紺岳山
새벽 6시 일어나 입속에서 마다하는 밥을 국말아 꾸겨 넣고 부지런히 집을 나섭니다.
8시 前에 전철을 탔으니 시간은 충분합니다. 전철 안에 자릴 잡고 앉아 겨우 한숨을 쉬고 한결 마음이 편해집니다. 나와 같이 멀리서 오는 김영덕님도 아마 새벽밥 먹고 지금쯤 전철을 탔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인원이 참가 할 것을 예상했지만 양주 역에서 확인해보니 김영덕 김성식 정태환 한일석 죽림 만 참가. 그래도 그리 실망스런 숫자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전병추에게서 오고 있다는 연락. 20분이나 지각이지만 오래간만이고 아직 팔짝뛰는 생선 같은 싱싱한 후배가|(사실 이제 병추도 내년이면 50대 라 함) 나타난다는 전화에 기쁜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양주전철역에서 버스타고 40분 걸려 도착해보니 감악산 紺岳山이란 이름 그대로 검프른 바위산을 기대했지만 우리가 평소 보던 바위와 별 다름이 없었고 버스에서 보이던 바위가 많은 산 봉오리들 쪽은 군사지역으로 아직도 통제가 된 지역이라 갈수도 또 막상 산에 다다르면 보이지도 않습니다.
산은 좋고 착한 편입니다.
산이 좋다는 것은 경치가 좋다는 것입니다. 본인이 올라가는 산 지형이 어떻게 생겼나는 별로 따지지 않고 힘이 드나 안 드나, 내가 바라보는 곳의 경치가 좋은가 안 좋은가를 따지지요. 감악산은 양주군 남면, 연천군 전곡읍, 파주군 적성면, 이 있는 평야지대에 獨也靑靑
홀로 우뚝 솟아 사방에 거칠 것이 없습니다. 동쪽의 소요산(585m 정태환님이 정확히 알고 있었는데 난 800m는 넘는 산이라고 우겼지요. 미안합니다.)과 이어지는 산맥(소요 왕방기맥)에 왕방산737이 있는데 이 산 빼고는 四方 50리에 이보다 높은 산은 없습니다.
북동쪽에서 임진강이 흘러 西南으로 흐르며 넓은 평야를 적시어 주는 게 눈에 보입니다.
주위의 가까운 산들을 바라보는 맛도 좋겠지만 낮은 곳을 멀리 멀리까지 손바닥 보듯 바라보는 맛도 참 좋군요. 감악산의 생명은 眺望 뿐이라 인식한 듯, 여기저기 展望臺를 여러 곳 열심히 설치해 놓았습니다. 날씨만 좋으면 개성의 송악산 도 보인다지만 어디가 송악(松嶽山이488m)고 개성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과연 삼국시대부터 군사요충지 답 고, 현역 장교로 이곳에서 근무한 정태환님의 말대로 관재탑(정태환님이 군사용어라며 관재|*? 라고 얘기했지만 생각이 안남. 놀부전에 화초장 얘기가 나오는데 놀부가 내를 건너다 화초장 이름을 잊고 과연 이것이 무엇인고? 초장화? 장화초? 화류장? 화장초?. 나도 생각이 안나 관재소? 관재초? 관망초? 머리 나쁘면 스트fp스 더 받습니다. )구실을 충분이 할 것 같은 곳입니다.
착한 산?
역사적인 2008년9월23일 2시 42분.
하리 산 평가 위원회(위원장 김진홍, 위원 김영덕,정태환,송인순,김성식, 후리지아,김실장. 이하 산평위 )에서는 예봉산을 나쁜 산으로 평가, 결론지었습니다.
나쁜 산이 있으면 좋은 산도 있어야하는데 이 감악산이 좋은 산으로 위원장님께 감히 말씀드립니다.
60대인 우리에게 급경사로 오르내리지 않고 물이모자라지 않으며 사람이 많아 보행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고 점식식사 할 자리가 어렵지 않게 확보 되는 산. 딴 등산객, 점심식사 하며 우리에게 소주 한잔, 혹은 과일 한 점을 권하는 산. 주위 경관이 좋은 산. 여자들이 짖은 화장을 하고 힐끔힐끔 남자들을 쳐다보지 않는 산, 여자들이 시끄럽게 떠들지 않고 크게 웃지 않는 산. 자연생태가 아직 사람으로 덜 파괴된 산. 김성식 한일석 죽림 그리고 또 한사람. 애연가들이 적당히 눈치 보지 않고 담배 피울 수 있는 산. 여름 산길, 뜨거운 햇볓을 가려주는 산. 오래된 나무가 많이 있는 산, 전망이 좋은 산. 이런 산들이 착한 산 이지요.
임꺽정봉을 내려와 점심보따리를 풀어놓는데
와-! 이게 장난이 아닙니다.
한일석이 밥 김치, 밥반찬 빼고 3접시입니다.
돼지족발 한 접시, 전어회한접시, 홍어회한접시. 정태환님의 김치전에 고급 와인 한 병 ,
전병추의 샌드위치와 사과7-8개, 김성식의 한우갈비 찜, 아까 밑에서 비싸게 사온 막걸리와 소주. 당연히 다 먹을 수가 없지요.
사실은 모두 제 책임입니다. 조현세님. 부인이신 정박사와 동행이고 정태환님도 부부 동반이라는 말로 착각하고
서울지역 번개전문위원장(이하 번전위) 이신 한일석님께 먹거리에 신경을 좀 써야겠다는 말을 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된 것이지요.
아마 한일석님이 자기 형수가 오신다니 더 신경을 썼을 것으로 사료 됩니다.
그리고 최해룡, 정태균, 강첨지도 오기를 바랬던 한 번전위 위원장의 마음이었고요.
밥은 건들지도 못하고 그냥 되가져오고 새벽부터 일어나 만들었다는 김치전도 정태환 사모님께 미안한 마음을 걱정하며 나머지를 다시 싸 넣습니다.
과일 싸온 건 먹을 염두도 못 내고 한참 후 내려오다 김성식 배 하나만 겨우 까까 먹었지요.
산은 착하지만 볼만한 문화재는 없습니다. 정상에 비뜰대왕비 라는 비가 있지만 별 사료적 가치는 없는 듯합니다. 삼국시대 때의 큰 절들이 있었지만 6.25 때 모두 전소되고 지금 있는 범륜사는 최근에 지어진 것입니다.
또 가게가 없습니다. 술 음료를 팔지만 비싸게 팔 목적으로 가게를 안 열고 식당 간판으로 팝니다. 소주 한 병에 3000원.
뒷 풀이는 종로 3가에서 끝내주는 아구찜으로.
과다했던 점심 영향인지 소주만 잔득 마시고 이것도 밥 주문해서 손을 안 대는군요.
아구찜 맛있는 것 생각해서 먹을 수 있을 듯 싶었는데...
역시 죽엽 김진홍님은 우리의 훌륭한 교주 이십니다.
관악산 에서의 행사가 끝난 후. 뒷풀이 까지 하셨으니 산행과 술에 피곤이 겹쳤을 텐데도
동생들의 전화에 한걸음에 달려오셨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기로는 모두모두 다 고맙습니다.
김영덕님은 제일 먼 곳에서도 언제나 변함없이 시간 안에 참석해주시고 정태환님 오랜만에
김치전 붙여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는데 이곳에서 근무하신 덕에 지리를 설명해주시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일석 늘 기똥찬 메뉴로 우리를 놀라게, 기쁘게 해 주는군요. 죽림, 전병추도 참석만으로도 반가운데 항상 신경을 써서 준비해와 또한 즐겁게 해 줍니다.
오늘의 어록.
한일석 - 올 안에 오악중 송악산 뺀 4악을 끝내고 싶다. ( 여기서 개성이 황해도라는 주장이 있었지만 분명 개성은 경기도입니다.)
12월 송년산행은 관악산 이다.
죽림 - 버섯 산행이나 그전 오대산 생태조사가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생태탐사 산행을 다시 한번 추진했으면 한다.
성식 - 조현세는 욕심쟁이다.(번전위 에서는 보통 일과성 행사로 산행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 흉을 많이 본답니다. 참고하시기를.)
김영덕 - 김진홍 교주의 투혼은 대단하다.
2년후 내가 64세때 그렇게 할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 글 쓰는 것도 힘이 듭니다. 그만 끝내겠습니다.
애구 어깨쭉지야! 콜록 콜록.
첫댓글 형님! 수고 하셨읍니다. 장문의 글 까지.... 정말 어깨 주물러 드리고 싶네요. 쪼금만 참으면 후배들이 하겠지요!! 쪼금 더 힘내세요.
번전위 원장 감사히 받겟으니다. 그런의미로 번개칩니다.
재미있고 눈에 선한 산행이셨네요. 부럽습니다.
군복무중에 올라간 감악산은 힘든 악산으로 인식되었으나 이번은 그야말로 좋은산으로 명명하기로함.. .군복무중에는 기분이다른가? 무엔가 문제로다????아무튼 36년전 감회가 깊은 산행이었음. 세월많이 흘러흘러........
어깨는 계속 아프시길~~ 그,래야 후기 읽는 맛에 등산에서 빠지지..ㅎㅎㅎ 변전위 ..무신 위우너회 만들기르 그리좋아하뉴ㅠ 군대 시절 이야기 들어주려면 ... 으ㅡㄱ 여자 첨지들 안가길 다행 ㅋㅋ^^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