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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사향노루 |
동의보감을 지은 허준 선생이 첫날밤을 치르다 죽은 신랑, 신부를 살려낸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루는 허준 선생이 급한 부름을 받고 달려가 보니 신부 집에서 첫날밤을 치르던 신랑, 신부가 죽은 채 누워 있더랍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선생이 절간에 가서 오래 묵은 똥물을 구해 오라고 한 뒤 이걸 신랑, 신부에게 뿌렸습니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 똥물을 맞은 젊은 부부가 부스스 깨어났다고 합니다. 당시 신부 집에서는 신랑, 신부가 첫날밤을 잘 치르도록 성적 매력을 돋우는 사향을 잔뜩 넣어 줬습니다. 젊은 부부는 이 사향 냄새에 취해 가사 상태에 빠져 죽은 것처럼 보였던 겁니다. 허준 선생은 이걸 알아차리고, 고약한 똥물 냄새로 사향의 향기를 쫓아냈던 겁니다. 사향은 예부터 일반인들은 접하기 어려운 귀한 약재로 대접을 받아 왔습니다. 구하기 어려운데다 만병통치라고 할 만큼 약효가 뛰어나 비싼 값에 거래됐습니다. 부잣집에서는 아녀자들이 사향을 조금씩 몸에 지니기도 했습니다. 사향 냄새가 남편의 성적 욕구를 자극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첫날밤 죽다 살아난 신랑, 신부는 이 귀한 사향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했다 오히려 화를 당할 뻔했던 경우입니다. | ||
사향노루 한 마리를 잡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사향은 달걀만한 크기로 30g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난 99년 체결된 CITES(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의해 국제간 거래가 엄격히 규제되면서 그램당 5-6만 원대에 이르는 고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같은 무게의 금보다 세배 가까이 비싼 가격입니다. 한방에서는 인체에서 기혈의 흐름이 좋지 못 할 때 질병이 생기는 걸로 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막힌 것을 뚫어주는 데 탁월한 효능을 가진 사향이 여러 가지 질병 치료에 이용됩니다. 일반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방에서 최고로 치는 보약은 ‘공진단’이라는 환약입니다. 원나라 때 황제에게 바쳤다는 처방인데 녹용과 함께 사향이 다량 사용됩니다. 가격은 한 달 사용분이 수백만 원에 이를 만큼 비쌉니다. 국내에서는 강남의 부유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쓰이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약해진 성적 능력을 되살리는데 탁월해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같은 발기부전 치료제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중년층 사이에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 ||
최근에는 값비싼 사향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물질도 몇 가지 개발돼 있습니다. 시중에 유통 중인 ‘우황청심원’의 성분 표시를 자세히 보면 ‘L-무스콘’ 또는 ‘영묘향’이라는 이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모두 사향 대체물질입니다. ‘L-무스콘’은 사향의 성분을 분석한 뒤 화학적으로 합성한 물질이고, ‘영묘향’은 사향고양이라는 동물에서 채취한 것입니다. ‘L-무스콘’과 ‘영묘향'은 각각 국내 청심원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C사와 K사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약국에서 구입하는 청심원의 가격이 천차만별인 건 주로 사향 때문입니다. 진짜 사향을 사용했는지 아니면 대체물질을 썼는지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집니다. | ||
강원도 양구에 마련된 번식지에서 만난 사향노루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베어 나올 것 같은 슬픈 눈빛을 갖고 있었습니다. 목이 줄에 묶인 채 불안한 숨을 토해 내는 모습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종족의 처지만큼 애처롭게 보였습니다. 인간에 의해 보금자리에서 쫓겨났지만, 인간의 힘을 빌어서라도 다시 본래의 자리를 찾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
첫댓글 인간의 무지가 이젠 끝이기를 바랄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