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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여성시대 (다잘된다이제)
산불에 대해서 흥미로운 칼럼이 있어서 소개할게 ㅡ 전혀 생각못해본 상관관계라서
ㅡㅡㅡㅡㅡ
소나무가 문제다, 산림청이 문제다.
1.
2016년 이스라엘에 대형 산불이 났다. 총리 네타냐후는 음모론에 불을 지폈다.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이 일부러 불을 저질렀다며 엄중한 처벌을 하겠다고 야단을 피웠다. 당시 산불이 난 곳은 대부분 소나무숲이었다.
2021년 이스라엘에 또다시 대형 산불이 났다. 그런데 이번에는 충격적인 비밀이 드러났다. 소나무숲이 불타자 그동안 가려졌던 테라스 형태의 공간들이 드러난 것이다. 바로 이곳에 예전에 팔레스타인인들이 살았다는 증거였다. 아래 사진에서 보다시피 과거 팔레스타인인들은 저렇게 계단 형태의 경사에 올리브나무를 심고 살았다. 조상 대대로 그들은 올리브와 땅의 가치를 존중하며 살아온 터였다.
바로 그랬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추방한 나크바 이후, 이곳에 다시 돌아오지 못하도록 유럽 소나무를 심은 것이다.
이스라엘의 소나무 심기는 20세기 초부터 시작되었다. "사막에 꽃을 피우자"는 시오니즘의 구호 아래 유럽 소나무, 그리고 호주에서 들여온 유칼립투스를 심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내쫓고 소나무와 유칼립투스를 심어 그들의 땅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하필 왜 두 나무였나? 생장이 빨랐다. 또 물을 많이 흡수했다. 우물가와 식수원에 두 나무를 심어 물을 말리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소나무는 끊임없이 잎을 떨어뜨린다. 산성물질을 내뿜는 솔가루들이다. 그래서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한다. 팔레스타인 목동들이 다시 돌아온들 양을 먹일 목초가 없다. 버틸 재간이 사라지는 것이다.
오늘날, 이것이 이스라엘에 소나무와 유칼립투스가 많은 이유다.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다.
소나무는 송진 등 전체의 20%가 오일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말 그대로 화약고다. 또 유칼립투스는 애초에 호주에서 산불과 함께 진화한 수종이다. 오일 에어로졸을 주변에 내뿜으며 산불을 유혹하다가, 산불과 함께 번식하는 수종이다. 다른 식물들이 다 타죽었을 때 가장 빨리 발아하고 다른 식물이 못 자라도록 타감 작용을 하는 놀라운 수종이다.
따라서 기후위기가 심화되는 과정에 소나무와 유칼립투스는 산불의 도화선으로 기능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이스라엘에서 산불이 크고 자주 일어나는 이유다. 얼마나 역설적인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쫓아내기 위해 소나무를 심었는데, 이제 기후위기 시대에 소나무로 인해 산불 재난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깨알처럼 음모론을 퍼뜨리는 저 제국주의자들의 파렴치를 보라.
2.
라틴 아메리카에서 산불이 가장 많이 나는 곳은 칠레다. 왜 그런가? 신자유주의와 관련이 있다.
민주사회주의 아옌덴 정부를 쿠데타로 궤멸시킨 피노체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였다. 미국 신자유주의 이론가 집단인 '시카고 보이즈'의 실험실을 자처했다. 가장 먼저 시범적으로 한 것이 임업 사업이다.
무슨 나무를 심었냐, 바로 소나무를 심었다. 빨리 자라기 때문이다. 그것을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할 요량이었다. 공공재정을 털어 단 두 개의 임엄 기업에 쏟아붓고, 그 기업들은 닥치는 대로 소나무 플랜테이션을 만들었다.
자, 점점 건조 고온의 상태가 심화되면서 칠레에서 산불이 어디에서 나냐면, 대부분이 소나무 플랜테이션이다. 여기에 뒤늦게 조성한 유칼립투스 플랜테이션이 나란히 도화선 역할을 하는 것이다.
2년 전 칠레 과학자들이 왜 이렇게 칠레에 산불이 많이 나냐를 놓고 연구를 진행하다가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다. 소나무와 유칼립투스가 문제라는 것.
3.
기후위기 시대를 맞아 녹색 자본주의는 열심히 탄소 배출권을 팔아먹는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아르헨티나에는 마푸체족의 땅이 있다. 그곳에 어느 날부터 소나무를 심는다. 그곳에 살던 마푸체족들은 조상 대대로 그 숲의 자생림과 함께 살아왔다. 버섯을 따고, 가축을 양육하고, 땅을 일궜다. 그런데 이제 소나무 때문에 땅에서 쫓겨난다. 소나무를 심으면 탄소배출권이 발급되고 돈벌이 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가장 많은 탄소배출권을 받는 기업이 자칭 명품 기업인 베네통이다.
전세계에 걸쳐 빨리 자라는 소나무와 유칼립투스를 식재하면서 탄소배출권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데, 다 이런 식이다. 원래 살던 숲과 사람을 내쫓고 빨리 자라는 소나무와 유칼립투스를 심는다. 탄소배출권을 팔아먹고 나면 소나무와 유칼리투스를 목재와 펄프 등의 상품으로 또 팔아먹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 두 수종이 화약고라는 점이다. 기후위기라면서, 탄소배출권을 팔아먹으면서, 계속 산불이 나도록 방관한 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 등 남반구에 소나무와 유칼립투스 플랜테이션을 구축하는 것이다. 당연히 산불은 막대한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
4.
지금, 지구의 지도를 펴고 산불의 지도를 그려보라. 산불이 주로 어디에서 나는가? 소나무가 있는 곳이다. 유칼립투스가 있는 곳이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유칼립투스가 가장 많은 곳 중에 하나가 포르투칼이다. 거대한 유칼립투스 플랜테이션이 형성되어 있다. 펄프 및 제지 산업 때문이다. 이곳은 산불의 핫스팟이 된 지 오래다.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이 세계 농촌을 쓸어버리면서 혼농업을 하던 지중해의 자급 경제를 파괴하는 바람에, 황폐화된 지중해 농촌에 지주들이 소나무와 유칼립투스 플랜테이션을 구축했다. 매년 그리스, 포르투칼 등 지중해에서 산불이 저렇게 극성을 피우는 이유다.
심지어 미국에 빽빽하게 자라 있는 북미 소나무는 산불 수종이다. 산불이 나야만 솔방울이 터져 씨앗을 발아시킨다. 애초에 산불과 함께, 산불 속에서 번식하기에 끊임없이 산불을 유도한다. 미국 산불이 소나무 군락에서 극성을 피우는 이유다.
요약하면 이렇다. 시장에 내다팔기 위해 빽빽하게 단일 수종을 심어놓는 조림은 산불에 취약하다. 그런데 소나무와 유칼립투스는 수종 중에서도 산불에 가장 취약한 수종이다. 이 두 수종의 플랜테이션이 바로 지금 이 시대의 중요한 산불 도화선이다.
말하자면, 오늘날의 산불은 자본 축적 경로를 따라 일어난다. 자본을 축적하느라 본래의 생태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단일 수종을 심어놓은 그 슬픈 플랜테이션을 따라 발생한다.
5.
박정희 시대 녹화사업부터 부단히 소나무를 심었다. 빽빽하고 균일하게. 6.15 이후의 민둥산들을 녹화해야 된다는 목적 외에도 시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이다. 애초에 생태적 목적이 아니었다.
오늘날, 산림청은 계속 소나무를 조림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소나무를 심으면 안 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산주들이 원한다며 계속 소나무를 심는다. 그러다 불이 나면 다시 예산을 따와 또 그 자리에 소나무를 심는다. 계속 산불의 도화선을 심는 것이다. 관료제의 관성과 더불어, 전 국토를 소나무 플랜테이션으로 가꿔 시장성을 유지하려는 저 끈질긴 성장주의 관성이 이처럼 터무니없는 짓을 반복하게 하는 힘이다.
덕분에 어제 오늘, 우리는 남한의 산하가 휴지처럼 활활 타오르는 지옥도를 보게 된 것이다.
산불은 복합 재난이다. 충적세가 끝나고 지금으로부터 11,000~13,000년 전 홀로세가 시작되면서 인간과 숲은 함께 섞여 살아왔다. 우리의 자유주의 환경운동가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순수한 야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주의가 시작되기 전, 대부분의 인류는 숲과 공존하며 서로의 지문을 찍어왔다.
홀로세가 깨지기 전까지 산불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작용했다. 누가 불을 냈냐는 점화의 문제, 그리고 숲의 연료가 얼마나 부하되었는지의 문제. 그래서 호주, 북미,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슬기로운 선주민들은 관행소각과 부분 벌목 시스템으로 꾸준히 숲의 연료 부하를 막아왔다.
하지만 이제 기후위기로 인해 홀로세가 붕괴되면서 세 번째 기후위기 요소가 더해졌다. 따라서 오늘날 산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요소만 가지고는 설명이 어렵다. 오늘 당장만 하더라도 한국뿐 아니라 일본, 그리스, 미국 등지 등에서도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복합적이다.
고온-건조-강풍이라는 소위 '기후 채찍질' 현상 속에서, 누가 불을 점화했나, 그리고 산불이 어떤 연료로 불타올랐는가, 이렇게 세 가지 요소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화석 자본주의와 함께, 산림청은 이 산불 재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왜 이 나라에 산마다 도화선을 심어놓았는가? 왜 산불 연료를 축적하는 숲 가꾸기에 강박되었는가?
산불이 나면 그대로 놔둬도 된다. 한반도 기후대가 변했기 때문에 활엽수들이 알아서 자랄 것이다. 활엽수는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다. 산불이 난 곳에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들은 안다. 도미노처럼 타들어간 소나무, 그리고 그 산불이 멈춘 곳에 활엽수가 있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다. 활엽수가 즉 방화벽인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이치를 무시하면서 왜 산림청은 한국의 땅에 온통 도화선을 심어놓았는가?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의 비판에 귀를 막아왔는가? 이제는 여기에 답을 내놓아야 한다. 책임을 져야 한다. 저 까맣게 타들어간 수많은 목숨들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는가.
(칼럼 스케치용. 이번 참세상 원고는 소나무에 대해 써볼까 싶다)
출처 : 감독 겸 작가 이송희일 님 페이스북
첫댓글 이렇게도 보는구나 신기쓰
잘못된 정보래서 펑
22 바꾸고 있댔음 ㅠ
아카시아는 일본이 그랬다는 얘기 들었고 소나므말고 살 수 있는게 잘 없어서 심었다 들었고
응 .ㅜ 근데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소나무와 산불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내용이 놀라워서 공유해봤어
@다잘된다이제 신기해 진짜 나도 흥미롭게 잘 읽었어!
재단대피 요령에서 침엽수보다 활엽수쪽으로 이동하라고 되어있더라고 이번에 처음 알았음
소나무 송화가루 날리는 문제도 있어서 이번기회에 산불난 지역은 바꿔서 심었으면 좋겠다 ㅜ
안바꾸고 있어... 소나무 사랑 그대로야. 관계자임.
아예 소나무 외에 조림용 묘목 대량으로 구할수 있는데가 없어.. 지금도 묘목 생산하는데서 소나무만 생산해
인터넷의 폐해였네 윗댓 삭제해여겠다..
산림청 기조 자체가 생물다양성 이런건 ㄱㄴㅈ이고 경제성 중심으로 생각해. 소나무가 목재로서 경제적 가치가 높으니까 소나무 심는듯. 소나무 심을 필요? 없어. 무슨 대단한 생태적 문화적 이유 없어. 그냥 경제성 때문에 심는거라고 봄.
@부엉이님 응 그런것 같아..이 글 내용도 결국 돈때문에, 이권 때문에 소나무 심는다는 거니까..
헐 그렇구나....
이런 이유도 있구나.... 우리나라 사람들 소나무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나??? 노래도 있고.. 그래서 여러모로 좋은 나무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불에 탄 곳에는 적절한 나무가 심어지길..
아카시아는 어디서나 잘 자라서 초기 민둥산에 적합해서 심했다더라. 일단 홍수,신사태라도 잡는게 우선이였으니까.
한국 산림청에서 과거 산붕지에 하나는 민둥산으러 방치, 하나는 침엽수(소나무)를 심어고 실험처럼 방치? 했더니 시간이 지나선 둘 다 나무로 빽빽해 했대. 전자는 아마 활엽수로 자연선택해서 컸다고 기억해
소나무 베고 다시 새로운 수종으로 하겠다고 하면 난리 나
이게다 박정희 때문이다
여기서 이게 왜 나와.
1970년대에 소나무로 빽뺵하게 심었어도 원래 숲이란게 가만 놔두면 수종이 자연적으로 바뀌게 되어있어. (주로 활엽수가 침입해서 점점 활엽수림이 됨)
근데 지금 옛날에 소나무 조림사업 한지 몇십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소나무 일변도라는건 그동안 계속 추가적으로 심은것도 소나무라는거야
옛날 민둥산 시절 소나무숲 만들어놓고 간섭을 안해서 소나무가 남아있는게 아님!
최근까지도 적극적으로 계속 소나무로 조림하고 또 해서 생긴게 현재의 소나무림임
아...그래서 산불 대피요령에서 활엽수 길 따라서 대피하라고 했구나
이 글 볼 때마다 속 터져.. 아무리 이상기후 영향이 커진다고 해도 결국 인재인거잖아ㅜ 소나무 그만 심어 ㅅㅂ
선산 주인들이 소나무를 원해서 국가에서도 어떻게 강제하기 힘들더는 글을 봤는데 ㅠ 뭔가 조치가 더 있어야할듯..
222 소나무에 세금물리면 어떨까싶음 산불예방세 이런걸로. 활엽수 묘목 지원도 해준다던가
마른솔방울이 한번 불붙으면 숯처럼 꺼지지않는 불씨역할을해서 꺼도 또살아나고 또살아나고 한다고...물론 나무는 잘못업ㅎ겠지만 인간이 불러오누 기후위기에 맞는 대처를 해야는데 더 나쁜 선택만 자꾸 하면 어쩌는지...
산주들은 송이버섯 땜에 그런거아냐ㅠ?
흥미롭다
재난상황마다 사망자 생기고 이재민 생기는데 바뀌었으면 좋겠네
이번 기회에 문제 제대로 파악해서 다른 수종을 심을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조치해야 할 것 같다 기후변화 때문에 앞으로 산불은 더 많이 발생할 거라는데 자기들 이익 챙기려다가 자기들 가족이 죽는 꼴을 보게 될듯
헐 충격적이다
빽빽하게 심은 소나무 때문에 불이 더 커지는거구나..
산에 소나무가 왜 이렇게 많은가 했는데...소나무가 빨리 자란다고 계속 심기도 했구나
글 링크 공유해줄수 있을까?? 너무 유익한 글이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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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병도 잘걸림.. 왜 심어 ㅂㅅ들아
진짜 흥미로운 글이다 고마워
그래 송화가루도 심한데 다른 활엽수 심자
활엽수가 탄소흡수 측면에서도 더 낫다고 듣긴 한거 같아ㅠㅠ한국의 상징이 소나무이긴 하지만 과거 기후에 맞게 자연적으로 발생한 숲이었던거 같고 이제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조성하면 부작용이 더 큰거 같네ㅠㅠ그냥 개인의 자유로만 맡기면 누가 이익이 더 큰 소나무를 버리고 활엽수를 심겠어 국가가 나서야한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