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관리, 이상 없나? 아집을 버리고 증거를 보라! 조갑제닷컴 기사에 대한 반론 송재윤(맥마스터대 교수)
지난 11월 23일 조갑제닷컴은 홈페이지에 나에게 보내는 공개 질의서를 올렸다. 지난 글에서 나는 조갑제닷컴의 반박문에 보이는 여섯 가지 치명적인 논리적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번 공개 질의서도 불합리하고 비논리적인 주장들이 가득하지만, 시간이 없어서 일단 넘어간다. 대신 재검표 현장에서 발견된 이상한 투표지 한 장을 우리 함께 자세히 살펴보는 건 어떨까.
1. 누가 투표지에 본드를 떡칠했나?
지난 2021년 6월 28일 인천 연수을 선거무효 소송 재검표 검증 현장에서 대법관 앞에서 본드가 떡칠이 된 투표지가 발견되었다. 그 당시 현장을 촬영한 아래 동영상을 보자. 이 동영상을 보면, 대법관도 직접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음이 확인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PGlsScWuQdY
조갑제닷컴의 말마따나 “현장에서의 수많은 검증의 눈(당 참관인, 개표사무원, 일반참관인, 언론사)을 피해, 또 심사계수기에서의 확인과 검증 단계를 피해” 대체 어떻게 본드가 떡칠이 된 투표지가 투·개표 전 과정을 쥐도 새도 모르게 통과하여 선관위가 직접 봉인한 보관함에 그토록 은밀하게 투입될 수 있었는가?
2. 재검표 현장에서 발견된 비정상적 투표지들
같은 재검표 현장에선 1,000장 이상의 인주가 뭉개져 있는 소위 “일장기” 투표지도 발견되었다. 송도 2동 제6투표소에서 발급된 전체 투표용지 1,974장 중에서 절반이 넘는 1,000장 이상의 투표지가 법규에 맞지 않는 “일장기” 투표지였다. 투개표 과정에선 왜 아무도 그 괴상한 투표지들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했는가?
그 밖에도 배춧잎 투표지, 옆면이 절단된 자투리 날개가 붙은 투표지, 접착테이프가 붙은 투표지, 좌우 여백이 맞지 않는 투표지 등 “이상한 투표지들”이 재검표 현장에서 다량 발견됐다. 지난 60년 한국 헌정사에서 거의 매번 선거무효 소송이 있었지만, 재검표 현장에서 단 한 번도 비정상적인 투표지가 발견된 사례는 없었다. 왜 지난 415총선 재검표 현장에서만 그토록 많은 비정상적인 투표지들이 나왔는가?
3. 선관위는 왜 일부 투표지만 형상 복원 특수 용지로 제작했나?
재검표 현장에서 발견된 신권 지폐 같은 빳빳한 투표지들에 대해서 선관위는 형상 복원력을 가진 특수한 종이를 썼기 때문이라 해명했다. 세상에 그런 종이가 있는가? 있다 한들 왜 선관위는 일부 투표지만 그런 종이로 만들어서 유권자의 손길이 닿은 자연스러운 투표 흔적을 없애려 했는가? 선관위 직원의 거짓 해명이었다면, 그는 왜 그런 거짓말을 해야만 했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선 선거 소송을 기각한 대법원이 추호의 의심도 없이 모두 철저한 검증을 거쳐서 합리적으로 답변해야 한다. 현장에서 부정의 증거가 나온 이상 선관위와 대법원이 공권력을 발동하여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저토록 이상한 표를 개표함에 넣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히는 게 적법 절차다. 선거의 무결성을 증명해야 할 입증책임(onus of proof)은 당연히 선거를 관리하는 중앙선관위와 부정선거가 없었다고 판단한 대법원에 있다. <조선일보, 2020.5.25. “최보식이 만난 사람”.>
4. 투표록에 기록된 도장 없는 투표지는 대체 어디로 갔나?
그뿐 아니다. 이상한 현상은 2021년 11월 12일 시행된 파주을 지역구 선거무효소송 재검표 검증에서도 발견되었다. 아래 사진에서 명백히 알 수 있듯이 2020. 4. 15. 제21대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 당일 투표일 파주을 지역구 금촌 2동 제2투표소 투표록 특기사항 란에는 “약 20장의 투표용지가 투표관리관 도장 날인 없이 선거인에게 교부되었고, 그 후 일련 번호지를 절취하지 못한 채 교부된 투표용지도 1건 있었다”는 사실이 기재되었다.
그러나 2021년 11월 12일 시행된 파주을 지역구 선거무효 소송 재검표 검증에서는 도장 날인 없이 선거인에게 교부되었다는 20장의 투표지는 발견되지 않았다. 아래 사진에서 확인되듯, 이는 법원이 재검표 후 직접 작성한 검증조서에 기록된 사실이다.
5. 대법원이 법의 엄명을 무시하나?
공직선거법 제225조는 ‘선거 소송은 다른 쟁송에 우선하여 신속히’ ‘180일 이내에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지난 2020년 415 총선 이후 선거 소송이 무려 120여 건 제기되었음에도 대법원은 그 엄중한 법의 명령을 아예 무시하고서 선거 재판을 1년 넘게 지연시켰다.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대법원이 이토록 선거 소송을 지연한 사례는 없었다.
대법원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재판을 미루다가 1년 2개월이 지나서야 인천 연수을 선거구에서 재검표를 시행했는데, 바로 그 현장에서 “이상한 투표지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선거 무결성이 훼손되었음을 보여주는 부정의 증거물들에 대해선 적법한 검증도, 합리적 해명도 없이 표 차이가 다소 줄어들었지만, 순위는 바뀌지 않았다며 선거무효 소송을 기각했다.
6. 이상한 투표지가 아무 문제 없다는 대법관들
대법관들이 재검표 현장에서 발견된 불법과 부정의 증거를 아예 무시했는데, 어떻게 투명하고 공정한 판결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겠는가? 독일 헌법재판소는 대한민국에서처럼 “이상한 표들”이 무더기로 발견되지도 않았음에도 “독일 선거 당국의 부실 운영이 투표권 행사를 방해하고 선거 결과를 왜곡한다며 베를린 지방선거를 전면 무효”라고 판결했다. 공명선거는 민주주의의 생명선이다. 선거 관리가 잘못되면 민주주의는 무너진다.
상식을 가진 국민이면 바로 그러한 이상한 표들을 보고서 선거의 무결성이 훼손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반복하지만, 누가, 언제, 어디서, 왜, 어떻게, 그런 이상한 투표지들을 봉인된 개표함에 넣었는지는 대법원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권력을 발동하여 밝혀야만 한다.
7. 부패한 선관위, 무책임한 대법원
재검표 현장에서 발견된 비정상적인 투표지들을 직접 보고서 사태의 진상을 규명하라 요구하는 시민들을 향해 “부정선거가 있었다면 누가 저질렀냐?”고 묻고 있는 조갑제닷컴은 합리적 사고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수사권도, 조사권도 없는 시민 사회가 “부정선거가 있었다면 누가 저질렀는지” 어떻게 알아낼 수가 있겠는가? 참고로 키케로가 말했듯 범죄 수사는 바로 “cui bono,” “그 범행으로 누가 이익을 얻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는 점은 인류의 보편적 상식이라는 점만 말해 둔다.
조갑제닷컴은 선관위는 공정하고 투명하다는 대전제에서 부정선거는 절대 없다는 결론을 도출하려 한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다면, 조갑제닷컴은 재검표 현장에서 왜 본드 떡칠된 투표지와 1,000장 이상의 일장기 투표지와 신권 지폐 같은 빳빳한 투표지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는지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상식적으로 설명해 보라. 반복해서 묻는다.
“현장에서의 수많은 검증의 눈(당 참관인, 개표사무원, 일반참관인, 언론사)을 피해, 또 심사계수기에서의 확인과 검증 단계를 피해” 대체 어떻게 본드가 떡칠이 된 투표지가 투·개표 과정을 쥐도 새도 모르게 통과하여 봉인된 보관함에 들어가 있을 수 있었는가?
모든 인간은 증거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 하물며 진실을 밝히고 사실 보도를 생명으로 삼는 기자임에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