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날 아침! 호반의 도시 강촌답게 새벽 안개가 자욱하다.
거실에 나가보니 요도, 이불도, 베개도 없이 잠들어 있는 프동의 막내들...
방 두개에 거실 하나 구조라
침대방에서 여자 3명, 또 다른 방에서 남정네 어르신들 5명이 몇개 안되는 이불을 차지하고 있는터라
짬밥 순에서 밀리는 아그들은 그냥 옷을 입은채로 자야만 했던 것~!
하나뿐인 욕실에서 순서를 기다려 씻고, 누고 ㅋㅋㅋㅋ
다들 짐을 챙겨 대회장소로 출발했다.
강촌유원지에서 해장 겸 아침식사를 하기로 하고 찾아간 곳은
찌게와 황태해장국을 파는 집.
대부분 황태해장국과 순두부찌게를 주문했건만
우리의 상식을 깨는 이들이 있었느니
바로 냥냥과 피큐맨~
이름만 들어도 어제 마신 술이 다시 넘어올것 같은 비빔밥을 주문한 것이다.
아침부터 밥을 비비면 하루 종일 꼬인다는 둥, 별별 비방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비빔밥 주문을 취소하지 않았다.
대회 시작시간은 11시, 집결지는 춘천종합운동장이다.
오늘의 코스는 종합운동장을 출발해 소양교를 건너고 의암호 주변을 삥 돌아
반환점인 의암댐을 찍고 턴 해
오던길을 다시 돌아오는 42키로 대장정이다.
어제 우리 팀 12명은 5륜부와 4륜부로 나눠 다 같이 달리기로 합의를 보았다.
5륜부는 해가 넘어갈때까지 강촌리조트 도로에서 팩을 맞추어 달려보았고
4륜부는 관광으로 가자는 나의 컨셉에 맞춰
나와 반장, 날제비, 피큐맨, 라르크, 울랄라 이렇게 6명이서
아무래도 제일 뒤쳐질것 같은 울랄라를 같이 데리고 갔다 오기로 한 것이다.
출발선에 집결해 화이팅을 외친후
5륜부는 조금 앞으로 나서고, 4륜부는 약간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역시 대회는 대회인가 보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번호표를 가슴에 달고 (이번엔 붙이고)
출발선에 서니 가슴이 설렌다.
많은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드디어 출발~!
남자들 몇몇은 앞쪽에서 달리고
나와 반장은 울랄라를 앞세우며 뒤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앞서가다 가끔 뒤돌아 보던 남정네 2명(날제비, 라르크)은
조금 더 가니 아예 보이지를 않는다.
시내를 통과해 외곽으로 나왔나 싶었는데 여기가 42키로와 21키로 코스 갈림길이다.
울랄라와 피큐맨은 표지판을 보지 못했는지 21키로 코스로 직진하려는 걸
겨우 불러내 42키로인 좌회전 코스로 방향을 잡았다.
조금 가다보니 코스를 잘못 든 사람들이 되돌아가는게 보인다.
에구 에구 어쩔려구.....
첫 내리막길에서 울랄라가 넘어지고 말았다.
겁을 먹지만 않았어도 무리가 없었을 나지막한 코스였는데...
어제도 그렇게 넘어지더니만 오늘도 넘어지다니, 울랄라 엉덩이가 남아나지 않는 듯 했다.
그러는 사이 피큐맨은 앞서 가버리고
이제 반장과 나, 울랄라만 남았다.
여기서 부터는 의암호를 끼고 돌아가는 왕복 2차선 도로인데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 반복된다.
10키로 왔다는 표지판을 지나 한참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역시 기대대로 내리막이 포진해 있다.
여긴 아까보다 좀 심한 내리막이다.
내리막 코스를 본 순간 울랄라 표정이 심상치 않다.
그냥 혼자는 내려가지 못할 상황이다.
반장을 앞에 세우고 나, 울랄라가 차례대로 섰다.
그런데 내리막에서 이런 팩은 한사람이 넘어지면 다 같이 넘어져 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만다.
앞에 선 반장 어깨가 조금 흔들린다 싶어 반장을 팩에서 제외시키고
나 혼자 울랄라를 떠 맡았다.
힐브레이크를 잡고 울랄라를 뒤에 세운채 조금 내려가자니
속도는 더 붙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장난이 아니다.
내리막이 조금 더 남았지만 더 이상 같이 내려오다가는 둘 다 다칠것 같아
헤어지기 작전으로 돌입했다.
"울랄라 손 놔!"
"언니 안 돼"
"그냥 그대로 내려와, 브레이크 잡지 말구"
"언니, 아~~~~~~~~~~~악"
울랄라 넘어지는 소리를 뒤로 한 채, 나는 내리막을 혼자 내려가고 말았다.
겨우 멈춰선 뒤 오던 길을 되돌아가 울랄라에게 가니
엉덩이가 엉망이다. 옷도 다 찢어졌다.
결국 대회를 포기해야만 했다.
구급차를 불렀지만, 구급차는 오지 않고
조금 있으니 탈락자 회송 버스가 온다. 이거라도 일단 타야지...
울랄라를 버스에 태우는 순간,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반장은 저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난 이 버스에 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달릴것인가 포기해야 할 것인가.
달리고 싶은 욕심은 많았지만, 울랄라를 혼자 버스에 태워보내자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내가 좀 더 도와줄 수 있었다면 다치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
'그래 대회는 포기하는 거야, 어차피 관광이었잖아...'
짧은 순간에 결심을 하고는 반장에게는 먼저 가라는 손짓을 했다.
버스는 마지막 주자가 달리는 속도에 맞춰 천천히 따라간다.
그런데 이게 웬 일.
버스 뒤에서 반대편 차선을 넘어 냥냥과 날제비, 라르크가 오는 것이 보였다.
아뿔싸~~~ 갈림길에서 21키로쪽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 분명하다.
42키로도 힘든데 그것보다 더 달려야 하는 상황이니.....
싸이렌 소리와 함께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1위 선수가 나타났다.
아직 버스는 반환점 가려면 멀었는데, 벌써 돌아오나 보다.
1위 선수는 독주를 하고 있고, 한 100미터쯤 뒤에 2위 그룹이 10명정도 그룹으로 달려오고 있다.
멋진 수트를 입은 선수들...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달리는 것 이상의 재미가 있다.
이제나 저제나 우리 선수들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며
울랄라 다친 것도 잊은채 목을 빼고 차창 밖을 내다 본다.
같이 팩을 맞춰 오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맨 먼저 가퍼가 보인다.
꽤 빠른 속도다.
다음엔 마토가 나타났다.
10명 내외의 선수들을 거느리고 팩 맨 앞에선 마토의 모습!
역시 부드러운 주행자세다.
다음 주자는 호야, 빨간색 수트가 눈에 띈다.
이제 다음 주자는 누구일까 궁금해 졌다.
5륜부에서 세 명은 이미 지나갔고, 냥냥인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맨 뒤에 섰으니
이제 남은건 코난과 인라인의 전설 소피아다.
코난이 남자 체면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소피아가 제주도의 위력을 발휘할 것인가.
잠시 울랄라와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선수들을 몇 놓치고 나니
저 멀리 혼자서 열심히 달려오는 소피아가 보인다.
누구 같이 달릴 사람 있으면 좋으련만 혼자서 달리는 모습이 애처럽다.
코난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21키로로 잘못 들어갔던 냥냥과 그 일당들이 보인다.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들며 화이팅을 외쳐 주었다.
그러는 사이 반대편 차선에 드디어 구급차가 왔다.
그런데 구급차가 나는 떼어 놓은채 울랄라만 태우고 가버린다.
그 바람에 난 회송 버스에 혼자 남아 울랄라가 벗어 놓은 인라인과 보호대, 헬멧을 지키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버스는 이윽고 반환점인 의암댐을 돌아 다시 마지막 주자들을 따라간다.
회송버스 앞에 운영요원인 듯한 사람 서너명이 타고 있는 지프차가 하나 달리고
그 앞에는 아까부터 남녀 한쌍이 힘겹게 달리고 있다.
보아하니 남자는 조금 앞에 서서 뒤에 오는 여자를 데리고 가는 중이다.
오르막에서 뒤쳐져도 절대 손을 잡아주거나 끌어당기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 따라오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달리는 것이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아까 반환점까지 갈때는 반대편에서 오는 선수들을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었는데
이제 반환점을 돌아 출발점으로 가자니
앞에 보이는 것은 오직 마지막으로 달리는 두 사람뿐이다.
오르막에서는 거의 걷다시피하니 차는 달리지도 못하고 정말 답답하다.
순간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울랄라도 없고, 거의 걷는 속도로 꾸물 꾸물 기어가는 버스 안에서, 두 사람만을 바라보고 있자니
배도 고파오고 너무 심심해졌다.
그리고 달리고 싶어졌다.
벗어 놓았던 인라인을 다시 신었다.
버스에서 내린 후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교통통제는 아직까지 유효했다.
편도 2,3차로인 도로에서는 1차선에서는 차가 달리고 있었지만
끝차선은 인라이너들을 위해 비워 두었다.
국제마라톤대회를 매년 개최해 오고 있는 때문인지
경찰들의 호위가 대단하다.
뜨문 뜨문 힘겹게 달리고 있는 참가자들을 하나 둘씩 제치며
있는 힘껏 나의 최고 스피드로 달렸다.
남은 선수가 몇 없어 교차로에서는 경찰들에게 길을 물어가며 달려야 할 정도였다.
"아저씨, 직진이에요? 우회전이에요?"
내가 생각해도 좀 우습다.
이제 골인 지점이 얼마 안 남았다.
사람들은 내가 어떤 경로를 어떻게 거쳐 여기까지 달리고 있는 줄은 모르고
그저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정도로 나에게 환호를 보내고 있다.
일찍 대회를 마친 사람들은 인라인 가방을 메고 돌아가며
나에게 화이팅을 외쳐준다.
드디어 골인~!
비록 42키로를 다 달리지는 못했지만, 완주한 것처럼 뿌듯했다.
대회를 마치니 두시가 넘었다.
다들 다시는 42키로 안뛰겠다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그러게 관광으로 타자니깐~
결국 코난은 본의 아니게 21키로만 뛰었고 (미리 계산된 작전인지도 모른다)
21키로 반환점을 돌아 다시 42키로 코스로 달린 냥냥과 날제비, 라르크는
거의 50키로 이상 달린 셈이 되었다.
돌아오는 길은 홍천을 경유했다.
홍천의 그 유명하다는 화로구이 집에서
고추장 양념의 삼겹살과 막국수, 그리고 시원한 맥주로 피곤을 달랜 후
각자의 집을 향해 헤어졌다.
언냐... 내가 넘어진 부분을 너무 상세히 써서리.... 좀 민망하네 그려... 잉잉~~~ㅋㅋㅋ 다쳤어두...정말 좋은경험했구...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 보내서 정말 정말 좋았어용... 언냐 담에 우리 관광인랸 한번 더 가용 대회말구.... 한번 날잡죠?? 아~~~ 한쪽 궁딩이루 앉아있을려니 허리아포 죽겄당~~~ ^^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좋았겠다......난 그날 금산 인삼 시장에서 인삼 파는 아저씨랑 실랑이 하고 있었는데..........ㅋㅋㅋ
언냐... 내가 넘어진 부분을 너무 상세히 써서리.... 좀 민망하네 그려... 잉잉~~~ㅋㅋㅋ 다쳤어두...정말 좋은경험했구...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 보내서 정말 정말 좋았어용... 언냐 담에 우리 관광인랸 한번 더 가용 대회말구.... 한번 날잡죠?? 아~~~ 한쪽 궁딩이루 앉아있을려니 허리아포 죽겄당~~~ ^^
언니,,소설쓴줄 알았어영^^:;
누나 해장으로 비빔밥 먹어도 괜찮은데...얼큰한게 속이 확풀린다니까...누나도 다음에 함 드셔보셔여...ㅋㅋㅋ
누나 덩말 조은 기억이에요. 다들 고생했어요. 다음에봐요
아니.. 언니... 전설속에 묻힌지가 언젠데... 아직두 인라인의 전설이라니... 무지 민망하군요..ㅋㅋㅋ
힘은 들었지만 ...진짜 잼있고 좋은 경험 하고 온것 같아요...누나 멋졌어요!!!
누나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 들어오는 모습에 즐거워하는 모습이 가득하더군요^^ 완주의 기쁨보다는 함께했다는것에 의미를 두고싶어요^^ 다시한번 수고하셨습니다.
언니글은 언제읽어도 잼나고 생생해요,,,,안간게 넘 억울할정도로,,,,,울랄라 다친엉덩이 치료잘하고,,,,다들 담에 뵈요,,,,,
고생 많았네 누나...언젠가 나두 동참할 날이 오려나.....
누나~~ 수고하셨어요~
스포츠중계+대역전드라마...넘 잘읽었구요... 저두 열심히 연습해서 대회도 한번 나가볼수 있음 좋겠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