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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 80518
 
 
 
카페 게시글
─ 숨겨진 이야기 스크랩 문학 봄이오면
노란장미 추천 0 조회 16 06.10.15 17:0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봄이 오면

 유난히 길고도 추운 겨울이 지나고 드디어 봄이 왔다. 매년 봄이면 나무시장에 들러 꽃과 나무를 사서 시골집에 심는다.

 오늘도 시골 가는 길에 어김없이 나무 시장에 들렀다. 봄이면 꽃과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시장을 찾아온다. 갖가지 묘목들이 실내 밭이랑에 가득하고 각종 구근 식물들이 네모진 진열 상자마다 가득한데 얼마 안 있어 동이 나곤 한다. 꽃의 종류가 하도 많아 무엇이 무엇인지 알 수사 없다. 튤립을 색색으로 몇 종류 고르고 백합종류 같은 구근 꽃을 쌍으로 여럿을 골랐다. 작년에 산딸기나무(복분자)를 몇 그루 심었으나 무더운 여름을 지나며 살아남질 못 하였다. 올해도 복분자 나무 몇 그루와 오디나무 두 그루를 사서 차에 실었다.

 두 시간 넘게 달려 찾아온 곳은 태안반도 서쪽 끝단에 자리한 연포 해수욕장 가까운 곳이다. 연포에 들어와 오른쪽 선착장 가는 길로 향하면 자그마한 야산과 연결된 길이 나타난다. 이곳처럼 바다와 맞닿은 아름다운 동산은 서해안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레저 산업 초창기였던 1970년대 초 당시 국내굴지의 회사에서 이곳에 휴양시설을 만들기 시작했다. 해수욕장을 개발하여 연포(戀浦)라는 이름을 붙이고 바닷물과 절벽이 맞닿은 동산을 수백 필지로 분할하여 , 어느 곳은 자그마한 별장을 짓고 어느 곳은 대지만으로 일반에 분양을 하였다. 그 후 몇 년 안 되어 해양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바람에 개발 사업이 중단되자, 세상 사람들의 기억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정년을 몇 년 앞두고 우연히 이곳을 지나다 낡고 조그만 별장을 조고 사게 되었다. 조용한 곳을 찾던 터라 개발이 금지된 공원지역이 내게는 차라리 잘 되었다 싶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칠만여평 야산에 해안 절벽 따라 소나무 우거진 숲속으로 한 바퀴 돌아가는 기이 트여 있다. 봄이면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벚꽃이 터널을 이루어 하늘을 덮는다. 숲속에는 낡은 집(조그만 별장)들이 간혹 박혀있는 모습이 마치 미국 요세미티 공원지역의 올망졸망한 카티지[산장(山莊)]들을 닮았다.

 몇 년 전만해도 관리하던 회사에서 여름에는 상수도를 공급해 주어 휴가철에는 제법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으나, 어느 날인가 물이 공급되지 않았다. 그 후로는 찾아오는 사람들 수가 줄기 시작하였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어느 집 부터인가 지하수를 개발하여 용수로 사용하기 시작하며 다시 사람의 발길이 이어졌다. 개발이 제한된 공원지역인지라 다른 지역보다 크고 화려하지는 못하지만 아담하도 예쁜 몇몇 집들이 그런대로 자연휴양지 같은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다.

 소나무 숲속 중간 쯤 들어서면 세 갈래 길에서 정면으로 우리 집이 눈에 들어온다. 집 담벼락 색깔이 하얀 데다 거실 앞을 모두 하얀 틀 유리문으로 둘러놓아서 옆집에서는 우리 집을 백악관이라고 불러 주었다. 

 군청에서 콘크리트로 도로를 포장한다고 길을 파헤친 것을 공원당국의 환경보전의 논리에 밀려 공사가 취소되어서 이제야 겨우 길이 다시 흙으로 복원되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집앞 길을 정리하러 나왔다. 길옆을 삽으로 고르고 낫으로 나무 잔가지와 잡초를 잘라서 찾아오는 차가 투차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긴 각목으로 길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막아서 묻었다. 비가 내리면 그 나무 따라 물이 옆 배수구로 흘러서 흙이 쓸리어 패이지 않게 하였다.

 앞쪽 한편 화단에 백합을 심다 보니 벌써 수선화 파란 싹이 흙을 비집고 솟아있다.  우리집 화단에 제일 먼저 노랗게 피는 꽃이 바로 이 수선화이다. 반대편 화단에는 작년에 피었던 나리꽃 구근을 다칠세라 조심하면서 튤립을 심었다.

사월이 되면 집 주위의 소나무 숲 사이로 진달래가 분홍 빛깔의 수를 놓는다. 산촌에 봄을 여는 첫 번째 꽃인지라 해마다 보는 꽃이면서도 마음이 설레곤 한다. 사람 발길 없는 이 한적한 산촌에서 혼자서 보기엔 tm 화려합이 너무 아깝다. 진달래가 질 때쯤이면 잔디밭가에 산벚꽃이 수줍게 피어오르고 출입구 쪽에는 왕벚꽃이 풍만한 화려함을 자랑한다. 수선화가 지면서 그 꽃밭에는 철쭉이 영롱한 제각각의 색이 현란하다. 수년 전에 꽃도 보고 매실주도 담글 겸 매화나무를 심었다. 물주고 가지치기를 몇 년을 해오며 꽃피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 이른 봄에 찬바람을 이기고 파란 잎 봉오리를 내밀고 있는 라일락이 귀엽다. 오월이 되면 집 윗길 쪽에 심어있는 가냘픈 라일락이 향기를 뿜어낸다. 세월이 가면 어느 마을 공원의 나무처럼 탐스럽게 보기 좋은 나무로 변해가리라. 잔디밭을 둘러선 화단의 비탈진 곳에 뒤 덮힌 꽃잔디는 라일락 지는 것을 기다려 연분홍 카펫을 깔아 놓는다. 이때쯤이면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꽃잔디 꽃의 아름다움에 심취(心醉)되어 칭찬을 아끼지 아니한다. 처음 화단을 가꿀 때 텅 빈 곳을 채울 길 없어 꽃잔디만을 열심히 심어 놓곤 했었다. 

 뒤뜰 텃밭 넘어 감나무 옆우로 오디나무를 나란히 심고 동백나무 옆에다 산딸기나무를 심었다. 산딸기나무를 심으며 떠도는 일화 하나를 떠올려본다. 옛날 산골에 노부부가 살았더란다. 여름 한철 산딸기를 따먹게 되었는데 그 산딸기의 효험이 정력에 얼마나 좋았던지 요강에 소피(所避)를 보자 그 요강이 엎어지더란다. 그 후부터 복분자(覆盆子)라 불렀으니 요증음 시중에서 복분자 술이 날로 인기가 있는 것도 가히 집작 할만하다. 딸기가 맺히면 복분자 술을 담가 이야기에 나오는 복분자 조부부의 주인공이 되어 요강을 엎어 볼 수 있으려나? 남은 산딸기나무는 우거진 두릅나무 사이에다 심어 놓았다. 옆쪽 공터에 두릅나무 몇 그루를 심은 지 두세 해가 안 되어 온통 두릅나무가 점령하였다. 두릅순은 봄철 그 향기로운 감칠맛에 입맛을 돋우는 산나물로 누구라도 좋아하는 나물이다. 금년 봄에는 두릅 순을 지천으로 뜯을 수 있게 되었다.

소나무 숲 그늘을 피하여 토종뽕나무 옆으로 오디나무 묘복을 심었다. 이 오디나무는 개량종이라서 사철 열매가 열린다고 한다. 어쨋거나 토종오디보다는 열매가 탐스러우리라. 뽕나무는 잎을 수확하여 누에를 기르기 위한 것이고 오디나무는 이름처럼 오디를 따먹기 위해 개량종으로 만든 것이리라. 어릴 적 오디 따먹으면 입 주위가 검붉은 오디 색으로 물들어 우스운 모습이 되었던 기억이 새롭다.

 뒤뜰 길옆으로 참죽나무를 심어 놓은 것이 벌써 두 길이 넘게 자라있다. 어린시절에 고향에서는 참죽나무 순을 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밀가루를 발라 기름에 튀겨 먹기도 하였다. 봄이면 때때로 시골 장터에서 그 순을 사다 먹곤 했었는데 금년부터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지난해에는 집 주위로 동백나무 묘목을 심었다. 자라서 사철 푸르게 울타리가 형성되면 우리 집 이름을 동백장(冬柏莊)이라 부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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