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광명시로 외식을 하러 가곤 합니다. 가산동에서 안양천만 건너면 되니 오히려 서을시내의 어지간한 동네보다 가깝습니다. 걸어가도 15분 남짓이면 광명에 발을 디딜 수 있습니다.
갑판장네가 즐겨 다니는 코스는 주말 점심 때 정인면옥에서 평양냉면을 먹고 인근의 재래시장인 광명시장에 들러 장을 봐오는 코스입니다. 저녁 땐 주로 철산역 먹자골목으로 향합니다. 그 동네에 제법 먹을 만한 뼈다귀감자탕집이 있거든요.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동네라 딸내미가 좋아할 만한 볼거리와 팬시샵이 많은 것도 철산동을 즐겨 찾는 이유입니다.
정인면옥에 갈 때는 차를 가져 갑니다. 주차도 용이하고 나중에 장바구니를 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철산지구로 갈 땐 대개 택시를 탑니다. 마눌과 한 잔 해야 하니까요.
뼈감자탕을 먹으러 가는 도중에 돼지목살소금구이로 메뉴를 바꿨습니다. 매번 뼈감자탕을 먹는 것도 질리지만 문득 먹을 만한 돼지고기구잇집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갑판장이 내민 미끼를 마눌이 덥석 물었습니다. 딸아이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라나요.
이 고깃집엔 언제 갔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랬만이기는 하지만 온라인 상에 떠도는 입소문을 듣고 딱 한 번 방문 했었는데 그 때 반찬 등 부메뉴는 그냥저냥이었지만 주메뉴인 냉장숙성 삼겹살과 목살을 무려 3.5cm두께로 내주는데 제법 먹을 만 했었습니다.
잔뜩 기대를 품은 채 목살 3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숯불화로 위로 불판이 얹어졌습니다.(응?!) 직원이 달궈진 불판의 온도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 후에 3.5cm 두께의 목살을 불판에 올리더군요.(기대만빵!) 그런데 센불에서 양면을 구워 육즙을 간수할 사이도 없이 곧 바로 분홍빛이 찬란한 3.5cm의 목살을 집게와 가위로 갈갈히 난도질을 하여 한 입에 쏙 들어 갈 크기로 잘게 잘라 놓는 겁니다.(흙 ㅠ.,ㅠ)
의문 1. 석쇠를 이용한 직화구이도 아닌데 왜 굳이 숯불화로를 등장시켰을까요?
의문 2. 불판에 올리자마자 잘게 자를 거면 왜 굳이 3.5cm두께로 두툼하게 토막낸 고기를 접시에 담아 손님상에 내줬을까요? 도데체 왜?
암튼 난도질 당한 목살은 종업원이 끝까지 책임지고 잘 구워주더군요. 다른 테이블도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 받는 눈칩니다. 어쨌든 일은 이미 벌어졌고, 나갈 때 돈도 내야할테니 먹기라도 잘 해야할텐데 말입니다.(제발!)
주문한 목살 3인분 중 2인분을 아무 말 없이 그저 먹기만 했습니다. 불판 위에선 아직 목살 1인분이 지글거리고 있는데 마눌은 아예 젓가락을 놓았고 딸아이는 돤장찌개랑 밥을 먹더군요. 새콤매콤하게 무친 콩나물이나 장아찌 등 반찬엔 거의 손을 안 댔습니다. 그저 상추와 마늘, 고추만 축냈을 뿐입니다.
광명시 철산동이라는 동네는 아무래도 젊은층이 주타겟인 상권입니다. 저렴하고 푸짐하게, 그러면서도 뭔가 그럴 듯 하게라는 모순적 상황을 충족시킬려니 그 상권에서 장사를 하기가 오죽 힘들겠습니까? 이해 못 할 바는 아닙니다만 갑판장네는 한끼 식사를 망쳤습니다. 그냥 그랬다구요.
의문 3. 냉장숙성 생고기라는데 왜 육질이 퍽퍽하고 별 맛이 없을까요?
'멜라민식기 마냥 시늉만 내는 고깃집일세' 식당 문을 나서며 갑판장이 마눌에게 건낸 귀엣말입니다. 딸아이는 아이스크림으로 입 헹구고, 마늘과 갑판장은 맛낫 커피로 아쉬움을 달랬다나 뭐라나 ㅎ