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이 이틀 앞으로
입동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십일월 초순이다. 엊그제 아침 약한 서리가 보얗게 내려 엽록소가 시들어 간다. 오늘 아침 시조로 ‘입동 장미’를 내보냈다. “우암리 들녘에는 막바지 추수인데 / 한갓진 농막 앞뜰 화초로 피운 꽃에 / 눈길 끈 선홍색 장미 계절감을 잊어라 // 입동이 내일모레 무서리 맞고서도 / 그 곁에 자리 지킨 옥국과 섞여 자라 / 국화와 동급인지라 오상고절 만났네”
앞 단락 시조는 일주 전 우암리를 지나던 현장에서 남겨둔 국화와 장미꽃을 실증 사진으로 지기들에 아침 안부로 전했다. 무서리는 첫서리처럼 약하게 내리는 엷고 묽은 농도로 ‘물’의 ‘ㄹ’음이 탈락한 음운현상이다. 무서리와 상대 현상이 된서리로 기온이 더욱 떨어져 차갑게 내린 서리를 이르는데 이때 비로소 낙엽활엽수에서 엽록소는 갈색으로 물들어 본격적인 단풍이 시작된다.
수요일 아침은 일주 전 지났던 우암 들녘을 걸어보려고 소답동에서 유등으로 가는 첫차 운행 49번을 탔다. 날이 덜 밝은 여명 도계동 만남의 광장을 거쳐 용강고개를 넘어갔다. 차장 밖은 희뿌옇게 날이 밝아와야 함에도 시야는 흐린 날이 아니어도 더욱 어두컴컴해졌다. 계절이 바뀌는 이즈음 아침이면 끼는 안개가 퍼졌다. 복사안개는 바람 없고 맑은 날 일교차 큰 아침 자주 낀다.
동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남삼거리를 거쳐 가면서 차창 밖은 가까운 거리도 분간되지 않아 차들은 안개등을 켜고 천천히 다녔다. 주남지와 산남지를 비켜 가술 일반산업단지를 거쳐도 안개는 더욱 짙어 사위를 가렸다. 가술 삼봉마을에서 국도를 건너간 우암리 농협법인 미곡 처리장에서 내렸다. 곡창 대산 들녘에서 생산된 벼들이 모여들고 넘치는 수확물은 다른 창고로 보내진다.
덕현마을로 가는 농로를 겸한 포장도로에는 대형 트럭과 장비들이 추수 부산물인 볏짚을 싣느라 비상등을 켜고 작업했다. 공룡알처럼 커다란 볏짚 묶음은 축산 농가로 보내져 사료로 쓴다. 현지 농가는 논바닥 볏짚이 어서 치워져야 뒷그루로 심을 당근 농사 비닐하우스를 세웠다. 예전에는 겨울철 수박을 많이 심었으나 공력에 비해 가격 등락이 커 당근으로 작목을 바꾸었다.
안개가 짙어 지척이 분간되지 않는 들판을 걸어 덕현마을로 향했다. 들녘이 끝나 곳은 가술이나 진영 아파트단지가 보일 법도 한데 짙은 안개로 100미터 앞도 제대로 분간되지 않았다. 들판은 일부 추수가 덜 끝난 벼들이 보여도 빈 논바닥이거나 트랙터로 갈아둔 논이 많았다. 덕현에서 우암리를 지나다가 아침에 시조로 넘긴 장미와 국화를 다시 봤는데 무서리에 약간 시들었다.
천연기념물 팽나무가 선 동부마을에서 강둑을 넘어 둔치 자전거길을 안개 속에 걸어갔다. 물억새는 갈색으로 물들면서 꽃이 피어 만추에 이른 계절감이 물씬했다. 이른 아침부터 동호인이 운집하는 파크골프장은 주중 휴장이라 찾은 이가 없어 썰렁했다. 도심에서 새벽같이 몰려드는 골퍼들로 점심때면 가술이나 강 건너 수산 일대 식당이나 찻집이 붐벼 지역 경제에 도움 주었다.
안개가 걷히지 않은 둔치 플라워랜드에서 강둑으로 오르자 수산대교가 강심으로 걸쳐 지났다. 둑길을 더 오르지 않고 발길을 돌려 북부리 근처로 가서 이웃에 살며 거기서 밭농사를 짓는 할아버지 농장으로 가봤다. 콩을 꺾어 타작을 거의 마쳐 가는 때였는데 노부부는 보이질 않았다. 신설 국도 공사 현장에서 송동을 거쳐 가술에 닿도록 안개는 걷히지 않았는데 3시간 넘게 걸었다.
창원시 농어촌활성화센터에서 개장한 지역 문화나눔센터는 빨래방을 운영 자원봉사자들이 각 마을에서 가져온 침구를 세탁 건조했다. 곁에 딸린 운동화 세척 코너에서 가져간 트레킹화와 신고 있던 운동화를 씻어 말렸다. 오후 일과를 마친 귀로 밑창이 닳은 트레킹화는 시내 백화점 매장을 찾아 창갈이를 맡겼다. 날이 저물기 전 용지호수를 지나왔더니 거기도 가을빛이 완연했다. 25.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