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3일부터 2박3일동안 강원도 춘천, 봉평, 원주로 요리비전 촬영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소재는 막국수입니다.
메밀가루에 뜨거운 물 부어서 하는 메밀국수 익반죽도 해보고 누름틀로 막국수 면 누르는 것도 보고 따라서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밀 국수는 국수를 뽑는다, 국수를 내린다고 하는데 강원도에서는 '국수를 누른다'고 합니다. 반죽을 누름틀에 넣고 눌러서 뽑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또 막국수의 막이라는 접두사가 막, 함부로, 대충, 그런 뜻인 줄 알았는데 가서 들어보니 이제, 막, 갓, 금세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막 만들어서 얼른 먹어야 제 맛이 난답니다. 밀국수보다 면이 금세 퍼지기 때문이랍니다.
갖은 양념과 고명이 많아 요즘 사람들 입맛에 맞춘 춘천 비빔막국수, 막국수 누름틀로 누르고 사골국물과 동치미를 섞어 만들어 막국수 원형에 가까운 봉평 물막국수, 꿩고기 고명과 꿩 뼈 고아서 육수를 만들어 일반 막국수보다는 더욱 호사스러운 원주 꿩육수막국수, 그렇게 보고 메밀밭도 봤습니다. 메밀꽃이 지난주에 한창 좋았는데 제가 갔을 때는 올해 가뭄이 심해서 그렇다고 꽃이 지기 시작하더군요. 몇 천원만 내면 쉬 먹을 수 있는 흔한 막국수 한 그릇인데, 가파르고 척박한 땅의 메밀밭을 둘러보고 메밀 익반죽과 국수 눌러 삶고 갖은 채소와 재료들로 육수 내는 걸 직접 보니 음식 한 그릇에 얼마나 많은 품과 손길과 땀이 배어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BS 요리秘전 방송은10월 5일 월요일 밤 10시 40분이랍니다. 재방송 11일 일요일 저녁 8시 30분, 삼방은 12일 월요일 오후 1시 10분입니다.
춘천 샘밭막국수 들어가는 입구
메밀전, 메밀전병, 온막국수와 냉막국수
맷돌에 메밀을 가는 봉평면 무이리 아주머니 짐작했던 것보다 메밀이 맷돌에 잘 갈린다. 예전에 메밀을 많이 빻을 때는 디딜방아로 빻았다고 한다.
춘천 40년 막국수 할머니의 秘법 양념장을 버무린 후 상온에서 숙성시킨다고 한다. 갓 버무린 양념장과 숙성시킨 양념장을 옆에 두고 먹어봤는데 그 맛이 완연히 달랐다. 갓 만든 양념장이 강하고 날카로운 반면 숙성 양념장은 깊고 부드럽고 동글동글했다.
양념 매콤한 비빔 막국수는 근대 이후의 변화라고 한다. 고추가루를 넣지 않은 물막국수는 강원도 특유의 맑고 깨끗한 음식 원형이다.
막국수, 말뜻이 함부로 만든 국수인 줄 알았더니 이제 갓 만든 국수라는 뜻이란다.
메밀꽃 한 송이는 하루 같이 보잘 것 없어 보인다. 그러나 흐드러진 메밀밭은 한 사람의 일생 같다.
첫댓글 수고하셨네요...멋진 그림 가을에 잘 어울립니다 ^(^
방송시간은 짧아도 촬영은 3일이나 하는거라 고생이 좀 됩니다만 시골분들 만나는 일이 무척 즐겁습니다. ^^
막국수에 걸친 사연과 사진에다 직접 그린 그림까지 ~~~ 한마디로 원 스톱 서비스 ^)^
지난 번 방송에서도 의외로 그림에 대한 반응이 좋더라고요. ^^
막, 아무렇게나 대충 대충 만들어서 막국인줄 알았드니... 암튼 수일내로 춘천 한번갓다와야겠네요. ^_^
대개 그렇게 대충 대충이라는 뜻으로 알고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우리가 잘 모른 채 넘겨짚은 게 많은 것 같습니다. ^^
때에 딱 맞춘 먹을거리...고향생각...음식 한 그릇의 수고...꽃 한 송이의 의미...섬세한 그림 한 장의 정성......감사합니다...^_^
강바람님은 고향 생각 나시겠어요. 고향도 아닌데 제가 꼭 강원도로 촬영을 가게 되네요. 다른 출연자들은 대개 고향으로 간다는데요. 프로그램 작가분들은 제 고향이 당연히 강원도인 줄 안다고 하더라고요. ^^ 추석 잘 지내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 유명인은 전혀 아닙니다. 그림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