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적인 계절 겨울의 칙칙하고 어두운 날빛에
2주 동안 휴산을 하고 일상에 젖어 있자니
가슴을 뻥~ 뚫어주는 공기와 하얀 눈부심으로
마음을 정화시키는 설산이 그리워지는 진심은
벌써 겨울바람이 거센 소백산에 다달아 있다.
물론 눈이 수북히 쌓인 설국을 꿈꾸면서...
마산역에서 3시간을 달려와 하차한 곳은
단양 천동탐방안내소.
하늘은 흐리고, 바람은 고요하고,
기온도 포근한 느낌으로
생각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출발!
오늘의 코스는 천동탐방소-비로봉-
어의곡삼거리-어의곡탐방소까지 11.4㎞
천동계곡에는 눈과 얼름과
꽁꽁 언 얼름사이로 흐르는 맑은 계류.
창원에서는 이런 풍경도 보기 어려우니
자꾸만 시선이 가고 셔터를 눌려댄다.
서서히 하얀 눈이 쌓인 설산으로 변해가고
등로는 다져진 눈길로 뽀드득뽀드득 걷는 동안
동심으로 자동전환되면서
그 시절이 아득하게 다가온다.
아이젠을 차지 않고도 미끄러지지 않으니
동심을 즐기며 가는데까지 가보려한다.
아직은 눈이 내리지 않지만
하늘이 거무티티한 것이 심상찮은 분위기.
약 1시간 30분 소요 천동쉼터에 도착.
모두들 여기서 가지각색의 점심을 먹는다.
점심을 먹는 중에 몸이 으시시해지고
손가락이 시린까닭에 얼른해치우고 싶다.
설산속으로 깊숙히 들어가는 기분이 묘하다.
힘들지만 눈을 밟고 눈과 함게 하는
이 순간 자체가 너무 행복하다는...
남쪽에서는 겨우내내
쌓인 눈 한번 밟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
드디어 설국이 펼쳐지며 눈꽃도 활짝피었다.
일년에 한 두번이지만 이런 설경이 보고 싶었다.
벌써 마음이 하얗게 순수해지는 느낌이다.
죽어서도 천년을 간다는 주목고사목
언제나 인증샷 대상이다.
주목군락지에서 주목에 핀 눈꽃
파란하늘의 도움이 있었더라면
더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었겠지만
이만큼이라도 얼마나 큰 선물인가?
천동갈림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기 방향과 우측 연화봉
비로봉 가는 길
살아 있는 듯한 설경과
천동삼거리 능선 이전에는 바람 한 점 없이
너무도 고요해서 뭔가 이상하다 했는데
비로봉 능선에 올라서자 소문나 칼바람이
북서쪽에서 서서히 발동을 거는 분위기
비로봉 가는 길 좌측에는
구름을 비집고 내려온 햇살도
잠시 머물다가 칼바람에 쫓겨났다.
비로봉 가는 길에서
서서히 눈발이 흩날리고
소백산 칼바람이 더 거세게 몰아치고
눈발까지 대동하며 공포분위기로 몰아가는 중
설국으로 가는 길
약 3시간만에 도착한 소백산 비로봉(1439.5m).
줄을 서서 정상석 인증샷을 하려다가
손가락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아
손을 사타구니에 쑤셔넣고 발을 동동 구르는
인곡의 모습이 어떻게 비쳤을까? ㅜㅜ
칼바람에 떠밀려오는 눈발은
드론이 공격해오는 것처럼 보이는데
위력은 별볼일 없는 것 같아 안심!
이런 상황에서는 국망봉은 포기하고
예정대로 어의곡으로 빨리 피신하는 게
생존 상책이었다.
국망봉으로 가다가 중간에서 어의곡으로
하산하는 길에서 만난 칼바람에
왼쪽 광대뼈 살점과 손가락 8개(엄지 빼고)가
떨어져 나간다고 생각을 하니 발길이 급하다.
그래도 좋은 대상이 나타나면 사진은 찍어야한다.
그것이 사진사의 사명이니까.
어의곡으로 접어들어 하산는 길
눈꽃숲속으로 피신하고 살펴 보니
광대뼈 살점과 8 손가락은 간신이 붙어있었다.
그리고 선두 산우들을 만나고
평화로운 어의곡의 여유로운 발걸음이 시작된다.
소백산 칼바람에 시커먼 마음정화나 해볼까하다가
손가락 잘릴 뻔 했던 고난이 있었지만
이 또한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매김
하리라는 것을 안다.
1994년 새해일출을 맞이하기 위해
야간 산행으로 비로봉에 올랐던 추억이
아직도 고스란히 마음 한켠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으니 말이다.
이번 소백산 산행도 탁월한 선택이었다.
설산에 눈꽃도 왕창 피었고,
칼바람도 제대로 불어 정신을 바짝차리게 했으며
끝까지 안전과 즐산이 완성되었기에
항상 고마운 것은 정다운산악회와
산우들의 도움으로 이렇게 큰 산행 기록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2025. 1. 8
소백산에서 인곡
☞ 주: 사진 색감이 약간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카메라와 폰 사진이 같이 포스팅되었기 때문임.
첫댓글 소백산 겨울은 역시나
매서운 칼바람에
온몸의 세포들을 다 깨우고
그걸 즐기러 갔지만
바람소리 흩날리는 눈빨에
놀라 설경의 아름다움도 잠시
일단 하산부터 ㅋㅋㅋ
그래도 겨울이오면 또 소백산
칼바람이 생각이 납니다~
인곡님의 맛깔난 산행기
아주 즐감합니다
추운데 억수로 수고하셨어요 ^^
총무님이 잘 챙겨주시니 힘이 솟아
소백산 칼바람도 꺼뜬히 이겨냈습니다.
오겡끼데스까 ~^^
함께하니 힘이 나서 소백도 접수했습니다.
진솔하면서도 구수한 산행기 즐감합니다.
악천후속에서도 멋진 작품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산우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어찌 감당할 수 있었겠습니까.
항상 감사합니다!
산행기 즐감하였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좋은 산 안내하시는 훌륭한 가이드!
대장님이 계셔서 든든합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신년회 숥자리 채운다고 못 간
소백산 눈꽃밭의 아름다움을
집에 앉아 즐기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이 번쩍 ㅎㅎ
손가락 오래오래 간직하시길...
왠지 자리가 빈 듯하고 섭섭함이 있더라니
정원님이 안 보이시더라고요.
신정 술은 연말에 해 치우고 신정에는 산에 갑시다.
@인곡 정금수 일단 양력 망년회와 신년회는
잘 치러냈습니다
음력 설 술자리가 있지만
다행히 산행할 것 같습니다
백살까지 두 발로 산에 가자
를 줄여 백두산 외쳐봅니다
인곡님
새해는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시길...
카아...말로 표현 안됩니다. 정말 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