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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장복(天命長福)
순오지의 작가 홍만종은 천명장복(天命長福: 천명을 다해 오랫동안 복을 누린다)을 위해 첫째, 양성보명(養性保命: 성품을 기르고 목숨을 잘 보전한다)할 것, 둘째, 입신행기(立身行己: 몸을 세우고 자기부터 행하여야 한다)할 것 셋째, 처가이물(處家理物: 가정에 거처하여 사물을 잘 다스리라) 할 것, 넷째, 거관이정(居官莅政: 관직에 나아가 정사의 자리를 지켜라) 할 것을 강조했다.
홍만종은 천수(天壽)를 누리기 위해 왜 이 네 가지에 힘쓸 것을 강조했을까? 아마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나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를 중심으로 가장 가깝게는 가족관계가 있고 나와 관계하는 남이 있다. 그리고 세상에 나아가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나(나를 바르게 경영하는 일)를 둘러싼 가족(가정을 다스리는 일)과 남(사람들과 조화롭게 지내는 것), 일(옛날에는 관직에 나아가는 것을 중요한 일로 여김)은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관계 요소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 관계에서 스트레스도 받고 즐거움도 얻으며 삶의 절망을 느끼기도 하고, 삶의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중요한 문제는 나를 포함하여 그것들과 어떤 관계를 가지느냐에 있다. 따라서 위의 네 가지를 강조한 것이라 여겨진다. 이번에는 그 세 번째로 처가이물(處家理物)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③ 처가이물(處家理物)
가정의 모든 일을 이치에 맞게 다스려야 한다.
處 : 곳 처(虍/5)
家 : 집 가(宀/7)
理 : 다스릴 이(𤣩/7)
物 : 물건 물(牜/4)
처가이물(處家理物)은 말 그대로 가정에 거처하여 사물을 잘 다스리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사물을 다스리는데 '다스릴 치(治)'를 쓰지 않고 '다스릴 이(理)' 자를 썼을까? 이는 가정의 모든 일을 단순히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우주 만물의 이치에 맞게 처리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리라. 그리고 여기서 물(物)은 단순한 사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첫째, 계획을 세워 때를 놓치지 말라.
홍만종은 처가이물(處家理物)에서 먼저 강조한 것이 공자의 삼계도(三計道)를 설명하면서 계획을 세워 때를 놓치지 말라고 하였다. 공자의 삼계도에 의하면, 일생의 계획은 어릴 때 있고(一生之計 在於幼), 일년의 계획은 봄에 있고(一年之計 在於春), 하루의 계획은 그날 새벽에 있다(一日之計 在於寅)는 것이다.
그러기에 명심보감 입교편에서 공자는 "어려서 공부하지 않으면 늙어서 아는 바가 없고(幼而不學 老無所知), 봄에 밭갈고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고(春若不耕 秋無所望), 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그날 힘써 해야 할 바가 없어진다(寅若不起 日無所辦)"고 하였다.
그러기에 어진 농사꾼은 장마지고 가문다고 농사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큰 목수는 못난 공장이들을 위해 먹줄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것저것 탓하지 말고 부지런히 계획하여 자기의 본분을 다하라는 말이 된다.
둘째, 음덕을 쌓아 자손에게 전할 것을 강조한다.
금덩이를 쌓아 두었다가 자손에게 물려준다고 해도 자손이 그것을 지킨다고 기약할 수 없으며, 서적을 쌓아 두었다가 자손에게 물려주어도 자손이 그것을 다 읽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만약 이를 잘못하면 자손들끼리 분란이 일어나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그러기에 무엇보다도 음덕을 쌓아 자손들이 긍지를 가지고 장구한 계획을 세우게 하는 일이 무엇보다 제일이다.'
오늘날도 부모의 재산으로 인해 형제간에 갈등과 다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보면 이는 부모들이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셋째, 자식을 가르쳐야 한다.
자식에게 천금을 물려주는 것이 경서 한 질을 가르치는 것만 못하고, 자기 몸을 봉양하는 데는 백 가지로 계산해 보아도 한가지의 예술을 익히는 것만도 못하다. 가장 즐거운 낙은 글을 읽는 것만 한 것이 없고 가장 중요한 요령은 자식을 가르치는 것만 한 것이 없다. 일이 아무리 적어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고 아들이 아무리 어질다 해도 가르치지 않으면 그 아이가 현명하게 될 수 없다. 따라서 자식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집에 이응을 이지 않는 것과 같다. 집에 이응을 잇지 않으면 세월이 흐른 후 집에 빗물이 새어들어 폐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자식을 가르치지 않으면 뒷날 큰 우환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자식을 올바르게 가르치는 일이 우선이다. 여기서 가르친다는 것은 삶에 대한 도리와 세상에 대한 이치와 도리를 가르치는 것을 우선한다. 그것은 마음의 정화와 실천교육이다. 지식교육은 다음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오늘날 부모들은 지식교육에 우선하며, 자식을 올바르게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자식에게 재물을 물려주려고 애를 쓰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식을 성공시키려 한다. 이는 오히려 자식을 망치는 길인데도 말이다.
넷째, 인의(仁義)로 가정을 다스려라.
호거인(胡居仁)은 중국 명나라 초기의 주자학자이다. 자는 숙심(叔心). 호는 경재(敬齋). 오강재(吳康齋)의 문하에 들어가 정주학을 배우고, 진헌장(陳獻章) 등의 심학(心學)을 배격하였다. 저서에 거업록(居業錄), 호경재집(胡敬齋集) 따위가 있다.
호거인(胡居仁)은 집이 몹시 가난하여 다 떨어진 옷을 입고 표주박 밥을 먹었지만 늘 태연한 모습을 잃지 않고 "어진 것과 의리는 몸을 윤택하게 하고, 시렁에 가득 찬 서적은 집을 윤택하게 하니 이만하면 족하지 않은가?"라고 말하였다. 따라서 가난하더라도 인의(仁義)를 버려서는 안 된다. 그러나 가난하다고 인의를 버리는 사람은 지금도 많으며, 인의를 버린 결과는 더욱 비참해진다. 부자라고 사치한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다.
다섯째, 횡재와 부당한 이익을 구하지 마라.
소동파(蘇東坡)는 중국 송(宋)나라의 대 문장가 당송 8 대가의 한 사람으로, 아버지 소순, 동생 소철과 함께 대를 이어 문장에 뛰어나 '3소(三蘇)'라고 일컬어진다. 소동파(蘇東坡)는 "이유 없이 천금을 얻으면, 큰 복이 오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큰 화가 온다"고 했다. 그러니 횡재를 구하려 애쓰지 말며, 부당한 이익을 구하려 안달하지 말라는 것이다.
어쩌다가 횡재를 얻으면 자기를 절제하지 못하고 욕망을 앞세워 교만해지고 방탕하기 쉽다. 그러면 횡재를 얻기 이전보다 더 비참해진다. 여러 조사에 의하면, 로또 복권에 당첨된 상당수의 사람이 로또 당첨 이전보다 더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횡재와 부당한 이익은 사람을 타락의 길로 이끄는 마귀일 수 있다.
한비자(韓非子)에 한 부부가 하늘에 소원을 빌고 있었다. 처음에는 천 냥을 내려 달라고 기도를 하다가 나중에 만 냥을 달라고 기도했다. 한참이 지난 후에 남편은 계속 만 냥을 달라고 기도하는데 아내가 갑자기 일천 냥만 달라고 기도하고 있었다. 그래서 남편이 "임자는 왜 만 냥이 아니라 천 냥만 달라고 하는 거요"하고 아내에게 따져 물었다. 이에 아내가 말했다. "우리는 천 냥만 있어도 족하게 살 수 있어요. 그러나 만 냥이 생기면 재물이 많아 당신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이고, 돈이 많으니 주막을 드나들 것이며, 첩을 얻을 수도 있어요. 그러면 지금의 행복이 모두 깨어질 것이란 말이오. 그래서 나는 천 냥만 달라고 기도를 하는 것이라오."
재물로 인해 행복이 깨어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말사면 종두고 싶어진다'는 속담이 있듯이 인간의 욕망은 채울수록 더욱 커지며, 갈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섯째, 절용(節用)에 힘써라.
절약하여 쓰지 않으면 아무리 재물이 많다고 해도 반드시 바닥이 날 것이다. 따라서 능히 절용하고 나면 아무리 주머니가 비었다 해도 반드시 가득 차오를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은 소비 지향의 사회가 되어 쓰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나라도 마구 돈을 쓰면 나라의 곳간도 텅 빌 수 있다.
나라의 곳간은 국민의 세금이니 위정자들은 깊이 헤아려 절용하여야 하는데 국민이고 위정자고 퍼 주는 것을 미덕(美德)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걱정이기도 하다. 물론 적절한 소비는 미덕이 된다. 경제의 순환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여기서 절용이라고 하는 것은 돈을 무조건 아끼라는 것이 아니라 쓸 때는 꼭 써야 할 곳인가를 면밀하게 따져 써야 하며 이치에 맞게 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곱째, 가교(家敎)에 힘써라.
자식을 가르칠 때는 어릴 때부터 해야 하고 며느리를 가르칠 때는 처음 데려 올 때부터 해야 한다. 여기서 자식과 며느리를 예로 들었지만, 사실은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하는 것이다. 이미 다른 습관과 생활로 굳어진 상태에서는 다시 가르치기란 어렵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오늘날은 상당수가 방치의 상태이며 특히 며느리 교육은 아예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식이든 며느리든 함께 존중하며 조화롭게 지내는 방법을 찾는 일이리라. 그래도 가정 교육은 늘 모든 교육의 중심에 있음은 두말할 것이 없다. 오늘날 많은 사회 문제가 가정 교육의 붕괴에서 온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그런 연유일 것이다.
여덟째, 집안의 규율을 바로 세워라.
만약 사랑에 빠진 자(바람을 피우는 자)는 아내에게 굽신거리게 되어 있고, 재물을 잃을까 걱정하는 자는 부자에게 아첨하게 되어 있다. 어머니가 사랑만 가득하고 위엄이 없으면 자식에게 무엇을 시킬 수 없게 된다. 참을 수 없는 것을 참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을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지식과 도량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으니 지식과 도량을 키워라. 멀리 있는 물로 가까운 불을 끌 수 없고, 멀리 있는 친척은 가까운 이웃만 못할 때가 많다. 그러니 이웃과 잘 지내라. 책을 저술하는 것은 젊었을 때 해서는 안 되며, 일을 처리할 때에는 쓸데없는 일이 개입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출세하는 데에 남에게 아부하지 말아야 하며, 가정에 거처할 때에 호사(豪奢: 호화롭고 사치함)하지 말아야 한다.
위에서 왜 '책을 저술하는 것은 젊었을 때 해서는 안 된다'고 했을까? 오늘날은 젊어서부터 책을 저술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데 말이다. 그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첫째는 젊어서 책을 저술하여 이름이 알려지면 교만하게 되기 쉽기 때문이며, 둘째는 젊어서 저술하는 책은 무르익은 지식과 깨달음이 어설픈 것을 기록해 놓아 뒷날 오욕이 될 수 있기 때문일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요즈음은 출세하는데 남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 청탁금지법까지 만들어지고 있으니 어찌할까? 어느 시대 어느 나라 건 남에게 아부(청탁)하여 출세하는 자가 많으면 그 사회는 부패한 사회이고 미래가 불투명해진다. 오늘날 가정에서 사치한 사람이 또한 얼마나 많은가?
아홉째, 순리를 따라야 한다.
배가 고프면 추한 음식도 먹어야 하고, 객지에 있으면 종의 말을 믿어야 한다. 병에 걸리면 약을 믿어야 하고, 늙어서는 글을 믿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교만이 자라 길을 잃고 자신을 해치게 된다. 순리를 따를 수 있는 사람은 쓸데없는 권위와 자존심, 교만을 버리고 겸허한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상황에 따라 누구에게나 베울 수 있으며 누구든 믿고 따르므로 위기를 면할 수 있다.
열번째, 특히 자신의 중심을 지켜라.
산골에 사는 것이 좋은 일이라 하지만 조금이라도 영화를 누릴 생각이 든다면 시조(市朝: 저작거리 장사치)와 다를 바 없다. 서화(書畫)를 구경하는 것이 기묘한 일이라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것을 탐내는 마음이 있으면 이 또한 장사치와 같다.
이는 오늘날로 보면 전혀 맞지 않는 말인 듯하나 그 내면을 보면 아마 순수한 마음을 가지라는 의미일 것이리라. 어디에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어떤 것을 가졌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느끼고 깨달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자본 만능의 시대에 물질 만능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모든 것을 돈으로만 계산하려 한다.
또 술을 마시는 것이 즐거운 일이지만 조금이라도 남의 잘못된 짓을 따라 하면 지옥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손님을 좋아하여 잘 대접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만, 조금이라도 속된 자에게 끌려가게 되면 고해(苦海-고통이 끝이 없는 세상)에 빠지는 것과 같다. 그러니 반드시 삶의 중심을 지켜야 한다.
위에서 정리한 열 가지는 오늘날 맞는 것도 있지만 맞지 않은 것도 있다. 어떤 이는 홍만종이 할 일이 없으니 쓸데없는 것들을 기록하였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깊이 새겨보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
가정은 나와 관계한 가장 최초의 집단이며 최후의 집단이다. 그리고 가정 구성원들은 나와 관계한 최초의 사람들이며 최후의 사람들이다. 삶의 모든 출발은 바로 가정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기에 가정을 잘 다스리는 것은 가정을 화목하게 하는 것이며, 삶을 스트레스로부터 해방하고 행복으로 이끄는 열쇠이다. 그리고 위기에서 나를 지켜주고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보루이다. 그런데 오늘날 그 가정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요즈음 텔레비전이나 유명인사의 특강 등에서 많은 사람이 무엇보다 '나를 위해 투자하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의 의미를 곡해하는 경우가 많다. 나를 위해 투자하기 위해 가정에 소흘한 사람도 생겨나고, 이혼하는 사람도 생겨난다. 그것이 과연 나를 위한 투자일까? 그렇게 하면 정말 스트레스를 잊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을까?
나는 가정과 조화를 이루며 충실할 때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러려면 가정을 꾸리고 가정에서의 역할에 충실하여 가정을 잘 관리하며 그 안에서 자기를 잘 다스리고 자기를 위해 함께 투자할 때 더 복된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그런 삶이 나를 위한 영원한 투자가 아닐까. 나를 위해 투자한다는 것이 좋은 옷을 사 입고 마음대로 즐기고 세상에 나아가 마음대로 일하는 데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진정한 나를 위한 투자는 건강한 가정을 이루며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는데 있지 않을까. 그래야 스트레스가 없는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 정말 천명(天命)을 다하여 살 수 있지 않을까. 유명했던 스티브 잡스가 50대 나이에 죽으면서 남긴 말이 귀에 쟁쟁하다. "이웃을 사랑하라, 가정에 충실하라, 나를 사랑하라."
순오지의 가정관리
처가이물(處家理物)
처가이물(處家理物)이란 무엇인가? 공자의 삼계도(三計圖)에 씌어 있기를, "일평생 계획은 부지런함에 있고, 1년 계획은 봄에 있으며, 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있다"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어려서 배우지 아니하면 늙어서 아는 것이 없고, 만일 봄에 씨를 뿌리지 아니하면 가을이 되어도 거둬들일 것이 없으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으면 하루 일을 이루지 못한다.
장마가 지고 가뭄이 심하다고 해서 어진 농사꾼은 결코 농사를 치워버리지 않으며, 큰목수는 못난 공장(工匠)들을 위해 먹줄을 바꾸지 않는다.
자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금덩이를 쌓아두었다고 해도 그 자손이 반드시 그 금덩이를 보관해둔다는 보장도 없으며, 책을 쌓아두었다가 물려준대도 그 자손이 완전히 그 책을 읽으리라고 기약할 수 있을까. 그러니 음덕을 쌓아두었다가 남모르게 자손의 장구한 계획을 세워주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자식에게 천금을 주는 것은 경서 한 질을 가르치는 것만 못하고, 자기 몸을 봉양하는 데는 100가지 계교도 한 예술을 익히는 것만 같지 못하다.
지극한 즐거움은 글 읽는 데 미칠 것이 것이 없고, 지극한 요령은 자식 가르치는 데 미칠 것이 없으며, 지극한 부자는 집을 해 이는 데 미칠 것이 없으며, 지극히 가난한 자는 전답을 파는 것보다 더할 것이 없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행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가 없으며, 아무리 자식이 착하다 해도 가르치지 않는다면 어두워진다.
호거인(胡居仁)은 집이 매우 가난했다. 아주 더러운 옷을 입고 표주박 밥을 먹으면서도 태연하게 말을 한다. "어진 것과 의리는 몸을 빛나게 하고 선반에 가득 찬 서적은 집을 돋보이게 하니 이만하면 훌륭하지 않은가."
소동파는 말하기를, "이유없이 천금이 생기면 큰 복을 얻은 것이 아니라 반드시 큰 화가 온다"고 했다.
양소윤(梁蕭允)은 말하기를, "화가 되는 원인은 반드시 이익을 구하는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진실로 이익을 생각지 않으면 무엇때문에 화가 생기겠는가"라고 하였다.
육선공(陸宣公)은 또 말하기를, "재물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절약하지 않으면 다 없어지게 마련이요, 아무리 주머니가 비었다고 해도 절약하면 반드시 차게 될 때가 올 것이다. 자식은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하며, 며느리는 처음 들어올 때부터 가르쳐야 한다. 사랑에 빠진 자는 처자에게 절제를 받고, 재물을 잃을까 근심하는 자는 부귀한 자에게 몸을 굽히게 된다. 은혜만 있고 위엄이 없으면 아무리 자비로운 어머니라 할지라도 그 아들을 능히 지도하기 어려운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일을 참고,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을 용서받는 것은 오직 지식과 도량을 지닌 자만이 행할 수가 있다. 멀리 있는 물로는 가까운 불을 끌 수가 없으며, 멀리 있는 친척은 가까운 이웃만 못하다. 책은 젊었을 때 저술해서는 안 되며, 쓸데없는 일은 처리하지 말아야 한다. 출세하는 데 있어서는 남에게 아첨하지 말아야 하고, 가정에서 호사스럽게 거처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는 또 말하기를, "배가 고프면 맛을 가리지 않고 먹으며, 객지에서는 하인의 말도 믿어야 한다. 병이 들면 약을 믿어야 하고, 늙어서는 글을 믿어야 한다. 산골에 사는 일이 좋은 일이나 눈곱만큼의 부귀와 영화가 마음 속에 있다면 시조(市朝)나 다름없으며, 서화를 구경하는 것이 우아한 일이나 이것을 욕심내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생긴다면 이것은 한갓 장사치와 다름이 없다. 술을 마시는 일이 즐거운 일이라고 하지만, 잘못을 조금이라도 본받는다면 지옥과 같은 것이 되고, 손님을 좋아하는 것이 활달한 일이긴 하나 속된 자에게 조금이라도 끌리게 되면 이것도 역시 큰 해가 되고 만다"라고 하였다.
홍만종(洪萬宗,1643년 ~ 1725년)
조선 후기의 문신. 학자. 시평가(詩評家). 본관은 풍산. 자는 우해(于海). 호는 몽헌(夢軒), 현묵자(玄黙子), 장주(長洲).
문과에 등제한 후 병조정랑으로 도승지에 추증된 부친 홍주세(洪柱世)와 이조판서를 지낸 정광경(鄭廣敬)의 딸로 후일 숙부인에 추증된 모친 사이에서 1남 2녀의 장남으로 출생하였다. 당시 채유후(蔡裕後), 이식(李植) 등으로부터 대가의 평을 들을 만큼 시명을 얻었던 부친의 훈도아래서 성장하며, 정두경(鄭斗卿)에게 직접 시문을 사사받았던 그는 김득신(金得臣), 홍석기(洪錫箕) 등과 교유하였다.
이처럼 문한(文翰)의 가문에서 출생하여 문재가 출중했음에도 불구하고 환로(宦路)에 뜻을 두지 않고 단학(丹學)이나 문학(文學)에 관심을 기울였던 이유는 부친의 정치적 실각, 또는 자신의 신체적인 병약과 정치적인 불우에서 찾을 수 있다. 효종 2년(1651)에 발생한 김자점(金自點)의 옥사(獄事)에 연루된 부친이 외직(外職)으로 축출되었다가 현종 2년(1661) 사망하자 이에 충격을 받은 홍만종은 이듬해 어질병을 얻어 1년여를 신음하였으며, 이후에도 계속 그 병으로 인해 고생하였다. 와병 중 양생술에 관심을 갖게된 그는 도교(道敎)에 심취하였고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1666년 '해동이적(海東異蹟)'을 편저하였다.
병으로 두문불출하며 문우(文友)들과 시주(詩酒)를 즐기던 그는 1673년 소화시평(小華詩評)을 저술하였다. 33세 되던 숙종 원년(1675) 진사과에 급제하였지만 출사(出仕)하지 못하고 서호(西湖)에 머물며 순오지(旬五志)를 편저하였다. 1680년 부사정의 직책을 얻었으나 허견(許堅)의 역모사건에 휘말려 간원(諫院)의 탄핵을 받고 유배되었다가 1683년 정월에 풀려났다. 이러한 사정으로 벼슬길이 막히자 그는 이후 더욱 저술에 전념하였다.
정통적인 시문보다는 오히려 역사, 지리, 설화, 시화 등에 관심을 기울여 63세 때인 1705년에는 사서(史書) 동국역대총목(東國歷代總目)을 편저하였으며, 70세 되던 1712년에는 역대 시화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시화총림(詩話叢林) 전 4권을 편찬하였다. 이 외에도 시평보유(詩評補遺), 증보역대총목(增補歷代總目), 동국악보(東國樂譜), 명엽지해(蓂葉志諧), 동국지지략(東國地志略) 등 총 10종의 편저가 있다. 영조 원년(1725) 83세의 일기로 사망하였으며, 묘소는 충남 연기군 동면 갈산리에 있다.
▶️ 處(곳 처)는 ❶회의문자로 処(처)의 본자(本字), 处(처)는 간자(簡字)이다. 안석궤(几; 책상)部와 뒤져올치(夂; 머뭇거림, 뒤져 옴 : 止; 발을 아래로 향하게 쓴 자형으로 내려가다, 이르는 일)部와 범호엄(虍; 범의 문채, 가죽)部의 합자(合字)이다. 걸어서 걸상이 있는 곳까지 가서 머무름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處자는 '곳'이나 '때', '머무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處자는 虎(범 호)자와 処(곳 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處자는 본래 処자가 먼저 쓰였었다. 処자의 갑골문을 보면 止(발 지)자와 冖(덮을 멱)자만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사람의 발이 탁자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금문에서는 止자 대신 人(사람 인)자가 쓰이면서 사람이 탁자에 기댄 모습을 표현하게 되었다. 処자는 이 두 가지 형태가 결합한 것으로 사람이 탁자에 기대어 잠시 멈추어 있음을 뜻한다. 이후 소전에서는 処자와 虎자와 결합하면서 범이 앉아있는 모습의 處자가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處(처)는 (1)중앙(中央) 관서(官署)의 하나 (2)육군(陸軍)의 사단(師團) 중(中) 이상(以上) 사령부의 참모부서의 이름. 일반(一般) 참모 부서에 쓰임 (3)어떤 조직(組織) 따위에서 일정한 사무(事務)를 맡아보는 부서 명칭(名稱)의 하나 (4)고려(高麗) 23대 고종(高宗) 이후에 있었던 요물고(料物庫)에 딸린 일종의 장원(莊園) 등의 뜻으로 ①곳, 처소(處所) ②때, 시간(時間) ③지위(地位), 신분 ④부분(部分) ⑤일정한 표준(標準) ⑥살다, 거주하다 ⑦휴식하다, 정착하다 ⑧머무르다 ⑨(어떤 지위에)있다, 은거하다 ⑩누리다, 향유(享有)하다 ⑪맡다, 담당하다 ⑫다스리다 ⑬대비(對備)하다 ⑭(미혼으로)친정에 있다 ⑮돌아가다 ⑯사귀다 ⑰보살피다 ⑱처리(處理)하다, 대처(對處)하다 ⑲분별(分別)하다 ⑳차지하다 ㉑두다, 보지(保持)하다(온전하게 잘 지켜 지탱해 나가다) ㉒모이다 ㉓자처(自處)하다 ㉔결단(決斷)하다 ㉕멈추다 ㉖(병을)앓다 ㉗나누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일을 다스려 치러 감을 처리(處理), 위법 행위에 대하여 고통을 줌을 처벌(處罰), 자기가 처해 있는 경우 또는 환경을 처지(處地), 병의 증세에 따라 약재를 배합하는 방법을 처방(處方), 처리하여 다룸을 처분(處分), 일을 처리함을 처사(處事), 근로자에게 어떤 수준의 지위나 봉급 등을 주어 대접하는 일을 처우(處遇),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몸가짐이나 행동을 처신(處身), 사람이 살거나 임시로 머물러 있는 곳을 처소(處所), 형벌에 처함을 처형(處刑), 일을 감당하여 치러 감을 처치(處置), 이 세상에서 살아감을 처세(處世), 결정하여 조처함을 처결(處決), 세파의 표면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초야에 묻혀 사는 선비를 처사(處士), 정해 두고 항상 있는 곳을 거처(居處), 사물이 나온 근거를 출처(出處), 가까운 곳을 근처(近處), 일을 정돈하여 처리함을 조처(措處), 어떠한 일에 대응하는 조치를 대처(對處), 정부 각 조직체의 부와 처를 부처(部處), 몸의 다친 자리를 상처(傷處), 가는 곳이나 이르는 곳을 도처(到處), 중요한 데를 요처(要處), 처리하기 어려움 또는 처지가 딱함을 난처(難處), 여러 곳이나 모든 곳을 각처(各處), 어떤 곳이나 아무 곳을 모처(某處), 좋은 방법으로 알맞게 처리함을 선처(善處), 본디 나서 자라났거나 생산되었던 곳을 본처(本處),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란 뜻으로 재능이 아주 빼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남의 눈에 드러난다는 말을 추처낭중(錐處囊中), 잘한 뒤에 처리한다는 뜻으로 후환이 없도록 그 사물의 다루는 방법을 정한다는 말로서 뒤처리를 잘하는 방법이라는 말을 선후처치(善後處置), 이르는 곳마다 봄바람이란 뜻으로 좋은 얼굴로 남을 대하여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려고 처신하는 사람 또는 가는 곳마다 기분 좋은 일이라는 말을 도처춘풍(到處春風), 하는 일마다 모두 실패함 또는 가는 곳마다 뜻밖의 화를 입는다는 말을 도처낭패(到處狼狽),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되었다는 말을 묘서동처(猫鼠同處), 발을 붙이고 설자리가 없다는 뜻으로 기반으로 삼아 의지할 곳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착족무처(着足無處), 벼슬이나 속세를 떠나 산골이나 시골에 파묻혀 글읽기를 즐기며 지내는 신비를 이르는 말을 산림처사(山林處士), 가는 곳이나 간 곳이 분명하지 아니하다는 말을 거처불명(去處不明), 원통한 사정을 호소할 곳이 없다는 말을 호소무처(呼訴無處), 안심하고 있어 재앙이 닥쳐오는 것도 모른다는 말을 연작처당(燕雀處堂) 등에 쓰인다.
▶️ 家(집 가, 여자 고)는 ❶회의문자로 宊(가)와 동자(同字)이고, 姑(시어미 고)와 통한다.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안에서 돼지(豕)를 기른다는 뜻을 합(合)하여 집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家자는 '집'이나 '가족'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家자는 宀(집 면)자와 豕(돼지 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예로부터 소나 돼지와 같은 가축은 집안의 귀중한 재산이었다. 그러니 도둑이 훔쳐가지 못하도록 곁에 두는 것이 가장 안전했을 것이다. 그래서 고대 중국에서는 돼지우리를 반지하에 두고 그 위로는 사람이 함께 사는 특이한 구조의 집을 지었었다. 아직도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고집하는 중국의 일부 소수민족은 집안에 돼지를 기르고 있다. 家자는 그러한 가옥의 형태가 반영된 글자이다. 그래서 家(가)는 (1)일부 한자어 명사(名詞) 다음에 붙어 그 방면의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나 또는 어떤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 (2)어떤 일에 능하거나 또는 지식이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 (3)어떤 것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 (4)성 다음에 붙어, 그 집안을 나타내는 말 (5)호적상, 한 가(家)로 등록된 친족의 단체 등의 뜻으로 ①집 ②자기(自己) 집 ③가족(家族) ④집안 ⑤문벌(門閥) ⑥지체(사회적 신분이나 지위) ⑦조정 ⑧도성(都城) ⑨전문가 ⑩정통한 사람 ⑪용한이 ⑫학자(學者) ⑬학파(學派) ⑭남편(男便) ⑮아내 ⑯마나님(나이가 많은 부인을 높여 이르는 말) ⑰살림살이 ⑱집을 장만하여 살다 그리고 ⓐ여자(女子)(고)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집 당(堂), 집 우(宇), 집 택(宅), 집 실(室), 집 궁(宮) 등이 있다. 용례로는 부부를 기초로 하여 한 가정을 이루는 사람들을 가족(家族), 한 가족으로서의 집안을 가정(家庭), 집안 살림에 관한 일을 가사(家事), 집에서 나가 돌아오지 않음을 가출(家出), 대대로 전하여 내려오는 집안의 보물을 가보(家寶), 집안 식구를 가구(家口), 남에게 대하여 자기 아버지를 이르는 말을 가친(家親), 남에게 자기 아들을 이르는 말을 가아(家兒), 집안 살림의 수입과 지출의 상태를 가계(家計), 한 집안 사람을 가인(家人), 사람이 들어가 살기 위하여 지은 집을 가옥(家屋), 집안이나 문중을 가문(家門), 집안의 어른을 가장(家長), 집안 어른이 그 자녀들에게 주는 교훈을 가훈(家訓),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람에게 길들여져 집에서 기르는 짐승을 가축(家畜), 집안 살림에 관한 일을 가사(家事), 한 집안의 대대로 이어 온 계통을 가계(家系),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된다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집집마다 또는 모든 집을 일컫는 말을 가가호호(家家戶戶), 빈한한 집안이라서 아무것도 없고 네 벽만 서 있다는 뜻으로 살림이 심히 구차함을 이르는 말을 가도벽립(家徒壁立), 집안이 네 벽 뿐이라는 뜻으로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가도사벽(家徒四壁), 석은 한 항아리고 담은 두 항아리의 뜻으로 집에 조금도 없다는 말로 집에 재물의 여유가 조금도 없음을 이르는 말을 가무담석(家無擔石), 한 집안에 주인이 둘이 있을 수 없다는 뜻으로 군신의 다름을 이르는 말을 가무이주(家無二主), 집에서 먹는 평소의 식사라는 뜻으로 일상사나 당연지사를 이르는 말을 가상다반(家常茶飯), 타국이나 타향에 살 때는 고향 가족의 편지가 더없이 반갑고 그 소식의 값이 황금 만 냥보다 더 소중하다는 말을 가서만금(家書萬金), 집집마다 알려주어 알아듣게 한다는 뜻으로 누구나 다 아는 것을 이르는 말을 가유호효(家喩戶曉), 집의 닭을 미워하고 들의 물오리를 사랑한다는 뜻으로 일상 흔한 것을 피하고 새로운 것 진기한 것을 존중함을 비유하는 말을 가계야목(家鷄野鶩), 집의 닭을 미워하고 들의 꿩을 사랑한다는 뜻으로 아내를 소박하고 첩을 좋아함 또는 흔한 것을 멀리하고 언제나 새롭고 진귀한 것을 중히 여김을 이르는 말을 가계야치(家鷄野雉), 집집마다 살림이 부족함이 없이 넉넉하고 사람마다 풍족해 살기 좋음을 이르는 말을 가급인족(家給人足), 집안이 가난하여 혼백이 땅에 떨어진다는 뜻으로 집안이 가난하여 뜻을 얻지 못하고 실의에 빠짐을 이르는 말을 가빈낙탁(家貧落魄), 집이 가난하고 부모가 늙었을 때는 마음에 들지 않은 벼슬자리라도 얻어서 어버이를 봉양해야 한다는 말을 가빈친로(家貧親老) 등에 쓰인다.
▶️ 理(다스릴 리/이)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구슬옥변(玉=玉, 玊; 구슬)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里(리)가 합(合)하여 다스리다를 뜻한다. 음(音)을 나타내는 里(리)는 길이 가로 세로로 통하고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 뜻이 갈라져서 사리(事理)가 바르다, 규칙 바르다의 뜻과 속, 속에 숨어 있다의 두 가지 뜻을 나타낸다. 玉(옥)은 중국의 서북에서 나는 보석, 理(리)는 옥의 원석(原石)속에 숨어 있는 고운 결을 갈아내는 일, 나중에 옥에 한한지 않고 일을 다스리다, 사리 따위의 뜻에 쓰인다. ❷형성문자로 理자는 '다스리다'나 '이치'를 뜻하는 글자이다. 理자는 玉(구슬 옥)자와 里(마을 리)가 결합한 모습이다. 里자는 '마을'이라는 뜻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理자는 본래 옥에 새겨 넣은 무늬를 뜻했었다. 단단한 옥을 깎아 무늬를 새겨 넣는 작업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理자는 후에 간혹 실수로 구멍 낸 곳을 메운다는 의미에서 '메우다'나 '수선하다'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은 '(일을)처리한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理(다스릴 리/이)는 (1)용언(用言)이나 체언(體言) 술어의 어미(語尾) ~ㄹ 다음에 있다 없다 따위와 함께 쓰이어 까닭 이치(理致)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숫자 다음에서 이(浬)의 뜻으로 쓰는 말 (3)해리(海里) (4)사물 현상이 존재하는, 불변의 법칙(法則), 이치(理致), 도리(道理) (5)중국 철학에서 우주(宇宙)의 본체. 만물을 형성하는 정신적(精神的) 시원을 뜻함 (6)이학(理學) (7)이과(理科) 등의 뜻으로 ①다스리다 ②다스려지다 ③깁다(떨어지거나 해어진 곳을 꿰매다) ④수선(修繕)하다 ⑤깨닫다 ⑥의뢰하다 ⑦사리(事理) ⑧도리(道理) ⑨이치(理致) ⑩매개(媒介) ⑪거동(擧動) ⑫나무결 ⑬잔금 ⑭학문(學問), 과목(科目)의 약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다스릴 리(厘), 다스릴 발(撥), 다스릴 섭(攝), 다스릴 치(治), 간략할 략(略), 지날 경(經), 다스릴 할(轄), 다스릴 리(釐)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지러울 란(亂)이다. 용례로는 사리를 분별하여 해석함을 이해(理解), 이성에 의하여 얻어지는 최고의 개념을 이념(理念), 사물의 정당한 조리 또는 도리에 맞는 취지를 이치(理致), 이치에 따라 사리를 분별하는 성품을 이성(理性),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상태를 이상(理想), 옳음과 그름을 이비(理非), 머리털을 다듬어 깎음을 이발(理髮), 사람을 통제하고 지휘 감독하는 것을 관리(管理), 일을 다스려 치러 감을 처리(處理), 흐트러진 것을 가지런히 바로잡음을 정리(整理), 옳은 이치에 어그러짐을 비리(非理),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와 규범을 윤리(倫理), 사물이 근거하여 성립하는 근본 법칙을 원리(原理), 말이나 글에서의 짜임새나 갈피를 논리(論理),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바른 길을 도리(道理), 마음이 움직이는 상태를 심리(審理), 도리나 이치에 맞지 않음을 무리(無理), 마음이 움직이는 상태를 심리(心理), 좋은 도리를 발견하려고 이모저모 생각함을 궁리(窮理), 도리에 순종함을 순리(順理), 고장난 데나 허름한 데를 손보아 고침을 수리(修理), 말이나 글에서의 짜임새나 갈피를 논리(論理), 사물의 이치나 일의 도리를 사리(事理), 사람으로서 행해야 할 옳은 길을 의리(義理), 화목한 부부 또는 남녀 사이를 비유하는 말을 연리지(連理枝), 사람이 상상해 낸 이상적이며 완전한 곳을 이르는 말을 이상향(理想鄕), 사물의 이치나 일의 도리가 명백하다는 말을 사리명백(事理明白), 이판과 사판이 붙어서 된 말로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된 지경을 이르는 말을 이판사판(理判事判), 의논이나 언설이 사리에 잘 통하고 정연한 모양을 일컫는 말을 이로정연(理路整然), 비익조와 연리지의 뜻으로 부부의 사이가 썩 화목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연리비익(連理比翼), 헛된 이치와 논의란 뜻으로사실에 맞지 않은 이론과 실제와 동떨어진 논의를 일컫는 말을 공리공론(空理空論), 모든 문제를 흑이 아니면 백이나 선이 아니면 악이라는 방식의 두 가지로만 구분하려는 논리를 일컫는 말을 흑백논리(黑白論理), 소리를 듣고 그 거동을 살피니 조그마한 일이라도 주의하여야 함을 이르는 말을 영음찰리(聆音察理), 사물의 이치나 일의 도리가 명백함을 일컫는 말을 사리명백(事理明白), 모든 생물이 생기고 번식하는 자연의 이치를 일컫는 말을 생생지리(生生之理), 성하고 쇠하는 이치라는 뜻으로 끊임없이 도는 성쇠의 이치를 일컫는 말을 성쇠지리(盛衰之理) 등에 쓰인다.
▶️ 物(물건 물)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소 우(牛=牜; 소)部와 음(音)을 나타내며 勿(물)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만물을 대표하는 것으로 소(牛)를 지목하여 만물을 뜻한다. 勿(물)은 旗(기), 천자(天子)나 대장의 기는 아니고 보통 무사(武士)가 세우는 색이 섞여 있는 것, 여기에서는 색이 섞여 있음을 나타낸다. 또한 物(물)은 얼룩소, 나중에 여러 가지 물건이란 뜻을 나타낸다. 그러나 옛 모양은 흙을 갈아 엎고 있는 쟁기의 모양과 牛(우; 소)로 이루어져 밭을 가는 소를 나타내었다. 나중에 모양이 닮은 勿(물)이란 자형(字形)을 쓰게 된 것이다. ❷회의문자로 物자는 '물건'이나 '사물'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物자는 牛(소 우)자와 勿(말 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여기서 勿자는 무언가를 칼로 내리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物자는 소를 도축하여 상품화시키는 모습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고대에는 다양한 색이 뒤섞여 있던 '얼룩소'를 物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후에 다양한 가축의 종류나 등급과 관계된 뜻으로 쓰이게 되면서 지금은 광범위한 의미에서의 '제품'이나 '상품', '만물'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物(물)은 (1)넓은 뜻으로는, 단순한 사고(思考)의 대상이건, 현실에 존재하는 사물이건을 불문하고, 일반으로 어떠한 존재, 어떤 대상 또는 어떤 판단의 주어(主語)가 되는 일체의 것 (2)좁은 뜻으로는, 외계(外界)에 있어서의 우리들의 감각에 의해서 지각(知覺)할 수 있는 사물(事物), 시간(時間), 공간(空間) 가운데 있는 물체적, 물질적인 것 (3)사람이 지배하고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구체적 물건. 민법 상, 유체물(有體物) 및 전기(電氣) 그 밖에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自然力). 사권(私權)의 객체(客體)가 될 수 있는 것 등의 뜻으로 ①물건(物件) ②만물(萬物) ③사물(事物) ④일, 사무(事務) ⑤재물(財物) ⑥종류(種類) ⑦색깔 ⑧기(旗) ⑨활 쏘는 자리 ⑩얼룩소 ⑪사람 ⑫보다 ⑬살피다, 변별하다 ⑭헤아리다, 견주다(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알기 위하여 서로 대어 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물건 건(件), 물건 품(品), 몸 신(身), 몸 궁(躬), 몸 구(軀), 몸 체(體)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마음 심(心)이다. 용례로는 사람이 필요에 따라 만들어 내거나 가공하여 어떤 목적으로 이용하는 들고 다닐 만한 크기의 일정한 형태를 가진 대상을 물건(物件), 물건의 본바탕으로 재산이나 재물을 물질(物質), 물건 값을 물가(物價), 쓸 만하고 값 있는 물건을 물품(物品), 물건의 형체를 물체(物體), 물건의 분량을 물량(物量), 물건을 만들거나 일을 하는 데 쓰는 여러 가지 재료를 물자(物資), 어떤 사람의 좋지 않은 행동에 대해 많은 사람이 이러쿵 저러쿵 논란하는 상태를 물의(物議), 마음과 형체가 구별없이 하나로 일치된 상태를 일컫는 말을 물심일여(物心一如), 사물에는 근본과 끝이 있다는 뜻으로 사물의 질서를 일컫는 말을 물유본말(物有本末), 세상의 시끄러움에서 벗어나 한가하게 지내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물외한인(物外閑人), 바깥 사물과 나 그리고 객관과 주관 또는 물질계와 정신계가 어울려 한 몸으로 이루어진 그것을 이르는 말을 물아일체(物我一體), 무엇이나 제각기 그 주인이 있다는 뜻으로 무슨 물건이나 그것을 가질 사람은 따로 있음을 이르는 말을 물각유주(物各有主), 생물이 썩은 뒤에야 벌레가 생긴다는 뜻으로 남을 의심한 뒤에 그를 두고 하는 비방이나 소문을 듣고 믿게 됨 또는 내부에 약점이 생기면 곧 외부의 침입이 있게 됨을 이르는 말을 물부충생(物腐蟲生), 나는 물건이 많고 지역이 또한 넓음을 일컫는 말을 물중지대(物衆地大), 만물이 한 번 성하면 한 번 쇠함을 이르는 말을 물성칙쇠(物盛則衰), 물건이 오래 묵으면 조화를 부린다는 말을 물구즉신(物久則神), 물질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의 양면을 일컫는 말을 물심양면(物心兩面), 사람과 사귀는 데 선물이나 음식 대접은 다소 박하더라도 정만은 두터워야 함을 이르는 말을 물박정후(物薄情厚), 세상이 시끄러워 사람의 마음이 안정을 얻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물정소연(物情騷然), 사물은 바뀌고 세월은 흘러감을 이르는 말을 물환성이(物換星移)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