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올림픽 박물관 '일본인 금메달리스트' 코너의 손기정 선수 사진./서경덕 교수 제공
◐ 일본 올림픽과 손기정 ◑
지난 21일 스가 일본 총리는 오는 7월23일 부터 8월8일까지
일본 도쿄하계올림픽을 개최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어요
이로서 코로나19로 인해 1년간 연기 되었던 32회 올림픽이 개최되게 되었지요
올림픽 하면 생각나는 멋진 장면이 있지요
성화봉을 든 백발노인이 경기장으로 뛰어 들어왔어요
가슴에는 태극 휘장과 오륜(五輪) 마크를 달았지요
덩실덩실 춤추는 듯 세상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펄쩍펄쩍 뛰었어요
수만 관중이 일제히 기립했지요
사회자의 소개멘트 없이도
그가 들어서는 순간 누구나 그가 누구인지 알았어요
또한 역사적 의미도 알았지요
성화를 들고 서울올림픽 개막식장을 달리는 태극 마크의 손기정.
그를 향해 박수를 쏟아낸 관중 속에는 '다케시타 노보루' 일본 총리도 있었어요
서울 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1988년 9월 17일.
일본은 긴장했지요
한국의 관중들이 일장기를 든 선수단에게 야유를 퍼붓지는 않을까?
당시 니혼게이자이신문의 한 대목이지요
“한국인에게 과거의 불행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일본 국기지만
국기를 들고 일본 선수단이 입장했을때 경기장은 박수로 끓어올랐다.
일본 선수단은 한국의 국화(國花) 무궁화를 들고 있었다.
관중을 향해 무궁화를 흔들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선수단 기수(旗手)의 말을 이렇게 전했어요
“굵은 눈물이 쏟아졌다. 한 바퀴 행진은 너무 짧았다. 더 걷고 싶었다.”
손기정은 성화봉송에 원래 최종 주자였어요
비밀이 새 나가 개막식 직전에 외신에 보도됐지요
조직위는 막판에 최종주자를 미래 세대로 바꾸기로 결단했어요
경기장에 들어와 끝까지 달릴줄 알았던 손기정은 다음 주자에게 성화봉을 넘겼지요
열아홉 육상 선수 임춘애였어요
두 주자의 나이 차는 57년.
그 순간 경기장을 가득 채운 과거의 감격이 미래의 희망으로 승화됐지요
더 큰 박수와 환호가 터졌어요
이 선택이 서울올림픽 개막식을 역대 최고 올림픽 개막식 중 하나로 만들었지요
최근 일본 올림픽 박물관에 ‘역대 일본인 금메달리스트’ 를 전시했는데
이 전시장에 손기정 선수 사진을 상단에 배치했다고 하네요
손기정이 월계관을 쓰고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경기 시상대에 선 사진이지요
그때 심훈은 사진을 보고 시를 썼어요
오오, 나는 외치고 싶다.
마이크를 쥐고/
전 세계의 인류를 향해서 외치고 싶다!/
인제도 인제도 너희들은/
우리를 약한 족속이라고 부를 터이냐!’
(’오오, 조선의 남아여!’)
하지만 손기정의 가슴엔 커다란 일장기가 그려져 있었지요
아래로 향한 그의 눈은 월계관 그늘에 가려졌어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올림픽 시상식”으로 불리는 바로 그 순간이었지요
일본은 지금 올림픽을 치르려는 나라이지요
올림픽은 온 세계인의 축제이지요
그런데 일본이 올림픽 홈페이지 일본 지도에 독도를 굳이 넣고
손기정을 일본 선수로 전시해 이웃 나라의 상처를 들쑤시고 있어요
코로나 사태로 1년 연기된 올림픽이지요
그러지 않아도 일본의 방역 문제로 경기를 제대로 열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이지요
그래도 많은 한국민은 일본 올림픽이 열리고 선수들이 펼치는 드라마를 기다리고 있어요
일본은 그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지요
한일 외교 갈등 격화엔 한국 정권이 책임져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일본의 이런 치졸한 행태를 보면 혀를 차지 않을수 없어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