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삼백네 번째
명품을 찾는 사람들
해외여행 중에 쇼핑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주로 여성들이었는데 별 관심이 없었지만, 아내가 가니 따라간 것입니다. 아내는 현지 전통문화를 엿볼 수 있는 기념품을 골랐는데 가격도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한 친구가 매우 비싼 기념품(?)을 샀습니다. 진주로 장식된 유명 회사의 목걸이였습니다. 그녀는 “하나를 사도 제대로 된 것을 사야지” 그랬지만, 그 얼굴에는 ‘내가 이 정도야!’ 그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가 곁에서 맞장구쳤습니다. “그래, 너한테 딱 어울린다. 내가 걸고 나가 봐라. 짝퉁인 줄 알지”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물건과 자신의 지위를 동일시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미국에 사는 지인 한 분이 한국에 올 때마다 남대문시장에서 싸구려 옷가지들을 잔뜩 사서 돌아가는데, 미국의 친구들이 아무도 그게 싸구려라고 생각하지 않는답니다. 돈이 많은 사람이라 당연히 괜찮은 물건일 거라고 지레짐작한다는 겁니다. 게다가 한국 제품의 품질이 좋아서 좋은 선물로 환영받는답니다. 그녀는 재산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렇지만 낭비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걸친 옷들은 남대문시장에서 자기 기호에 맞는 걸 산 것들이라고 했습니다. 남들이 비싼 것인 줄로 오해할 뿐이라는 겁니다. 그녀는 딸이 선물해 준 가방 하나만 명품이라고 했습니다. 자기는 명품을 사야 할 이유가 없다고 했습니다. 물건은 필요해서 사는 것이지 자랑하려고 사는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한때 그녀는 돈에 미쳐 있었지만, 그게 얼마나 허황한 일인지 깨달은 후로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고 또 묻는 삶을 살아간다고 했습니다. 물질 사회와 영혼 사이의 공백이 명품을 찾게 하는 것이지요. 남들이 인정하는 수준의 인품을 물건으로 대치하는 겁니다. 그런 사람을 짝퉁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