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다음날>
지금...내 눈밑에 자리잡은 이것은...
웬...거무딕딕한..
턱 밑까지 내려오는 다크써클이구나...아 짜증
"..헉.."
화장실 문 앞에서 내 눈을 보고 숨을 헉- 하고 들이키는 수혁이...
".....할..머니..? 우리...할머니세요...? 언제 오셨어요...?"
너무나 진지하고 서글픈 목소리로 날 향해 말하는 죽일놈의 동생이라고 있는 자식..
저걸 죽여 살려?
"....야!!!!!이 죽일놈아!!!썩 나가지 못할까!!!"
"으악....! 할머니가 소리친다!!!"
후다닥-
분명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을 가방을 들고 현관문 쪽으로 뛰어가는 강수혁..
에이..!!
확 고꾸라져라!!
"..으아악..!!"
이건 무슨 소리...??!
서둘러 가방을 챙기고 집밖으로 뛰쳐나가보니..
대문 문턱에 걸려 넘어져 있는....남자 한명...
"....댁은 누구쇼..왜 남의 집 앞에서..."
"...시바.."
쪽팔린지 벌떡 일어나더니 휘적휘적 빠른 걸음으로 사라진다..
"..풉...푸풉.."
입 밖으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언제나 참을수가 없다
아..꼬셔라~!
그러게 누나한테 뭐? 할머니이?! 흥이다!
철컹-
맞은편에서...대문을 열고 나오는 남..현
그도 잠을 자지 못했는지 양쪽 눈 모두 충혈되어있다
어제 일로 많이 어색하다..
"....아...안녕.."
"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용기내어 먼저 인사를 건네자
단답형으로 대답하는 남현..
심히 귀찮다는 듯...혹은 심란한듯..
그리고 제갈길을 가버린다
후....
어떤 행동과 표정 말투로 그를 대해야 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어쩔수 없어 강세현..
한번...부딪혀보자..
넌..할 수 있어..!!
치이익-
버스를 타고 자리를 잡았다
"어? 세현아~!!"
뒤에서 들려오는 발랄하고 귀여운 남자 목소리...
이건...준이다..
나를 완전무장 하고 뒤를 돌아보니
준이 말고도 주혁이와 바다 그리고 남현도 같이 보였다
"아...안녕..근데 이마가.."
저번 책상때문에 빨개진것보다 더 빨개져 있는 준이의 이마
살짝 부은것 같기도 한데..
"으앙! 세현아 주혁이좀 혼내줘..!"
울먹울먹 거리며 나에게 하소연을 하는 준이
"가위바위보 좀 잘하던가"
"야..가위가 주먹 이기지 않냐?"
갑자기 진지하게 턱을 손으로 받친채로 묻는 바다..
..........너의 머릿속이 심히 궁금한 바이다..
도대체 누구한테 가위바위보를 배운거니 바다야?
"이건 옆에서 별 미친소리를 하고 있어.."
"야 가위가 괜히 가위냐!! 뭐든지 잘라야지!"
"야이 미친놈아!! 쪽팔리니까 좀 닥쳐!!!!"
무시하자....쟤네랑 엮이지 말자...그래 무시무시
그렇게 세뇌를 시키지만 돌아오는건 정말 한심스럽고 부끄러운 부탁아닌 부탁이다...
"세현아!!! 넌 내편이지!! 얼른 가위가 제일이라고 같이 외치자!! 이들에게 알려주자!!"
"..에..."
쪽팔리지도 않는지 그 큰 목소리로 버스에서 외치는 바다...
제발..나는 그냥 냅두라고오!!
누가....누가 나좀 살려줘어....!!
사람들의 시선을 모두 모은것은 물론이요
창피하기는 그지 없나니..
"닥쳐"
순간적으로 마주친 네개의 눈...
나와....남현의 눈...
시선을 반사적으로 홱- 피해버렸다
마주치기가 두려워...
치이익-
"쪽팔린것들...얼른 내려 새끼들아"
도착하자마자 제일먼저 버스에서 내리는 주혁이
엄청 쪽팔렸나보다..
정말 우사인볼트 저리가라 할 정도로 빨리 내렸다..
나도 얼른 내려야지...흑 홍당무 될거 같아
"강세현 스톱"
우뚝...
날 부른 중저음의 남자톤 목소리..
분정 저 음성은 듣기 좋은 중저음 인데...
왜 난 저 목소리가 두려운 것일까...
왜 난 저 목소리를 무시하지 못하고 걸음을 멈추는 걸까..
"어? 현이야 세현이랑 뭘할려구! 준이도 끼워줘~!"
"이상한짓 안해 한바다 쟤 데려가"
"어 얼른와 지각한다"
해드락을 걸며 사라지는 준이와 바다..
등교시간이 끝나가는 지금 운동장에 남아있는건 나와 남현..
학주와 선도부는 어쩐일인지 보이지 않는다
꼭 이럴때만 아무도 없지..
"뒤돌아"
돌수가..없다고오오...
딱 달라붙어버린 두 발이 원망스럽다
이 두발만 아니었음 벌써 학교로 달려갔을 텐데..
"후.."
"으악..!!"
내 팔을 잡아 거세게 돌려버리는 남현..
마주보게 된 우리 두사람..
두근두근..
갑자기 두근거리는 심장..
내 앞에 서있는 이 남자에 대한 두려움인지..
아님...그외 다른 감정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내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을까
참 내가 생각해도 바보같은 걱정을 하고 있을때
굳게 닫혀있던 그의 입술이 열린다...
"너 나 피할거냐?"
"......"
이 질문에 답을 해줄수가 없는 지금의 내가 나조차 답답하다
그냥 YES, NO
이 미치도록 간단한 두 답중 하나를 고르지 못하는 병신같은 나
고민할 필요가 뭐가 있어?
이 사람은 내 정체를 알고 있어
가까이 하면 위험해 질수 있어 비밀을 말하지 않겠다고는 했지만
사람속은 모르는 거잖아?
이 사람을 피해가면서 눈치를 살펴야 되는 이 판에 넌 지금 무슨 고민을 하는거야?
..........
나도 몰라.....모르겠어..
그냥 옆에 있고싶어...
무슨 이윤진 모르겠지만..아니 이유가 있나 없나도 모르겠지만..
그냥 그를 피하고 싶지 않아
그의 옆에 있고싶어...
"그 입좀 열지?"
긴 침묵을 깬 남현의 짜증과 답답함이 잔뜩 섞인 목소리
"후.."
내 입술을 비집고 나온건 남현이 그토록 기다리는 대답이 아닌 한숨...
내 한숨의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진다
어휴 나도 모르겠다!!
단순한거 하나는 제대로 잖아 너!!
단순하게 가는거야 강세현!!
"나 너 안피해 안피할거야 피하기 싫어 겁쟁이...이제 그만하고 싶어...세상에 당당히 서고싶어"
그냥 술술- 나오는 내 진심...하 내가 정말 미쳤나...왜 이런것 까지 말하는 거지..
"안피할거면 세상에 당당히 설거면"
허리를 굽혀 나와 눈높이를 같게하는 남현..
"내 눈좀 보지??"
씨익- 멋들어지는 미소와 함께 내 심장을 다시 펌프질하게 만다는 이 남자
순식간에 붉게 물들어져 버린 내 두 볼
"....저리가!!!!"
그런 그를 미리고 학교로 빠른걸음으로 걸어갔다..
으아...나 왜이래..!
"정신차려 강세현!!"
짝짝- 두 손으로 열심히 두 볼을 때려보지만
남현의 그 미소는 지워지지 않고 오히려 더 깊숙히 내 머릿속에 자리잡아 날 괴롭혔다
"으아.."
결국 책상에 엎어져 눈을 감아버리는 나다
드륵-
의자를 끌고 내 옆에 앉는 누군가
남현이겠지..
고개를 들수가 없다
아 나 너무 바보같아...!
"어? 세현아 어디 아파?? 준이가 호- 해줘??"
"응..? 아..괜찮아"
준이가 걱정스럽다는 듯 물어온다
난 걱정 말라는듯 미소까지 보여주며 다시 책상에 엎어졌다
"자자! 모두 집중-!!"
언제 들어오신거지..
교탁앞에 서있는 담임선생님...나 담임 처음본다..
조례 시간에는 아예 있지도 않았고...종례시간에는 엎어져 잤으니...허허
무슨 중대한 발표이길래 아이들의 시선을 끄시는 것일까
이거이거 내 호기심을 자극하는대?
"다음주에 수학여행을 간다!!!"
"꺅!!!!!!!!"
"앗싸!!!!!!"
환호하는 아이들
수학여행이라..
근데 나 친한 여.자.애.들. 없는데
젠장...
나 이러다 왕따되는거 아냐?? 흑...
"수학여행은 제주도로 간다!!"
"우와!!!!!"
"가을바다다!!!!!!!"
제주도??
이런...나 고소공포증 있는데..
비행기는 아니겠죠...?
"갈때는 배를 이용할꺼고 올때는 비행기를 탈거다"
"유후!!!"
"모두 가는거지?"
"당연하죠!!!"
"그럼 아침조례를 마치겠다"
"네!! 안녕히가세요!!!"
허 아주 좋아 죽는다
아..숙소는 어떻게 되는거지..
뭐 어떻게든 되겠지
"꺅! 현아현아 제주도 가면 뭐할거야??"
"몰라.."
"현아 어디 아파?"
"아니..."
드륵-
의자를 끌고 일어나는 현이
뭐야 어디가는 거지?
"야"
"응?"
"선생이 물으면 나 양호실갔다그래"
"아..응.."
결국 현이는 양호실에 간다는 중대한 임무가 나에게 맡겨졌다..하하
첫댓글 중대한 임무군요
땡땡이가 될수도 있으니까요 뭐 사실은 맞지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