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생활
알렉산더 포프
소는 젖을 주고, 밭은 빵을 주며
양은 옷을 마련해 준다.
그 나무들은 여름이면 그늘을 드리워주고
겨울이면 땔감이 된다.
축복받은 사람이다. 아무 신경 쓰지 않고
시간도 날짜도 해도 고요히 흘러가서
몸은 건강하고 마음은 평안하여
낮에는 별일 없다.
밤에는 깊은 잠에 학문과 휴식이 있고
즐거운 오락도 있으며
잡념 없이 전적으로 즐기는 일이란
고요히 묵상하는 것
이렇게 살련다. 남몰래 이름도 없이
탄식하는 일 없이 죽고 싶어라.
이 세상을 소문 없이 떠나, 잠든 곳을
알리는 묘비도 없이.
어떤 인생이 좋은 인생일까? 과연 모두가 선망하는 돈과 권력, 명예를 얻어야만 행복한 인생일까? 우리는 자신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언지 스스로에게 미처 물어보지도 않고 세상의 관습적 인생관을 그냥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고 살고있는 것은 아닐까? 그저 몸 건강하고 잠 잘자고 마음이 평화로우며 고요히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살고 있다면 이게 바로 좋은 삶 아닐까? 그렇게 살다 소리 없이 떠나면 되지 일생 뭐 그리 아등바등 끝없이 무언가를 찾아 헤맬까? 그 결과는 결국 빈 손인데...
알렉산더 포프(Alexander Pope 1688~1744)는 영국에서 반 가톨릭 정서가 강했던 시기에 가톨릭 신자의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때 가톨릭 신자들은 투표권도 없었고 대학에 진학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회적 제약으로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한 포프는 독학으로 공부했는데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고 비범한 시적 재능을 발휘했다. 12세에 결핵에 걸려 척추가 손상되는 등 건강이 좋지 못했다고 한다. 포프는 명쾌한 문장과 통렬한 풍자로 많은 찬사를 받았다.(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