, 선두 조에서 바닥에 깔고, 나뭇가지에 꽂은 방향 지시가 보인다. 둘 다 임도를 떠나 능선으로 올라가라는 지시다. 그런데, 우리가 보기에 능선으로 올라가 봐야, 반대편에서 다시 임도와 만날 거라 후미를 위해 그 두 지시를 제거하고 임도로 계속 갔다. 그렇게 가다, 갑자기 인솔 대장이 코스 설명 때 ‘약초밭’에 관해 언급한 게 떠올랐다. 분명 거기서 능선으로 올라가라고 한!
큰 실수를 했다. 내가 그게 떠오른 순간, 여성 산꾼도 그런 듯했다. 해서 더 늦기 전에 능선으로 치고 올라갔다. 임도는 내려가고 능선은 구절산을 향해 올라가는 중이라, 임도로 가면 갈수록 치고 올라가야 하는 고도차만 커질 뿐이다. 그나마 일찍 떠오른 게 다행이다. 해서 이제라도 후미를 위해 임도 바닥에 능선으로 올라가라는 방향 지시를 깐 후 가능한 완만한 경사지를 찾아올라, 1시 1분경 능선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능선을 따라 구절산 정상으로 향하다, 전망 바위가 있어 등산로에서 벗어나, 바위로 올라가, 북쪽을 감상하고 기록으로도 남겼다. 그런데, 인솔 대장의 설명대로 구절산은 능선 자체가 암릉으로, 왼쪽은 낭떠러지, 그렇다고 오른쪽도 완만한 건 아니라, 연엽산을 오르는 것보다 더 힘들었으나, 암릉만이 가질 수 있는 전망대가 곳곳이라, 조망은 좋았다. 해서 가쁜 숨을 고르는 동안, 뒤로 돌아 춘천 방향의 경치를 감상하고 기록으로 남기며 갔다. 그리고 정상이 멀지 않아 보이는 곳에서 두 앱의 지도를 확인한 후 동영상을 촬영하며 올라, 1시 18분 돌탑과 삼각점, 정상석이 아니라, 양철 기둥의 정상 표지가 있는 구절산 정상에 도착했다. 와중에 정상 표지의 글은 비바람에 씻겨 알아볼 수 없는 걸 선두 조 선배가 늘 가지고 다니는 매직으로 다시 써 읽을 수 있게 했다.
늘 그렇듯이 정상 표지만 먼저 기록으로 남긴 후 일행의 도움으로 인증도 남겼다. 이후 정상을 떠나 본격적인 하산에 들어갔으나, 인적은 구절의 나머지 암봉으로 향하고 있다. 그런데, 왼쪽은 낭떠러지, 오른쪽 또한 낙엽 쌓인 급경사다. 문제는 낙엽 때문에 바닥이 보이지 않는데, 대부분이 미끄러운 경사진 바위라, 미끄러져 넘어지기를 반복하며 가야 했다. 해서 할 수 있으면 빨리 그 암릉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나, 대장이 5봉에서 하산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정표나 표지가 있는 게 아니라, 어느 게 5봉인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앱의 지도에도 없다! 연엽산에서 춘천지맥과는 헤어져 산악회 리본 구경하기도 힘들다. 우리가 의지할 건 선두 조가 남긴 흔적이라 그걸 찾으며 갔으나, 그 흔적도 사라지기 일쑤다. 와중에 오른쪽은 암벽, 왼쪽은 낭떠러지 구간도 몇 번 통과해야 했는데, 그때마다 간이 콩알만 해지는 공포를 느꼈다. 그렇게 몇 개의 암봉을 넘자, 계곡으로 향하는 낙엽 쌓인 급경사다. 물론 상황은 같다. 그런데, 흔적이 없어, 그저 지도에 의지해 내려가다가, 오른쪽으로 능선이 있는 걸 발견하고 계곡과 능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일행과 얘기하고 있는데, 그 능선에서 앞서 내려간 두 여성 산꾼이 불러, 우회전해 능선으로 향했다.
그런데, 미끄러지지 않도록 양발에 힘을 주고 길을 개척하며 가다가, 오히려 완만한 경사의 능선으로 올라가자,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갑자기 오른발에 쥐가 나, 그 자리에 주저앉아, 고양이를 불러야 했다. 응급조치로 쥐를 잡은 후, 능선에 올라서 조금 가자 두 여성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와 동일한 의문을 제기한다. 즉 분명 10여 명의 선두가 먼저 갔는데, 왜 인적이 없냐는 거다. 뭐 그런 얘기해 봐야 의미 없고, 우리 다섯 중 넷이 후미를 능선으로 인도하는 동안 나는 먼저가 길을 찾기로 했다. 그리고 드문드문 있는 인적을 따라, 무명봉 정상에 도착해 후미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오히려 후미가 선두가 남긴 방향 지시를 발견했다며 우리가 가야 할 왼쪽이 아니라, 오른쪽 계곡 방향으로 내려가며 부른다. 분명 이 봉우리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되는데, 오른쪽 계곡으로 내려가는 게 이상했으나, 일단 선두를 따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은 지금보다 더한 낙엽 쌓인 너덜이라, 진정한 지옥을 맛봤다. 어쨌든 그 지옥을 내려가, 2시 38분경 계곡에 도착했다.
왼쪽으로 흐르는 계곡에는 인적 정도가 아니라, 분명한 등산로가 있어, 그걸 따라갔다. 그리고 저 멀리 가옥이 보이는 지점에서 동영상을 촬영하며 가, 2시 50분 산행 코스에 있는 ‘행운캠핑장’에 도착했다. 즉, 인솔 대장이 계획한 코스대로 내려왔다. 지도로 그걸 확인한 후 캠핑장 한쪽에서 물을 쏟아내고 있는 수도로 가, 옆에 있는 플라스틱 바가지 한가득 물을 받아 그걸 다 마시자, 낙엽 쌓인 지옥의 너덜을 내려온 피로가 좀 풀리는 듯했다. 그리고 다른 일행이 거기서 복장을 재정비하는 동안 선두 조의 선배 산꾼과 200여 미터를 가, 연화봉에서 내려와 만나 임도와 이어진 아스팔트 포장도로와 만났다. 거기서 우회전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날머리로 향해, 3시 8분경 공원에 도착했다. 그리고 그 한편에 서 있는 '국가생태문화탐방로'로 우리의 코스를 검토하다, 다들 불만이, 분명 탐방로 코스에 연엽산이 있는데, 왜 강원대에서 빨리 내려가라고 경고 방송까지 하느냐는 거다. 어쨌든 그것도 기록으로 남기고 주차장으로 향해, 3시 11분경 도착했다.
3
3시 11분 빨간 산악회 버스가 대기 중인 자연환경연구공원 주차장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마감하고, 에어건으로 옷과 등산화에 묻은 먼지를 털어낸 후 버스에 탔다. 이후 내 자리로 가며, 평소 버스 기사가 사물을 두는 선반에, 지난 노목산행 때[산행기] 놓고 갔던 보온병이 있는지 확인했다. 있다! 해서 그걸 내려, 기사에게 고맙다고 인사 후 자리로 갔다. 그리고 의자에 놓고 갔던 여벌의 옷이 든 보조 가방과 보온병을 배낭에 넣고 오전과 같이 선반에 올렸다. 이후 자리에 앉아, 패드의 전원을 올리고 책을 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굳이 배낭을 선반에 둘 이유가 없어, 그걸 내려, 버스 짐칸에 실은 후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며 다시 책을 읽었다. 공식 출발 시간은 4시지만, 인솔 대장이 함께하고 있는 후미가 도착해야 출발하는 거라, 수시로 창밖을 보며 대장이 보이는지 확인했는데, 예상보다 이른 3시 반경 대장이 버스로 오고 있는 게 보였다. 4시 마감을 못 맞출 거로 생각했는데, 의외다. 대장 말 대로 대단한 목요방 산꾼들이다. 이후 뒷정리를 마치고 3시 50분경 ‘자연환경연구공원’ 주차장을 떠나, 하산주와 늦은 점심을 먹기로 한 '홍천사랑말 한우식당'으로 향해 4시 18분 도착했다.
우리는 들머리로 향하는 버스에서 불고기백반을 예약한 후라, 그 식탁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다만, 화장실을 다녀오는 동안, 주당 식탁이 채워져, 나는 인솔 대장, 기사, 산꾼으로 참여한 인솔 대장, 친한 산꾼 등 다섯이 자리를 잡고 앉아, 막걸리 한 병과 소주 다섯 병을 반주로 늦은 점심을 먹었다. 두 인솔 대장이 포함된 식탁에서 이번 산행 인솔 대장이 먼저, 안내산악회 회장이 오지 산행을 한 번 더 하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으나, 힘들어서 못 한다고 거절했다며 말을 꺼냈다. 이후 산꾼으로 참여한 인솔 대장에게 할 생각이 있는지 물었다. 물론 코스는 모두 목요 오지팀 인솔 대장이 설계해 주겠다며. 그걸 듣고 있던 내와 선배 산꾼도 적극 권했으나, 생각해 보겠다며 망설이다, 내게 대장을 하라고 권하는 상황까지 갔다. 하지만, 안내산악회 인솔 대장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어쨌든 산꾼 인솔 대장이 더 고민해 보기로 하고 추가 오지 산행은 얘기는 끝냈다. 이후 기사의 밥값을 내가 내는 거로 고마움을 표하고, 와중에 주인장의 계산 실수로 약간의 촌극도 벌어진 후 식당에서 나와, 5시 10분경 서울로 향해, 7시 1분 양재역에 도착하는 거로 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목요 오지팀 계획대로 '연화사 → 연엽골재 → 연엽산 → 새목현(임도 진행) → 연화봉 → 사곡현(강원대약학대 팻말) 능선 진입 → 구절산 → 암봉 → 방울고개 → 좌측 하산 → 행운캠핑장 → 생태공원길 → 자연환경연구공원 주차장'의 16.00km(산길샘) 오지를 5시간 56분 동안 달렸다. 이동 5시간 11분, 휴식 45분!
인적도 거의 없는 물에 젖은 낙엽 쌓인 급경사를 네발로 기어서 등산! 바짝 마른 쌓인 낙엽 아래 군데군데 숨어 있는, 미끄러운 경사진 바위를 감춘, 인적 없는 급경사에서 넘어지지 않게 두 발에 온 힘 실어 하산! 그래봐야 넘어진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지만. 덕분에 오랜만에 하산 중 오른발에 쥐가 출몰해 고양이를 부르기까지 한 산행이다.
이번 산행으로 여름, 겨울에는 피해야 할 산행 목록에 연엽산~구절산 연계 산행도 들어갔다.
오지를 좋아하는 산꾼이라면, 여름, 겨울을 피한, 늦가을 정도에 한 번은 꼭 방문해야 할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