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골병들게 만드는 십자가
예수님은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고 하셨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십자가는 무겁고 큰 “사형집행용 십자가”였다. 그런데 과연 그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목사들이 있을까?
나는 어느 날 산상수훈을 읽던 중 산상수훈과는 아주 먼 삶을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리고 문득 그 말씀대로 살려면 내 삶을 갈아 넣지 않고는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골병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자신이 성경 말씀대로 살지는 못할지라도 “복음이기 때문에”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복음이기 때문에 타인에게는 적용하고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않는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될까? 이래서 목사는 위선자란 말을 듣게 된다.
내가 모 교회 부목사로 대학부를 지도할 때 사순절에 이런 단막극을 했다. 무대에는 흰색 보로 덮은 테이블이 있고 거기에는 각종 십자가들이 놓여 있었다. 귀걸이 십자가, 목걸이 십자가, 뺏지 십자가, 탁상용 십자가, 벽걸이용 액세서리 십자가 그리고 사람의 키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통나무 십자가가 책상에 비스듬히 걸쳐 있었다.
그때 한 사람이 등장하여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귀걸이 십자가를 귀에 달고 퇴장했다. 그다음에는 또 다른 사람이 등장하여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목걸이 십자가를 목에 걸고 퇴장했다. 이렇게 차례대로 등장하여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자기에게 합당한 십자가를 가지고 퇴장했다. 예수님이 세운 기준이 아닌 “자신이 세운 기준”에 맞추어 십자가를 가지고 퇴장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십자가는 크고 무거운 통나무 십자가였다. 그때 주님이 등장하여 “할 수 없구먼. 이건 내가 지고 가야지” 그리고는 그 무거운 십자가를 어깨에 메고 질질 끌면서 퇴장하는 단막극이었다.
대부분 목사에게 십자가는 “자랑스러운 십자가”가 될지 몰라도 내게는 “끔찍한 십자가”다.
사순절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