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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3년전...>
조금은 긴 곱슬거리는 단발머리를 가지고 있는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아이 하나가 가방을 채 메지도 못한채 헐레벌떡 학교를 빠져나온다
후다닥 길지도 짧지도 않는 다리로 열심히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교문쪽으로 달려가는 여자아이
찰랑거리는 곱슬머리에서 윤이난다
바로 3년 전의 임소윤이다
"은찬~강은찬~"
소윤의 입에서 고운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 목소리에 교문앞에서 핸드폰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있던 도저히 중3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미친발육을 보여주는 남자아이 하나가 목소리가 들린쪽으로 몸을 틀더니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웰케 늦게나와"
살짝 투정부리듯이 소윤을 노려보며 그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중저음 목소리를 내는 남자
바로 3년 전의 강은찬이다
소윤은 채 숨을다 고르지 못한것 같았지만 방긋 웃으며 자신보다 몇센치는 큰 은찬을 올려다 본다
그리고 새하얀 이를 들어내며 익살스럽게 웃는다
"히히 미안미안 담임한테 청소 걸렸단 말이야"
그것에 은찬은 한숨을 한번 폭- 쉬더니 지친다는 표정으로 소윤을 바라보며 입술은 뗀다
"큰 쓰레기만 주운거?"
"응...한곳에 쓰레기가 다 모여있더라고"
귀여운 강아지 처럼 한숨 폭- 내쉬는 그녀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은찬은 입가에 미소가 걸리지만 그 미소를 지우려 애쓴다
"에휴 그거 걸릴줄 알았다"
"뭐! 뭐!"
은찬은 몇달전부터 엄청 대단한 발견이라며 이거면 담임의 눈을 속일수 있다며 침까지 튀어가며 자랑하던 소윤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친다
'그 미친짓 언젠가 걸릴줄 알았다..'
은찬은 이렇게 생각하며 소윤에게 툭- 말을 내뱉지만
소윤은 은찬의 한심하다는 듯한 말투에 통통 튀며 화난 호랑이마냥 소리치기만 한다
그런 소윤을 은찬은 단 하마디 말로 다시 귀여운 강아지로 만들어 놓는다
"됐어 바래다 줄게"
"응!!!"
은찬은 자신의 여자친구이자 앞으로 자신의 마누라가 될 강은찬만의 심장인 소윤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본다
아직 중3 16살 밖에 먹지 않았지만 그들은 사랑을 알고 그 사랑에 충실했다
"은찬아~"
"왜"
은찬은 소윤이 자신의 옆에 있고 이렇게 달콤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줄때면 언제나 자신의 심장이 쿵쿵 불규칙적으로 뛰고있음을 느꼈다
그때마다 은찬은 다시한번 자신의 소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행복해 한다
소윤은 은찬의 무뚝뚝한 말에도 마냥 좋은지 연신 방글방글 거리며 또다시 그 작고 앙증맞은 입술을 뗀다
"오늘 우리 아빠 오신다~!"
"아 오늘이냐? 3달만에 오시는 거지?"
"응응!!!아줌마랑 아저씨는?"
아빠가 온다는것에 그렇게나 좋은지 산타의 선물을 기다리는 꼬마아이마냥 얼굴에 홍조를 띄우고는 방긋웃는 소윤
은찬은 그런 그녀를 미소지으며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앞으로 돌리며 말한다
"2달전에 가셨잖아 아마 좀 더 되야 오실거야"
"아~"
해외로 일을 나가시는 소윤과 은찬의 부모님들
때문에 이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함께 있는 시간보다 더욱 많았다
은찬은 소윤을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혼자있는 날...자신의 옆으로 세워준 사람
따뜻하게 감싸안아 준 사람..그게 바로 소윤이라고
소윤또한 혼자 쓸쓸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감싸준게 너무나 고맙고 또 미안한 은찬이였다
은찬은 부모님이 어릴때부터 잘 돌봐주시지 않은터라 자신의 하고싶은 대로 다 하는 성격이었다
짜증나면 패고 심심하면 패고
그런 정말 싸이코같은 생활을 한 은찬 뭐 그런 성격때문에 학교에선 모두다 빌빌 길 정도로 큰 인물이 되었지만..
이 시간이 멈추어 버렸으면..이라는 생각이 두 사람의 머릿속을 지배하면서 둘은 점점 소윤의 집 가까이 걸어갔다
느릿느릿 일부러 발걸음을 늦춰보지만 두사람의 시야엔 이미 소윤의집 대문이 자리잡고 있었다
"들어가"
은찬은 아쉬운 마음을 드러내지 않은채 무뚝뚝하게 소윤을 쳐다보지 않은채 말한다
그것에 소윤은 또 삐진것인지 입술이 툭- 튀어나와서는 연신 '칫 칫'거린다
그런 그녀가 미치도록 귀엽고 계속 자신의 옆에 세워두고 싶지만...집엔 보내야지
다시 마음 다잡으며 부들부들 떨리는 입술을 여는 은찬이다
"들어가"
쪽-
순간 은찬은 멍- 해지며 온몸이 석고상 처럼 굳어버린다
닿았다...자신의 볼에 말캉한 무엇인가가 닿았다가 금방 떼어졌다..
소윤이 은찬이보다 훨배는 작은키로 까치발을 해서 은찬의 볼에 뽀뽀를 한것이다..
은찬은 움직이지 않는 자신의 고개를 힘겹게 돌려 멍하니 소윤을 응시하자 소윤은 장난기 가득담은 얼굴로 은찬이를 바라보다 이내 몸을 돌려 대문을 연다
"킥 마누라 가요~ 서방님 낼봐요~"
귀엽게 총총- 거리며 집안으로 들어가는 소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퍼뜩 정신이 든 은찬
그의 눈에 초점이 돌아오자마자 그의 얼굴은 빠알간 페인트를 칠한듯 붉게 물들어 있었다
심장도 아까보다 더 빨리 아니 이거 뛰고 멈춰버릴 것처럼 열심히 펄떡펄떡 뛰는것을 느낀다
은찬은 자신의 큰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또 멍하니 서있는다
연인들 사이에선 흔한 스퀸쉽일지도 모르지만...은찬은 아니다
어릴때부터 부모에게도 그런 흔한 스퀸쉽도 잘 받아보지 못했는데...
'타격이...크다..'
은찬은 뽀뽀한방에 자신이 이렇게 안절부절 멍-하니 있는것에 쪽팔림을 느끼지만 얼굴에선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래도 뭐..기분은 좋네.."
또 지혼자 피식하고 웃더니 휘파람을 부르면서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은찬이다
넓은 집..
너무나도 조용한..아니 적막한 집이 은찬의 눈에 비친다
그는 그런 집에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지만 소윤을 생각하며 미간을 피고 그 집안으로 들어간다
역시 아무도 없는 이 큰집엔 차가운 공기만이 은찬의 몸을 스친다
가정부가 있긴하지만...은찬이가 싫어해 은찬이 학교에 가 있을때만 집으로 와 집안일을 하는 가정부
부모님은 해외에 가 계시고..때문에 이 넓은 집엔 은찬 혼자다
달칵-
"후..."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 가방을 내팽겨치고 침대로 가 지친 몸을 눕히는 은찬
벌써부터 소윤이 보고싶지만 참고 리모콘을 들어 TV를 켜 뉴스를 튼다
틱-
틀자마자 보이는건 자욱한 검은 연기와 그 사이로 보이는 새빨간 불...
그리고 여러가지 잔해들과 아주 커보이는 형채 하나..
은찬은 미간을 찌푸리며 볼륨을 킨다
"네 저는 지금 현장에 나와있는 이수혁 기자 입니다"
마이크를 들고서 자신의 소개를 하는 기자를 웬지모르게 불안한 눈동자로 바라보는 은찬
그런 은찬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자는 무표정한 얼굴로 입술을 연다
"지금 이곳 상황은 아주 심각한데요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한대가 지금 모래사장 한가운데에 추락을 했습니다 곳곳에서 사람들의 고통어린 목소리가 들려오는데요 지금 비행기 상태로 보았을때는 살아남은 사람은 없는걸로 추..아..비행기 안에 있던 인원 전부가 사망을 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한국..'
은찬은 불안하게 일렁이는 눈동자를 감추지 못하며 TV속으로 빨려들어갈듯이 TV가까이 가 선다
은찬의 머릿속에 자꾸만 불안한 생각이 스친다
♪♩♪♬-
갑자기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에 불안하게 일렁이던 은찬의 눈빛이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아직도 그의 눈엔 불안한 기색이 남아있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받는 은찬
"여보세요.."
-강은찬 뉴스봤어?!?!
"이도현.."
은찬은 다급해 보이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 도현의 목소리에 더욱더 어두운 빛을 내뿜는다
-하..시발 아니지..
한숨섞인 도현의 목소리에 은찬또한 한숨이 나온다
"하..몰라....모르겠다.."
알수없는 침묵속 은찬의 귀에 기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사망자 명단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은찬은 두 눈을 번뜩이며 다시 TV앞에 선다
'명단..명단..!!'
은찬은 부디 없기를 바랬다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신이 사랑하는 그녀 또한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사람의 이름 석자가 TV에 나오지 않길 바랬다
빠르게 사망자 명단을 읽어내려가는 은찬
'임혁진'
그 많은 사망자 이름중 하나의 이름을 찾아낸 은찬은 휴대폰을 붇들고 그대로 쓰러지듯 주저않는다
"이도현..."
멍한 그의 모습이 안쓰럽다...그리고 그의 건조해진 목소리또한 미치도록 안쓰럽다
-나왔냐?!
다급한 도현의 목소리에도 은찬은 정신이 드는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번 비틀거리다 다시 선다
"하..시발 어떻하냐..."
은찬의 울음섞인 목소리가 휴대폰을 타고 도현의 귀에 들어온다
그의 목소리에 도현의 심장이 저릿해진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은찬을 향해 외친다
은찬보다 더욱더 아파하고 슬퍼할 소윤을 생각하며..
-시발!!!!!!!임소윤한테 전화해!!!그리고 집으로 찾아가 얼른!!!!임소윤이랑 아빠랑 사이가 어떤데!!
"시발 끊어라"
뚝-
도현의 말에 소윤이 울고있는 모습이 머릿속을 강하게 내리치고
은찬은 서둘러 전화를 끊고 단축번호를 눌러 소윤에게 전화를 걸며 집을 나선다
소윤의 집을 향해 빠르게 뛰는 은찬
'제발...받아라..받아라..'
소윤이 전화를 받기를 바라면서 더욱더 속력을 낸다
-은찬아...흑..흡
전화가 연결되자 마자 소윤의 울음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것에 은찬의 미간이 서글프게 일그러지고 서둘러 입술을 연다
"임소윤..!헉..헉...어디야.."
은찬은 숨이 차 제대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음에 화가 나지만 그것보다 소윤이 더 먼저였기에 서둘러 소윤의 위치를 물어본다
-흑..흡
하지만 소윤은 계속 울기만 할뿐...다급해진 은찬은 소윤이게 소리를 지르고 만다
"어디냐고!!!!"
-횡...횡단보도 앞..바아앙 바아아앙
은찬의 큰 목소리에 정신이 든건지 자신의 위치를 말하는 소윤
은찬의 귀엔 소윤이 횡단보도 앞에 있다는걸 알려주듯이 자동차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서둘러 소윤의 집 근처로 달려가 가장 가까운 횡단보도를 찾는 은찬
-은찬아...
"왜..헉.."
손에 땀이 나지만 휴대폰을 꼭 쥐고서 계속해서 소윤과 통화하며 소윤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키려는 은찬
-흑..흡..나 어떻게..?
"괜찮아 괜찮아 기다려 내가 갈께"
소윤의 울음이 그치질 않자 더욱더 다급해진 마음으로 소윤을 찾는다
-흑..나 좀...잡아줘 은찬아..흡..나 정말..무너질거 같아..
"임소윤-!!!!!!!!"
찾았다!!
드디어 은찬의 눈에 소윤이 들어왔다!!
다행이라는 안도감에 은찬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것이 느껴지지만 다리에 힘을 주어 주저앉지 못하도록 한다
은찬도 소윤만큼은 아니겠지만 아프고 슬펐다..
어릴때부터 소꿉친구였던 그녀의 아버지를 은찬도 어릴때부터 잘 따르고 또 존경스러워 했기 때문이였다
자신의 부모를 대신해 준것만 같았던 소윤의 아버지와 엄마..은찬은 그중에 한분을 잃었다는것에 미치도록 절망하지만
소윤을 위해 참고 참고 또 참는다
그녀에겐 언제나 강한 모습을 보여주어 그녀를 안심시켜 줘야 하기에..
은찬은 지금이라도 당장 소윤에게 가 그녀를 안고 달래주고 싶지만
자신의 앞에서 쌩쌩- 요란하게 달리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때문에 그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른다
마침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고 은찬과 소윤은 서로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때 작고 여린 소윤의 몸에 커다란 고통이 가해진다..
빵-! 쾅-! 털썩-
"임..임소윤!!!!!!!!!"
그녀의 가녀린 몸은 차에 치여 공중으로 붕- 뜨다가 이내 날개를 잃은 천사라도 된 마냥 밑으로 곤두박질 쳤다
그녀의 몸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흘러나온다
1분도 안되는 그 짧은시간에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그녀..
은찬은 무슨 생각을 할 틈도 없이 소윤에게 뛰어간다
소윤에게 가는 그 거리가 왜 이리지 멀게만 느껴지는건지..자신이 달팽이라도 된듯한 착각에 빠지는 은찬
은찬은 빠르게 소윤에게 다가가지만 그녀는 이미 눈이 반쯤 감겨 숨만 힘겹게 고르고 있을뿐 자신을 올려다보지 못한다
은찬은 두 눈에 눈물을 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사나운 맹수마냥 주변사람들한테 소리를 지른다
"시발 전화 안하고 뭐해!!!!!!!!119부르라고 시발!!!!!!!!!"
사나운 은찬의 모습에 사람들은 움찔거리기만 할뿐 선뜻 먼저 전화를 걸지 않는다
은찬은 답답한 마음에 남자하나를 지목해 119에 전화를 하게 만들었고 이내 구급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은찬의 앞에 선다
은찬은 자신에 눈에서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소윤을 애처로이 바라보며 같이 구급차에 탈 뿐이다..
어떻게 병원까지 왔는진 모르겠지만 은찬은 수술실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있다
'죽으면...죽으면 안돼...나 버리고 죽으면 안된다고 임소윤..'
붉게 빛나는 수술실이라는 글자 은찬은 그 빛을 눈물을 머금은 눈으로 바라보대 이내 고개를 숙이고 다시한번 절망한다
'내가..지켜주지 못했어..몇발자국 앞에 있었는데...지켜주지 못했어..'
스스로를 자책하며 벽을 주먹으로 여러번 내리쳐 보지만 그의 손만 피로 물들뿐 눈물은 끊임없이 흘러 그의 얼굴을 적신다..
그의 심장을 적신다..
힘없이 주저 앉아있는 은찬의 귀에 다급하고 익숙한 여자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소윤이!!!소윤이는!!!!!!!"
"내딸!!!!!!!"
"야 임소윤 어딨어!!!!!!"
강민지 이도현..그리고 소윤의 어머니 송현주..
병원측에서 전화를 한 것인지 모두들 은찬 앞에 서서 그를 슬픔이 가득담긴 눈동자로 바라본다
떨리는 손으로 수술실을 가르키는 민지는 손보다 더욱 떨리는 목소리를 진정시키고 헛웃음을 지으며 은찬을 향해 말한다
"야 강은찬 소윤이 저기...들어가 있는거 아니지..?"
"....."
"응..?아니지...? 아니잖아 시발!!!!!!!!"
"민지야 그만해..!"
"흐윽..흡..소윤아.."
이내 민지가 자리에서 폭포수 같은 눈물을 흘리며 주저않고 도현은 빨개진 눈에 힘을 주어 눈물이 흐르지 않게 한다음 민지를 다독여 준다
"소윤이..내딸..정말 저기에..있는거니..?"
멍하니 수술실을 바라보며 말하시는 언제나 자신을 웃음으로 맞아주시던..소윤의 어머니가 은찬을 향해 떨리는 입술을 여신다
"죄송..합니다.."
"하.."
은찬은 울음섞인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현주에게 미안함을 표시한다
그런 은찬의 모습에..자신의 딸이 저 수술실에 있다는게 명백해 졌을때 현주는 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린다
"어머님!!!!!!!"
"저기 눕히세요"
현주가 쓰러지자 지나가던 간호사 한명이 비어있는 병실하나를 가르키며 말했다
"아..네 감사합니다 은찬아 내가 눕히고 올게.."
도현이 은찬을 안쓰럽게 쳐다보다 민지를 한번 더 다독여 주고 현주를 안고 병실 침대에 눕힌다
은찬의 머릿속엔 소윤이 피를 튀기며 쓰러져 있는 영상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임소윤..소윤아...
죽지만마..그리고..미안하다..
옆에 있었는데..
몇발자국 앞에서 널 바라보며 그렇게 있었는데..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작고 가녀린 너를 지켜주지 못해 고통스럽게 한것에 미안하다..
은찬과 민지 도현은 수술실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아직도 수술을 받고 있는 소윤을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기다린다
'임소윤...너 기다리는 애들 많잖아..제발 살아서 나와라..'
1시간이 1년...아니 10년 같았던 긴 시간이 지나고 절대 열리지 않을것만 같았던 수술실문이 열린다
마스크를 벗으며 나오는 의사에 멱살을 잡고 사나운 맹수가 된 마냥 의사를 노려보는 은찬
"시발 임소윤 괜찮냐?!"
"이..이러시면 안됩니다.."
미친발육의 중3 은찬에게 쫄은 의사가 그를 겁먹은 눈동자로 바라보며 은찬을 진정시키려 해보지만..어디 은찬이 그런 의사의 말을 듣고 진정하겠나
은찬은 소윤이 만약에 잘못됬으면 너도 곱게 생을 마감하지 못할거라는 눈빛을 의사에게 보낸다
민지가 금방이라도 주저 앉을것만 같은 다리에 힘을주어 일어나 의사에게 다가가며 묻는다
"선생님 소윤이는..소윤이 괜찮은거죠?"
"네..수술은 성공적 이었습니다.."
"하..근데 얼굴이 왜 그래요.."
"환자분께서...기억을 잃으셨습니다..교통사고를 당하기전 꽤 충격을 먹으셨던것 같습니다.."
의사의 입에서 조심스럽게 나온 그 한마디에 민지는 비틀거리고 그런 민지를 도현이 받쳐준다
은찬은 의사에 말에 심장이 바닥으로 쿵-하고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녀가...그녀가 기억을 잃었다니..추억을 지웠다니..모두를 지웠다니..
자신을..지웠다니..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은찬 그저 멱살을 잡던 손을 놓아 멍하니 의사를 바라볼 뿐이다
"우리..딸..괜찮은거죠?"
깨어난 건지 쾡해진 얼굴로 병실에서 나와 의사에게 물어보는 현주
"네 괜찮습니다...하지만..환자분께서 기억을 잃으셨습니다"
드륵- 드륵- 드륵-
이동침대가 수술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침대에 소윤이 반듯이 눕혀진채로 나온다
'걸어와야지..왜 눕혀서 나오냐..'
"일반 병실로 옮기겠습니다"
일반병실로 옮긴다는 간호사의 말에 은찬 도현 민지 현주는 간호사를 따라간다
소윤이 입원하게 될 일반병실에 모두가 모였다
모두들 입을 꾹 다문채 산소호흡기로 간간히 숨을 쉬는 창백해진 소윤을 내려다 본다
"소윤아.."
조심스럽게 은찬이 소윤을 불러보지만 그녀는 미동조차 하지않는다..그에게 예전의 그 따스한 미소를 보여주지 않는다
"흑..흡.."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구가 창백해진채로 산소호흡기에 의해 숨을 쉬는 모습을 보고 민지의 큰 눈망울에서 눈물이 흘러 그녀를 더욱더 구슬프게 만든다
"민지야..울지말고 니가 울면 안되지"
그런 그녀를 따스한 미소를 그리며 달래주는 도현
"내딸...은찬아.."
소윤의 손을 꼭 잡으며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던 현주의 입에서 은찬의 이름이 흘러나온다
"네.."
은찬은 현주의 곁에 서며 그녀를 바라보다 다시 소윤에게 시선을 돌린다
"나랑 소윤이...이사간다..."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립니까!!!!!!"
소윤에게 돌렸던 고개를 현주에게 돌리며 크게 소리치는 은찬
자신의 행동이 예의 없다는건 은찬 또한 알고 있지만 그녀를 자신에게서 멀어지게 한다는 사실에 그는 너무나도 화가 났다
참을수 없을 정도로...그를 다시한번 아프게 만들었다..
첫댓글 다시 아프게 하네요
얼마나 힘들까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