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매리지 블루’란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심리 불안현상인데요. 주로 일본 여성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이 사람을 사랑하긴 하지만 결혼하면 과연 행복할까, 시댁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하나,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등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와 부딪히며 일어나는 일종의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도서관 가는 길, 김선희 입니다. 오늘은 유이카와 케이의 <매리지 블루>를 소개할게요. 2002년 나오키 상의 수상 작가인 유이카와 케이의 최고작 <매리지 블루>, 이 소설은 쉽고 빠르게 읽히는 문체에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보았거나 상상해 볼 수 있는 친숙한 스토리 때문에 두 주인공의 심리적 갈등이 마치 나의 문제인 것처럼 순식간에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매력이 있는 책인데요. 그럼 첫 곡 듣고 오늘 방송 시작할게요.
2) 독자들은 60세까지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 두 주인공들의 삶을 따라가게 되면서 자신의 미래를 거울처럼 들여다보는 환상에 빠지게 됩니다. 작가는 그럼으로써 독자들이 자신의 현재 삶을 반추하게 만드는데요. 자기가 선택하지 못한 삶을 끊임없이 응시함으로써 갖게 되는 오해, 질투, 부러움, 후회, 만족감, 합리화와 같은 복잡한 심리들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사랑, 일과 결혼으로 고민하는 여성들에게 폭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매리지 블루>는 일본의 대표적인 여성 잡지인 <여성자신>에 2002년 5월부터 10월까지 연재되었던 소설인데요. 그럼 다음 곡 듣고 이어갈게요.
3) 2003년 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현재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잡지 연재 당시 "바로 나의 이야기야!" "어쩌면 이렇게 내 마음을 잘 묘사할 수 있지" 하며 일본의 젊은 여성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는데요. 작가 유이카와 케이는 2002년 <어깨 너머의 연인>으로 나오키 상을 수상했으며 젊은 여성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해 내기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그녀는 주로 일상에 숨어 있는 소소한 사랑을 특유의 깔끔하고 선명한 필체로 담아내어 여성 독자들의 인기를 받고 있는데요. 매우 현실적이며 일상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어 이해가 쉽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럼 다음 곡 듣고 이어갈게요.
4) <매리지 블루>는 등단 후 21년 동안 끊임없이 여성들의 삶을 천착해 온 작가의 수작으로 꼽히는 작품인데요. 광고 에이전시에 다니는 27세의 가오루와 노리코는 입사 동기이자 라이벌입니다. 그러나 회사 내 한 동료 이쿠오를 함께 좋아함으로써 서로 다른 인생을 선택하게 되고 상반된 인생을 걸어가게 되는데요. 가오루는 결혼하면서 주부로서 살아가고, 노리코는 결혼을 포기하고 평생 커리어우먼의 길을 걷습니다. 둘은 서로의 삶을 응시하면서 때로는 질투하고, 내가 살지 않은 쪽의 인생에 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회의하고, 자신이 선택한 삶을 합리화하기도 하며 40여 년을 친구로 지내는데요. 그럼 다음 곡 듣고 이어갈게요.
5) 작가는 결혼을 선택한 가오루, 자유로운 연애와 사회적 성공을 선택한 노리코의 인생 스토리를 두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 보입니다. 인생이란 선택의 연속이고, 그 선택에 따라 다른 결말을 갖게 되는데요. 지하철을 탈 경우와 안 탈 경우 서로 다른 결말을 그려 냈던 영화 <슬라이딩 도어즈>에서처럼, 작가 유이카와 케이는 선택으로 다르게 전개되는 두 주인공의 삶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추적해 가며 그리고 있습니다. 생의 전환 지점을 27세, 30세, 33세, 39세, 42세, 47세, 52세, 60세로 설정하고, 그 시기에 겪게 되는 사건, 갈등들을 절묘하게 그려 냈는데요. 그럼 다음 곡 듣고 이어갈게요.
6) 이를테면 가오루의 '나'를 잃어버린 가정주부로서의 좌절감과 행복한 결혼 생활이라고 자부하고 싶은 자기 합리화, 노리코의 혼자 사는 여성으로서의 고뇌와 가족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 등 세월이 흘러도 계속해서 반복되는 여성들의 복잡한 심리를 예리하게 포착해 내고 있습니다. 두 여성의 삶을 그려 낸 소설이라니 너무 식상하지 않을까, 그 긴 세월의 이야기를 이 짧은 한 권에 그것도 두 사람의 인생을 다 담다니, 어느 한순간인들 제대로 그려 낼 수 있을까, 하고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는데요. 하지만 작가는 그 식상한 두 인생의 스토리를 둘의 시각에서 교차해 보여 줌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럼 다음 곡 듣고 방송 마무리할게요.
7) 주인공들이 걸어가는 40년의 긴 여정은 늘어짐이 아니라 짜릿한 속도감으로 전환되며, 무언가에 이끌리듯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만드는데요. 그래서 서로를 응시하는 두 작중 인물의 시선을 따라 숨 가쁘게 각각의 인생을 읽어 가다 보면, 마치 이 책이 나의 미래를 시뮬레이션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섬뜩함마저 느끼게 됩니다. 미래를 다 보여 주니 무슨 재미가 있단 말인가, 너무 식상한 소재의 그렇고 그런 스토리 아니야, 하며 실망할지도 모르지만, 작가는 능청스레 딴전을 피우며 간결한 문체로 내리 40년의 세월을 내닫는데요. 그리고 당신이라면 어떤 인생을 선택했겠느냐며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 도서관 가는 길은 <매리지 블루>이였고요. 지금까지 아나운서 김선희, 엔지니어 김나람, 김현우, 피디 이한진, 작가 김윤혜가 함께한 방송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