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숲이 되고 싶다
- 이향아
나무는 나무로, 다른 것은 바라지 않습니다
초록에서 헝클어진 머리칼을 다듬고
키가 클수록 휘청거리는 다리
살아가는 일은 휘청거리는 일이라고
타고난 뿌리만큼 어깨를 추스르고
타고난 기운만큼 얽어서 견딥니다
나무는 다만 숲이 되고 싶습니다
바위나 언덕이나 벼랑이거나
지금 어디로 다리를 뻗을 것인지
담쟁이와 칡넝쿨이 잡아당겨도
함께 살다가 함께 죽자
누구를 내쫓거나 돌려세우지 않습니다
나무는 다만 숲이 되고 싶은 꿈
그 꿈 하나만은 버릴 수가 없습니다.
—시집『나무는 숲이 되고 싶다』(서정시학,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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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불인견의 삶으로 뒤범벅이 된 우리 사회는 발달된 언론의 힘으로 도두라집니다
'알 권리' 때문에 오히려 국민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습니다
범죄를 저지른 자의 인권 때문에 피해자가 늘어난다면...
눈앞의 문제 때문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면 아니 보지 못한다면...
숲이 되고자 하는 나무들은 그저 하루치의 목숨을 이어갈 수밖에 없겠지요
더불어 함께 살다가 함께 죽자고 소리높일 수도 없는 세상살이네요^*^
어디 눈길 돌릴 데도 없이 그저 바람에 흔들릴 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