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산은 내 뜻이요 / 황진이
청산은 내 뜻이요 흐르는 물은 님의 정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까
녹수도 청산을 못 잊어 울며 흘러가는가
* 황진이(?-1530)
산은 그 자리에 천년만년 그대로 있지만
물은 쉼 없이 흘러서 어디론가 갑니다.
산처럼 변치 않는 것은 내 마음이요,
물처럼 흘러가는 것은 임의 정입니다.
흐르는 물처럼 가 버릴 것이기에
믿음을 줄 수 없습니다.
본성이 그러하니 서운할 것도 없습니다.
나로서는 변치 않는 내 뜻을 지킬뿐입니다.
그러나 이런 이성적 태도는 사실은
본심이 아닙니다.
물은 흘러가지만, 울며 갑니다.
청산은 물이 울며 가는 소리를 듣습니다.
청산을 못 잊기 때문이라고 화자는
청산의 마음이 되어 생각합니다.
어차피 변하지 않을 마음이라고는 했지만
그 소리는 떠나가는 임 앞에서 내는
자신의 울음소리입니다.
2. 동짓달 기나긴 밤을 / 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봄바람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어른 님 오신 날 밤이어든
굽이굽이 펴리라
* 동짓달 기나긴 밤인데 임이 없습니다.
임과 함께 있었던 봄밤은 짧기만 했습니다.
실제로 겨울밤이 길기는 하지만 봄밤이
짧았던 것은 임과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쉽기만 하던 짧은 시간, 겨울의 긴 밤을
한 중간을 뚝 끊어다가 봄밤에 이을 수
있다면...... 잘라 놓았던 겨울밤을
'굽이굽이' 펴는 화자의 신비는
고운 비즈발로 그만 가리겠습니다.^^
(이 시조는 쭈욱~ 앞 페이지에도 소개되
었지만 오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참신한 맛이
살아있는지라 다시 올립니다.^^)
첫댓글 법의자락님 옛글이 새록새록 살아나니 소녀적심정 이아니좋으릿가! 가슴이 두근두근거려집니다, 고마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