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산성과 문경향교
2017/02/19
인공암벽장-팔각정-마고산성-마원리-문경향교-청운각
가벼운 짐을 꾸려 산책겸 가까운 곳을 배회하러 길을 나섭니다. 나이들어 가면서 산으로 달리던 기운이 점점 사그라질텐데 마음도 움츠러드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작은 산성을 돌아내려와 문경읍 골목투어를 생각합니다.
버스에 오르면서 시민 운동장 쪽의 체육 아취를 바라봅니다.
문경 온천 지구에서 내립니다. 문경새재길은 해동으로 질퍽해져서 방향을 돌린 것입니다.
한산을 기다리면서 봄이 멀지 않음을 시내를 따라 부는 바람으로 느낍니다.
팔각정으로 오르는 삼백계단은 제법 다리를 뒤로 당기는듯 합니다.
계단은 낡아 군데 군데가 무너지고 오르는 이들은 시설할 때와 사후 관리가 거리가 있음을 아쉬워 합니다.
팔각정에서 본 주흘산과 문경음이 선명합니다. 그만큼 대기가 맑다는 게 참 기분이 좋습니다.
다시 시내는 내려놓고 주흘산만 당겨 봅니다.
주흘산을 배경으로 섭니다.
원시림이 덮인듯한 등산로는 거친 돌과 검불이 빼곡합니다.
산성은 허물어지고 허물어진 성벽의 돌에는 바위솔의 보금자리가 됩니다. 오랜 세월이 역사 속에 잠기면서 허물어진 성벽에 덮인 바위솔은 무슨 이야기를 머금고 있을까요. 하나하나 쌓아 올린 성벽은 나름의 숱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을테니 바위솔은 그들의 이야기를 간직하지 않을까 하는 자연의 소리가 궁금해집니다.
성벽의 흔적은 돌더미로 변해 있습니다.
줄줄이 늘어선 성벽의 자취
성벽은 과수원의 돌담이 됩니다.
새참을 먹고 성벽을 돌아 마을로 내려 갑니다.
성은 아직도 흔적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나 역사는 다시 살아나지도 않는 게지요.
삶은 우리에게 이어져도 머지않아 우리도 성벽에 담긴 이야기인 것을 성벽을 돌아 내리면서 이야기합니다.
석회암에 담긴 수억년의 역사를 우리는 건축물로 재 탄생시켜 지상을 콘크리트화해 가지만 석회암은 지구사를 말하고 있습니다.
시골은 하나 둘 빈집들이 늘어 갑니다. 지금 농촌에는 노인들이 지키고 있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자꾸 세월에 밀려 사라짐에 언젠가는 마을조차도 사라지지 않을까요. 아마 몇해 전만 해도 길옆의 집에는 가족을 이룬 사람들이 살았을텐데 지금은 빈 집으로 어설픈 바람소리만 가득합니다.
문짝도 떨어지고 지붕은 내려앉아 허물어져 갑니다. 아마 윗집의 부속 건물로 소를 기르던 외양간이아니었나 합니다.
길을 사이에 두고 헌집의 허술한 풍경과 사람이 사는 집의 훈기가 대조를 이룹니다.
언덕 아래에도 빈집이 있습니다.
서울대 의대 인재 양성소(연수원) 뒷길로 가면 개인의 취향이 독특한 사람이만든 작품을 만납니다.
개인이 말하는 소위 약초와 식물 연구원이라 명명한 출입금지 장소입니다.
교촌리 문경 향교로 가는 길에 보이는 주흘산 줄기는 문경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습니다.
향교를 들어가는 마을 입구에는 성황당이 문짝을 잃고 차츰 사라져갈 풍경을 암시합니다.
옛날 마을의 어귀에는 어김없이 성황당이 있고 고목이 있어 정월 보름이면 동제를 올려 마을의 안녕을 빌던 곳이었는데 물질 문명에 밀려 하나 둘 사라진 건 참 아쉬움입니다. 마을의안녕을 빌던 행사를 통해 마을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고 일체감으로 이웃사랑을 몸에 배도록 한 것인데 우리의 정신적인 유산은 일부만 남은 것입니다. 선인들의 종교는 거기에서 출발했는데 우리 고유의 신앙은 역사 속에 잠드는 것입니다. 그래도 여기는 동제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문경향교는 주흘산 남봉을 지고 앞은 시원하게 문경읍을 한 눈에 내려다 보는 명당 자리입니다.
향교 건물은 잘 정돈된 형태입니다. 처음 계개문-명륜당-동재와 서재-대성전까지 조화를 이루어 아름답습니다.
문이 잠겨 들어가지 못하고 많은 사람들이 공부에 열을 다하였을 명륜당을 담 밖에서 봅니다.
서재 건물도 밖에서 봅니다.
계개문 옆의 담으로 다가가서 명륜당 건물을 더 가까이서 봅니다.
동재의 현판은 가려졌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빈집을 지키는 염소 네마리의 다정한 눈길을 받습니다.
옛 골목길도 이제는 흙이 시멘트로 모두 덮였습니다.
다만 주흘산 만이 여전히 옛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산이라도 우리는 그 변화에는 눈을 돌릴 수 없도록 살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청운각으로 갑니다. 청운각 화장실 뒤로 주흘산이 다시 우릴 맞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이 교직생활을 할 때의 하숙집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꽃봉오리가 부푼 매화 가지는 이미 봄입니다.
봄이 이미 우리네 가까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봄을 맞는 사람들은 제각각의 생각을 가지겠지요.
그러나 삶을 살고자 함에 보다 진실해져서
네가 나이고 내가 네가 되는 세상이었으면
분렬이나, 미움으로 인한 다툼 들의 부정적인
말들이 쓰이지 않을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2017/02/19
문경 아침도시의 산돌
첫댓글 잘 봤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