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성, 일상 20-9, 깔끔하게요
“머리하러 갈까요? 많이 길어서 다듬으면 좋을 것 같아요.”
“머리? 머리요? 가야죠. 갈 겁니다.”
“내일 갑시다. 내일 점심 먹고 오후에 시간 괜찮아요?”
“네! 쌤, 어디 가요? 미용실? 미용실 갑니다.”
어제 이보성 씨와 미용실 다녀오기로 약속했다.
약속 시간이 되어 집에 있는 이보성 씨를 찾았다.
“지금 미용실 다녀올까요? 준비됐어요?”
“지금? 가요!”
“어떻게 자를지 생각했어요? 이따 미용실 가서 하고 싶은 대로 말해 주면 좋겠어요.
조금 자를지 많이 자를지 정도라도요.”
물음에 이보성 씨가 자기 머리를 매만진다.
잠깐 고민하는 듯하다 곧 대답한다.
“어? 깔끔하게요. 머리 깔끔하게 해 주세요.”
올해 들어 몇 번 갔던 시장 안쪽 길에 있는 보그헤어를 찾았다.
이보성 씨가 힘차게 문을 열고 들어가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여기서 뭐하세요?”
“안녕하세요? 지금 손님 파마하고 있어요. 머리 자르실 거예요?”
“네.”
“그럼 소파에서 잠깐만 기다려 주실래요?”
저번에 왔을 때는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이보성 씨가 뛰어나왔었는데
이번에는 사장님 말을 듣고 소파에 앉았다.
얼마 안 있어 곧 이보성 씨 차례가 되었다.
보그헤어는 미용실 거울 안에 티비가 들어 있다.
다른 미용실에서는 티비를 보느라 고개를 돌려 사장님들이 애를 먹었는데
여기서는 자연스럽게 시선이 앞을 향한다.
“리모컨. 쌤, 리모컨 어디 있죠?”
“스포츠? 스포츠 보려고 그러죠? 소파에 리모컨 있어요. 59번인가?
그쯤이 스포츠 채널인데 한번 틀어 보세요.”
이보성 씨가 리모컨을 찾자 사장님이 소파에 있던 직원에게 채널을 알려 주었다.
지난번에 머리하러 왔을 때, 이보성 씨가 스포츠 채널을 찾았던 걸 사장님이 기억한 것이다.
한창 머리하는 중이라 바쁜 사장님과 이보성 씨를 대신해 채널을 돌렸다.
사장님 말대로 59번을 트니 농구 중계가 나왔다.
“쌤, 야구요. 야구 틀어 주세요. 빨리요.”
뜻이 분명하다. 이보성 씨는 축구보다 농구를, 농구보다 야구를 좋아한다.
추측하기로는 축구보다 농구가 득점이 잦으니 중계가 말이 많아서 그런 것 같고,
농구보다 야구 중계가 포인트를 살려 재밌게 방송하니 그런 것 같다.
“다 했어요?”
“다 돼 갑니다.”
간간이 이어지는 두 분 대화 끝에 이발이 끝났다.
“더 자를 데 있어요?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들어요. 괜찮아요. 됐어요.”
미용실을 나서는 이보성 씨 모습이 깔끔하다.
살랑대며 부는 바람이 시원하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보성 씨와 돌아왔다.
2020년 4월 24일 일지, 정진호
박현진(팀장): ‘깔끔하게’ 잘 잘랐네요! 이보성 씨 단골 미용실, 사장님께서 이보성 씨를 대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TV가 거울 안에 있다는 것도 다른 미용실과 다른 장점이네요. 보성 씨에게는 딱!이구요. 미용실 이용하는 장면·대화에 오롯이 미용실 사장님과 보성 씨만 보여 좋습니다. (미용실 원장님들께서 ‘복지요결’ 공부 하시는 듯. 아주 자연스러워요.)
최희정(국장): 이보성 씨가 말을 참 잘 하시네요. 본인의 뜻처럼 머리 스타일도 깔끔하게 되었고요. 머리 손질하는 이보성 씨와 사장님이 오래 알고 지낸 것처럼 편안해 보입니다. 사장님께서도 정진호 선생님처럼 이보성 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예를 다해 정중하게 맞아 주시네요. 아마 정진호 선생님의 모습을 보셨겠지요. 사장님과 정진호 선생님, 고맙습니다.
월평: 이보성 씨도 사장님도 서로 편하게 대하네요. 단골 미용실 단골 손님처럼요. 참 좋은 세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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