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직(金宗直)-晉州擧子都會試日牧使有詩次韻(진주거자도회시일목사유시차운)(진주의 응시생들이 도회시를 치르던 날 목사가 시를 차운하다)(스스로에게 달렸을 뿐)
白袍今日正逢場(백포금일정봉장) 흰 도포 선비들 오늘 제때를 만났으니
欲及槐黃意更長(욕급괴황의갱장) 노란 홰나무 꽃 필 무렵이라 감회 더욱 깊으리라
得失莫將容易議(득실막장용이의) 시험 결과를 가벼이 논하지 말라
濯纓濯足在滄浪(탁영탁족재창랑) 갓끈 씻고 발 씻는 것 모두 창랑에 달렸나니
*위 시는 “한시 감상 景경, 자연을 노래하다(한국고전번역원 엮음)”(점필재집佔畢齋集)에 실려 있는 것을 옮겨 본 것입니다.
*권경열님은 “조선 초기의 문신이자 도학자인 김종직의 시다. 그는 신진사류를 길러내 사림의 영수로 추앙을 받았다. 이 시는 그가 함양군수로 재직하고 있을 때, 인근 진주에서 열린 도회시都會試에 시관試官으로 참석해서 지은 것이다.
도회시는 지방 유생의 학업 장려를 위해 실시하는 시험으로 각 도의 관찰사가 주관하였다. 여기서 합격하면 생원시나 진사시를 거치지 않고 바로 그보다 상급 시험인 회시會試에 응시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졌다.
제1구에서는 과거에 응시하는 유생들이 하얀 도포를 입고 기대에 찬 얼굴로 시험장에 모인 풍경을 그렸다. 유생들로서는 벼슬길로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해 보려고 할 것이다. 제때를 만났다는 표현에서 그런 생동감이 느껴진다.
제2구의 노란 홰나무 꽃은 음력 7월경에 피는 꽃으로, 주로 과거 시험이 치러지는 시기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당나라 때 장안의 응시생들 중에 낙제한 자들이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도성 근처에서 거주하면서 그래 7월에 새로 지은 문장을 재차 헌상하였다. 마침 이때가 홰나무 꽃이 한창 노랗게 피는 무렵이라 이런 고사가 있게 된 것이다. 이 구는 본 과거가 치러지는 시기가 가깝기 때문에 더 의미가 새로울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4구의 갓끈을 씻고 발을 씻는다는 표현은 ‘맹자’에서 유래하였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있을 때 어떤 동자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
그러자 공자는 제자들에게 그 노래를 들어 보라고 하면서 말했다.
‘물이 맑으면 갓끈이 들어오고, 물리 흐리면 발이 들어오니, 모두 물이 자초하는 것이다’
결국 과거 시험의 결과도 자신들이 얼마나 노력했느냐에 달린 것이니, 이러쿵저러쿵 논란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중대한 이해가 걸린 문제에는 쉽게 승복하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런 결과가 도출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스스로가 불러들인 것이 대부분이다. 이 시는 이것을 강조하고 있다.”라고 감상평을 하셨습니다.
*김종직[金宗直, 1431 ~ 1492, 경상남도 밀양 출신, 본관은 선산(善山;일선 一善). 자는 계온(季昷) ·효관(孝盥), 호는 점필재(佔畢齋), 시호는 문충(文忠)]-조선 전기의 성리학자(性理學者) ·문신. 영남학파의 종조이며, 그가 생전에 지은 조의제문이 그가 죽은 후인 1498년(연산군4) 무오사화가 일어나는 원인이 되었다. 그는 부관참시를 당하였으며, 많은 제자가 죽음을 당하였다. 성리학에 밝았던 부친에게서 학문을 익히며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1453년(단종1) 23세 때 과거에 합격하여 진사가 되고 1459년(세조5) 식년문과에 정과로 급제하여, 이듬해 사가독서(賜暇讀書)를 했으며, 정자(正字) ·교리(校理) ·감찰(監察) ·경상도병마평사(慶尙道兵馬評事)를 지냈다. 성종(成宗) 초에 경연관(經筵官)이 되고, 함양군수 ·참교(參校) ·선산부사(善山府使)를 거쳐 응교(應敎)가 되어 다시 경연에 나갔다. 김종직의 벼슬은 도승지 ·이조참판 ·경연동지사(經筵同知事) ·한성부윤 ·공조참판(工曹參判) ·형조판서 ·중추부지사(中樞府知事)에까지 이르렀다. 문장과 경술(經術)에 뛰어나 이른바 영남학파(嶺南學派)의 종조(宗祖)가 되었고, 조선초 성리학을 이룬 대학자로 평가되었다. 문하생으로는 정여창(鄭汝昌) ·김굉필(金宏弼) ·김일손(金馹孫) ·유호인(兪好仁) ·남효온(南孝溫) 등이 있다. 정치적으로는 성종의 특별한 총애를 받아 자기의 문인들을 관직에 많이 등용시켰으므로 훈구파(勳舊派)와의 반목과 대립이 심하였다. 김종직은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을 실현하는 도학정치를 펼치기 위해 급진적인 개혁을 요구하였으며 결국 훈구파 세력과 대립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죽은 후인 1498년(연산군4) 그가 1457년에 지은 조의제문(弔義帝文)을 사관(史官)인 김일손이 사초(史草)에 적어 넣은 것이 훈구파의 거물급이었던 이극돈(李克墩)에게 발각되었고 같은 훈구파 세력이었던 유자광 등이 주도하여 조선시대 최초의 사화인 무오사화(戊午士禍)가 일어나게 되었다. 김종직이 지은 조의제문은 세조의 왕위 찬탈을 비판하고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단종을 애도하는 글이었다. 이 사건으로 부관참시(剖棺斬屍)를 당하였으며, 그의 문집이 모두 소각되고, 김일손 ·권오복(權五福) 등 많은 제자들과 사림파들이 죽음을 당하였다. 중종(中宗)이 즉위하여 훈구파가 몰락하고 사림파가 다시 정권을 잡게되자 김종직의 신원이 회복되고 숙종(肅宗) 때에는 영의정에 추증되었다. 밀양의 예림서원(禮林書院), 구미의 금오서원(金烏書院), 함양의 백연서원(栢淵書院), 금산(金山)의 경렴서원(景濂書院), 개령(開寧)의 덕림서원(德林書院)에 제향되었다. 문집에 《점필재집(佔畢齋集)》, 저서에 《유두유록(流頭遊錄)》, 《청구풍아(靑丘風雅)》, 《당후일기(堂後日記)》 등이 있고, 편서에 《동문수(東文粹)》, 《일선지(一善誌)》, 《이준록(彛尊錄)》 등이 있다.
*白袍(백포) : 흰 도포(道袍)
*槐黃(괴황) : 회화나무의 열매의 씨로 만든 누른 물감
*濯(탁) : 씻을 탁, 상앗대 도, 1.(씻을 탁), 2.씻다, 빨다(주물러서 때를 없애다), 3.빛나다
*纓(영) : 갓끈 영, 1.갓끈(갓에 다는 끈), 2.관(冠)의 끈, 3.노끈(실, 삼, 종이 따위를 가늘게 비비거나 꼬아서 만든 끈)
*濯纓(탁영) : 조선 김일손(金馹孫)의 호(號).
*濯纓濯足(탁영탁족) : 「갓끈과 발을 물에 담가 씻는다.」는 뜻으로, 세속(世俗)에 얽매이지 않고 초탈(超脫)하게 살아가는 것을 비유(比喩ㆍ譬喩)하는 말. 출전 맹자(孟子)
*滄浪(창랑) : 창파(滄波). 큰 바다의 푸른 물결
첫댓글 예나 지금이나 시험은 떨리기도 하면서 설레 이기도 하지요...
갓끈 씻고 발 씻는 것 모두 창랑에 달렸나니.....
언제나 시험은 그 결과가 안타까움이니~~~~~~
ㅎ, 시험의 고통 참 대단합니다.
시험지를 다 못 썼는데 빼앗기는 꿈을 오랜 세월 꾸곤 하지요 .
남은 8월 잘 정리하시고,
행복한 9월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