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초 아버지가 급성폐렴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 응급실로 실려 가신 다음날이었다. 너무나 갑작스런 일이라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임종세례를 받지 못하셨다.
젊은 시절 불교 신자에 가까웠던 어머니께서는 장례 절차를 우리에게 맡기셨다. 천주교식으로 장례식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역적으로 거리가 있었고, 본당 활동에 소극적이었던 나는 본당에 연락하기가 어색했다. 친정 연고의 본당에 연락해 봤지만 왠지 아는 이가 없는 곳에 부탁드리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천주교식 장례를 포기하고, 어정쩡하게 장례를 마쳤다.
옆 빈소에서 울려 퍼지는 연령회 회원들의 위령기도 곡조가 반갑고, 부럽고, 또 마냥 속상하게 들렸다. 무엇보다도 아버지께 죄송했다. 돌아가시기 전 임종세례를 드렸어야 했는데…. 너무나 갑작스럽게 떠나셨기에 임종세례는 생각할 틈조차 없었다.
장례식 후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가톨릭 기도서를 보며 위령기도와 부모를 위한 기도를 드리는 것뿐. 위령기도를 드리며 늘 가슴이 아팠다. 우리 아버지는 그리스도를 모르고 돌아가셨기에….
며칠 전 스페인에 다녀왔다. 살아생전 해외여행 한번 못해 보셨던 아버지를 가슴 한편에 모시고, 작년에 예약해 두었던 비행기를 탔다. 세비야 성당과 몬세라트 수도원에서 아버지를 위해 초를 봉헌하고, 기도를 드렸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들어서는 순간, 울컥했다. 누군가의 말처럼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주님께서 가우디를 통해 우리에게 살짝 보여주신 것이 아닐까? 남아있는 가족들이 돌아가신 영혼을 위해 간절히 기도드리면, 연옥에서 구함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내가 간절히 기도드리면 우리 아버지도 이런 곳에서 지내시겠구나.’ 너무 가슴 벅찼다. 아버지를 보내드리며 가슴 졸였던 내게 응답을 주신 것 같았다. 이제 우리 아버지는 가우디가 살짝 보여준 천상의 나라에서, 살아서는 몰랐던 주님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지내실 수 있을 것만 같다.
주님께서 나와 내 동생을 이끌어 주셨듯이 언젠가 내 어머니와 다른 가족들도 이끌어 주시리라 믿는다. 비록 지금은 아버지 납골당 앞에서 어설프게 위령기도를 올리고 있지만, 언젠가 온 가족이 아버지 앞에서 능숙하게 기도드릴 날이 올 것이다. 어설프지만 아버지의 영혼을 위해 간절히 드리는 기도를, 나의 하느님께서 들어주시리라 믿는다.
최현경(아나스타시아) 가톨릭신문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