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스포츠보다 멘탈적인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 축구란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축구는 기후에 그대로 영향을 받는 실외스포츠인데다 45분의 전반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작전타임도 없다. 한시간에 가까운 긴 시간동안 필드안의 선수들은 오로지 본인들의 힘으로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과 싸워나가야 한다. 더군다나 그 가변적 요소들은 단순히 필드 안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때론 불가항력적인 요소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그런 육체적 한계를 정신력으로 넘어설 수 있을 때 그 선수는 일반적인 레벨 위에 위치할 수 있고 그런 환경 때문인지 몰라도 우리는 그 어느 종목보다도 많은 수의 위대한 선수들을 축구란 종목에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인즉슨 그만큼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다.
결국 어제의 패배도 그런 부분에서 기인한 게 아닌가하고 유추해본다. 물론 중계를 보지 못했으니 그야말로 추리할 뿐이지만, 이변이 아니고서야 베트남에게 지는게 한국축구의 현 실력이 아닌 것은 분명한 명제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마땅히 어제의 패배에 대해 선수와 코칭스탭은 책임을 져야한다.(물론 사퇴가 책임을 지는 모든 방법은 아니다)
축구란 스포츠에서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망각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과연 베트남 축구가 어떤지 아는 사람이 있나? 현재 베트남 축구가 어떤 레벨이며 그들이 발전하고 있는지 쇠퇴하고 있는지. 왜 그들이 올림픽 대표팀을 출전시켰는지? 결승골을 넣은 반 팜 꾸엔이란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는 아는지?
베트남 남자들은 오토바이와 축구만 있으면 죽어도 좋다고 할 만큼 베트남 내에서의 축구에 대한 열기는 한국의 그것을 뛰어넘어 유럽의 것들과 비교될 만큼 엄청나다. 그런 열기와 더불어 자본주의로의 변화과정 속에서 베트남을 공략하기 위한 홍보로 외국기업들이 축구를 이용하기 위해 지원하면서 최근 베트남 축구는 급진적인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동남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타이거컵에서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재작년 베트남 청소년 대표팀은 중국 청소년 대표팀을 맞아 2-2 무승부를 이끌어 내어 이미 주목을 받았다. 당시 2골을 넣은 선수가 바로 반 팜 꾸엔이다. 베트남 사상 최초의 해외 진출 선수인 리현덕같은 스타급 플레이어가 대표팀에 버티고는 있지만 베트남의 실질적인 주력은 3년 전부터 지원과 육성을 집중하고 있는 올림픽 대표팀과 청소년 대표팀인 것이다. 과연 이 사실을 아는 대한민국 축구팬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호랑이도 토끼를 잡을 땐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토끼가 어떤 놈인지는 알아야 최선을 다해 잡을 것이 아닌가? 무턱대고 최선만을 다하다 지친 호랑이는 제풀에 쓰러져 허기에 죽어간다.
결국 어제경기에서 선수와 코칭스탭이 책임져야 할 부분만큼 우리 축구팬들도 책임을 져야한다. 이 현상에 침울해하고 누군가를 탓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길 바란다.
아시아가 그렇게 만만했나? 일본이, 이란이 한수 접고 나오니까 아시아 따위는 월드컵 4강에 도달한 위대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앞에는 하등한 존재따위로 보였었나?
과연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었나? 작년의 영광에 취해 한발자국 앞에 있는 돌부리도 못 보고 있었던 건 아닌가?
2년전 일본축구를 상기해보라. 탈아입구(脫阿入歐)를 외치며 오만방자한 모습을 보이던 그들이 지금 어떤 처지에 있는지? 정말 그들은 아시아 따위를 뛰어넘어 유럽국가들의 수준에 접어들었는가? 우리가 그들이 했던대로 답습하는 건 아닌가?
월드컵 지역예선은 시작도 하지 않았고, 그에 앞서 우리는 아시안컵을 제패해 아시아 최강임을 증명해야 한다. 독일에 가기 위해선 아시아 내의 무수한 강적들을 넘어서야 한다. 김칫국 마시지 마라. 바로 앞에 놓인 앞가림도 처치 못하면서 허구헌 날 유럽의 강팀, 유럽원정같은 때깔만 따질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자부심과 자만심은 습자지 한 장 차이다. 어제의 패배는 무엇을 경계하고 준비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이미 2006년만을 바라보고 있던 자만심에 취한 대한민국의 축구 팬들에게 내려진 엄중 경고가 아닌가 싶다. 이 현상을 단순히 패배만으로 바라본다면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경기에서도 이같은 동어반복만 하고 있을 것이다.
이길수도 있고 질수도 있다.
하지만 그 깊이를 이해하고 있다면 설사 졌다해도 상처를 입지 않는다. 항상 이길수 만은 없는 노릇 아닌가?
언젠가는 지게된다. 중요한 것은 그 깊이를 이해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다.
과연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그 패배의 깊이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이해할려고 하기는 하는가?
잘읽었습니다.패배보다 중요한건 그 패배에서 무엇을 배우냐 이겠지요.감독과 선수에 대한 엄정한 평가는 내려져야겠지만,특정선수와 감독에 대한 마녀사냥식의 분풀이는 옳지않다고 봅니다.(중계를 못봐서 뭐라 할말이...-_-;아무리 중계료가 비싸다해도,중계를 안해주다니..흑..나쁜넘들..ㅡㅜ)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예전에 베트남의 축구 열기는 우리 상상을 초월한단 얘기 들은 적 있지요. 저는 이번 패배에 대해 별로 놀라거나 (반응 자체가 없는 이유가) 아무래도 국대 경기보다 리그에 관심을 더 많이 두고 있어서 그렇지요. 면허님 글 읽으면서 우리가 정말 아시아의 축구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우린 일본만 보고 있는 거 같습니다. 가끔 중국도 보고.. --; 한가지 그래도 열받는 건, 어제 스포츠 뉴스.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패배라고 하는데, 취재도 안가놓고 본 듯 말하는 거 짜증나더군요. 그리고 히딩크가 예전에 5-0으로 졌지만 모두 강국이었다며 얘기하는데, 당시 히딩크 돌 맞아 죽을 뻔 했었죠.
어차피 지금 핏대 올리는 언론의 짓거리는 본질적으로 같단 생각이 들어서 화가 났었구요. 경기를 안봤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순 없지만 골 운이 지지리 없으면서 베트남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했나보다.. 라는 정도에서 저의 생각은 마무리 합니다. 그런데 코엘류는 앞으로 어찌 될지.. 돌 맞겠지. -_-;; 멜보냈음!
첫댓글 축구공은 둥근법!!
그런데 면허님. 제가 면허님에게 질문이 있는데 어떤 information에 대한 것이라 질문은 메일로 보냈습니다. 스팸으루 걸러지지 않고 잘 도착했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 혹시 아시는 부분이 있다면 회신도 부탁드린다는...;; 쿨럭;;
아뇨, 도착하지 않았는데... 스팸메일로 걸려져서 휴지통으로 직행했나? 다시 한번 보내주셔야 되겠네요.
잘읽었습니다.패배보다 중요한건 그 패배에서 무엇을 배우냐 이겠지요.감독과 선수에 대한 엄정한 평가는 내려져야겠지만,특정선수와 감독에 대한 마녀사냥식의 분풀이는 옳지않다고 봅니다.(중계를 못봐서 뭐라 할말이...-_-;아무리 중계료가 비싸다해도,중계를 안해주다니..흑..나쁜넘들..ㅡㅜ)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예전에 베트남의 축구 열기는 우리 상상을 초월한단 얘기 들은 적 있지요. 저는 이번 패배에 대해 별로 놀라거나 (반응 자체가 없는 이유가) 아무래도 국대 경기보다 리그에 관심을 더 많이 두고 있어서 그렇지요. 면허님 글 읽으면서 우리가 정말 아시아의 축구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우린 일본만 보고 있는 거 같습니다. 가끔 중국도 보고.. --; 한가지 그래도 열받는 건, 어제 스포츠 뉴스.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패배라고 하는데, 취재도 안가놓고 본 듯 말하는 거 짜증나더군요. 그리고 히딩크가 예전에 5-0으로 졌지만 모두 강국이었다며 얘기하는데, 당시 히딩크 돌 맞아 죽을 뻔 했었죠.
어차피 지금 핏대 올리는 언론의 짓거리는 본질적으로 같단 생각이 들어서 화가 났었구요. 경기를 안봤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순 없지만 골 운이 지지리 없으면서 베트남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했나보다.. 라는 정도에서 저의 생각은 마무리 합니다. 그런데 코엘류는 앞으로 어찌 될지.. 돌 맞겠지. -_-;; 멜보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