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원문보기
19번 국도 확장? 벚꽃길 망칠라 지자체, 도로 확장하면 인구유입 효과... 주민들, 지역 경제 도움 안돼 최석봉(news) 기자
오는 25일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공원 일대에선 지리산권 25개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하는 '제2회 지리산 문화제'가 열립니다. 관 주도가 아닌 지역 현안을 함께 생각해보고 놀아보자는 지역주민들 주도의 잔치마당입니다. 이번 지리산 문화제의 주제는 '섬진강과 길'입니다. 이와 관련 최석봉 '섬진강과 지리산을 지키는 사람들' 운영위원장이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편집자 주>
▲ 하동 벚꽃 십리길
ⓒ 섬진강과 지리산 사람들
바위섬을 부른 가수 김원중은 얼추 4년전 벚꽃이 활짝 핀 하동을 찾아 와서는 자신은 19라는 숫자를 좋아 한다면서 그 이유로 "19번 국도는 그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어서"라고 했다.
19번 국도의 총 길이는 436.1㎞, 경상남도 남해군 미조면에서 시작한 19번 국도는 강원도 원주에 이르기까지 장장 천릿길이 넘는다. 그중에 왕복 4차선이 69.4km, 왕복2차선은 366.7㎞이고 도로포장율은 100%다.
남해군 미조에서 시작한 19번 국도는 남해대교를 건너기전부터 벚꽃길로 유명해 하동군은 이 길을 100리 벚꽃길이라 이름 지었다. 이 길을 어떤 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 했다. 이 아름다운 길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온다. 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이 길은 보존 되어야 한다. 이 길을 확장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길을 확장해야 지역이 발전된다고 했다. 그러나 어떤 발전을 기대할 수 있냐고 물으니 대답이 없다.
도로가 넓어지면 돈이 안 된다고 말한다
지난 봄 19번 국도를 따라 남해에 갔던 적이 있었다. 남해읍에서 남해대교에 이르는 19번국도 2차선 구간은 수년전 도로를 확장하려고 그랬는지 도로변 벚나무를 죄다 베었으나 도로 확장은 하지 않고 2차선 도로에 갓길을 확보하는 수준에서 공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주변 마을 주민에게 왜 그러냐고 물으니 "길이 넓어지모 차가 바로 빠져 나가삔다 아이가 길이 좀 맥히고 해야 담배 한 갑, 께끼 하나라도 더 폴아묵지" 한다. "벚나무는 안 베도 될낀데 공사도 하기 전에 벚나무부터 싹 다 베뿌리데" 주민들이 느끼는 현실과 행정의 생각은 언제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남해 대교 아래 해안도로에서 굴을 까고 있는 할머니를 만났다. 장사 잘되시냐고 물으니 별 놈 다 봤다는 듯 내 얼굴을 쳐다본다. 삼천포에서 건너오는 대교가 개통한 이후부터는 통 재미가 없단다. 당시에도 다리를 놓으면 지역이 발전될 거라고 했다는데, 왜 그럴까 떠올려보는 의문이다.
진주-대전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삼천포 지역은 대전지역 등에서 관광객이 몰려오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도 잠시, 통영까지 개통되면서 지금은 통영이 괜찮다는 소문이다. 아! 이런 걸 두고 빨대효과라 했던가. 몇 년 전 벚꽃 축제 기간에 하동읍에서 화개장터까지 20km이상 차량이 정체 되었을 때, 도로변 주유소 사장님의 싱글벙글 하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차가 막히니 기름이 많이 팔린다며, 그날 끊은 카드 전표를 자랑하듯 보여줬다.
도로는 지역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말이다. 인근 지역이 4차선으로 확장한 후 그 지역 현실은 어떨까? 대부분의 지역이 급격한 인구 감소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지자체별로 인구 늘리기 정책과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차량통행량은 얼마나 되나?
▲ 섬진강 4차선 반대 도보순례
ⓒ 섬진강과 지리산 사람들
1996년도에 6583대였던 19번 국도의 차량통행량이 2005년도에 4904대로 매년 통행량이 줄어들고 있다. 보통 4차선 확장공사를 계획하는 통행량의 기준은 7300대라고한다. 최근 10년동안 단 한 해도 7000대 이상 통행량을 기록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도로를 확장하려고 하느냐고 묻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다.
도로확장을 추진하는 공무원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 도로는 차량통행이 많아서 확장하는 게 아니라 주변 도로로 빠져 나가는 차량을 유입하기 위해서라는 말을 했다. 차량통행량만 늘어나면 지역이 발전된다는 이상한 논리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19번 국도는 1차구간 하동읍에서 악양까지 8km, 그리고 2차구간 악양에서 화개장터까지 약 10km이다. 공사비가 2천억이 넘는다(대략 1km를 4차선으로 확장하는데 100억 이상의 예산이 들어가는 셈이다).
화개까지 확장이 완공되고(지금 바로 시작해도 10년 정도 걸릴 것이다) 화개에서 구례까지는 도로관리 주체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라 그 구간이 4차선이 되어야 비로소 전주에서 하동읍까지 4차선으로 연결이 되는데, 아직 구례에서 화개 구간은 계획조차도 없다고 한다. 언제 될지 모른다는 얘기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2030년 하동읍-화개 구간의 차량 통행량을 2만6200대로 보고 있다. 현재보다 5배 이상 늘어난다는 말이다. 공사를 진행하기 위한 예측 수치일 뿐이다.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전주에서 하동읍까지 1차구간 확장으로 단축되는 거리는 겨우 400m 내외, 이 정도의 거리 단축으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로 가려던 차가 이곳으로 올까? 4차선이 되면 스쳐 지나는 지역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자 4차선이지만 설계속도를 60km로 한다고 한다. 소가 웃을 일이다. 확장공사에 반대하는 대다수 주민들은 이러다가 꽃길도 망쳐놓고 예산만 낭비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관련 기사 - [지리산 문화제] "내 차만 빨리 가면 좋은 길인가"
2007-08-22 15:37
ⓒ 2007 OhmyNews
<같은 기사가 광주전라판에도 실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