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021 김영택 식품자원경제학과 논개 에세이 2/10

[김영택]

<사형집행과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

2019012021 식품자원경제학과 김영택

단순히 살인이 아니라 시체를 토막 내어 훼손한 고유정,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라 자백해 사회를 들썩였던 이춘재 같은 살인마들의 형량에 대해 의문이 든다. 입에 오르내리기조차 끔찍한, 당시 8세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하여 신체를 훼손한 조두순에게 사형집행의 형벌로는 부족한 생각이다. 대한민국에는 분명 사형 제도가 있으며, 집행 방법으로는 일반 형법은 교수형을, 군 형법은 총살형을 채택하고 있다. 범죄자의 대한민국의 마지막 사형집행은 12년 전인 1997년 12월 30일로, 이날 23명의 죄수가 사형당했다. 2016년 2월 기준으로 민간인 57명, 군 교도소 내 사형확정수 4명을 포함하여 대한민국의 사형수는 총 61명이다.

현재 사형집행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 중 ‘오판에 의한 억울한 죽음의 가능성’이고 관련해 이야기해보자. 1991년 트로이 데이비스는 미국 조지아주의 경찰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위 판결에 대한 의문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가 범인이란 물리적 증거는 없고, 살해현장에서 살해에 사용된 무기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순전히 증언에 의해서만 사형수가 되었다. 1991년 법정에 나왔던 9명의 증인 중 7명이 증언을 번복했고 증언을 철회한 상당수가 “경찰이 데이비스에게 불리하게 진술하게 부추겼다”라고 말했다. 증언을 번복한 사람 중 한 명은 사건 당시 자신들은 누가 경찰관을 쐈는지 보지 못했다고 계속해서 말했다. 게다가 자신들은 글을 읽을 줄 몰라서 경찰 진술서에 서명했지만, 무슨 내용인지 읽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공개적으로 증언을 번복하지 않은 나머지 두 증인 중 한 명은 지난 20년 동안 침묵한 채 이야기하기를 꺼렸다. 또 다른 한 명인 실베스터 콜스는 제일 먼저 경찰에게 데이비스가 범인이라 했던 사람으로, 지난 20년 사이 콜스가 총을 쏜 당사자이며 자신의 죄를 숨기기 위해 데이비스를 지목했다는 정황 증거들이 나타났다. 이처럼 수많은 의문점에도 불구하고 사형을을 집행할 수 있었을까?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연구팀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사형 구형에 흑인과 백인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피해자가 백인일 경우 사형선고 확률이 3.5배 높아졌다. 추가로, 사형을 다루는 법조인의 98%는 백인인데 데이비스의 담당 변호사는 흑인이었다. 우리나라에선 1958년 대한민국 검찰이 조봉암 등 진보당 간부들을 국가변란 혐의로 기소하고 양이섭의 자백을 근거로 조봉암을 간첩죄로 기소, 사형 집행했다. 문제는 증거가 맞지도 않고, 양명산도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게 된다. 결국 유병진 판사는 조봉암과 진보당 간부들의 간첩 혐의는 무죄를 선고했다. 앞의 파결로 반공청년단들은 ‘용공 판사 타도’, ‘조봉암 일당에 간첩죄를 적용하라’를 외치며 더욱 난동을 부렸고, 결국 유병진은 법관 연임 심사에서 탈락, 법복을 벗어야 했다. 그래서 검찰에서 내세운 게 진보당의 ‘평화통일’ 정강이 반공법 위반이라는 것이고, 조봉암은 바로 이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것이 한국 현대사에서 사법살인이라고 일컬어지는 진보당 사건이다. 지금도 그렇게 여기고 있지만, 이 사건에 대해 당시에도 조봉암이 억울하게 죽었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미 집행한 사형에 대해 우리는 되돌리거나 속죄할 수 없을 것이다. 한번 지나간 생명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사형의 불가역성이다. 나는 사형집행의 공정성을 이룰 수 만 있다면 사형에 대해서 찬성한다. 위 사례의 경우, 데이비스는 인종차별로 인해 공정한 판결을 받을 수 없었으며, 조봉암의 경우 이승만의 독재로 인해 억울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사형집행의 금지보단, 사형집행까지의 공정하지 못한 과정을 개선하는 것이 우리의 진정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변화하는 사회에 맞추어 공정한 판결이 도래한다면 사형집행을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