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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장복(天命長福)
순오지의 작가 홍만종은 천명장복(天命長福: 천명을 다해 오랫동안 복을 누린다)을 위해 첫째, 양성보명(養性保命: 성품을 기르고 목숨을 잘 보전한다)할 것, 둘째, 입신행기(立身行己: 몸을 세우고 자기부터 행하여야 한다)할 것 셋째, 처가이물(處家理物: 가정에 거처하여 사물을 잘 다스리라) 할 것, 넷째, 거관이정(居官莅政: 관직에 나아가 정사의 자리를 지켜라) 할 것을 강조했다.
홍만종은 천수(天壽)를 누리기 위해 왜 이 네 가지에 힘쓸 것을 강조했을까? 아마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나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를 중심으로 가장 가깝게는 가족관계가 있고 나와 관계하는 남이 있다. 그리고 세상에 나아가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나(나를 바르게 경영하는 일)를 둘러싼 가족(가정을 다스리는 일)과 남(사람들과 조화롭게 지내는 것), 일(옛날에는 관직에 나아가는 것을 중요한 일로 여김)은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관계 요소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 관계에서 스트레스도 받고 즐거움도 얻으며 삶의 절망을 느끼기도 하고, 삶의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중요한 문제는 나를 포함하여 그것들과 어떤 관계를 가지느냐에 있다. 따라서 위의 네 가지를 강조한 것이라 여겨진다. 이번에는 그 두 번째로 입신행기(立身行己)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② 입신행기(立身行己)
몸을 세우고 자기부터 행하여야 한다.
立 : 설 입(立/0)
身 : 몸 신(身/0)
行 : 다닐 행(行/0)
己 : 몸 기(己/0)
천명장복(天命長福: 천명을 다해 오랫동안 복을 누린다)하는데 중요한 것은 양성보명(養性保命: 성품을 기르고 목숨을 잘 보전한다)과 함께 입신행기(立身行己: 몸을 세우고 자기부터 행하여야 한다) 하는 일이다. 입신행기는 양성보명과 함께 자신을 다스리고 삶을 바르게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실제 삶을 살아가는 언행에 관한 일이다. 이를테면 셀프 리더십(Self leadership)이다.
스스로 성정(性情)을 다스리지 못하면 삶은 무너지게 마련이다. 양성보명과 입신행기는 가정을 이끌고 세상을 경영하는 시작이자 끝이다. 그래서 홍만종은 천명장복하는데 두 번째로 입신행기(立身行己)할 것을 강조하였다.
입신행기는 효경(孝經)에서 말하는 입신행도(立身行道)와 같은 말이 된다. 모든 도(道)는 내가 먼저 바르게 행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동양 철학(한국의 전통철학과 윤리)은 이론보다 행동, 아는 것보다 행실을 더 강조하였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권에서는 고대에서부터 효를 모든 행실의 근본으로 삼았다.
효는 자기 근원에 대한 존중이며 그 존중이 있어야 자기를 바로 세워 보전하고 세상에 떳떳하게 나아갈 수 있다고 여겼다. 그것은 세상 모든 질서의 근원이자 가치의 중심이었다. 그래서 효경에 "立身行道(입신행도)하고 揚名後世(양명후세)하여 以顯父母(이현부모)함이 孝之終也(효지종야)라" 하였다. (孝經, 제1 개종명의 장)
입신행도(立身行道), 즉 '몸을 세워 도를 행한다'는 것은 도덕군자가 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에서 바르게 행동하므로 세상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름이 세상에 알려져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고 따르는 것을 말한다. 그럴 때 사람들은 그 부모를 존중하게 되며 부모는 어깨를 펴고 당당해질 수 있다. 이것은 오늘날도 마찬가지이다. 자식이 세상에서 존경받는 위치에 있으면 부모는 힘이 솟는다.
여기서 말하는 입신행기(立身行己)는 입신행도(立身行道)함에 있어 자기부터 실천할 것을 더 강조한 것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사실 모든 것은 내가 실천하므로 이루어진다. 아무리 좋은 말과 글을 전하여도 내가 실천하지 않으면 위선이 된다. 직장의 상사가 자기는 실천하지 않으면서 부하직원에게 강요하면 부하직원은 그 말을 깊이 새겨듣지 않는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자기는 실천하지 않으면서 말만 그럴듯하게 하면 국민은 따르지 않고 비아냥하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자주 거론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도 그런 맥락과 같다.
홍만종이 말하는 입신행기의 길을 몇 가지로 정리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우리는 늘 문간에 서 있다.
입신행기(立身行己)는 어렵다. 우리는 늘 문간에 서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사람의 마음과 행동은 늘 문간에 서서 '이쪽으로 가느냐, 저쪽으로 가느냐'하는 것처럼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 갈림길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다.
홍만종은 설총의 말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대장부의 마음은 모두 청천백일(靑天白日)과 같아서 사람이 다 보도록 해야 한다. 사람이 하루 한 가지 착한 말을 듣거나 착한 행실을 보고 자기도 한 가지 착한 말과 행실을 한다면 세상에 태어난 것이 헛된 것이 아니다. 인후(仁厚)하고 각박(刻薄)한 것은 이것의 멀고 짧음의 문간이며, 겸손하고 교만한 것은 화와 복의 문간이다. 부지런하고 게으른 것은 빈(貧)과 부(富)의 문간이며 수양을 쌓고 방자한 것은 사람과 귀신의 문간이다. 부지런한 것은 값있는 보배이고 항상 언행을 삼가는 것은 몸을 보호하는 문이 된다. 이익을 지나치게 탐하는 자는 자기 몸을 방해하고, 음식을 너무 즐기는 자는 건강하게 사는 것을 방해한다. 거만하게 행하는 자는 남의 모욕을 당하기 마련이고, 자기 허물을 숨기는 자는 나쁜 일을 더 크게 한다."
'대장부의 마음은 모두 청천백일(靑天白日)과 같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청천백일(靑天白日)은 푸른 하늘에 태양의 맑고 밝은 것이므로 모든 것이 투명하고 백일하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장부의 마음은 모두 청천백일(靑天白日)과 같다'는 것은 대장부의 마음은 세상에 아무런 부끄럼이나 죄가 없이 결백하여 늘 온전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장부가 되려면 마음이 세상에 드러나도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대장부라 할 수 없다.
그런데 자신의 말과 행동 등 제반 사항들을 숨기려 하다가 더 큰 화를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모든 비밀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다시 말해 사람의 말과 행동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백일하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많은 정치인이 거짓말을 하고 알리바이를 성립시키지만 결국은 드러나 나중에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특히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의 경우 정치인들의 거짓말은 용납되지 않는다. 그것은 곧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기에 국민과 주변 정치인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얼마 전 영국의 총리 존슨이 장․차관급 50명 사의에 결국 항복하고 3년 만에 불명예 퇴진을 하였다. 존슨은 코로나 19 방역수칙을 위반한 ‘파티게이트’로 보수당 신임 투표를 간신히 통과했지만, 크리스토퍼 핀처 의원을 보수당 원내 부총무에 임명할 때 성(性)비위 전력을 몰랐다는 해명이 거짓말로 드러나 사퇴 압박을 받아 오다 결국 사퇴한 것이다.
미국의 닉슨을 하야시킨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 역시 사건 자체도 문제가 컸으나 그 사건을 덮으려 한 일들이 더욱 시민들의 분노를 샀기 때문에 하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치인들의 정직은 그 나라 국민의 민주주의 수준을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청천백일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그 문간에서 어떤 쪽을 선택하여 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진정한 대장부가 되려면, 문간에 서서 항상 착하고 옳은 일을 택하고 정직성을 바탕으로 떳떳하게 행하려 노력하여야 한다. 늘 수양을 쌓고 방자함을 멀리하며 남을 모욕하지 말아야 하며, 특히 자기의 허물을 숨기려 애쓰지 말아야 한다, 한가지 거짓말은 열 가지 거짓말을 만든다고 하듯이 자신의 허물을 숨기려 하면 더 큰 허물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둘째, 사람의 내면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참고 신중해야 한다.
홍만종은 중국 북송나라의 명문장가이자 시인인 황산곡(黃山谷, 본명은 황정견黃庭堅)의 말을 인용하여 이점을 강조하였다. '백 번 싸워서 백번 이긴다 해도 한 번 참는 것만 못하다. 만 번 말해서 만 번 모두 마땅하다고 해도 한 번 조용히 있는 것만 못하다. 입을 지키기는 병(炳)처럼 하고, 뜻(志)을 막는 것은 성(城)처럼 하라. 범을 그리는데 가죽은 그릴 수 있으나 그 뼈는 그릴 수 없듯이 사람을 아는데는 얼굴은 알 수 있어도 그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중국 당나라 고종 때 사람 장공예(張公藝)는 가정의 화목을 위해 노력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백인당중유태화(百忍堂中有泰和: 백번 참는 곳에 큰 평화가 있다)라는 글귀를 집안 곳곳에 써 놓고 모든 가솔(家率)이 마음에 새기고 실천하게 했다. 이는 집안의 화목의 근원은 끝까지 참는 것에 있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참는다는 것은 화(禍)만 참는 것이 아니라, 말과 행동 모두를 참는 신중한 생활 자세를 말한다. 모든 싸움 역시 참지 못하는 데서 생겨나기 때문에 이긴다 해도 손실이 크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함부로 뜻(志)을 말하고 펼치다가 화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이 장군은 자기의 기개를 담은 시(詩)의 구절인 '男兒二十未平國(남아이십미평국)이면 後世誰稱大丈夫(후세수칭대장부)'라는 문구로 인해 역적으로 몰려 처형되는 화를 당했다. 뜻(志)을 막는 것을 성같이 하라는 것은 출사(出仕)하는 일도 신중하게 하며, 뜻을 함부로 드러내지 말라는 의미이다. 특히 권력과 물욕에 대한 뜻을 잘 다스리라는 의미이다.
영국의 유명한 셰익스피어가 말했다. "신은 너의 내면을 볼 수 있지만, 사람은 너의 겉모습만 본다." 사람의 마음속을 알기가 어려우니 사람을 대함에 있어 늘 신중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날도 따지고 보면 세상살이에서 주고받는 모든 상처와 성공과 실패의 면면이 말과 행동으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다. 새겨볼 말이다.
셋째, 남의 허물을 보지 말과 착한 일을 보라.
홍만종은 소강절(邵康節, 중국 송나라 시대의 사상가, 철학자)의 말을 인용하여 "남의 악한 일을 듣거든 마치 가시를 등에 짊어진 것처럼 여기고, 남의 착한 일을 보거든 난초를 옷 끈에 찬 듯이 여겨라"고 한다. 사람들은 남의 허물을 보면 잘 헐뜯고 옮기기를 잘한다. 그러다가 오해와 화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가시를 등에 짊어진 것처럼 허물을 보는 것을 멀리하라는 것이다.
공자가 난향유곡(蘭香幽谷)이라 하였듯이 난초의 향기는 그윽하고 멀리 가며 오래가지만 화려하거나 부족하지 않다. 선비의 향기다. 그것을 옷 끈에 달고 있으니 늘 몸에서 난초의 향기가 난다. 따라서 남의 착한 일은 늘 내 몸에 지니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난향처럼 나의 인격의 향기가 자연스럽게 멀리 가게되어 있다는 의미다.
넷째, 사람을 사귐에 주의하라.
'군자는 사람을 살펴 가려 본 뒤에 사귀지만, 소인은 사람을 사귄 뒤에 살펴 가리기 때문에 원망이 많은 법이다.' 예로부터 사람은 그가 어울리는 주변 인물을 보면 그의 인품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군자는 그 사람의 됨됨이를 먼저 보고 사귀려 하지만 소인은 사람됨을 뒤로 하고 이해관계에 따라 사귀기에 나중에 낭패를 본다는 것이다.
요즈음도 많은 이들이 사람을 잘못 사귀어 사기를 당하고 낭패를 보고 서로 원망이 쌓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앞에서 말했듯이 사람의 마음을 알 수가 어렵기에 사람 사귀기는 매우 어렵다. 깊이 사귀려면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신의와 의리를 보아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다섯째, 항상 자기 몸을 먼저 닦는데 노력하라.
추위를 막으려면 옷을 겹쳐 입어야 하고 비방을 듣지 않으려면 자기 몸을 먼저 닥아야 한다(王昶, 중국 삼국시대의 魏나라 정치가 사상가 장수). 그렇게 하려면 다음과 같은 일에 힘쓸 것을 주문한다. ( )안의 말은 필자가 추가로 설명한 것이다.
① 큰 재앙은 반드시 참지 못하는 데서 생기니 반드시 삼가야 한다. (많은 경우 화는 참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 전쟁도 그런 경우가 많으며, 심지어 주식 투자도 참지 못하는 성급한 투자와 매도가 재앙을 부른다.)
② 이익은 여러 사람과 함께 취할 것이지 혼자 취하지 마라. 일을 도모할 때는 적은 사람과 함께 해야지 여러 사람과 함께 하지 마라. 이익을 혼자 가지려면 일이 잘못되고, 여럿이서 일을 도모하면 말이 누설된다. (함께 일을 도모했더라도 이익이 생기면 혼자 가지려고 궁리하기 쉽다. 그러면 분쟁이 생기고 심하면 살인까지 발생한다. 부모의 유산을 두고 형제간의 갈등은 이런 면의 일종이다. 중요한 일일수록 적은 사람이 굳은 결의로 함께 하여야 한다. 유비는 도원의 결의로 관우와 장비를 얻어 천하를 얻게 되었다. 많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얼마나 신의와 의리가 있느냐의 문제이다)
③ 자기 몸을 굽힐 줄 아는 자는 여러 사람의 위에 있게 되나 이기기를 좋아하는 자는 반드시 적을 만나게 된다. (이기기를 좋아하는 자에게는 반드시 그를 이기려는 자기 생겨난다. 그래서 이기기를 좋아하는 자는 늘 분쟁과 투쟁의 늪에 살아야 한다)
④ 남이 못 듣게 하고자 하면 말을 하지 말아야 하며 남이 알지 못하게 하려 하면 자기부터 그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말과 행동은 새어 나가게 마련이다. 그래서 속담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하지 않았나?)
⑤ 일을 쉽게 승낙하는 자는 신용이 적으며, 남의 면전(面前)에서 그를 칭찬하는 자는 돌아서서 욕하는 법이다. (일을 쉽게 승낙하는 자는 신중하지 못하여 승낙하니 나중에 검토해 문제가 보이니 그 승낙을 파기하기 쉽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일을 쉽게 승낙하지 않는 자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지위가 높아질수록 면전에서 칭찬하고 아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 그렇게 되었다면 그는 이미 부패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⑥ 남을 주는 것을 아까워하고 남에게 바라는 것이 많은 자는 결국엔 남에게 아무런 보답도 받지 못한다. (give and take란 말이 있지 않은가? 주지 않고 어떻게 얻으려 하는가?)
⑦ 귀한 사람이 되었을 때 자기가 천할 때의 일을 잊어버리는 자는 그 지위가 오래가기 어렵다. (개구리 올챙이 적을 잊어버리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원망을 받는다. 그렇다고 개구리가 되었을 때 올챙이 적만 생각하면 그는 모습은 개구리지만 올챙이에 불과하다)
⑧ 처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부모를 섬긴다면 어디에 가든지 효자라 칭송받고 사람들의 존중을 받을 것이며, 부귀를 보호하는 마음으로 임금을 섬긴다면 어디에 갈지라도 충신이라 할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효도는 하지 않으면서 처자는 지극히 사랑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사랑은 결국 허상이 될 공산이 크다. 효가 모든 행실의 근원이라는 말은 영구적 진리인데 오늘날은 거추장스런 옛말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⑨ 남을 책망하는 마음으로 자기를 책망한다면, 허물이 적을 것이요,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한다면 남과의 사귐이 완전할 것이다. (책망과 허물은 늘 자기 자신보다 남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것이 화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인들이 그 대표적인 사람들인 것 같다)
위의 아홉 가지 경계할 사항은 자기를 다스리고 자기부터 행함에 있어 매우 소중한 말이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람의 마음과 행동은 경계함보다는 감정과 욕망으로 즉흥적이기 쉽기 때문이다. 자신을 경계한다는 것은 자신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지키는 길임을 명심하라는 뜻이리라.
여섯째, 입신행기(立身行己) 하는 14가지 좌우명
홍만종은 입신행기하는 방법을 아래와 같이 장사숙(張思叔)의 14가지 좌우명으로 정리하여 마무리한다. 장사숙의 이 좌우명은 명심보감(明心寶鑑) 입교편(立敎篇)에 있다.
張思叔 座右銘曰(장사숙 좌우명왈)
장사숙이 좌우명에서 말하기를,
凡語必忠信(범어필충신)
무릇 말을 반드시 충성되고 미덥게 하며,
凡行必篤敬(범행필독경)
무릇 행실을 반드시 돈독히 하고 공경하게 하며,
飮食必愼節(음식필신절)
음식을 반드시 삼가고 알맞게 절제하여 먹으며,
字劃必楷正(자획필해정)
글씨를 반드시 반듯하고 바르게 쓰며,
容貌必端莊(용모필단장)
용모는 반드시 단정하고 엄숙히 하며,
衣冠必肅整(의관필숙정)
의관을 반드시 엄숙하고 바르게 하며,
步履必安詳(보리필안상)
걸음걸이를 반드시 편안하고 차분하게 하며,
居處必正靜(거처필정정)
거처하는 곳을 반드시 바르고 정숙하게 하며,
作事必謀始(작사필모시)
일을 할 때는 반드시 계획을 세워 시작하며,
出言必顧行(출언필고행)
말을 할 때는 반드시 그것을 실천을 생각해서 하며,
常德必固持(상덕필고지)
평상시의 덕을 반드시 굳게 가지며,
然諾必重應(연낙필중응)
승낙하는 것을 반드시 신중히 대응하며,
見善如己出(견선여기출)
선을 보거든 자기에게서 나온 것같이 하며,
見惡如己病(견악여기병)
악을 보거든 자기의 병인 것처럼 하라.
凡此十四者(범차십사자)
무릇 이 14가지의 구절은,
皆我未深省(개아미심성)
모두 내가 깊이 반성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書此當座隅(서차당좌우)
거처하는 자리 오른쪽에 써 붙이고,
朝夕視爲警(조석시위경)
아침 저녁으로 이것을 보면서 경계하는 말이다.
자신을 경계한다는 것은 쉬운 듯하면서도 매우 어렵다. 사람의 눈이 앞으로 나 있어 남은 잘 볼 수 있어도 거울이 없으면 자신의 얼굴은 볼 수 없듯이 자신의 말과 행동을 살펴보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을 훌륭하고 의미 있게 살아간 사람들은 누구나 나름의 좌우명을 가지고 늘 자신을 경계하고 성찰하면서 살아갔다. 이율곡 선생의 자경문이나, 파스칼의 팡세,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등이 그런 것을 말해 준다.
어린 시절 책상 앞에 인생 목표와 좌우명을 써 붙여 놓고 마음에 새기며 공부하였던 기억들이 날 것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겐 그런 것도 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어른들이 이런 좌우명 이야기를 하면 무슨 꼰대같은 소리인가?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삶은 늘 경계하여도 실수하고 어긋나는 경우가 많으니 죽는 순간까지 자기를 경계하는 일이야말로 자신을 욕되지 않게 하는 길이리라.
정치인들이 당선되어 중요한 지위에 올랐을 때 늘 자신을 위와 같은 좌우명으로 경계한다면 존경 받는 정치인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지만 지위가 오르고 권력을 가지면 이를 잊기 쉽다. 권력을 가지면 경계보다는 향유하기 쉽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권력을 향유하는 순간이 바로 부패와 오만으로 가는 길목임인데 말이다.
유명한 노동시인 박노해의 '경계'라는 시가 떠오른다.
경계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말 것
현실이 미래를 잡아먹지 말 것
미래를 말하며 과거를 묻어버리거나
미래를 내세워 오늘 할 일을 흐리지 말 것
- 박노해 제3시집 '겨울이 꽃핀다', 해냄, 1999, 121쪽
경계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아야 세상이 더욱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 같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입신행기(立身行己-몸을 세우고 자기부터 행하여야 한다) 하기 위하여 자신을 경계하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순오지의 처신책
입신행기(立身行己)
입신행기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설씨(薛氏)가 말했다. "대장부의 마음은 청천백일(靑天白日)과 같기에, 모든 사람들은 이것을 보아야 할 것이다. 사람이 한 가지 선언(善言)을 듣거나 선행(善行)을 보고 하루 한 번 착한 일을 실천한다면 결코 세상에 쓸데없이 태어났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인후함과 각박함은 짧고도 먼 사이이며 겸손과 교만함도 곧 화와 복의 사이이며, 부지런함과 게으름도 빈부의 사이이며, 수양을 쌓음과 방자함도 인간과 귀신의 사이일 뿐이다. 부지런함은 값 없는 보배이고, 매사에 삼가함은 몸을 보호하는 문이 된다. 이익을 탐하는 자는 자기 몸을 해치고, 욕심을 즐기는 자는 사는 것을 해하며, 거만한 자는 남으로부터 욕을 당할 게 뻔하며, 자기 잘못을 감추는 자는 더 많은 악한 일을 한다."
또 소강절(邵康節)은 말하기를, "남의 악함을 듣거든 마치 가시를 등에 진 듯이 여기고, 남의 착함을 보거든 난초를 옷끈에 찬 듯이 생각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황산곡(黃山谷)은 말하기를, "백전 백승이라 해도 한 번 참는 것만 같지 못하고, 만 번 말해 만 번 모두 옳다고 해도 침묵하는 것만 못하다. 입을 지키기를 병(兵)과 같이 하고, 뜻을 막는 것을 성(城)과 같이 하라. 범의 가죽을 그릴 수는 있지만, 그 뼈는 그릴 수가 없으며, 사람을 아는 데는 낯을 알 수는 있어도 그 마음을 알 수는 없다"라고 이렇게 말하였으니 진실로 그는 말할 줄을 알았다 할 것이다.
군자는 사람을 고른 후에 사귀기 때문에 그 허물이 적고, 소인은 사귄 뒤에 사람을 고르기 때문에 원망이 많은 법이다.
위(魏)나라 왕창(王昶)이 말하기를, "추위를 막으려면 갑옷을 여러 벌 입어야 하고, 남의 허물을 욕하고 비방하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먼저 자기 몸을 수양해야 한다"라고 하였다.
윤화정(尹和靖)은 말하기를, "순간을 참지 못하면 큰 화가 생기니 모든 것에 삼가하고 참아야 한다. 이익을 취할 때는 혼자만 취하지 말고 여러 사람과 함께 취하며, 일을 할 때는 적은 사람으로 해야지 여럿이서 하지는 말아야 한다. 혼자서 이익을 취하게 되면 일이 그릇되고, 여러 사람이 일을 하게 되면 누설되게 마련이다. 자기 몸을 굽히는 자는 여러 사람의 위에 있게 되며, 이야기를 좋아하는 자는 반드시 그 적수를 만나게 된다. 남이 듣지 않게 하려면 말을 하지 말아야 하며, 남이 알지 못하게 하려면 자기부터 그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일을 쉽게 승낙하는 자는 신용이 없고, 또한 남의 면전에서 그를 칭찬하는 자는 그를 욕하는 법이다. 남에게 주는 것은 아까워하고 남에게서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은 결국엔 남에게 보답을 받지 못하고, 귀하게 된 후에 천했을 때의 일을 망각하는 자는 그 지위가 오래 가기 힘들다. 부모를 섬기는 일을 처자를 사랑하는 마음과 같이 하면 어디를 가나 충신(忠信)타 할 것이며, 자신을 책망하기를 남을 책망하는 마음으로 한다면 과히 잘못이 없을 것이다. 자기를 용서하는 마음으로 남을 용서하고 이해를 한다면 남과의 사귐은 완전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장무진(張無盡)의 석복설(惜福說)을 보면 이렇게 씌어 있다. "사업을 할 때에는 있는 힘을 다해서 하지는 말 것이요, 세력을 부리는 데도 역량을 다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말을 할 때에는 생각한 바를 다하지 말아야 할 것이요, 복을 누리는 데도 또한 타고난 것을 다 받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다.
진박(陳搏)은 말하기를, "즐거운 일은 마음대로 만들어 얻을 수가 없고, 편안한 곳도 갈 수가 없으니, 득의한 곳일지라도 일찍 머리를 돌릴 것이다"라고 했다.
장사숙(張思叔)의 좌우명(左右銘)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말을 할 때에는 반드시 충신스럽게 해야 하며, 모든 행동은 독실하고 공경하게 하라. 음식은 반드시 정도를 맞추어 먹도록 하고, 글씨는 해정(楷正)하게 쓰라. 얼굴은 항상 단정해야 하며, 의관은 엄숙하고 바르게 하라. 걸음은 의젓하고 편안하게 하고, 거처는 반드시 조용하게 하라. 일은 언제나 정확성 있게 하고, 행동은 여러 번 생각한 뒤에 옮겨야 한다. 떳떳한 덕은 굳게 가져야 하며, 남과의 약속은 절대로 어기지 말라. 남의 착한 일을 보거든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남의 악한 일을 보거든 마치 자기 몸에 병이 난 듯 생각하라. 이 14가지 글귀는 모두 내가 참된 반성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거처하는 자리 오른편에 써서 붙이고 이것을 보면서 아침 저녁으로 주시하는 바이다."
▶️ 立(설 립/입, 자리 위)은 ❶상형문자로 사람이 대지 위에 서 있는 모습을 본 뜬 글자이다. 나중에 사람에 국한하지 않고 '서다', '세우다'의 뜻으로 쓴다. ❷상형문자로 立자는 '서다'나 '똑바로 서다', '임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立자의 갑골문을 보면 大(큰 대)자 아래로 획이 하나 그어져 있었다. 이것은 땅 위에 서 있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立자는 '서다'나 '똑바로 서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지만, 땅을 딛고 당당히 서 있다는 의미에서 개인의 존재감이나 사물의 위치가 바로 세워져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다만 상용한자에서 立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들은 대부분이 노예와 관련된 글자인 辛(매울 신)자가 생략된 것이다. 그러므로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立(립, 위)은 ①서다, 멈추어 서다 ②똑바로 서다 ③확고(確固)히 서다 ④이루어지다 ⑤정해지다 ⑥전해지다 ⑦임(臨)하다 ⑧즉위하다 ⑨존재하다 ⑩출사(出仕)하다 ⑪나타나다 ⑫세우다 ⑬곧, 즉시 ⑭낟알(껍질을 벗기지 아니한 곡식의 알) ⑮닢(납작한 물건을 세는 단위) ⑯리터(ℓ)의 약호(略號) ⑰바로 그리고 ⓐ자리(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펼 전(展), 세울 건(建), 필 발(發), 세울 수(竪), 일어날 기(起), 일 흥(興)이다. 용례로는 처하여 있는 사정이나 형편을 입장(立場), 법률 또는 법규를 제정함을 입법(立法), 어떤 사물이나 견해나 조건을 등에 근거를 두어 그 입장에 섬을 입각(立脚), 서서 타거나 구경하는 자리를 입석(立席), 사회에 나아가서 자기의 기반을 확립하여 출세함을 입신(立身), 식물이 생육하는 일정한 장소의 환경을 입지(立地), 나라를 세움을 입국(立國), 안건을 정하는 것 또는 그 안건을 입안(立案), 증인으로 서거나 세움을 입증(立證), 뜻을 세움을 입지(立志), 현장에 나가 지켜봄을 입회(立會), 어떤 원인으로 어느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는 길이 막히거나 끊어지거나 하여 그곳을 벗어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을 고립(孤立), 남의 힘을 입지 않고 홀로 섬을 독립(獨立), 시설이나 법인 등 공적인 기관을 만듦을 설립(設立), 마주 대하여 섬을 대립(對立), 확실히 정하거나 굳게 세움을 확립(確立), 스스로의 힘으로 생계를 유지함을 자립(自立), 생존하여 자립함을 존립(存立), 나라에서 세움을 국립(國立), 일어나서 섬을 기립(起立), 받들어서 임금의 자리 따위에 모시어 세움을 옹립(擁立), 절이나 탑 동상 따위를 세우거나 이룩함을 건립(建立), 바닷가나 강가를 메워서 뭍을 만드는 일을 매립(埋立),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함을 중립(中立), 서서 잠깐 이야기하는 사이의 뜻으로 잠깐 동안을 일컫는 말을 입담간(立談間),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출세하여 이름을 세상에 드날림 또는 후세에 이름을 떨쳐 부모를 영광되게 해 드리는 것을 이르는 말을 입신양명(立身揚名), 입춘을 맞이하여 길운을 기원하는 글을 일컫는 말을 입춘대길(立春大吉), 성공하여 세상에 이름이 드날림을 일컫는 말을 입신출세(立身出世), 그 자리에서 참수하여 무리의 본보기로 경계함을 일컫는 말을 입참이순(立斬以徇), 중립을 취하여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중립불의(中立不倚), 오래 서 있어도 의용을 갖추어 자세를 흐트리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입불실용(立不失容), 송곳 하나 세울 만한 땅이라는 뜻으로 얼마 안 되는 땅을 이르는 말이나 매우 좁아서 조금도 여유가 없음을 일컫는 말을 입추지지(立錐之地) 등에 쓰인다.
▶️ 身(몸 신, 나라 이름 건)은 ❶상형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아기를 가진 여자의 모습을 본뜬 글자로 몸을 뜻한다. 형성문자로 보면 人(인)과 申(신)의 합자(合字)인데 人(인)은 뜻을 나타내며 부수가 되고 申(신)이 발음을 담당하는 글자로 본 것이다. 부수(部首)로서는 몸에 관계가 있는 뜻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身자는 '몸'이나 '신체'를 뜻하는 글자이다. 身자의 갑골문을 보면 배가 볼록한 임신한 여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身자의 본래 의미는 '임신하다'였다. 身자에 아직도 '(아이를)배다'라는 뜻이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렇게 임신으로 배가 부른 여자를 그린 身자는 후에 '몸의 상태'나 '몸'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아이를 가진 여자는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신경을 쓰게 된다는 의미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身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관련된 글자는 없다. 그래서 身(신, 건)은 ①몸, 신체 ②줄기,주된 부분 ③나, 1인칭 대명사 ④자기, 자신 ⑤출신, 신분 ⑥몸소, 친히 ⑦나이 ⑧아이를 배다 ⑨체험하다 그리고 ⓐ나라의 이름(건) ⓑ건독(身毒; 인도의 옛이름)(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몸 기(己), 물건 물(物), 고기 육(肉),스스로 자(自), 몸 궁(躬), 몸 구(軀),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마음 심(心)이다. 용례로는 개인의 사회적인 지위 또는 계급을 신분(身分), 일신 상에 관한 일을 신상(身上), 일신 상의 처지와 형편을 신세(身世), 몸과 목숨을 신명(身命), 몸에 생긴 병을 신병(身病), 사람의 얼굴에 나타난 건강 상태의 빛을 신수(身手), 몸과 몸의 주위를 신변(身邊), 사람의 키를 신장(身長), 사람의 몸을 신체(身體), 제 몸으로 딴 말에 붙어서 딴 어떤 것도 아니고 그 스스로임을 강조할 때 쓰는 말을 자신(自身), 어떠한 행위나 현상에 상응하는 것이거나 그의 대가임을 나타내는 말을 대신(代身), 무슨 지방이나 학교나 직업 등으로부터 나온 신분을 출신(出身), 죽은 사람의 몸을 이르는 말을 시신(屍身), 신명을 바쳐 일에 진력함을 헌신(獻身), 마음과 몸을 심신(心身),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몸가짐이나 행동을 처신(處身), 악을 물리치고 선을 북돋아서 마음과 행실을 바르게 닦아 수양함을 수신(修身), 몸을 움직임을 운신(運身), 몸을 불사르는 것을 분신(焚身), 모양을 바꾼 몸 또는 몸의 모양을 바꿈을 변신(變身), 사회에 나아가서 자기의 기반을 확립하여 출세함을 입신(立身), 온몸으로 열정을 쏟거나 정신을 집중하는 상태 또는 그때의 온몸을 혼신(渾身), 체면이나 명망을 망침을 만신(亡身), 몸과 태어난 땅은 하나라는 뜻으로 제 땅에서 산출된 것이라야 체질에 잘 맞는다는 말을 신토불이(身土不二),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의 몸 전체를 일컫는 말을 신체발부(身體髮膚), 남에게 맡기지 아니하고 몸소 맡아함을 일컫는 말을 신친당지(身親當之), 몸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뜻으로 몸이 가장 소중하다는 말을 신외무물(身外無物), 홀로 있는 몸이 아니고 세 식구를 일컫는 말을 신겸처자(身兼妻子), 집이 가난하여 종을 두지 못하고 몸소 종의 일까지 함을 이르는 말을 신겸노복(身兼奴僕), 자기 한 몸이 처해 있는 주위에서 일상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을 적은 수필체의 글을 이르는 말을 신변잡기(身邊雜記), 뼈가 가루가 되고 몸이 부서진다는 뜻으로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함 또는 남을 위하여 수고를 아끼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분골쇄신(粉骨碎身), 온몸이 성한 데 없는 상처 투성이라는 뜻으로 아주 형편없이 엉망임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만신창이(滿身瘡痍), 자신의 몸을 죽여 인을 이룬다는 뜻으로 자기의 몸을 희생하여 옳은 도리를 행함을 일컫는 말을 살신성인(殺身成仁),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출세하여 이름을 세상에 드날림 또는 후세에 이름을 떨쳐 부모를 영광되게 해 드리는 것을 이르는 말을 입신양명(立身揚名), 성공하여 세상에 이름이 드날림을 일컫는 말을 입신출세(立身出世),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홀몸을 일컫는 말을 혈혈단신(孑孑單身), 날마다 세 번씩 내 몸을 살핀다는 뜻으로 하루에 세 번씩 자신의 행동을 반성함을 일컫는 말을 삼성오신(三省吾身) 등에 쓰인다.
▶️ 行(행할 행, 항렬 항)은 ❶회의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彳(척; 왼발의 걷는 모양)과亍(촉; 오른발의 걷는 모양)의 합자(合字)이다. 좌우의 발을 차례로 옮겨 걷는다의 뜻을 나타낸다. 또는 네거리, 굽지 않고 바로 가는 일, 나중에 가다, 하다란 뜻과 항렬(行列), 같은 또래란 뜻의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❷상형문자로 行자는 '다니다'나 '가다', '돌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行자는 네 방향으로 갈라진 사거리를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行자를 보면 네 갈래로 뻗어있는 사거리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이나 마차가 다니던 사거리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行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길'이나 '도로', '가다'라는 뜻을 전달하게 된다. 行자는 한쪽 부분이 생략된 彳(조금 걸을 척)자가 쓰일 때가 있는데, 이는 彳자 자체가 별도의 부수 역할을 하는 경우로 역시 '가다'라는 뜻을 전달한다. 참고로 行자가 '항렬'이나 '줄'이라는 뜻으로 쓰일 때는 '항'으로 발음을 구분하고 있다. 그래서 行(행, 항)은 (1)글의 세로 또는 가로의 줄 (2)길을 감. 군자(君子)는 대로(大路) (3)행동(行動) (4)한시(漢詩)의 한 체 (5)당(唐) 나라에서는 한 곳에 집중되어 있던 동업 상점의 조합, 또는 도매상, 중간 업자 혹은 단순히 상점을 가리킴. 은행이란 말은 여기에서 유래되었음 (6)어떤 지명(地名)이나 시간 아래에 붙이어 그리로 감, 어떤 곳으로 감의 뜻을 나타내는 말 (7)일체의 유동(流動), 제행(諸行)하며 변화하는 존재. 현상 (8)십이 인연(因緣)의 하나. 과거세(過去世)에서 신(身), 구(口), 의(意) 세 업(業)으로 지은 선악 일체의 본원적 생명 활동. 십이 인연(因緣) (9)수행(修行) (10)실천. 행위. 인간적인 행동(知, 智) (11)칠사(七祀)의 하나. 도로와 행작(行作)을 주장하는 궁중의 작은 신(神) (12)조선시대 때 관계(官階)가 높고 관직(官職)이 낮은 경우에 벼슬 이름 위에 붙여 일컫던 말. 가령 종1품(從一品) 숭정 대부(崇政大夫)의 품계를 가진 사람이 정2품(正二品)의 관직인 이조판서(吏曹判書)가 되면, 숭정대부 행 이조판서(崇政大夫行李曹判書)라 했음 등의 뜻으로, 먼저 '행할 행'의 경우는 ①다니다, 가다 ②행하다, 하다 ③행하여지다, 쓰이다 ④보다, 관찰하다 ⑤유행하다 ⑥돌다, 순시하다 ⑦늘다, 뻗다 ⑧장사(葬事)지내다 ⑨시집가다 ⑩길, 도로, 통로 ⑪길, 도로를 맡은 신(神) ⑫고행(苦行), 계행(戒行) ⑬행실(行實), 행위(行爲) ⑭여행(旅行), 여장(旅裝: 여행할 때의 차림) ⑮행직(行職: 품계는 높으나 직위는 낮은 벼슬을 통틀어 이르는 말) ⑯일 ⑰행서(行書), 서체(書體)의 하나 ⑱시체(詩體)의 이름 ⑲장차, 바야흐로 ⑳먼저, 무엇보다도 등의 뜻이 있고, 그리고 '항렬 항'의 경우는 ⓐ항렬(行列)(항) ⓑ줄, 대열(隊列)(항) ⓒ열위(列位), 제위(諸位)(항) ⓓ항오(行伍), 군대의 대열(隊列)(항) ⓔ순서(順序), 차례(次例)(항) ⓕ같은 또래(항) ⓖ직업(職業)(항) ⓗ점포(店鋪), 가게(항) ⓘ깃촉(항) ⓙ의지(意志)가 굳센 모양(항) ⓚ늘어서다(항) ⓛ조잡하다(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움직일 동(動), 옮길 반(搬), 흔들 요(搖), 옮길 운(運), 들 거(擧),할 위(爲), 옮길 이(移),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알 지(知), 말씀 언(言), 말씀 어(語)이다. 용례로는 길 가는 사람을 행인(行人), 동작을 하여 행하는 일을 행동(行動), 여럿이 벌이어 줄서서 감을 행렬(行列), 가는 곳을 행선(行先), 물건을 가지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파는 일을 행상(行商), 실지로 드러난 행동을 행실(行實), 정치나 사무를 행함을 행정(行政), 체면에 어그러지도록 버릇 없는 짓을 함을 행패(行悖), 법령의 효력을 실제로 발생 시킴을 시행(施行), 관례대로 행함을 관행(慣行), 앞으로 나아감 또는 일을 처리해 나감을 진행(進行), 계획한 대로 해 냄을 수행(遂行), 일을 잡아 행함을 집행(執行), 약속이나 계약 등을 실제로 행하는 것을 이행(履行), 절뚝거리며 걸어감이나 균형이 잡히지 않음을 파행(跛行), 자기의 거주지를 떠나 객지에 나다니는 일을 여행(旅行), 방자하게 제 멋대로 행함 자행(恣行),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아울러 행함을 병행(竝行), 차량 등이 정해진 노선에 따라 운전하여 나감을 운행(運行), 출판물이나 돈이나 증권 채권 따위를 만들어 사회에 널리 쓰이도록 내어놓음을 발행(發行), 강제로 행함을 강행(强行), 몸으로 움직이는 모든 것을 이르는 말을 행동거지(行動擧止), 지식인이 시세에 응하여 벼슬에 나아가기도 하고 물러설 줄도 아는 처신의 신중함을 일컫는 말을 행장진퇴(行藏進退), 길을 가는 데 지름길을 취하지 아니하고 큰길로 간다는 뜻으로 행동을 공명정대하게 함을 비유하는 말을 행불유경(行不由徑), 하늘에 떠도는 구름과 흐르는 물이라는 뜻으로 다른 힘에 거스르지 않고 자연 그대로 유유히 움직이는 모양 곧 자연에 맡기어 행동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행운유수(行雲流水), 타향에서 떠돌아 다니다가 병들어 죽음을 일컫는 말을 행려병사(行旅病死), 길에서 만난 사람이라는 뜻으로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행로지인(行路之人), 걸어가는 송장과 달리는 고깃덩이라는 뜻으로 배운 것이 없어서 쓸모가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을 행시주육(行尸走肉), 그 해의 좋고 언짢은 신수를 일컫는 말을 행년신수(行年身數), 간 곳을 모름을 일컫는 말을 행방불명(行方不明), 일을 다하고도 오히려 남는 힘이 있음을 이르는 말을 행유여력(行有餘力), 기러기가 줄을 지어 남쪽으로 날아감을 일컫는 말을 행안남비(行雁南飛) 등에 쓰인다.
▶️ 己(몸 기)는 ❶상형문자이나 지사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본래 구불거리는 긴 끈의 모양을 본떴고, 굽은 것을 바로잡는 모양에서 일으키는 일의 뜻으로 쓰인다. 일으키다의 뜻은 나중에 起(기)로 쓰고, 己(기)는 천간(天干)의 여섯번째로 쓰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己자는 '몸'이나 '자기'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여기서 말하는 '몸'이란 '나 자신'을 뜻한다. 己자의 유래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사람이 몸을 구부린 모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굽의 있는 새끼줄을 그린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己자와 결합한 글자를 보면 새끼줄이 구부러져 있는 모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다만 己자가 단독으로 쓰일 때는 여전히 '나 자신'이라는 뜻을 가지게 된다. 己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상용한자에서는 뜻과 관련된 글자가 없다. 다만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새끼줄이나 구부러진 모양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으니 상황에 따른 적절한 해석이 필요하다. 그래서 己(기)는 ①몸 ②자기(自己), 자아(自我) ③여섯째 천간(天干) ④사욕(私慾) ⑤어조사(語助辭) ⑥다스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여섯 번째를 기사(己巳), 열여섯째를 기묘(己卯), 스물여섯째를 기축(己丑), 서른여섯째를 기해(己亥), 마흔여섯째 기유(己酉), 쉰여섯째를 기미(己未)라 한다. 그리고 자기의 물건을 기물(己物), 자기 마음을 기심(己心), 자기가 낳은 자녀를 기출(己出), 자신의 의견이나 소견을 기견(己見), 자신의 초상을 기상(己喪), 자기의 소유를 기유(己有), 자기의 물건은 기물(己物), 제 몸이나 제 자신 또는 막연하게 사람을 가리키는 말을 자기(自己), 자기 이익만 꾀함을 이기(利己), 자신의 몸을 닦음을 수기(修己), 안색을 바로잡아 엄정히 함 또는 자기자신을 다스림을 율기(律己), 자기 몸을 깨끗이 함을 결기(潔己), 몸을 가지거나 행동하는 일을 행기(行己), 신분이나 지위가 자기와 같음을 유기(類己), 자기를 사랑함을 애기(愛己), 자기 한 몸을 일기(一己), 자기에게 필요함 또는 그 일을 절기(切己), 자기가 굶주리고 자기가 물에 빠진 듯이 생각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여겨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함을 일컫는 말을 기기기익(己飢己溺), 중종때 남곤 일파 조광조 등을 쫓아내어 죽인 사건을 일컫는 말을 기묘사화(己卯士禍), 기미년 3월1일 일제에 항거하여 일어난 한국의 독립운동을 일컫는 말을 기미독립운동(己未獨立運動), 자기 스스로를 돌이켜 봄을 일컫는 말을 자기관찰(自己觀察), 모든 사고와 판단과 행동을 자기 중심으로 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자기본위(自己本位), 자기의 이해와 쾌락과 주장을 중심으로 삼고 남의 처지를 돌보지 않는 주의를 일컫는 말을 애기주의(愛己主義), 자기 존재를 인정 받으려고 남에게 자기를 과시하는 심리적 경향을 일컫는 말을 자기과시(自己誇示), 스스로에게 황홀하게 빠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자기도취(自己陶醉), 자신의 생활은 검약하게 하고 남을 대접함에는 풍족하게 함을 이르는 말을 약기유물(約己裕物)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