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4. 1. 14. 일요일.
하늘이 어둑컴컴하고, 날씨는 흐리다.
춥기도 하고.
서울 송파구 잠실에서 남쪽으로 내려다보는 대모산, 멀리 바라보는 관악산 꼭대기 산자락에는 눈이 내려서 쌓인 흔적이 흐릿하게 보인다.
겨울하늘에도 장애가 생겼나 보다. 이렇게 눈발이 날리다니....
그 많은 신(神)들은 뭐하고 있니?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사는 사람 특히나 극동에 치우친 작은 땅에서 사는 사람들이 한겨울에 오돌돌 떨도록 그냥 내버려두냐?
많은 너희들 가운데 어느 누구 하나라도 나서서 '후잇. 추위야 물러나거라'하면서 팔 내저으면 추운 겨울이 금새 사라질 터인데도 너희들은 그냥 보고만 있니?
아쉽다.
<한국국보문학> 카페에 들렀다.
'제5회 장애인문학상'이란 안내문이 떴다.
나는 문학을 전공하지 않았고, 문학에 관한 재주가 없다.
그런데도 문학카페인 <국보문학>에 들락거리면서 회원들이 올린 문학-글을 읽고, 나는 생활일기나 끄적거리면서 올린다. 나는 아직껏 신체적 장애인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몸이 아직껏 건강하기에 두 눈으로 바라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코로 냄새를 맡고, 입으로 먹고 마시며, 두 손으로 일을 하고, 두 발로 걸어다닌다. 머릿속은 아직껏 멀쩡해서 남과 함께 말을 주고받으면서 어울려서 산다. 즉 아직껏 신체적으로는 남의 도움을 거의 받지도 않고 산다.
신체적, 정신적 측면에서 보면 나는 '비장애인'이다.
'장애인'의 개념은 무엇일까?
문학-글은 손으로 글씨를 쓰고, 눈으로 읽으며, 읽으면서 목구멍으로 소리를 낸다.
문학-글은 본질적으로 손으로 글을 쓰고, 눈으로 읽는다.
정신력이 있어서 글자로 표현한다는 뜻이다.
장애인이 쓴 문학-글과 비장애인이 쓴 문학-글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일까?
글쎄다.
나는 그 차이를 모른다.
육체적 장애인이라도 정신이 또렷하면 생각하는 측면에서는 비장애인과의 차이는 전혀 없을 게다.
육체적 장애인이 아닌 정신적 장애인이라면 비장애인과의 차이는 뚜렷이 차이가 있을 게다.
정신적 장애인은 글자를 제대로 읽지 못할 것이며, 더우기 글자를 쓰지 못할 게다.
나는 집나이 일흔여섯살. 그 좋았던 눈이 나빠져서 양쪽 눈은 백내장 수술을 받았고, 한쪽 눈은 두 차례나 수술받았다.
그 예민했던 귀도 이제는 잘 들리지 않아서 귓구멍 속에 작은 보청기를 넣는 수술을 받았으며, 이제는 작은 소리는 잘 듣지도 못하고, 큰소리라야만 귀에 들린다.
어디 이뿐이랴? 나이가 많아지는 세월에 와 있기에 등허리뼈가 자꾸만 뻣뻣해지고, 앞으로 굽혀져서 걷는 것조차도 힘들어 한다.
육체적으로 다소 문제가 있지만 크게 우려할 만큼은 아니다. 몸짓과 움직임이 다소 어둔해졌지만 생각하는 정신력은 아직껏 또렷하기에 남이 쓴 글자를 읽고, 나도 날마다 글자를 쓴다.
위 '장애인문학'이란 무슨 뜻일까?
육체적 장애인인가, 아니면 정신적 장애인인가?
육체적 장애인이라면 글 쓰는 문학활동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신적 장애인은 문학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게다.
정신이 헷갈리는데 무슨 글자를 쓸까? 긴 문장을 전혀 쓰지도 못할 게다.
글을 전혀 쓰지 못하는 정신적 장애인은 예외로 한다.
육체적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문학을 비교하면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글쎄다. 내가 보기에는 차이가 없다고 본다.
신체적 장애는 있어도 정신력은 멀쩡해서 스스로가 쓰는 문학에는 하등의 어려움이 없다고 본다. 지체장애나 시각, 청각장애 같은 신체 및 감각 장애의 경우에는 신체의 일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뿐, 지적인 판단능력은 멀쩡하기 때문에 장애를 입지 않은 신체부위를 최대한으로 살리기만 하면 글도 쓰고, 또한 취업으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데 큰 문제는 없다.
그런데도 위 '장애인문학상'을 강조하는 뜻은 무엇일까?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장애인들은 문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설마하니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들이 활동하는 문학에 대해서만 '문학상'을 수여한다는 뜻일까?
전혀 아닐 게다.
장애인을 비하하는 낱말들 :
장애를 욕설로 사용하는 거의 모든 경우가 지적장애 및 자폐성장애를 가리키는 말이다.
자폐아, 저능아, 지진아, 정박아 등을 일반적인 욕설로 쓰는 경우는 매우 많다.
시각장애인: 소경, 장님, 맹인, 맹아, 애꾸, 봉사, 실명인
청각장애인: 귀머거리, 농아인, 농아, 농인, 농(聾)
지체장애인: 지체부자유자, 불구자, 앉은뱅이, 곰배팔이, 병신, 불구, 곰뱅이
언어장애인: 벙어리, 아인, 아(啞)
지적장애인 및 정신장애인: 저능아, 정신지체, 정신박약아(정박아), 우둔, 노둔, 치우, 백치, 천치, 빡대가리, 바보, 멍청이, 머저리[, 멍텅구리, 미친년/놈(새끼), 또라이, 방퉁이, 얼간이, 반편이, 반푼이, 칠푼이, 팔푼이, 등신, 병신, 광년이, 정신병자, 정신질환자, 정신지체, 사이코패스
학습장애인 및 자폐성 장애(발달장애)인: 지진아, 자폐아, 닭대가리, 돌대가리, 새대가리, 돌머리, 우둔, 노둔, 치우, 백치, 천치, 바보, 멍청이, 머저리, 아스퍼거, 자폐인 등.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선천성 장애인은 전체 장애인의 10~20% 가량인데, 다시 말해서 약 80~90%는 살면서 여러 사건사고나 질병 등으로 인하여 장애인이 된 케이스다. 후천적 장애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눈에 잘 안 띄어서 그렇지 의외로 4급 이하의 경증 장애인은 생각보다 훨씬 흔하다. 간단한 예로 신장 장애나 간기능 장애 등도 포함된다. 즉 암 등의 질병으로 이식수술만 받아도 장애인등록증이 나온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꽤나 높은 확률로 자신 혹은 자신의 가족, 친지에게 돌아올 수 있다.
대한민국(남한) 총인구는 5,150만 명. 이 가운데 장애인은 10%일 것으로 추정한다.
즉 510만 명 이상이 장애를 가졌다고 본다.
육체적 장애를 가졌는데도 글쓰기인 문학을 훌륭하게 이룬 분이 있다.
권정생(1937 ~ 2007년)
일제시대에 일본에서 태어났고, 가난한 집안 출신.
1950년 전쟁이 일어나 가족들이 흩어지고, 1956년부터 폐결핵을 앓기 시작하여 일생 동안 신병으로 인한 고통 속에 살았다.
폐결핵, 늑막염 등의 병을 얻어 1957년 경상북도 안동시 일직면 고향으로 돌아왔으며, 1963년 교회 주일학교 교사로 임용된 뒤, 교회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며 글쓰기를 계속하였다.
병이 깊어져 신장결핵, 방광결핵 등으로 전신에 결핵이 번져 생사를 넘나드는 생활 속에도 몸이 불편한데도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주요 작품집으로 『강아지똥』(1974), 『꽃님과 아기양들』(1975), 『사과나무밭 달님』(1978), 『까치 울던 날』(1979), 『하느님의 눈물』(1984), 『몽실언니』(1984), 『도토리예배당 종지기 아저씨』(1985), 『점득이네』(1990),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1994), 『밥데기 죽데기』(1999), 『슬픈 나막신』(2002) 등이 있다. 시집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1988)과 소설집 『한티재 하늘 1-2』(1998) 등이 있다.
눈 어둡고, 귀 어둡고, 등허리뼈가 굳어져서 나날이 더 아픈 나.
몸뚱이는 다소 불편해도 정신력은 아직껏 또렷해서 날마다 인터넷 뉴스를 보고, 문학카페에서는 생활일기를 쓴다. 1초당 글자 1자 이상을 쓰기에 1시간이면 3,500 ~ 5,000자를 쓴다. 컴퓨터 자판기를 눌러서 다다닥하면 그뿐이다.
몸의 움직임이 다소 불편해도 정신머리는 아직껏 쓸만 하기에 글자를 읽고, 남과 말을 하고, 사회활동을 한다. 단지 예전처럼 빠릿거리지 못할 뿐이다.
장애인의 반대말은 비장애인. 나는 비장애인이다. 비장애인이라는 말보다는 그냥 보통사람으로 표현했으면 싶다.
몸과 정신이 불편한 이들을 배려하는 사회였으면 싶고, 이를 구태여 특별하게 구별하지는 말았으면 싶다.
생각하는 머리는 똑같기에.
'장애인문학상'이 있는 것처럼 반대로 '비장애인 문학상'을 제정하면 어떨까 싶다.
덕분에 나도 <비장애인문학상>에 응모하고 싶으니까.
하지만.... 구태여 구분할 필요성이 있을까?
겨울하늘이 우중중하다.
정오인 지금도 싸락눈이 조금 휘날리며, 겨울비도 주룩거린다.
핸드폰에 노인들은 나들이를 자제해 달라는 문자가 떴다.
그저 늙은것들은 이렇게 날씨 사나운 날에는 집안 방구석에 쑤셔박히는 게 사회와 가족에게 도움이 된다.
방구석에 쑤셔박힌 나처럼 말이다.
날씨 덕분에 바깥 나들이를 하지 못한 채 컴퓨터 자판기를 더욱 많이 두둘긴다. 다다다닥하면서...
나중에 보탠다.
2024. 1. 14. 일요일. 나중에 보탠다.
첫댓글 최선생님 지혜
넘치는 글 잘 보
고 공부하고 갑
니다.
장애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건강 잘 지키세요.
쉬어 갑니다.
식사해야 하는데
이제 천천히 집에
다시 가야할 것 같
습니다.
즐거운 하루가 되세요.
댓글 고맙습니다.
문학에서는 장애인, 비장애인의 구별이 없었으면 합니다.
자기 스스로 글을 쓸 수 있다면 충분하니까요.
예컨대 입술 꽉 문 펜대로 끄적거리고, 컴퓨터 자판기에 펜대를 눌러서 논문 등을 쓴다면
그의 글은 일반인과 하등의 차이가 없을 겁니다.
신체적 장애는 있어도 정신적 장애가 없다면 글쓰기인 문학에서는 장애인이 아니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