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기도
주님,
믿는 이들의 마음을 일깨우시어
저희가 거룩한 구원의 열매를 풍성히 거두며
주님의 자비로 더욱 큰 은총을 받게 하소서.
제1독서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났다.>
▥ 다니엘 예언서의 말씀입니다.7,2ㄴ-14
나 다니엘이 2 밤의 환시 속에서 앞을 보고 있었는데,
하늘에서 불어오는 네 바람이 큰 바다를 휘저었다.
3 그러자 서로 모양이 다른 거대한 짐승 네 마리가 바다에서 올라왔다.
4 첫 번째 것은 사자 같은데 독수리의 날개를 달고 있었다.
내가 보고 있는데, 마침내 그것은 날개가 뽑히더니
땅에서 들어 올려져 사람처럼 두 발로 일으켜 세워진 다음,
그것에게 사람의 마음이 주어졌다.
5 그리고 다른 두 번째 짐승은 곰처럼 생겼다.
한쪽으로만 일으켜져 있던 이 짐승은
입속 이빨 사이에 갈비 세 개를 물고 있었는데,
그것에게 누군가 이렇게 말하였다. “일어나 고기를 많이 먹어라.”
6 그 뒤에 내가 다시 보니 표범처럼 생긴 또 다른 짐승이 나왔다.
그 짐승은 등에 새의 날개가 네 개 달려 있고 머리도 네 개였는데,
그것에게 통치권이 주어졌다.
7 그 뒤에 내가 계속 밤의 환시 속에서 앞을 보고 있었는데,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아주 튼튼한 네 번째 짐승이 나왔다.
커다란 쇠 이빨을 가진 그 짐승은
먹이를 먹고 으스러뜨리며 남은 것은 발로 짓밟았다.
그것은 또 앞의 모든 짐승과 다르게 생겼으며 뿔을 열 개나 달고 있었다.
8 내가 그 뿔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그것들 사이에서 또 다른 자그마한 뿔이 올라왔다.
그리고 먼저 나온 뿔 가운데에서 세 개가 그것 앞에서 뽑혀 나갔다.
그 자그마한 뿔은 사람의 눈 같은 눈을 가지고 있었고,
입도 있어서 거만하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9 내가 보고 있는데 마침내 옥좌들이 놓이고 연로하신 분께서 자리에 앉으셨다.
그분의 옷은 눈처럼 희고 머리카락은 깨끗한 양털 같았다.
그분의 옥좌는 불꽃 같고 옥좌의 바퀴들은 타오르는 불 같았다.
10 불길이 강물처럼 뿜어 나왔다. 그분 앞에서 터져 나왔다.
그분을 시중드는 이가 백만이요 그분을 모시고 선 이가 억만이었다.
법정이 열리고 책들이 펴졌다.
11 그 뒤에 그 뿔이 떠들어 대는 거만한 말소리 때문에 나는 그쪽을 보았다.
내가 보고 있는데, 마침내 그 짐승이 살해되고 몸은 부서져 타는 불에 던져졌다.
12 그리고 나머지 짐승들은 통치권을 빼앗겼으나 생명은 얼마 동안 연장되었다.
13 내가 이렇게 밤의 환시 속에서 앞을 보고 있는데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나
연로하신 분께 가자 그분 앞으로 인도되었다.
14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
복음
<너희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21,29-33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29 비유 하나를 말씀하셨다.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30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31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32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33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하느님 나라가 찾아오는 공식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상이 멸망하게 될 무서운 징조들을 다 말씀하신 다음 이렇게 마무리하십니다.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를 보아라. 잎이 돋자마자, 너희는 그것을 보고 여름이 이미 가까이 온 줄을 저절로 알게 된다.”
이는 자연에서 계절이 변화되는 법칙이 있는 것처럼 마지막 때도 마치 수학 공식처럼 그대로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뒤이어 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하느님의 나라는 반드시 공식처럼 내 주위에 믿고 희망할 것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때 비로소 찾아온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나라는 우리 각자에게도 오시기 때문에 이렇게 마무리하십니다.
“이 세대가 지나기 전에 모든 일이 일어날 것이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이 왕으로 지배하시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행복의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우리가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고 그분께 완전히 순종할 때만 이뤄집니다. 하지만 이 세상엔 우리가 기대할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런 것을 통해 자기 힘으로 행복을 추구합니다. 이런 것들이 모조리 사라져 내 힘으로는 단 1%도 행복을 증진시킬 수 없는 처지가 되었을 때, 그리고 나의 믿음과 희망이 오로지 하느님의 자비에만 의존하게 될 때 하느님 나라가 임하십니다.
저도 신학교 입학했을 때 행복할 줄 알았지만, 행복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단식하며 저를 극한으로 몰아붙였습니다. 배고프니까 비로소 내가 아무것도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내 힘이 아니라 주님의 힘으로 나를 행복하게 해 달라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이때 성체에서
“그래, 너 나에게 많이 주었니? 난 네게 다 주었다!”
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 행복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아직 그분을 그때처럼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그 이유를 저는 압니다. 저 자신과 세상을 더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지 못하고 내가 믿는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저 자신을 그만큼 완전히 죽일 자신이 없어서 나를 종말로 몰아붙이지 못하기에 하늘 나라를 맛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늘 나라는 나의 완전한 종말 뒤에 옵니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공식입니다.
작년 『역행자』란 책을 쓴 ‘자청’이란 청년이 있습니다. 이미 130명의 직원을 두고 한 달에 몇억씩 벌며 작년 책 판매 수입을 전액 기부하였습니다. 아마 50억 가까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는 어렸을 때부터 못생겼고, 공부도 못했고, 돈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그에게 자신은 한 달에 150만 원도 벌지 못하며 결혼도 못하고 죽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었습니다. 여자는 쫓아다니면 도망쳤고 돈을 벌기 위해 영화관에서 일하기도 하였지만, 실수 연발이었습니다. 자살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그에겐 그래도 희망이 있었습니다. 영화관에서 함께 일하던 어떤 누나가 그를 불쌍히 여겨 책을 좀 읽어보라고 권했던 것입니다. 책을 읽어본 적이 없고 게임에만 빠져있던 그였지만, 인간관계를 위해 대화법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그 내용은 단순했습니다. 말하기보단 들어주고 상대의 말에 관심을 두라는 것입니다. 그 책대로 했더니 서서히 한 명씩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때 그는 깨닫습니다. ‘아, 모든 것에는 공식이 있구나!’ 그래서 학교도 집어치우고 도서관에서 책만 읽습니다. 거기서 얻은 지식으로 무일푼으로 사업도 시작하고 지금의 자청이 된 것입니다. 그는 말합니다. “저는 저 자신을 절대 믿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이 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믿는 사람에겐 하느님 나라가 임할 수 없습니다. 이미 자신이 왕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우리는 공식처럼 우리 자신을 종말로 밀어붙여야 합니다. 그래야 참 자유와 행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김희아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절망의 시간에 주님을 만났습니다. 절망의 나락에 있었지만, 하느님께 대한 희망은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이때 자신보다 그녀의 얼굴을 보시며 더 슬퍼하시는 그분을 만나고는 다시는 얼굴에 점이 사라지게 해 달라고 청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그 나라에는 ‘감사’만 있습니다. 내 힘으로 얻는 게 하나도 없음을 알 만큼 겸손해진 사람만이 누리는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왜 우리 스스로라도 우리 자신을 종말로 밀어붙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하늘 나라는 항상 희망을 품고 종말로 자신을 몰아붙이는 만큼 옵니다.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성당 아이들을 보며 저를 많이 반성합니다. 아이들은 작은 것도 소홀히 보지 않습니다. 저를 유심히 바라보던 한 아이가 “왜 신부님은 흰머리가 많아요? 왜 이렇게 늙었어요?”라고 말합니다. 매일 보는 ‘저의 얼굴’이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이를 어느 정도 먹었으니 흰 머리카락이 나는 것이고, 스스로 그렇게 늙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날 저녁 씻다가 아이의 말이 생각나서 저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봤습니다. 쭈글쭈글한 주름이 늙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어린이는 모든 것을 경이로워하고 놀라워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평범하고 무미건조하게 살아갑니다. 지극히 거룩한 것도 거룩하게 보지 못하고 그러려니 합니다.
어린이를 보며 어떻게 신앙생활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 배웁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일화가 떠올려집니다. 운동을 너무나 좋아하셨던 교황님께서는 교황님이 되신 후에 운동을 할 수 없어서 너무 힘드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겨울에 몰래 비서 몬시뇰님과 함께 스키장이 간 것입니다. 스키 고글이 있기에 그 누구도 알아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고글 안에 습기가 차서 교황님께서는 잠시 벗었습니다.
바로 그때 교황님의 얼굴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 순간 한 아이가 보고서, “아~~ 교황님이세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옆에 있던 부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황님 닮은 사람이겠지. 교황님께서 여기 계실 리가 없잖아?”
어린이가 진리에 더 가까이에 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가 어린이 곁에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마지막 날을 미리 알려 주는 표징들을 제대로 봐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무화과나무와 다른 모든 나무가 잎이 돋자마자 여름이 가까이 온 줄 알게 되는 것처럼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문제는 가까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입니다. 마치 노아 시대의 사람들이 대홍수를 알지 못했던 것처럼,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할 것을 알지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린이와 같이 작은 것도 소홀히 보지 않는 시선을 가져야 합니다. 모든 것 안에 담긴 하느님의 손길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마지막 날에 후회하지 않게 됩니다. 마지막 날에 큰 기쁨을 안고 영원한 생명이 주어지는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주님 말씀에 더욱 충실하면 다가오는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있으며, 동시에 하느님 나라 안에 들어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오늘의 명언: 중요한 건 일정표에 적힌 우선순위가 아니라 당신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스티븐 코비).
사진설명: 너희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