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나종훈
조금 전까지 웅성거리던 석양은 깜박임 없이 날 주시했다 갈피를 못 잡은 새벽까지 그 눈빛은 선명했고 단호했다 그런 느낌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놓친 구름은 막차일까 구름 같은 솜사탕을 찢어먹던 조바심 많은 친구들은 모두 늙어버렸다 불면증은 첫 키스 같은 것 첫사랑은 줄넘기 같은 것 쳇바퀴 같은 정형행동은 줄에 걸려야만 선명해지는 법 그날 수없이 두드렸던 노크가 그랬다 이유를 찾다 헤매다 결국 커튼 뒤에 숨어 잠든 숨바꼭질 너 자신을 놓아야 해 대가리가 댕강 잘린 것들의 야유가 숲에 가득했다 그런 느낌이 들 때면 해를 닮은 달이 그 야유에 대답했다 시위하듯 천장에 매달려 머리를 베게 속에 묻어도 눈이 시렸다 몇 년 전 화단에 심었던 묘목은 입술을 다물고 이름을 말해주지 않는다 바람은 아직도 중학생 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이파리를 흔든다 생각지 않은 방문에 잠든 척 하면 어김없이 기차는 달린다 이곳만 시간이 멈춘 듯
웹진 『시인광장』 2024년 7월호 발표
나종훈 시인
1982년 정읍에서 출생. 중앙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2021년《상상인》 신춘문예 당선되어 등단. 현재 정읍농협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