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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명여비조지영(石銘如飛鳥之影)
바위에 새긴 이름은 하늘을 나는 새의 그림자와 같다는 뜻으로, 새가 하늘을 날아간 뒤에 남긴 그림자이니 그 흔적을 알 길이 없다. 헛될 뿐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욕되게 할 수 있다는 말이다.
石 : 돌 석(石/0)
銘 : 새길 명(金/6)
如 : 같을 여(女/3)
飛 : 날 비(飛/0)
鳥 : 새 조(鳥/0)
之 : 갈 지(丿/3)
影 : 그림자 영(彡/12)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만 죽고 나면 사라져 버리는 이름도 무수히 많다. 그래서일까? 자기 이름을 남기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쓰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이름은 그 사람의 삶과 정체성을 말해주는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사람의 얼굴과 같다.
옛날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입신양명(立身揚名)이라 하여 뜻을 세워 이룸으로 세상에 이름을 드러내는 삶을 살라고 권고하였다. 이에 많은 선비가 입신양명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역사에 남는 이름 중에는 자랑스러운 이름도 있지만 부끄러운 이름도 많다.
입신양명하여 세상에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이름을 자랑스럽게 남기라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자랑스럽게 남는 이름은 자기가 남기기 위해 애써서 되는 것이 아니라 인품과 업적을 높여 자연스럽게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다.
그런데 인품도 업적도 미천한 사람이 한갓 명예욕에 집중되어 온갖 애를 써 가며 표창을 받으려 하고 곳곳에 자기의 이름을 새겨 넣고 각종 기록에 등재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그렇게 새겨지고 남겨진 이름은 뒷날 남의 손가락질을 받고 천대받는 석명여비조지영(石銘如飛鳥之影: 바위에 새긴 이름은 하늘을 나는 새의 그림자와 같다)의 처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석명(石銘)은 돌의 이름이 아니라 돌에 새겨진 이름으로 봐야 한다. 명(銘)에는 '새기다'는 의미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조지영(石銘如飛鳥之影)은 새가 하늘을 날아간 뒤에 남긴 그림자이니 그 흔적을 알 길이 없다. 헛될 뿐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욕되게 할 수 있다.
오래전에 금강산을 관광하였을 때 금강산의 아름답고 우람한 바위 곳곳에 새겨진 '위대한 영도자 김일성 동지'를 비롯한 수많은 글발을 보았다. 지도원에게 그 글발의 크기를 물으니 가로와 세로가 50cm 깊이 30cm 이상인 것도 많다고 했다. 김일성은 자손만대에 이르기까지 금강산을 사유화하고 자기의 이름을 남기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그것만은 아니었다. 구룡폭포를 지나다 보면 여러 곳에 오래된 글발이 보였다. 계곡의 넓은 바위에 한문으로 새겨진 글과 이름이 풍랑에 퇴색된 모습은 많은 세월이 흘렀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그 이름을 누가 알고 기억해 주랴. 그 이름들은 나무와 풀숲에 가려진 채로 다시 수많은 세월을 토기와 승냥이들이 밟고 지나가고 새들이 똥을 싸 댈 것이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혀를 차며 하는 욕을 먹어야 할 것이다.
오래전에 어떤 한 지인이 기관장이 되었는데 명패가 초라하다고 자기가 다시 문구를 만들고 디자인하여 돌로 우람하게 새겨 집무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자랑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명예롭게 기관장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름과 명패를 스스로 화려하게 만들고 내세운다고 해서 이름이 좋게 알려지는 게 아니라 이름은 그의 인격과 업적에 의해 자연스럽게 알려진다는 것을 그분은 모르는 것 같았다.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 욕망이 겸손을 앞질렀을 것이다. 욕망이 겸손을 지나치게 앞지르면 이름은 아름답게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부끄럽게 알려지기 쉽다.
퇴계 이황 선생과 함께 영남학파의 거두이며 곧기로 유명하였던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이 1558년 4월 10일부터 26일까지 지리산 청학동을 유람하였다. 조식은 4월 19일 이른 아침 청학동을 향해 계속을 오르다가 큰 바위에 새겨진 '이언경(李彦憬) 홍연(洪淵)'이라는 글씨를 보았다. 이를 본 조식 선생은 세상 사람들의 헛된 욕심을 한탄하면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大丈夫名字(대장부명자)
當如靑天白日(당여청천백일)
太史書諸冊(태사저제책)
廣土銘諸口(광토명저구)
區區入石於林莽之間(구구입석어림망지간)
猿狸之居(오리지거)
求欲不朽(구욕불후)
邈不如飛鳥之影(막불여비조지영)
後世果烏知何如鳥耶(후세과오지하여조야)
대장부의 이름은 당연히 푸른 하늘의 밝은 태양과 같은 것이기에 사관들은 후세까지 남도록 이런저런 책에다 기록하고 넓은 땅에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새겨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구차스럽게 곳곳의 우거진 수풀 사이 원숭이와 승냥이 떼가 사는 바위 위에 이름을 새겨 넣어 영구히 소멸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것은 허공을 나는 새의 그림자만도 못하니 후세 사람들이 과연 그 새가 무슨 새였는지 어떻게 날았는지 알 수 있겠는가?
위의 글은 조식 선생의 문집은 남명집(南冥集) 권2, 유두류록(遊頭流錄)에 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의 글의 의미를 좀 더 새겨보자.
大丈夫名字(대장부명자)는 대장부를 지칭한다. 대장부는 소인배가 아니라 학식과 인격을 겸비한 선비이다. 따라서 자기의 이름을 알리기를 애쓰지 않으며 스스로 마음과 몸을 수양함에 힘쓰며 겸허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대장부는 대의에 의해 살아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당연히 푸른 하늘의 밝은 태양과 같다.
當如靑天白日(당여청천백일)에서 靑天(청천)은 푸른 하늘이며 백일(白日)은 구름 한 점 없는 밝은 해가 비친 한낮이니 靑天白日(청천백일)은 아무것도 가려지지 않은 모든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것이다. 따라서 고매한 인격과 덕망을 갖춘 대장부라면 애쓰지 않아도 이름이 만천하에 저절로 드러나 빛나게 마련이다. 따라서 대장부가 되려면 삶의 모든 점이 드러나도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떳떳한 삶을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太史書諸冊(태사서제책) 이렇게 빛나는 인격과 업적을 가진 대장부들은 사관들이 수집하여 이런저런 책에다 기록할 것이다. 여기서 太史(태사)는 고대부터 역사 등을 기록하던 사관을 일컫는다. 사기를 지은 사마천도 그 벼슬이 태사였다.
廣土銘諸口(광토명제구) 그러면 당연히 廣土(광토-넓은 세상)에 그 이름이 諸口(제구- 여러사람의 입)에 새겨질 것이다. 인품과 업적이 있는 사람은 사람들이 늘 뇌이며 칭송하고 따르게 마련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區區入石於林莽之間 猿狸之居(구구입석어림망지간 원리지거) 區區(구구)는 곳곳이다. 入石(입석)은 바위에 넣는다는 것이니 돌에 이름을 새겨 넣는 것을 말한다. 林莽(림망)은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것을 猿狸(원리)는 원숭이와 살쾡이를 지칭한다. 즉 원숭이와 살쾡이가 거처하는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첩첩산중 곳곳에 있는 바위에 이름을 새겨 넣었다는 것이다.
求欲不朽(구욕불후) 그것은 필시 不朽(불후) 즉 오래도록 없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욕망 때문이다. 많은 사람은 자기 이름이 오래 기억되도록 지금도 곳곳에 이름을 새기려 한다. 관광지에 가면 자기가 다녀간 것을 알리기 위해 곳곳에 이름을 써놓은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공중도덕을 잃어버린 못된 시민이다. 별일도 아닌 공적을 내세우며 국가 유공자가 되려고 안달인 사람이 있으며, 기부금을 내가며 명인이 되고자 하기도 한다.
邈不如飛鳥之影(막불여비조지영) 그러나 그런 행동은 飛鳥之影(비조지영) 하늘을 나는 새가 남긴 그림자만도 못하게 아득히 멀다. 그러니 後世果烏知何如鳥耶(후세과오지하여조야) 후세 사람들이 어찌 그 새가 무슨 새였는지, 그 새가 어떻게 날았는지 알 길이 있겠는가?
새가 날아간 그림자는 형체를 알 수 없다. 그냥 스쳐 지나가면 끝이다. 자기의 이름을 세상에 오래도록 남기기 위해 산중 경치 좋은 곳 바위에 이름을 새겨 넣지만, 사람들은 그가 누구인지 어떤 일을 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고 기억하기는커녕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오히려 욕을 해댄다.
소인배들, 특히 명예에 굶주린 잘못된 선비들은 허명(虛名)에 빠져 학문과 인격 도야보다는 이름을 드러내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당시의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도 이 말은 매우 유효하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인격과 업적보다는 이름을 드러내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글을 쓴 남명 조식 선생은 벼슬도 거부하고 조야에 묻혀 정론을 펼치며 살았지만, 지조 높은 선비로 오늘날까지 그 이름이 알려져 있다.
옛날 중국 송나라 시대의 유명한 학자 정자 이천(程子; 伊川)은 삶을 새가 하늘을 날아간 자취에 비유하여 무소주 조도행(無所住鳥道行)이라 하며 그런 삶을 살고자 한다고 했다. 무소주 조도행(無所住鳥道行)이란 무슨 뜻인가?
무소주(無所住)는 고정되어 머무는 곳이 없다는 뜻이다. 즉 그 어떤 자리에 앉아 오래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벼슬자리를 탐하거나 오른 벼슬자리에 오래 머무르기를 원치 않는다는 뜻이다. 조도행(鳥道行)은 새가 날아간 길이다. 새가 나아간 길은 흔적이 남지 않는다. 이름을 남기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존경받는 스승으로 자리 잡고 있다. 토정 이지함 선생이나 퇴계 이황 선생 등 존경받는 명사들은 죽음을 앞두고 후손들에게 묘와 비갈(碑碣)을 화려하게 꾸미지 말 것을 간곡히 당부하였다고 전해진다. 그래도 그들의 이름은 역사에 길이 빛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세상에 삶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애쓰다 보니 무리수를 범한다. 옛날에는 그러다 잘못되면 자신만 척살되는 것이 아니라 3족이 멸(滅)할 수도 있었다.
중국 최초의 통일 국가를 이룩한 진시황은 자기의 업적이 만천하에 알려지고 영원하기를 원했다. 그는 만리장성을 쌓고 불로초를 찾았으며, 수많은 백성을 고난 속으로 몰면서도 아방궁을 지었으나 완성도 하지 못하고 죽었다.
대통령이나 단체장 등이 재임 기간의 업적에 너무 집중하다 보니 무리수를 범하여 민생을 어지럽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 석명여비조지영(石銘如飛鳥之影; 바위에 새긴 이름은 하늘을 나는 새의 그림자와 같다)이다. 바른 인품과 업적으로 정치와 행정을 할 때 뒷날까지 그의 이름은 남고 전해진다.
그러나 키케로(Cicero)가 '명예를 가볍게 여기라'고 책에 쓰는 사람도 자기 이름을 그 책에 쓴다고 했듯이 이름에 엮어진 인간의 존재 의식과 명예욕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삶의 본질은 삶의 흔적을 남기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삶에 충실하여 자기 존재의 사명을 다 하는 일이다.
그래서 삶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이름을 알리려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이름이 자연스럽게 알려지도록 학문과 인격을 닦고 업적을 쌓는 일이다. 조식 선생의 위의 글은 겸허하고 정직하게 열심히 살라는 충고로 여겨진다.
내 안의 허영심과 공명심을 떨치며
지난 한 주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문화와 가치'를 읽었다. 수많은 단상 형식의 글들, 그 깊이를 따라갈 수 없어 읽다 말다를 반복했다.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철학자를 알고 그의 글을 읽기 시작한 지 어언 십여 년이 되었다. 어떤 철학자도 예외가 아니겠지만 내게 비트겐슈타인은 특히 삶과 철학이 일치한 사람이었다.
내가 아는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이 생각하는 삶의 길에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최대한 벗어버리며 단순하고 투명하게 살기를 온몸으로 실천한 그런 사람이었다. 일상 속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왜곡 없이 수용하려 노력하면서도 삶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잃지 않았던 비트겐튜타인이었다.
그래서 내게 그는 '세속의 성자'처럼 느껴진다.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좋습니다.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세요. 나는 훌륭한 인생을 살았다고 말입니다."
이번 읽기에서 노년의 내게 깊은 공명을 일으킨 글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허영심과 공명심에 관한 두 글이다. 옮겨본다.
우리가 차분히 생각에 잠기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외부의 잡음이나 말소리가 아니다. 아기 울음소리도, 포탄 소리도 아니다. 성실하고 정확하며, 신중하고 깊이 있는 생각을 아주 간단히 방해하는 건 어떻게든 공적을 쌓아 널리 이름을 알리려는 허영심이다.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고, 타인에게 존중받고, 응석부리고 싶은 심보다. 자신만큼은 특별하다며 잘난 체하는 마음이다. 모든 이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다.
남보다 독보적으로 눈에 띄고자 하는 마음. 유명해지고자 하는 욕구. 훌륭한 사람으로 보이길 바라는 마음. 자신은 특별히 뛰어나다고 인정받길 바라는 욕구. 이런 공명심이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철두철미한 사고를 할 수 없다. 사고가 공명심의 탐욕에 이끌려 볼썽사납게 뒤틀리기 때문이다.
나의 평화와 행복을 깨뜨리는 훼방꾼. 그것은 바깥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다. 그것은 나를 내세우며 잘난 채하고 나의 존재를 어떻게 해서라도 세상에 뽐내려는 욕구다. 비트겐슈타인이 허영심과 공명심이라 부른 이것은 어쩌면 인간에게 남은 마지막 헛된 생각이 아닐까. 이른바 잘난 인간이 가장 떨치기 힘든 것이 명예욕이라 하지 않던가.
내게도 이것이 남아있음을 가끔 생각한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나의 평온한 마음이 여지없이 흐트러졌음을 떠올린다. 내가 무엇을 하든 그것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것은 쓸데없는 허영심과 공명심이 살아 움직였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한 남과의 관계를 떠나 잠시도 살 수 없는 게 인간이라지만 그들로부터 나의 존재 의미를 끊임없이 인정받으려는 욕심이 나를 얼마나 힘들고 비루하게 만들었던가.
비트겐슈타인의 저 유명한 금언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는 이 말을 지금 나는 다시 한 번 가슴에 되새긴다. 나의 말 중에 헛되고 의미 없고, 그래서 나를 더 괴롭힌 말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 모두가 나를 내세우려는 욕구, 그 얄팍한 허영심과 공명심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진정한 나 자신으로부터 자꾸만 멀어진다. 입보다 귀를 더 여는 노년으로 살아야겠다. 내 안의 진정한 평화와 행복을 위하여.
▶️ 石(돌 석)은 ❶상형문자로 언덕 아래 뒹굴고 있는 돌의 모양을 나타내며 돌을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石자는 '돌'이나 '용량 단위'로 쓰이는 글자이다. 石자의 갑골문을 보면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돌덩이가 그려져 있었다. 금문에서는 벼랑 아래로 돌이 굴러떨어진 모습으로 바뀌게 되었는데, 이것이 지금의 石자이다. 그래서 石자의 좌측 부분은 벼랑이나 산기슭을 뜻하는 厂(산기슭 엄)자가 변한 것이고 그 아래로는 떨어져 있는 돌덩어리가 그려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옛날에는 돌이 무게의 단위나 악기의 재료로 쓰인 적이 있었기 때문에 石자에는 '용량 단위'나 '돌 악기'라는 뜻이 남아있다. 그러나 石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주로 '돌의 종류'나 '돌의 상태', '돌의 성질'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石(석)은 (1)어떤 명사 다음에 쓰이어 섬(부피의 단위)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 (2)경쇠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돌 ②섬(10말. 용량 단위) ③돌바늘 ④돌비석 ⑤돌팔매 ⑥숫돌(연장을 갈아 날을 세우는 데 쓰는 돌) ⑦무게의 단위 ⑧돌로 만든 악기(樂器) ⑨저울 ⑩녹봉(祿俸) ⑪쓸모 없음을 나타내는 말 ⑫굳다 ⑬돌을 내던지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구슬 옥(玉), 쇠 철(鐵)이다. 용례로는 석유(石油), 석탄(石炭), 석류나무의 열매를 석류(石榴), 석회석을 석회(石灰), 돌로 쌓은 탑을 석탑(石塔), 돌로 만든 부처를 석불(石佛), 건축 재료로 쓰이는 돌을 석재(石材), 바위에 뚫린 굴을 석굴(石窟), 돌이 마주 부딪칠 때에 불이 반짝이는 것과 같이 빠른 세월을 이르는 말을 석화광음(石火光陰), 자갈밭을 가는 소란 뜻으로 황해도 사람의 근면하고 인내심이 강한 성격을 평한 말을 석전경우(石田耕牛), 다른 산의 돌이라는 뜻으로 다른 산에서 나는 거칠고 나쁜 돌이라도 숫돌로 쓰면 자기의 옥을 갈 수가 있으므로 다른 사람의 하찮은 언행이라도 자기의 지덕을 닦는 데 도움이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타산지석(他山之石), 한 개의 돌을 던져 두 마리의 새를 맞추어 떨어뜨린다는 뜻으로 한 가지 일을 해서 두 가지 이익을 얻음을 이르는 말을 일석이조(一石二鳥),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한다는 뜻에서 지나친 욕심을 절제함 또는 대의를 위해서 부귀영화를 돌보지 않는다는 의미의 말을 견금여석(見金如石), 처마의 빗방울이 돌을 뚫는다는 뜻으로 작은 힘이라도 그것이 거듭되면 예상하지 못했던 큰 일을 해냄을 이르는 말을 점적천석(點滴穿石), 한강에 아무리 돌을 많이 집어 넣어도 메울 수 없다는 뜻으로 아무리 도와도 보람이 없는 것 또는 아무리 투자를 하거나 애를 써도 보람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한강투석(漢江投石), 금석의 사귐이라는 뜻으로 쇠와 돌처럼 변함없는 굳은 사귐을 일컫는 말을 금석지교(金石之交), 금과 돌같은 굳은 언약이라는 뜻으로 서로 언약함이 매우 굳음을 일컫는 말을 금석뇌약(金石牢約),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라는 뜻으로 임기응변으로 어려운 일을 처리함을 일컫는 말을 하석상대(下石上臺), 나무에도 돌에도 붙일곳이 없다는 뜻으로 가난하고 외로워서 의지할 곳이 없는 처지를 이르는 말을 목석불부(木石不傅), 계란으로 돌벽을 치듯이란 뜻으로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당해 내려는 일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이란격석(以卵擊石), 옥과 돌이 함께 뒤섞여 있다는 뜻으로 선과 악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함께 섞여 있음을 이르는 말을 옥석혼효(玉石混淆), 옥과 돌이 함께 불타 버린다는 뜻으로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 함께 망함을 이르는 말을 옥석구분(玉石俱焚), 함정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떨어뜨린다는 뜻으로 곤경에 빠진 사람을 구해 주기는 커녕 도리어 해롭게 함을 이르는 말을 낙정하석(落穽下石), 돌을 범인 줄 알고 쏘았더니 돌에 화살이 꽂혔다는 뜻으로 성심을 다하면 아니 될 일도 이룰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사석위호(射石爲虎), 쇠와 돌을 열리게 한다는 뜻으로 강한 의지로 전력을 다하면 어떤 일에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금석위개(金石爲開), 쇠를 두드리고 돌을 울린다는 뜻으로 시나 문장의 어울림이 뛰어남을 이르는 말을 고금알석(敲金戛石) 등에 쓰인다.
▶️ 銘(새길 명)은 ❶형성문자로 铭(명)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쇠 금(金; 광물, 금속, 날붙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글자, 이름의 뜻을 가진 名(명)으로 이루어졌다. 금속(金屬)에 새긴 글자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銘자는 '새기다'나 '기록하다', '조각하다'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銘자는 金(쇠 금)자와 名(이름 명)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이렇게 '이름'이라는 뜻을 가진 名자에 金자가 더해진 銘자는 금속판에 이름을 새긴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금속판에 이름을 새긴다는 것은 오래도록 이름을 남겨 보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銘자의 본래 의미는 '공덕(功德)을 기려 이름을 새기다'였다. 하지만 지금은 '기록하다'나 '조각하다'와 같이 오래도록 보존하고 남긴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銘(명)은 한문 문체(文體) 형식의 한 가지로 대개 운(韻)을 넣어 넉 자 한 짝으로 귀(句)를 이루어 서술하는데, 주로 자기 자신을 경계하거나 남의 업적(業績) 또는 사물의 내력을 찬양(讚揚)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여 금석(金石), 기물(器物), 비석(碑石) 따위에 새김의 뜻으로 ①새기다 ②기록(記錄)하다 ③조각(彫刻)하다 ④명심(銘心)하다 ⑤금석(金石)에 새긴 글자 ⑥문체(文體)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새길 간(刊), 새길 각(刻), 새길 조(彫), 새길 루(鏤), 새길 전(鐫)이다. 용례로는 잊지않게 마음에 깊이 새김을 명심(銘心), 마음속 깊이 새기어 둠을 명기(銘記), 마음에 새기어 둠을 명간(銘肝), 고마움을 마음속 깊이 새겨서 간직함을 명패(銘佩), 마음에 깊이 새기어 고마움을 사례함을 명감(銘感), 마음에 깊이 새기어 고마움을 사례함을 명사(銘謝), 금석金石에 문자를 새김을 명각(銘刻), 잊지 않도록 마음 속에 깊이 새겨 둠을 명루(銘鏤), 특별한 방법으로 품질이 좋게 만든 술을 명주(銘酒), 비석에 새긴 글을 비명(碑銘), 감격하여 명심함 또는 깊이 느끼어 마음속에 새기어 둠을 감명(感銘), 마음에 깊이 새기어 잊지 않음을 간명(肝銘), 늘 자리 옆에 적어놓고 자기를 경계하는 말을 좌우명(座右銘), 마음 속에 깊이 새겨 두고 잊지 아니함을 명심불망(銘心不忘), 살갗에 새기고 뼈에 새긴다는 뜻으로 마음에 깊이 새겨 잊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명기누골(銘肌鏤骨), 잊지 않기 위하여 허리띠에 써 놓고 마음에 깊이 새겨 둠을 서신명폐(書紳銘肺), 마음속 깊이 새겨 둠을 각골명심(刻骨銘心), 비를 세워 이름을 새겨서 그 공을 찬양하며 후세에 전한다는 말을 늑비각명(勒碑刻銘) 등에 쓰인다.
▶️ 如(같을 여, 말 이을 이)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계집녀(女; 여자)部와 말을 뜻하는 口(구)로 이루어졌다. 여자가 남의 말에 잘 따르다의 뜻이 전(轉)하여, 같다의 뜻과 또 음(音) 빌어 若(약)과 같이 어조사로 쓴다. ❷회의문자로 如자는 '같게 하다'나 '따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如자는 女(여자 여)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여기서 口자는 사람의 입을 그린 것으로 '말'을 뜻하고 있다. 如자는 여자가 남자의 말에 순종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부권 중심의 전통사회에서 여성의 순종을 미덕으로 삼았던 가치관이 낳은 글자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본래의 의미는 '순종하다'였다. 하지만 지금은 주로 '~와 같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어 쓰이고 있다. 그래서 如(여, 이)는 법의 실상(實相)이란 뜻으로 ①같다, 같게 하다 ②어떠하다 ③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닿다 ④좇다, 따르다 ⑤가다,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⑥당연히 ~하여야 한다 ⑦맞서다, 대항하다 ⑧비슷하다 ⑨어찌 ⑩가령(假令), 만일(萬一) ⑪마땅히 ⑫곧, 이것이 ⑬~과, ~와 함께 ⑭보다, ~보다 더 ⑮이에, 그래서 그리고 ⓐ말을 잇다(=而)(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대상이 변함이 없이 전과 같음을 여전(如前), 이와 같음을 여차(如此), 얼마 되지 아니함을 여간(如干), 사실과 꼭 같음을 여실(如實),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을 여하(如何), 왼쪽에 적힌 내용과 같음을 여좌(如左), 이러함을 여사(如斯), 일이 뜻대로 됨을 여의(如意), 있어야 할 것이 없거나 모자람을 결여(缺如), ~만 같은 것이 없음을 막여(莫如), ~만 못함을 불여(不如), 혹시나 설혹을 혹여(或如), 어떠함을 하여(何如), 뒤섞여서 어지러움을 분여(紛如), 뜻하지 않은 사이에 갑자기를 홀여(忽如), 3년과 같이 길게 느껴진다는 뜻으로 무엇을 매우 애타게 기다리는 것을 이르는 말을 여삼추(如三秋), 얇은 얼음을 밟는다는 뜻으로 몹시 위험함을 가리키는 말을 여리박빙(如履薄氷), 거문고와 비파를 타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부부 간에 화락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고금슬(如鼓琴瑟),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이 일이 썩 쉬움을 일컫는 말을 여반장(如反掌), 바람이 귀를 통과하는 듯 여긴다는 뜻으로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태도를 일컫는 말을 여풍과이(如風過耳),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자주 날갯짓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배우기를 쉬지 않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익힘을 이르는 말을 여조삭비(如鳥數飛), 여러 사람의 말이 한 입에서 나오는 것처럼 한결같음을 이르는 말을 여출일구(如出一口), 시키는 대로 실행되지 못할까 하여 마음을 죄며 두려워함을 이르는 말을 여공불급(如恐不及), 물고기가 물을 얻음과 같다는 뜻으로 빈궁한 사람이 활로를 찾게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어득수(如魚得水),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모하는 것 같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여원여모(如怨如慕), 개미가 금탑을 모으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근검하여 재산을 축적함을 이르는 말을 여의투질(如蟻偸垤), 천금을 얻은 것 같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이루어 마음이 흡족함을 이르는 말을 여득천금(如得千金), 강을 건너려 하는 데 마침 나루터에서 배를 얻었다는 뜻으로 필요한 것이나 상황이 바라는 대로 됨을 이르는 말을 여도득선(如渡得船), 남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이 환히 앎을 일컫는 말을 여견폐간(如見肺肝), 아주 작은 고을을 콩 만 하다고 비유하는 말을 여두소읍(如斗小邑),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과 같은 뜻으로 무슨 일을 하는 데 철저하지 못하여 흐리멍덩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여수투수(如水投水), 물고기가 물을 잃음과 같다는 뜻으로 곤궁한 사람이 의탁할 곳이 없어 난감해 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어실수(如魚失水), 얼굴의 생김생김이나 성품 따위가 옥과 같이 티가 없이 맑고 얌전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여옥기인(如玉其人), 나는 새가 눈앞을 스쳐간다는 뜻으로 빨리 지나가 버리는 세월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여조과목(如鳥過目), 발과 같고 손과 같다는 뜻으로 형제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깊은 사이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족여수(如足如手),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호소하는 것 같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여원여소(如怨如訴), 한 판에 찍어 낸 듯이 조금도 서로 다름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여인일판(如印一板), 앓던 이가 빠진 것 같다는 뜻으로 괴로운 일을 벗어나서 시원하다는 말을 여발통치(如拔痛齒), 한쪽 팔을 잃은 것과 같다는 뜻으로 가장 믿고 힘이 되는 사람을 잃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실일비(如失一臂),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다는 뜻으로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것과 같이 하늘로 비상하여 더 큰 일을 이룬다는 의미를 일컫는 말을 여호첨익(如虎添翼) 등에 쓰인다.
▶️ 飛(날 비)는 ❶상형문자로 새가 날개 치며 나는 모양으로, 날다, 날리다, 빠름의 뜻이 있다. 부수(部首)로 쓰일 때는 날비몸이라 한다. ❷상형문자로 飛자는 '날다'나 '오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飛자는 새의 날개와 몸통을 함께 그린 것이다. 飛자는 본래 '날다'를 뜻하기 위해 만들었던 非(아닐 비)자가 '아니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새로이 만들어진 글자이다. 飛자는 새의 날개만을 그렸던 非자와는 달리 새의 몸통까지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飛(비)는 ①날다 ②지다, 떨어지다 ③오르다 ④빠르다, 빨리 가다 ⑤근거 없는 말이 떠돌다 ⑥튀다, 튀기다 ⑦넘다, 뛰어 넘다 ⑧날리다, 빨리 닿게 하다 ⑨높다 ⑩비방(誹謗)하다 ⑪새, 날짐승 ⑫빨리 달리는 말 ⑬높이 솟아 있는 모양 ⑭무늬 ⑮바둑 행마(行馬)의 한 가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날 상(翔)이다. 용례로는 어떤 일의 영향이 다른 데까지 번짐을 비화(飛火), 공중으로 날아서 감을 비행(飛行), 태양을 달리 일컫는 말을 비륜(飛輪), 빠른 배를 비가(飛舸), 하늘을 나는 용을 비룡(飛龍), 날아 다니는 새를 비조(飛鳥), 높이 뛰어오르는 것을 비약(飛躍), 날아 오름을 비상(飛上), 공중으로 높이 떠오름을 비등(飛騰), 세차게 흐름을 비류(飛流), 공중을 날아다님을 비상(飛翔), 하늘에 오름을 비승(飛昇), 매우 높게 놓은 다리를 비교(飛橋), 날아서 흩어짐을 비산(飛散), 날아오는 총알을 비환(飛丸), 여름 밤에 불을 찾아 날아다니는 나방을 비아(飛蛾), 날아가 버림을 비거(飛去), 내리는 서리를 비상(飛霜), 바람에 흩날리며 나리는 눈을 비설(飛雪), 용맹스럽고 날래다는 비호(飛虎), 던지는 칼 또는 칼을 던져 맞히는 솜씨를 비도(飛刀), 띄엄띄엄 넘어가면서 읽음을 비독(飛讀), 날아 움직임을 비동(飛動), 일의 첫머리를 비두(飛頭), 힘차고 씩씩하게 뻗어 나아감을 웅비(雄飛), 높이 낢을 고비(高飛), 떼지어 낢을 군비(群飛), 어지럽게 날아다님을 난비(亂飛), 먼 데 있는 것을 잘 보고 잘 듣는 귀와 눈이라는 뜻으로 학문이나 사물에 대한 관찰의 넓고 날카로움을 이르는 말 또는 그 도구의 뜻으로 책을 두고 이르는 말을 비이장목(飛耳長目), 날쌔게 말에 올라 탐을 이르는 말을 비신상마(飛身上馬), 천리까지 날아감을 이르는 말을 비우천리(飛于千里), 날아가고 날아옴을 일컫는 말을 비거비래(飛去飛來), 곧바로 흘러 떨어짐을 일컫는 말을 비류직하(飛流直下), 특히 여자의 뼈에 사무치는 원한을 이르는 말을 비상지원(飛霜之怨), 성인이나 영웅이 가장 높은 지위에 올라 있음을 비유하는 말을 비룡재천(飛龍在天), 모래가 날리고 돌멩이가 구를 만큼 바람이 세차게 붊을 형용하는 말을 비사주석(飛沙走石), 새도 날아 들어가지 못할 만큼 성이나 진지의 방비가 아주 튼튼함을 이르는 말을 비조불입(飛鳥不入),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의 한역으로 아무런 관계도 없이 한 일이 공교롭게 다른 일과 때가 일치해 혐의를 받게 됨을 이르는 말을 오비이락(烏飛梨落), 바람이 불어 우박이 이리 저리 흩어진다는 뜻으로 엉망으로 깨어져 흩어져 버림이나 사방으로 흩어짐을 일컫는 말을 풍비박산(風飛雹散), 넋이 날아가고 넋이 흩어지다라는 뜻으로 몹시 놀라 어찌할 바를 모름을 일컫는 말을 혼비백산(魂飛魄散), 새가 삼 년 간을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뒷날에 큰 일을 하기 위하여 침착하게 때를 기다림을 이르는 말을 불비불명(不飛不鳴),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자주 날갯짓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배우기를 쉬지 않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익힘을 일컫는 말을 여조삭비(如鳥數飛), 벽을 깨고 날아갔다는 뜻으로 평범한 사람이 갑자기 출세함을 이르는 말을 파벽비거(破壁飛去), 말이 천리를 난다는 뜻으로 말이 몹시 빠르고도 멀리 전하여 퍼짐을 일컫는 말을 언비천리(言飛千里), 어둠 속에서 날고 뛴다는 뜻으로 남모르게 활동함을 이르는 말을 암중비약(暗中飛躍), 두 마리의 봉황이 나란히 날아간다는 뜻으로 형제가 함께 영달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양봉제비(兩鳳齊飛), 제비가 날아올 즈음 기러기는 떠난다는 뜻으로 사람이 서로 멀리 떨어져 소식없이 지냄을 이르는 말을 연안대비(燕雁代飛),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있으면 오뉴월의 더운 날씨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을 유월비상(六月飛霜), 함께 잠자고 함께 날아간다는 뜻으로 부부를 일컫는 말을 쌍숙쌍비(雙宿雙飛), 오는 해이고 토는 달을 뜻하는 데에서 세월이 빨리 흘러감을 이르는 말을 오비토주(烏飛兔走) 등에 쓰인다.
▶️ 鳥(새 조, 땅 이름 작, 섬 도)는 ❶상형문자로 鸟(조)는 간자(簡字)이다. 새의 모양으로, 나중에 꼬리가 긴 새를 鳥(조), 꼬리가 짧은 새를 새 추(隹; 새)部라고 구별하였으나 본디는 같은 자형(字形)이 두 가지로 나누어진 것이며 어느쪽도 뜻에 구별은 없다. 한자의 부수로서는 새에 관한 뜻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鳥자는 '새'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이미 새를 뜻하는 글자로는 隹(새 추)자가 있지만 鳥자는 모든 새를 총칭한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鳥자의 갑골문을 보면 두꺼운 부리와 큰 눈이 묘사된 새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이 어떤 새를 그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전적으로는 鳥자가 '큰 새'를 뜻하는 것으로 구분하고 있다. 鳥자는 새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새의 종류'나 새와 연관되는 다양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鳥(조)는 ①새, 새의 총칭(總稱) ②봉황(鳳凰) ③나라의 이름 ④벼슬의 이름 ⑤별의 이름, 그리고 ⓐ땅의 이름(작) 그리고 ㉠섬(=島)(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새 금(禽)이다. 용례로는 높은 곳에서 비스듬히 내려다 봄을 조감(鳥瞰), 새의 알을 조란(鳥卵), 새를 넣어 기르는 장을 조롱(鳥籠), 새를 잡는 데 쓰는 그물을 조망(鳥網), 새의 똥을 조분(鳥糞), 겨우 새나 통할 정도의 산속의 좁은 길을 조경(鳥逕), 나는 새도 넘기 어려울 만큼 험한 길을 조도(鳥道), 새를 잡는 그물을 조라(鳥羅), 새의 우는 소리를 조성(鳥聲), 새의 지저귀는 소리를 조어(鳥語), 새의 날개를 조익(鳥翼), 새와 참새 또는 참새 따위 작은 새를 조작(鳥雀), 새의 발자국을 조적(鳥跡), 파충류에서 진화된 것으로 몸은 깃털로 덮이고 날개가 있으며 다리가 둘이고 입이 부리로 되어 있눈 부류를 조류(鳥類), 해조가 많은 곳에 사는 어류를 조어(鳥魚), 텃새로 철을 따라 자리를 옮기지 아니하고 거의 한 지방에서만 사는 새를 유조(留鳥), 가을에 북쪽에서 날아와 겨울을 나고 봄에 다시 북쪽으로 날아가서 번식하는 새를 한조(寒鳥), 철새로 철을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사는 새를 후조(候鳥), 날아 다니는 새를 비조(飛鳥), 나라를 대표하는 새를 국조(國鳥), 길한 일이 생길 때 사람에게 미리 알려 준다고 하는 새를 길조(吉鳥), 평범하고 변변하지 못한 사람을 범조(凡鳥), 새발의 피란 뜻으로 극히 적은 분량을 말함 또는 아주 적어서 비교가 안됨이나 물건이 아주 작은 것을 이르는 말을 조족지혈(鳥足之血), 새의 양 날개라는 뜻으로 꼭 필요한 관계를 일컫는 말을 조지양익(鳥之兩翼), 새가 좋은 먹이를 찾다가 목숨을 잃는다는 뜻으로 욕심 때문에 몸을 망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조위식사(鳥爲食死), 새가 쫓기다가 도망할 곳을 잃으면 도리어 상대방을 부리로 쫀다는 뜻으로 약한 자도 궁지에 빠지면 강적에게 대든다는 말을 조궁즉탁(鳥窮則啄), 까치의 지혜라는 뜻으로 하찮은 지혜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조작지지(鳥鵲之智), 새를 다 잡고 나면 활은 창고에 넣는다는 뜻으로 이용 가치가 없어지면 버림을 받게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조진궁장(鳥盡弓藏), 한 개의 돌을 던져 두 마리의 새를 맞추어 떨어뜨린다는 뜻으로 한 가지 일을 해서 두 가지 이익을 얻음을 이르는 말을 일석이조(一石二鳥), 한 번 화살에 놀란 새는 구부러진 나무만 보아도 놀란다는 뜻으로 한번 놀란 사람이 조그만 일에도 겁을 내어 위축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 경궁지조(驚弓之鳥), 까마귀가 새끼 적에 어미가 길러 준 은혜를 갚는 사사로운 애정이라는 뜻으로 자식이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려는 마음을 이르는 말을 오조사정(烏鳥私情), 쫓기던 새가 사람의 품안으로 날아든다는 뜻으로 사람이 궁하면 적에게도 의지한다는 말을 궁조입회(窮鳥入懷),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자주 날갯짓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배우기를 쉬지 않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익힘을 일컫는 말을 여조삭비(如鳥數飛), 새장에 갇힌 새가 구름을 그리워한다는 뜻으로 몸이 속박당한 사람이 자유를 얻기를 바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농조연운(籠鳥戀雲), 연못의 물고기와 새장 속의 새라는 뜻으로 자유롭지 못한 신세를 비유해 이르는 말을 지어농조(池魚籠鳥), 네 마리 새의 이별이라는 뜻으로 모자의 이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사조지별(四鳥之別) 등에 쓰인다.
▶️ 之(갈 지/어조사 지)는 ❶상형문자로 㞢(지)는 고자(古字)이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는 모양으로 전(轉)하여 간다는 뜻이 되었다. 음(音)을 빌어 대명사(代名詞)나 어조사(語助辭)로 차용(借用)한다. ❷상형문자로 之자는 '가다'나 '~의', '~에'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之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이다. 之자의 갑골문을 보면 발을 뜻하는 止(발 지)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발아래에는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는데, 이것은 발이 움직이는 지점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之자의 본래 의미는 '가다'나 '도착하다'였다. 다만 지금은 止자나 去(갈 거)자가 '가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之자는 주로 문장을 연결하는 어조사 역할만을 하고 있다. 그래서 之(지)는 ①가다 ②영향을 끼치다 ③쓰다, 사용하다 ④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도달하다 ⑤어조사 ⑥가, 이(是) ⑦~의 ⑧에, ~에 있어서 ⑨와, ~과 ⑩이에, 이곳에⑪을 ⑫그리고 ⑬만일, 만약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이 아이라는 지자(之子), 之자 모양으로 꼬불꼬불한 치받잇 길을 지자로(之字路), 다음이나 버금을 지차(之次), 풍수 지리에서 내룡이 입수하려는 데서 꾸불거리는 현상을 지현(之玄), 딸이 시집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지자우귀(之子于歸), 남쪽으로도 가고 북쪽으로도 간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주견이 없이 갈팡질팡 함을 이르는 말을 지남지북(之南之北),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아주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비유적 의미의 말을 낭중지추(囊中之錐), 나라를 기울일 만한 여자라는 뜻으로 첫눈에 반할 만큼 매우 아름다운 여자 또는 나라를 위태롭게 한다는 말을 경국지색(傾國之色),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결자해지(結者解之), 알을 쌓아 놓은 듯한 위태로움이라는 뜻으로 매우 위태로운 형세를 이르는 말을 누란지위(累卵之危), 어부의 이익이라는 뜻으로 둘이 다투는 틈을 타서 엉뚱한 제3자가 이익을 가로챔을 이르는 말을 어부지리(漁夫之利), 반딧불과 눈빛으로 이룬 공이라는 뜻으로 가난을 이겨내며 반딧불과 눈빛으로 글을 읽어가며 고생 속에서 공부하여 이룬 공을 일컫는 말을 형설지공(螢雪之功), 처지를 서로 바꾸어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봄을 이르는 말을 역지사지(易地思之), 한단에서 꾼 꿈이라는 뜻으로 인생의 부귀영화는 일장춘몽과 같이 허무함을 이르는 말을 한단지몽(邯鄲之夢), 도요새가 조개와 다투다가 다 같이 어부에게 잡히고 말았다는 뜻으로 제3자만 이롭게 하는 다툼을 이르는 말을 방휼지쟁(蚌鷸之爭),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풍수지탄(風樹之歎), 아주 바뀐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 또는 딴 세대와 같이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비유하는 말을 격세지감(隔世之感), 쇠라도 자를 수 있는 굳고 단단한 사귐이란 뜻으로 친구의 정의가 매우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단금지교(斷金之交), 때늦은 한탄이라는 뜻으로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친 것이 원통해서 탄식함을 이르는 말을 만시지탄(晩時之歎),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을 믿게 한다는 뜻으로 신용을 지킴을 이르는 말을 이목지신(移木之信), 검단 노새의 재주라는 뜻으로 겉치례 뿐이고 실속이 보잘것없는 솜씨를 이르는 말을 검려지기(黔驢之技), 푸른 바다가 뽕밭이 되듯이 시절의 변화가 무상함을 이르는 말을 창상지변(滄桑之變),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라는 뜻으로 범을 타고 달리는 사람이 도중에서 내릴 수 없는 것처럼 도중에서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형세를 이르는 말을 기호지세(騎虎之勢), 어머니가 아들이 돌아오기를 문에 의지하고서 기다린다는 뜻으로 자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르는 말을 의문지망(倚門之望), 앞의 수레가 뒤집히는 것을 보고 뒤의 수레는 미리 경계한다는 뜻으로 앞사람의 실패를 본보기로 하여 뒷사람이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도록 조심함을 이르는 말을 복거지계(覆車之戒) 등에 쓰인다.
▶️ 影(그림자 영)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터럭삼(彡; 무늬, 빛깔, 머리, 꾸미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景(경; 일광, 영)으로 이루어졌다. 아름다운 일광(日光)의 뜻으로, 나중에 光(광)은 양광(陽光), 影(영)은 음광(陰光)으로 구별해서 쓰이게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影자는 '그림자'나 '형상'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影자는 景(볕 경)자와 彡(터럭 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景자는 높은 건물 위에서 햇볕이 내리쬐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햇볕이 건물을 비추게 되면 그림자가 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소전에서는 景자가 '그림자'나 '형상'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하지만 해서에서부터는 좀 더 뜻을 명확하기 위해 彡자가 더해진 影자가 '그림자'라는 뜻을 갖게 되었고 景자는 햇볕이 내리쬔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그러니까 影자에 쓰인 彡자는 건물 옆으로 진 그림자를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影(영)은 ①그림자 ②환상(幻像), 가상(假象) ③형상(形象), 모습, 자태 ④초상(肖像), 화상(畫像) ⑤햇볕, 햇살 ⑥빛, 불빛 ⑦음덕(陰德), 도움,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모양 형(形)이다. 용례로는 어떤 사물의 작용이 다른 사물에 미쳐 반응이나 변화를 주는 일 또는 그 현상을 영향(影響), 그림으로 나타낸 어떤 사람의 얼굴 모습이나 용태를 영정(影幀), 고승의 초상을 모시는 곳을 영각(影閣), 이름난 이의 화상이나 조각상을 모시어 둔 사당을 영당(影堂), 물체가 빛을 가려서 그 물체의 뒷면에 드리워지는 검은 그늘을 영자(影子), 실제로 근무는 하지 않고 이름만 빌어 가지는 벼슬 또는 그러한 벼슬을 가지는 일을 영직(影職), 원본을 사진 제판으로 복사하여 인쇄함을 영인(影印), 그림자처럼 따라 다님을 영종(影從), 흰 바탕에 연한 푸른빛의 잿물을 올린 도자기 또는 그러한 빛을 영청(影靑), 글씨나 그림을 비치게 받쳐 놓고 그 위에 덧쓰거나 그림을 영사(影寫), 형상을 사진이나 영화로 찍음을 촬영(撮影), 반사로 비친 그림자를 반영(反影), 도장을 찍은 형적을 인영(印影), 지면이나 수면 등에 물체의 그림자가 비침을 투영(投影), 공상이나 환각에 의하여 눈앞에 있지 않은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환영(幻影), 그림이나 사진 따위에 의한 초상을 조영(照影), 뒤에 남은 흔적으로 가시지 않은 지난날의 모습을 잔영(殘影), 크기를 가지고 있는 광원에서 나오는 빛에 의하여 물체가 비취어 그림자가 생길 경우에 다소간 빛이 들어가 있는 부분을 반영(半影), 물체가 그림자를 비추는 일 또는 그 비친 그림자를 사영(射影), 주로 얼굴을 그린 화상 또는 사진을 진영(眞影), 거꾸로 촬영한 모양을 도영(倒影), 섬의 그림자로 희미하게 보이는 섬의 모습을 도영(島影), 최근에 찍은 인물 사진을 근영(近影), 그림자와 형체는 서로 붙어 다님을 일컫는 말을 영형상수(影形相隨), 그림자만 보아도 놀라고 울리는 소리만 들어도 떤다는 뜻으로 잘 놀람을 이르는 말을 영해향진(影駭響震), 술잔 속의 뱀 그림자라는 뜻으로 자기 스스로 의혹된 마음이 생겨 고민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배중사영(杯中蛇影), 먼지에 새기고 그림자를 입으로 분다는 뜻으로 쓸데없는 헛된 노력을 이르는 말을 누진취영(鏤塵吹影), 외로운 몸과 하나의 그림자라는 뜻으로 몸 붙일 곳 없이 떠도는 외로운 신세를 이르는 말을 고신척영(孤身隻影), 자기의 몸과 그림자가 서로 불쌍히 여긴다는 뜻으로 몹시 외로움을 일컫는 말을 형영상조(形影相弔), 한낮에 그림자를 피한다는 뜻으로 불가능한 일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일중도영(日中逃影), 꿈과 허깨비 거품과 그림자와 같다는 뜻으로 인생의 헛되고 덧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몽환포영(夢幻泡影), 바람을 잡고 그림자를 붙든다는 뜻으로 허망한 언행을 이르는 말을 포풍착영(捕風捉影), 모래를 머금어 그림자를 쏜다는 뜻으로 몰래 남을 공격하거나 비방하여 해치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함사사영(含沙射影)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