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짐정리를 미친 도운은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는 재운의 목소리에 방문을
열고 나왔다.
"안녕하세요. 할머니."
"할머니?"
"도운이요?...아...네. 바꿔드릴께요."
"할머니이??"
도운은 작은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리고
재운에게 눈빛으로 '도와줘' 라고 했지만, 재운은 그런 도운을 애써 외면하며 수화기를 넘겼다.
"하,할머니. 안녕..."
-야 이눔시키야!! 안녕? 지금 안녕하게 생겼어? 아니, 그렇게 편지만 남기고 도망치듯가? 너 이눔시키 몇일전에 그렇게 때쓰다가
쫓겨날 뻔한거 기억안나? 어휴 이놈아!-
할머니의 폭팔하는 잔소리에 도운은 수화기에서 귀를 뗐다.
"...어쩌지? 할머니 화 많이나셨어."
"어쩌긴 어째. 싹싹 빌어."
재운은 멀리 소파에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
"할머니.. 그게.."
-이것아 빨리! - 여보, 도운이 바꿔봐-
도운은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자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하,하,할아버지....."
-.....그렇게 서울에
가고싶었냐?-
"응....."
-그래. 그럼 재운이네 집에서 지낼거지?-
"응."
-알겠다. 허락해주마.-
"저,정말?"
-그래. 자주연락해라. 또 뭐 필요하면 느이 큰아버지한테 해달라고 해. 돈이 썩어남으니까.-
"으응. 할아버지 고마워. 날씨추운데 감기 조심하고, 할머니한테도 잘 말해줘."
-오냐. 끊는다.-
통화를 마친 도운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앗싸!"
"할아버지가
허락하셨나보지?"
"응. 할머니는 아직 풀리려면 시간이 걸릴거 같애. 그래도 할아버지가 허락하셨으니까."
"그래. 다음주가 개학이야. 일주일 남았으니까 교복도 맟추고. 아, 입학과정은 엄마한테 말하면 금방 될거야."
"응. 여러모로 고마워. 너없었으면 서울 올 생각도 못했을거야."
"고맙긴. 나도 혼자살기 쓸쓸했는데 너있어서 좋다."
개학까지 일주일을 바쁘게 지내며 도운과 재운은 10년이란 시간이 무색할 만큼 그누구보다 친해졌다. 그리고 도운은
재운이 다른 부잣집 도련님들과는 다르게 쿨하고 정많은 녀석이란 걸 알게됬다.
***
태성고등학교- 서울에서
열손가락 안에 뽑히는 명문고등학교. 추운날씨지만 이제 막 입학하는 파릇파릇한 신입생들은 앞으로의 학교생활에 들떠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히야... 학교 무지크다."
그 설레는 마음이 다른사람보다 두배더큰 도운은 아직은 낯설은 교복을
입고 커다란 학교를 올려다
봤다. 180의 커다란 키, 농사일과 자신의 사부 필재에게
배운 태권도로 탄탄한 몸, 자신은 까무잡잡 하다고 생각하지만 남성미를 자극 시키는 구릿빛 피부, 날카로운 눈매와 높은 콧대. 도운은 뭇 소녀들을 설레게 만드는 외모의 소유자였다.
"학교가 좀
크지?"
"어. 난 코딱지만한 학교를 다녔었으니까 더 크게 느껴지네."
강원도에서도 더 외딴곳에서 살았던 도운은 걸어서 30분은 나가야 도착하는 작은 시골 중학교를 다녔었다. 도운은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학교로 들어갔다.
"나 큰엄마좀
뵙고올게. 너도 같이갈래?"
"아냐, 난 먼저반에 가 있을게."
재운의 엄마이자 도운에게는 큰엄마인 최경미는 이곳 태성고등학교의
이사장이었다.
"큰엄마!"
이사장실문을 달칵 열고들어간 도운의 눈에 창밖으로 등교하는 학생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경미가 보였다.
"도운이구나! 어휴. 이게 얼마만이야. 이리오렴."
자신을 반갑게 맞는 경미덕에 도운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폈다.
"정말 많이컸구나. 밖에서 만났으면 못알아 볼 뻔했어. 5년전에 만나고 못봤지?"
경미는 도운이네 집에 자주 찾아갔었지만, 5년전부터 태성고등학교의 이사장을 맡게되서 도운을 찾아갈 수 없었다.
"잘지냈지?"
"네. 그럼요. 큰엄마도 좋아보이시네요."
"하하. 그래? 할머니 할아버지는 잘 계시고?"
"네."
"네가 온다고
들었을때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아버님이 허락 해주실분이 아닌데..."
"아하하..."
도운은 자신때문에 화가 많이난 할머니가 생각났다.
"그래. 어쨌든 잘왔다. 이제 고1이니까
공부도 열심히하고, 조만간 재운이랑 집에 들리렴. 다같이
저녁이나 먹자."
"네."
도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뭐 필요하면 꼭 말하고."
"네. 감사해요."
도운은 시간이 늦은것 같아 서둘러 인사하고 나왔다. 이사장인 큰엄마가 재운과 같은반을 배치한건 몇일전에 들었다.
"어...3반이 어딨더라?"
넓은 학교덕에 학교안을 한바퀴돈 도운은 시간이 얼추 된것을 확인하고
초조해졌다.
"학교가 뭐
이렇게 커? 미로네 미로야."
헤매던 도운은 멀리서 3반
표시를 발견했다. 문앞에서 몇명의 여자애들이 도운의 외모에 잠시 넋이 나간듯 처다봤다. 갑자기
쏟아지는 시선에 도운은 당황했다.
'뭐, 뭐지 왜 갑자기 날...'
그때 한 여자애가 도운쪽을 향해 누군가를 불렀다.
"이시은!"
그이름을 들은 도운은 그자리에 멈춰섰다. 그리고 그뒤에서 걸어오는 그녀를 보았다. 아담한키에 살랑거리는 긴
생머리, 하얗고 우윳빛나는 피부, 속쌍카풀에 별을 박아넣은듯
빛나는 두눈동자와 오똑한 코, 그아래로 침을 꼴깍 삼킬만큼 도톰하고 빨간입술.
그녀다.
"보람아!"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그녀.
"이...시은"
한번도 잊지못했던 그녀의 이름.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도운은 한눈에 알아볼 수있었다.
이시은이다.
첫댓글 시은이 등장
ㅎㅎ 댓달아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