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과징금만 8천억원대…“과징금에 입찰제한 조치까지는 부당” 심상치 않은 정부 분위기…건설업계, 내년 입찰제한 앞두고 ‘위헌’소송
입찰 담합 제재 조치로 수백억원의 과징금과 최고 2년의 관급공사 입찰 제한은 과하다며 앓는 소리는 내는 건설업계가 이번에는 대규모 위헌 소송을 준비 중이다. 그 동안 각종 소송으로 과징금 감면과 입찰제한 효력정지를 받아내며 처벌을 피해오던 건설사들이 최근 정부의 강경한 분위기에 또 다른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 올해 과징금 규모 8천200억원…삼성·현대·대림 1천억원대
10일 EBN이 각 건설사들의 입찰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된 과징금을 조사해 본 결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림산업은 각각 1천억원을 넘어섰다. 올 한해 건설사들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호남고속철도(4천355억원), 인천도시철도 2호선(1천322억원), 경인운하(991억원) 공사 등 모두 약 8천200억원.
건설사별로는 삼성물산이 총 1천333억원의 과징금으로 건설사 중 최고를 기록했다. 삼성물산은 호남고속철도(835억원), 서울지하철 9호선(162억원), 낙동강 하구둑(138억원) 공사 등 총 6개 공사에서 입찰 담합이 적발됐다.
뒤를 이어 현대건설은 호남고속철도(597억원), 인천지하철 2호선(140억원), 경인운하(133억원) 등 7개 공사에서 담합이 적발돼 과징금 1천114억원을 기록했다.
대림산업도 호남고속철도에서 646억원, 경인운하에서 149억원, 인천지하철 2호선 68억원 등 6개 공사서 모두 1천3억원의 과징금을 받아 1천억원을 돌파했다.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대림산업은 과징금이 3분기까지 낸 영업손실(476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이들에 이어 SK건설이 614억원, 대우건설이 511억원, GS건설 471억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 내년 하반기 입찰제한? 건설사들 위헌 소송까지 ‘불사’
건설사들은 이처럼 과징금 규모가 크고 담합 적발로 인한 관급공사 입찰 제한 조치는 부당하다며 소송을 통해 처벌 수위를 낮추고 있다.
건설사들은 과징금이 너무 비싸다는 ‘과징금 부과 취소 청구소송’과 입찰 제한은 부당하다는 ‘입찰제한 행정처분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동시에 제기한다. 건설사들은 대법원 판결이 나기까지 최대 2년간 입찰 제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강력한 담합 처벌의사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은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담합이 적발된 대우·한화·동부건설을 제재한 공정위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또 지난 9월 24일 경남기업에 대해서도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정당하다고 판결했고 지난달 27일엔 대림산업, GS건설, 계룡건설산업이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하기도 했다.
정부의 분위기가 달라지자 건설사들은 담합 업체에 대한 공공공사 입찰 제한 조치가 처분요건, 처분기간, 효력범위 등이 명확하지 않아 위헌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까지 하고 있다.
실제로 판교신도시 아파트 건설 공사 입찰 담합 결정을 받은 진흥기업·효성·경남기업·한양·한신공영 등 5개사는 지난 5월 발주처인 LH를 상대로 입찰참가제한 취소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수원지방법원에 공공기관운영법(이하 공운법) 39조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다.
같은 이유로 계룡건설과 금호산업은 4대강 살리기 사업 입찰 담합에 대해, 현대건설·대림산업·금호산업은 광주광역시 하수오염 저감시설(총인시설) 설치공사에 대해 입찰참가제한 취소소송과 함께 위헌심판제청 신청을 했다.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국가계약법상에는 여러 처벌이 가해지면 가장 무거운 처벌을 따르도록 하고 있는데 건설 담합은 모든 현장마다 과징금이 부과되고 각각의 입찰 제한이 가해진다”며 “이는 헌법의 ‘과잉금지 원칙’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충분히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 입찰참가 자격제한 예상시기 ⓒ강기정 의원실
건설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정부의 강경한 입장이 지속된다면 당장 내년부터 입찰 제한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8개 건설사는 4대강, 영주댐, 경인아라뱃길 공사 등의 담합으로 내년 하반기부터 관급공사 입찰 제한 조치에 들어가게 된다.
이들 건설사는 지난해부터 ‘입찰참가자격제한 취소 소송’을 제기해 대법원 판결이 나오는 시점이 내년 하반기라는 설명이다.
만약 법원이 건설사의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 심판을 요청하면 헌법재판소가 최종 결정을 내릴 때까지 해당 조항이 관여된 모든 재판이 중단된다. 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내려주면 입찰참가 제한 취소소송에서도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담합 업체는 과징금 부과와 입찰 제한은 물론 민형사상 손해배상청구, 임직원 구속 등 부차적인 처벌까지 뒤따라 영업활동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윤 추구를 겸유하는 공기업의 공사에서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 등이 발주하는 모든 공공분야의 입찰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처벌”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해외의 경우 담합이 적발되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될 정도의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지만 매년 10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과징금 규모는 매출의 1%대에 불과하다”며 “여기에 또 이런저런 이유로 과징금을 감면해주고 처벌을 면해주는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만약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인다면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며 “이는 곳 시장경제를 왜곡하고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