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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내공중첩(內功重疊)
- 빈 자리를 더 강한 자가 채운다
자충이 이를 갈 때, 아운은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무엇인가 실마리를 잡고 한참 무공에 정진하고 있을 때 나타난 백호단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 얻은 성과는 결코 적지 않았다.
조금씩 정리가 되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아운은 일단 자충과 그의 수하들이 조금은 기다려 줄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
비록 나타난 무리들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처음 묵가장을 공격한
오절과는 달리 묵가 남매를 죽이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친절한 방법으로 나타나진 않았을 것이다.
‘묵가장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있는 건가?’
아운은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상대가 해칠 의향이 없다면 자신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는 일곱 걸음만큼의 원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이제 어떤 실마리를 풀어 놓은 아운은 내력의 유기적인 관계와 무극신공,
그리고 칠보둔형의 묘리를 연관지어 생각하고 있었다.
칠보둔형의 묘리 중에 기를 가슴에 담고 뿌리처럼 사용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리고 그 뿌리에서 가지처럼 자란 진기가 칠보둔형의 원형이 되어 다리에
기를 전달하게 된다.
또한 뿌리인 가슴, 즉 중단전의 진기는 하단전과 혈도 속에 녹아 잇는 미세
진기를 양분으로 그것을 증폭시켜 줄기인 내공을 길러 낸다.
그 중 칠보둔형이 주로 사용하는 진기는 하단전의 진기였다.
즉 배꼽 아래에 모아 놓은 내공이었고,
평소에는 중단전의 진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그럼 연환육영뢰의 주먹에 사용되는 내공은 어떤가?
이 역시 중단전에 축기해 놓은 내공을 근본으로 사용하는데,
칠보둔형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힘을 증폭하기 위해 대주천을 순식간에
돌아서 주먹에 모여든다는 점이었다.
기가 대주천을 도는 시간이야 생각하는 동시에 이루어지지만,
문제는 일단 한번 돌아서 증폭된 내공의 양이 정해져 있어 그 힘이 사라질
때까지는 다른 기를 보낼 수가 없었다.
보내도 있을 곳이 없다고 해야 한다.
결국 차례로 밀어 내면서 내공을 사용하는 것이 연환육영뢰였다.
또한 뒤로 갈수록 내공의 양이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내공의 힘이
강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같은 양으로 더 많은 힘을 내기 위해서 그 잠재력을 하나씩 끌어내는
무공이 바로 연환육영뢰라 할 수 있었다.
칠보둔형의 경우 많은 내공을 가져다 써도 그 내공을 농축하여 다리에
모아놓고 사용한다.
이때 다리에 있는 내공과 중단전의 내공은 아운의 뇌.
즉, 상단전의 기와 미세하게 연결되어 있다.
결국 칠보둔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삼단전이 전부 열려 있어야 한다.
이 점은 무극신공 그리고 연격포와 같은 점이었다.
연격포와 칠보둔형이 여기서 다른 점을 하나 더 찾으라면,
연격포는 그 힘을 밖으로 내쳐서 힘을 내는 것이라,
내력이 순식간에 빠진다는 것이고, 칠보둔형은 다리에 모은 채로 움직이기
때문에 소실이 적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칠보둔형 역시 초식을 이루는 일곱 가지의 원리 중에 어려운
부분을 운용할수록 많은 양의 내공을 필요로 한다.
어떻게 보면 그런 점에서 육영뢰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만약 중단전에서 여섯 번에 보내는 기의 힘을 한번에 보낸 다면?’
그래도 문제가 있다.
그 힘을 주먹에 모아 놓고 질러야 하는데,
주먹에 모을 수 있는 내공의 양은 한계가 있었다.
그 양이 바로 일격을 내치는 힘의 양만큼 이었다.
비워져야 채울 수 있다는 이 한 가지 진리가 아운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한 번에 내공을 보내는 것은 칠보둔형의 형태로 하면 되겠는데, 문제는
그 내공을 모아 놓았다가 즉시 사용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그 여섯 줄기의 내공을 모아 놓을 장소다. 장소가 문제다. 비워져야 채울
수 있다는 진리가 변하지 않는 한 육영뢰의 한계는 벗어날 수 없는 것
인가?’
아운은 다시 생각에 잠겼다.
자충은 갈수록 기분이 나빠졌다.
자신을 완전히 개 무시한 채 생각에 잠겨 있는 아운의 형태는 누가 봐도
기분 나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참아야 했다.
설비향은 이들을 말로 회유하라고 했다.
자신들의 힘을 충분히 보여주어 적들로부터 지켜줄 수 있다는 확신도 들게
하라고 했다.
일단 말이 통 하려면 기분 상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고 하니 속에서 불이 났다.
그 이유는 오로지 저 아운이란 싸가지 때문이었다.
그래도 설비향이 자충을 이 곳으로 보낸 데엔 이유가 있었다.
작은 감정으로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성격이고,
인내심도 있었으며 말도 상당히 잘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아운의 모습은 누가 봐도 무시였다.
“으드득.”
이 가는 소리에 부단주인 양묘의가 놀라 자충을 보았다.
양묘의 역시 화가 났지만, 그것을 표출하지 못하고 자충의 눈치만 보던
중인지라,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양묘의가 바라보자 자충은 자신의 실수를 깨우치고 고소를 머금었다.
“강적을 만났듯 하네.”
“설 각주님이 특히 조심하라고 한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저 자를 용서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양묘의가 한 말 자충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아운이 강할지도 모르지만 자신들의 상대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럴 만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회유가 먼저겠지.”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 자를 회유하란 말은 없었습니다.”
“그렇지.”
자충이 웃는다.
양묘의 역시 비릿하게 웃으며 명상에 잠겨 있는 아운을 보았다.
“그래도 예의상 잠이 깰 때까진 기다리자. 아무래도 설 각주가 저
묵가장의 남매에게 부탁할 일이 있는 듯하니. 잠깐의 편의는 봐주는
것이 도리 아니겠는가?”
“그렇습니다.”
양묘의도 동의를 하였다.
동이 트기 시작하자 정운과 묵가 남매 그리고 시녀들은 차래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난 사람들은 자충과 그의 뒤에 서 있는 삼백여 명의 백호단을 보고
안색이 변했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들을 해칠 뜻이 없어 보이자 일단은 안심할 수 있었다.
자충은 묵가 남매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내가 누구라고 말해 줄 수는 없지만, 너희들을 지켜 줄 순 있다. 나를
따라 가겠는가? 절대 해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 수 있다.”
자충의 말에 묵가 남매는 자충을 바라보았다.
자충의 표정으로 보아 자신들을 해칠 것 같진 않았다.
아운의 말대로 자신들을 죽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처음부터 기습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렇게 기다리지도 않았으리라.
묵소정이 앞으로 나섰다.
“어떤 목적인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당신들이 찾는 물건이 없습니다.”
“천마인혼대법의 비급이라면 걱정할거 없다. 나도 너희들이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 우린 그런 것에는 관심 없다.”
“조건이 있을 테지요?”
“물론 있다. 너희가 할일은 한 가지만 증명해 주면된다.”
“그 조건이 뭔가요?”
“지금은 말 할 수 없다. 아니 나는 모른다.”
묵소정이 자충을 바라보았다.
정말 모르는 것 같았다.
아마도 이들을 여기로 보낸 사람만이 알리라.
“우리를 해치지 않을 거라 어떻게 믿죠?”
“가 보면 안다.”
“그때는 늦겠지.”
아운이 웃으면서 말했다.
정말이지 좋아할 수 없는 인간이었다.
“입 다물어라! 나는 내 말에 신의를 가진 사람이다. 약속을 함부로 어기지
않는다.”
자충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그 말에 담긴 의지는 상당히 강했다.
믿을 수 있는 목소리였다.
아운이 웃었다.
“확실히 당신은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하지만 당신을 여기에 보낸 자도
그럴까? 내가 보기에 자신의 정체마저 숨기고 남모르게 나타난 것 같은데,
그만큼 구린 일에 휘말린거란 뜻이겠지. 내가 보기에 어떤 확인이란 것이
묵가 남매가 미리 알아선 안 되는 일일 테고. 그래서 당신도 그 이유를
모른단 말일 텐데. 그런 일일 수록 위험하게 마련이지. 어떤 경우에는
토사구팽 당하기도 하고.”
자충은 일순 할 말을 잃었다.
생각해보니 호연란이나 설비향이 남매를 살려 놓을 것이라 장담할 순
없었다.
자신 또 한 위에서 살인 명령이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이들 남매를
죽여야만 한다.
결코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냥 물러설 순 없었다.
“중요한 일이라서 기밀일 뿐이다. 내가 아는 한 결코 너희들을 해치진 않을
것이라 믿는다. 어차피 계속 쫓기는 것 보다 낮지 않겠느냐? 그리고 너희가
쓴 비급의 누명도 벗겨주겠다. 뿐만 아니라 너희가 천마인혼대법의 비급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진범도 찾아 주겠다.”
들어보면 정말 호(好) 조건이었다.
묵소정이 정운을 보았다.
어차피 감숙까지 도망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이들을 쫓아 가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었다.
[안됩니다. 아가씨, 지금은 무조건 피해야 합니다. 사정은 나중에
말하겠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들은
절대 안 됩니다.]
정운의 전음을 들은 묵소정은 그가 이들이 누구인지 대충 눈치를 채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자신들이 왜 이유없이 공격을 당하는지도 알거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지금 물을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도 묻는다고 대답해줄 것 같지 않았다.
묵소정은 자충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죄송하지만, 우리는 이미 갈 곳이 정해졌습니다.”
묵소정의 말을 들은 자충은 여전히 담담했다.
그는 어떤 방식이던 묵가의 남매를 데려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안가면 강제로 끌고 가겠다. 그럴만한 능력이 우리에겐 있다. 어차피
갈거라면 순순히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지금 너희에겐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이젠 협박이었다.
묵가 남매와 정운의 안색이 변했다.
화가 났지만, 그들에게는 힘이 없었다.
하지만 정말 화가 난 사람은 따로 있었다.
자충의 말에 아운은 칠 년 전 모대건에게 꼼짝 못하고 끌려가던 일이
생각났다.
기분이 울컥해진다.
“강제로 할 거라면 나를 넘어야 할 것이다.”
아운이 나서며 한 말에 자충이 웃었다.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네 놈이 오절을 상대하고 나더니 보이는 것이 없는 모양이구나. 그들
따위와 우리를 비교하지 말아라. 너는 살고 싶다면 손가락 두개 만
자르고 그냥 가라! 목숨은 살려 주겠다.”
자충의 오만한 말에 묵가 남매는 안색이 파랗게 질렸고,
소설과 소산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아운을 보았다.
자충은 어차피 회유는 힘들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이젠 힘으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힘으로 할 바에야 더 이상 유순할 필요는 없었다.
삼백의 무사들이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아운을 난도질 할 것만 같다.
그러나 아운은 태연했다.
“말 한 마디에 무식한 티가 줄줄 흐르는군. 내가 네 부하냐? 아니면
네 자식이냐? 네가 시키는 대로 하게.”
“뭐야?”
자충의 얼굴이 굳어졌다.
“손 하나만 자르고 가라! 그럼 나도 널 살려 주마. 하지만 대들면 죽인다.”
희죽거리며 시작한 아운의 말은 뒤로 갈수록 냉정했다.
자충과 양묘의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그만큼 아운의 기세는 무시할 수 없었다.
설 각주의 조심하란 말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말이 자꾸 떠오른다.
그렇다고 겁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흠. 네 놈은 죽여 놓고 봐야겠군.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우리의 일에
방해가 되는 인간은 없겠지.”
아운의 눈에 웃음기가 떠올랐다.
“난 네 놈부터 죽여야겠다. 그렇게 되면 뒤에 서 있는 허수아비들은
오합지졸이 되겠지.”
자충은 아운의 말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다.
그의 가슴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개자식 말은 잘하는구나. 그러나 잘 알아 두어라! 네 실력으론 물론
어림도 없겠지만, 설혹 내가 죽는다고 해도 그 빈 자리는 나보다 더
강한 자가 채울 것이다.”
“빈 자리를 더 강한 자가 채운다고 정말 대단한 조직인가 보군. 가… 가만.
빈 자리를 더 강한 자가 채운다고 했지?”
이건 육영뢰의 구결과 조금 비슷했다.
그리고 머리를 스치는 그 무엇.
아운의 급작스런 모습에 자충이 뭐야 하는 표정으로 본다.
“그래 맞았어. 하하, 정말 멋지다. 빈 자리를 더 강한 자가 채운단 말이지.
그리고 빈 자리가 생기려면 당연히 네가 죽어야 하고. 그런데 그런 간단한
이치를 왜 나는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운의 말에 자충의 눈에 살기가 감돈다.
아무리 봐도 아운이란 저 어린 녀석은 제 정신이 아닌 듯 했다.
자충이 앞으로 나서려 하자, 양묘의가 만류하였다.
“수하들이 있습니다.”
양묘의의 말에 자충은 가까스로 울화를 참았다.
그러나 그의 이성은 아운의 다음 말로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다.
“고맙다. 덕분에 중요한 것을 깨우쳤다. 그래서 말인데 죽이는 것은 보류
하마. 대신 팔 하나만 끊어주겠다.”
“저런 개자식. 뭐하느냐 쳐라! 저 자식만 죽여라! 다른 사람은 다치게 하지
마라.”
자충이 고함을 지르자, 삼백의 백호단 중 앞에 서 있던 백여 명의 백호단
무사들이 일제히 아운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아운은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운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달려드는 삼백의 백호단에게 그대로 돌진
하였다.
맨 앞에 있는 무사가 검을 내리치려는 찰라 아운의 발이 호선을 그리고
날아갔다.
피하려고 해도 너무 빠르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을 든 채 발에 정통으로 옆구리를 가격당한
백호단의 무사는 무려 일 장이나 날아가 뒹굴었다.
최하가 사망일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아운의 신형이 옆으로 일보 물러서며 공격해오는
또 한 명의 백호단 무사의 검을 비켜 내었다.
동시에 아운은 오른손을 단룡수의 비격추(匕激椎)라는 수법으로 밀어
내었다.
퍽!
거친 소리와 함께 가격당한 무사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연이어 아운의 발이 선풍팔비각(?風八飛脚)의 풍운연환섬(風雲連環閃)으로
돌아갔다.
앞뒤로 포위해 오는 네 명의 무사를 향해 무려 열여덟 번의 발길질이
단 한 호흡에 이어졌다.
다다다닥!
네 명의 무사는 필사적으로 그 발길질을 피하고 막았지만,
모두 한 두 번씩 타격 당한 채 쓰러졌다.
한 명은 입이 이빨과 함께 왕창 날아갔고,
또 한 명은 갈비뼈 세 대가 부서지고 말았다.
연이어 앞에 서 있던 무사는 턱이 깨진 채 주저앉았으며,
마지막 한 명은 명치를 정통으로 차이고 기절해 버렸다.
이어서 그들 뒤에 있던 또 한명의 무사를 향해 단룡수의 금나술이
펼쳐졌다.
아운의 손은 마치 그물처럼 상대를 조여 가며,
그의 목 줄기를 잡으려 하였다.
다급한 무사는 검을 수평으로 든 채 아래에서 위로 쳐 올리며 아운의
손목을 끊으려 하였다.
순간 아운의 손이 거두어지고 대신 그의 발이 선풍비혼차(?風匕魂車)의
각법으로 그 무사의 아래사타구니를 차 버렸다.
“끄어억!”
괴상한 비명과 함께 무사의 아래가 터지면서 그대로 주저앉는다.
무림 천하에 생과부 하나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아운의 동작은 눈이 부시다 못해 아름다울 지경이었다.
묵가장의 식솔들은 감탄의 눈으로,
적인 자충마저도 놀람 반 감탄 반으로 보아야 했다.
“뭐들 하느냐? 백호쇄혼진(白虎碎魂陣)을 펼쳐라!”
자충이 명령을 내릴 때, 백호단의 무사들은 이미 백호쇄혼진의 형태를
갖추며 아운을 공격하는 중이었다.
아운은 갑자기 자신을 조여 오는 압력을 느꼈다.
‘진이다.’
아운은 암혼살문의 연무동에서 진에 대해서도 공부를 충실히 한 적이
있었다.
그의 진에 대한 지식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 기세만 보고도 지금 백호단의 진법이 대단하다는것을
알 수 있었다.
“차핫!”
고함과 함께 아운의 신형이 흐릿하게 변하였다.
칠보둔형보법 중 파진(破陣)결을 십이성의 공력으로 펼친 것이다.
파진결은 상대의 진법을 격파하는 전문 보법인지라,
지금 백호단의 쇄혼진처럼 진법을 상대할 때 유용한 보법이었다.
아운조차 아직 그 위력을 정확하게 모른다.
그러나 일단 펼쳐지자 칠성둔형의 파진결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의 신형이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는 한 마리의 잉어처럼 백호단 무사들의
틈을 파고들었다.
순간 아운의 파진결은 스스로 살아 움직이며 진법의 압력을 미끄러트리며
뒤로 흘려 보냈다.
파진결을 펼치면 몸에 저절로 호신강기가 일어 진의 압력을 해소 한다는
사실은 아운도 지금에야 처음 안 일이었다.
더군다나 이 호신강기는 전문적으로 진에서 뿜어지는 압력과는 천적의
관계인 것 같았다.
일단 진 안으로 파고 든 아운은 단룡수로 한 명의 목덜미를 잡아 던진
다음 그 앞에 서 있는 또 다른 무사의 가슴을 항마금강신권으로 갈겨
버렸다.
컥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무사의 어깨를 밟고 허공으로 약 일 장 정도
떠오른 아운은 허공에 뜬 상태로 선풍팔비각의 비술인 비천팔원각
(飛天八圓脚)을 펼쳤다.
순간 아운의 양 발이 원을 그리며 팔방을 향해 뻗어 나갔다.
다다다닥!
둔탁한 소리가 다시 한번 들리면서 무려 다섯 명의 백호단 무사들이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무인지경이란 말이 있다.
지금 아운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정말 대단한 자입니다.”
양묘의가 감탄한 표정으로 말하자,
자충 역시 그 말에 동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정도면 젊은 층에선 열손가락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실력이라 할 수
있겠군. 만약 삼봉사룡만 없었다면 젊은 층에서가장 뛰어날지도 모르겠군.”
자충조차 상당히 감탄한 것 같았다.
그러나 자신의 수하들이 쓰러지는데도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제가 나서겠습니다.”
부단주의 말에 자충이 고개를 돌렸다.
“자네가 나설 필요가 있을까?”
“백호단의 칠중금(七中金)은 비밀입니다. 차라리 내가 나서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그리고 내 무공이라면 저 자의 무공과 상극일 수도 있습니다.”
자충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단주가 나선다면 아무리 아운이라고 해도 어쩔 수가 없을 것이다.
“모두 멈추어라!”
자충의 고함에 백호단의 고수들이 썰물처럼 물러섰다.
물러설 때의 모습으로 백호단의 무공 수위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요는 그들이 약한 것이 아니라 아운이 너무 강했다고 할 수 있었다.
“대단하다. 인정하지. 하지만 여기까지다. 지금부터는 내가 상대해주마.”
양묘의가 아운에게 다가오며 말하자,
아운은 오히려 바라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오히려 바라던 바다. 사실 저들로는 좀 싱거웠지.”
아운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약 삼십여 명의 백호단을 보면서 웃었다.
“겨우 신입 백호단 삼십여 명을 쓰러트리고 기고만장하군.”
양묘의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어리면서 그의 몸이 천천히 변하기
시작했다.
그를 바라보던 묵가장의 인물들은 안색이 변하고 말았다.
아운 역시 놀란 듯 양묘의를 바라보았다.
첫댓글 즐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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